하영은 멈칫했다. ‘현욱 씨가 어떻게?’그녀는 눈을 들어 서재를 바라보았다.‘하긴, 유준 씨가 있으니 알아낸 것도 당연하지.’하영은 대답했다.“맞아요.”“그럼 하영 씨 좀 만날 수 있을까요?” 현욱이 물었다.하영은 잠시 생각했다.“그래요, 지금 어디예요?”“하영 씨 집 앞이에요.”하영은 창밖을 내다보았다.‘비가 이렇게 많이 오는데, 현욱 씨가 찾아왔다니??’“알았어요, 지금 바로 내려갈게요!”하영은 과일을 창턱에 놓은 다음, 몸을 돌려 아래층으로 내려갔다.별장을 나서자, 그녀는 큰 비속에 서 있는 현욱을 보았다. 그리고 그의 온몸은 이미 흠뻑 젖었다.겨우 며칠 밖에 안 됐지만, 현욱의 잘생긴 얼굴은 이미 예전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고 유난히 의기소침해 보였다.봄비는 살을 에는 듯이 추웠다.하영은 현욱이 언제부터 여기에 서 있었는지 몰랐다.그녀는 우산을 펴고 빠른 걸음으로 현욱의 곁으로 가서 말했다.“현욱 씨, 들어가서 말해요. 밖에 비가 너무 많이 오잖아요!”현욱은 핏발이 서린 눈동자를 천천히 들었다.“인나 씨 에이즈에 걸린 거예요? 그래요?”하영은 자기도 모르게 우산 손잡이를 꽉 잡았다. “맞아요.”“설마 밖에서 남자 만나고 다녔어요?”현욱이 차갑게 물었다.하영의 표정은 걱정에서 엄숙함으로 변했다.“배현욱 씨, 왜 인나를 그런 사람으로 의심하는 거죠?!”“그럼 말해봐요, 인나 씨가 왜 이런 병에 걸렸는지??” 현욱은 목소리가 떨렸다.그의 얼굴에 물방울이 가득 맺혀 그게 눈물인지 빗물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나도 인나가 왜 이런 병에 걸렸는지 모르겠지만, 현욱 씨는 인나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는 거예요?”“그럼 그런 여자가 아닌 이상, 왜 나에게 이 일을 말하지 않은 거죠?”현욱은 비통하게 물었다.“그동안 인나를 그런 사람으로 생각한 거예요? 두 사람 사고 친 그날, 현욱 씨는 인나가 처음으로 남자와 관계를 가졌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을 텐데!”“그래서요?” 현욱은 점차 눈시울을 붉혔다.“그러나 인
하영은 마음속으로 생각했다.‘현욱 씨는 확실히 큰비에 흠뻑 젖어야 정신을 차릴 수 있을 것 같아.’현욱은 멍하니 있다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하영 씨, 핸드폰 좀 빌려줄래요?”하영은 거절했다.“현욱 씨가 똑똑히 생각하기 전까지, 인나를 방해하지 않는 게 좋겠네요. 그리고 인나의 현재 상황을 도대체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잘 생각해 봐요. 모든 것을 뒤로하고 인나와 함께 질병의 고통을 견딜 수 있어요? 인나가 현욱 씨를 떠난 이유가 바로 이거예요. 현욱 씨에게 전염될까 봐. 하지만 현욱 씨, 정말 너무 실망스럽네요.”현욱은 흐느낄 정도로 울며 애원했다.“그래도 인나가 어디에 있는지, 지금 어떻게 됐는지부터 알아야 할 거 아니에요? 제발요.”하영은 다시 거절했다.“안 돼요. 현욱 씨, 여기서 애원하는 것보다, 돌아가서 잘 생각해 보는 게 좋겠어요. 인나는 결코 우연히 이런 병에 걸린 게 아니에요. 내가 보기에 이것은 음모일 가능성이 아주 높아요. 두 사람 함께 있을 때, 인나가 누구와 접촉했는지, 잘 생각해 봐요!”말이 끝나자, 하영은 몸을 돌려 별장으로 들어갔고, 현욱 혼자 정원에 서서 비를 맞으며 통곡하도록 내버려두었다.지금 현욱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직 이성만이 그로 하여금 모든 것을 똑똑히 생각하게 할 수 있었으니까.위층으로 돌아왔을 때, 유준은 이미 서재에서 나왔다.2층에는 짙은 담배 냄새가 가득했다. 하영은 숨을 참으며 침실로 가서 유준을 찾았다.욕실에서 물소리가 나자, 하영은 소파에 앉아 유준이 나오기를 기다렸다.30분 후, 유준은 목욕 수건을 두른 채, 문을 열었다. 하지만 안에는 따뜻한 기운이 전혀 없었다.하영은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찬물로 씻었어요?”유준은 입술을 오므렸다.“응.”하영은 눈살을 찌푸리며 얼른 목욕가운을 들고 유준에게 다가갔다.유준에게 옷을 걸치는 순간, 하영은 참지 못하고 말했다.“지금 얼마나 추운데. 찬물로 씻으면 감기에 걸릴지도 몰라요!”“괜찮아.” 유
정주원은 노발대발하며 호진을 노려보았다.“내 핸드폰을 가져간 거야?!”“네!”“돌려줘!” 정주원은 성큼성큼 호진 앞으로 걸어갔다.“그거 내 거야!”호진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았다.“대표님께서는 지금 큰 도련님이 외부와 그 어떤 연락을 하는 것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대체 왜?!” 정주원은 화가 치밀어 올랐다.“내 아버지한테 연락할 테니까, 정유준더러 빨리 오라고 해!”“죄송하지만 도련님, 어르신은 이미 경찰서에 잡혀가셨습니다!”이 말을 듣고 정주원은 멈칫했다.“뭐라고?!”호진은 다시 한번 설명했다.“어르신은 살인 혐의로 대표님에 의해 경찰서로 압송되었습니다!”‘살인??’‘경찰서?!’정주원은 머리가 새하얘졌다.‘어떻게 이럴 수가?!’정주원은 호진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이건 정유준의 음모야! 내 아버지를 모함하기 위해 무슨 수를 쓴 거지? 정말 짐승보다도 못한 놈이야! 이런 일조차 저지를 수 있다니! 누구 천한 여자가 낳은 잡종 아니랄까 봐!”호진은 정주원의 말이 듣기 거북하다고 느꼈다.“큰 도련님, 어르신이 잡혀간 이유는 20여 년 전에 사람을 죽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며칠 전에 또 집사를 죽이셨고요! 이 모든 것은 어르신이 스스로 저지른 것이지 대표님과는 무관합니다.”말이 끝나자마자 정주원은 호진의 얼굴에 뺨을 세게 때렸다.그의 얼굴은 이미 예전처럼 온화하지 않았고 오직 악독함 밖에 없었다.“너 입 닥쳐! 넌 정유준의 개니까 당연히 그 자식 편을 들겠지! 가서 정유준 불러와!”호진은 이를 악물었다.“대표님의 명령 없이 저는 절대로 당신의 그 어떤 요구도 승낙하지 않을 것입니다!”밤 10시.하영이 목욕을 마치고 막 잠자리에 들어 쉬려고 할 때, 유준의 휴대전화가 울렸다.그는 일어나서 핸드폰을 들었고, 경호원의 전화인 것을 보고 즉시 받았다.그리고 곧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표님, 큰 도련님이 계속 대표님을 뵙고 싶다고 난리를 부리고 있습니다. 호진은 감히 대표님의 명령을 거역하지 못하고 오
곧이어 한 낯선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여자는 유창한 독일어로 말했다.“그럼 앞으로 두 주일 정도 계속하면 되는 건가요?”소희원은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아예 휴대전화를 꺼내 녹음했다.진석 역시 독일어로 대답했다.“두 주일이면 충분할 거 같아요. 계속 똑같은 일만 하면 돼요.”“알겠습니다, 미스터 부. 그럼 저는 이만.”“그래요.”말이 끝나자, 여자는 소희원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왔고 소희원은 깜짝 놀랐다. ‘지금 이 쇳덩어리를 빼내기엔 너무 늦은 것 같은데.’소희원은 계단을 바라보더니 바로 아래층으로 뛰어내려갔다.문 앞에서, 여자는 살짝 열린 방화문을 보더니 또 고개를 숙이고 바닥을 바라보았다.쇳덩어리 하나가 떨어진 것을 보고, 여자는 이맛살을 찌푸리며 주웠다.여자가 가지 않자, 진석은 영문 몰라 하며 다가가서 물었다.“왜 그래요, 앨리 씨?”앨리는 바닥에서 주운 쇳덩어리를 진석에게 건네주었다.“미스터 부, 여기에 쇳덩어리가 하나 떨어졌네요. 누군가 일부러 그런 것 같은데, 문틈 사이에 끼어 있었어요.”진석은 손바닥 크기밖에 안 되는 쇳덩어리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고, 사색에 잠겼다.‘누가 이것을 여기에 두었을까??’‘설마, 누가 날 미행하고 있는 건 아니겠지??’그는 앨리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비상통로를 내려다본 뒤, 다시 위로 시선을 돌렸다.“앨리 씨, 위층으로 가봐요!” 진석이 말했다.앨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민첩하게 위층으로 돌진했다. 그리고 진석은 얼른 집으로 돌아가 창문 앞으로 가서 아래층을 쳐다보았다.10분 후, 앨리가 돌아왔다. 그녀는 쇳덩어리를 만지작거리며 진석에게 말했다.“미스터 부, 아무 이상도 없었어요.”진석은 잠시 생각에 빠졌다.“알았어요, 오늘은 먼저 돌아가요. 꼭 비상통로에서 떠나는 거 잊지 말고요.”“네, 무슨 상황 생기면 가장 빠른 시간 내로 알려드릴게요. 미스터 부도 조심하고요.”“알겠어요.”앨리가 떠난 후, 진석은 여전히 아래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앨리가 아파트에
대략 또 10여 분이 지나서야 소희원은 상쾌한 기분으로 들어왔다.그녀는 자신의 찰랑거리는 곱슬머리를 휘날리며 예준 앞에 앉았다.“오빠, 나 껍질 벗겨질 정도로 씻은 거 있지!”예준은 소희원에게 콜라 캔을 따서 열어주며 가볍게 웃었다.“목 좀 축여.”소희원은 콜라를 들고 벌컥 들이마신 다음, 핸드폰을 꺼냈다. 그녀는 녹음한 음성을 클릭하며 핸드폰을 예준 앞으로 내밀었다.“오빠, 이거 한 번 들어봐요. 알아들을 수 있어요?”예준은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고개를 저었고, 자신도 알아듣지 못한다고 표시했다.“이 녹음 파일 나한테 보내. 내가 사람 찾아서 번역할 테니까.”예준이 말했다.소희원은 OK라는 손짓을 했다.“참, 오빠, 부진석 씨 말이에요, 이미 눈치 좀 챈 거 같아요.”예준은 별안간 고개를 들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널 본 거야?”소희원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그건 아니에요. 매일 미행할 때, 내 옷차림과 얼굴이 다 다르니까.”예준은 한숨을 돌렸다.“희원아, 그만해. 너무 위험하잖아.”“안 돼요!” 소희원은 엄숙하게 거절했다.“난 이대로 그만두고 싶지 않아요. 게다가 부진석 씨한테 정말 문제가 있는 거 같단 말이에요!”예준은 소희원의 고집을 꺾지 못하고 말했다.“그럼 네 생각부터 말해 봐.”“내가 미행하기 시작한 그날부터, 부진석 씨는 확실히 줄곧 병원에서 바쁘게 돌아쳤죠. 그러나 한밤중이 되면, 부진석 씨는 틈틈이 시간을 찾아 나갔는데, 매번 만나는 사람이 다 달랐어요! 그리고 말하는 말투는 마치 무슨 일을 안배하는 것 같았고요. 물론 구체적으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는 언급하지 않았지만.”“한밤중에 자꾸 나갔다고?” 예준은 눈썹을 찌푸렸다.“그걸 왜 나한테 말 안 했어?”“상황이 생길 때마다 오빠한테 보고하는 건 너무 귀찮으니까. 게다가 나도 엄청 피곤하단 말이에요. 그러니까 오빠, 나 좀 도와줘요.”“말해.”“차가 필요해요!”소희원이 말했다.“만약 늘 같은 차를 몰고 다닌다면, 부진석 씨는 틀림없이
“하영아, 남은 인생 정말 정유준과 함께 할 건지 잘 생각해봐. 결혼에 관해서라면 꼭 심사숙고해야 돼.”하영은 이 말을 듣고 멍해지더니 곧 얼굴이 빨개졌다.“삼촌, 저희 아직 결혼에 대해 상의하지 않았는데...”“하영아, 두 사람 지금 아이도 있으니 언젠간 결혼을 해야 하지 않겠어? 일찍 식을 올려야 나와 네 숙모도 안심할 수 있지. 다만, 그 사람 아니면 안 되는 건지 충분히 고려해 봐.”소진호가 물었다.하영은 정신을 차리며 확신한 말투로 대답했다.“네, 삼촌. 예나 지금이나 유준 씨는 줄곧 제 마음속에 있었고, 저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어요. 이번 생은 정말 그 사람 아니면 안 돼요.”“그래.” 소진호가 말했다. “그럼 알았다. 전화로 길게 얘기 안 할 테니까 우리 저녁에 보자.”“네.”전화를 끊은 후, 소진호는 송유라를 바라보았다.송유라 역시 잔뜩 긴장한 모습으로 소진호를 바라보았다.“어때요? 하영이 뭐래요?”소진호는 웃으며 말했다.“우리 소씨 가문의 아이는 일편단심이라서 하영도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어.”송유라는 한숨을 돌렸다.“다행이네요. 난 그 사람이 너무 훌륭해서 하영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없을까 걱정했는데.”소진호는 서글픈 표정으로 창밖을 바라보았다.“주영이 아직 살아 있다면 틀림없이 엄청 기뻐하겠지? 이제 딸이 시집갈 나이가 다 됐다니.”송유라 역시 안타까움을 느꼈다.“아가씨뿐만 아니라 안 서방도 마음이 무척 뿌듯할 거예요.”소진호는 송유라의 어깨를 감쌌다.“하영은 주영의 아이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아이이기도 해. 그러니 하영의 결혼식도 우리가 잘 치러줘야지!”송유라는 눈시울이 붉어졌다.“나도 알아요. 아가씨를 대신해서라도 우리 하영이를 당당하게 시집보낼 거예요.”연세 병원에서, 유준과 시원은 정주원이 있는 병실로 걸어갔다.유준과 시원이 오는 것을 보고 호진은 머리에 거즈를 감은 채 얼른 앞으로 가서 공손하게 인사했다.“대표님! 허 비서!”유준이 고개를 끄덕이자, 시원도 호
유준의 잘생긴 얼굴에는 하찮은 표정이 떠올랐고, 잠시 후 나지막이 분부하였다.“끌고 가.”“네!”정주원은 마구 소리쳤다.“정유준, 이 잡종이 날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 당장 날 놓으라고 해!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가 나오실 때, 너 무릎 꿇고 나한테 사과하게 될 거야!!”유준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정주원을 바라보았다.“그런 날이 있을 것 같아?”정주원은 멈칫했다.“그게 무슨 뜻이야?! 너 설마 아버지를 정말로 감옥에 보낼 작정이야?! 정유준, 너 정말 양심이 없구나?!!!”“양심?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와 이런 말을 하는 거지?” 유준은 차갑게 웃었다.“너무 조급해하지 마. 이제 곧 내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게 될 테니까.”30분 후, 유준은 정주원을 데리고 경찰서에 도착했다.경찰을 따라 유준과 정주원은 초라하게 수갑을 차고 있는 정창만을 만났다.정창만을 본 순간, 정주원은 바로 호진을 밀어내더니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아버지!”정창만은 멍하니 정주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몸에 감은 거즈를 본 순간, 정창만은 동공이 움츠러들었다.정창만은 앞으로 돌진하려고 했지만, 경찰은 그런 그를 억눌렀다.“1025호, 주의 좀 하지!”정창만의 안색은 어두워졌고, 그는 분노를 참으며 정주원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잠시 살펴본 후, 정창만은 이내 마음이 아팠다.책상 옆으로 끌려가 정주원과 마주 앉을 때에야 정창만은 입을 열었다.“주원아... 그 상처는 다 어떻게 된 거야??”정주원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유준을 노려보았다.“이 자식 때문이에요! 이 천한 놈이 경호원더러 절 때리라고 했어요!”정창만도 따라서 유준을 바라보았다.유준은 도도하게 한쪽에 서서 두 사람이 온갖 쇼를 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는 조롱을 띤 눈빛으로 정창만과 눈을 마주쳤다. 눈빛 속의 멸시는 정창만으로 하여금 분노를 억제할 수 없게 했다.정창만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너 전에 나한테 어떻게 약속을 했는데! 다 잊은 거야?!”
정창만은 정주원의 원망에 얼떨떨해졌고, 놀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내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 뜻밖에도 이런 말을 하다니.’정창만은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정주원이 계속해서 말하기 시작했다.“그때 아버지는 그 천한 여자를 데려오시지 말았어야 했어요! 그날부터 모든 일이 잘못됐으니까! 그 여자만 데리고 돌아오시지 않았더라면, 이 세상에 어떻게 정유준이라는 악종이 태어날 수 있었겠어요!”정창만은 단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느꼈다.‘주원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어떻게 나한테 이런 몹쓸 말을 할 수가 있는 거지!’정창만은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떨리기 시작했고, 호흡도 점차 거칠어졌다.“주원아, 너, 너!!”정주원은 별안간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정창만을 바라보았다.“아버지의 손을 빌려 정유준을 괴롭힐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제 아버지도 쓸모가 없는 사람이 됐네요! 저한테 당신 같은 아버지가 있다니, 정말 구역질이 다 나네요!”정주원의 말은 마치 칼처럼 정창만의 마음을 쿡쿡 찔렀다. 그는 눈을 부릅뜨며 정주원을 바라보았고, 안색은 창백해지다 못해 서서히 파래졌다.눈 깜짝할 사이, 정창만은 숨을 쉬지 못하더니 두 눈을 부라리며 한쪽으로 쓰러졌다.경찰은 깜짝 놀라 얼른 밖을 향해 소리쳤다.“범인이 기절했어! 빨리 의사 불러와!!”정주원은 쓰러진 정창만을 쳐다보며, 눈빛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옆에 있던 유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정주원이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잠시 후, 유준은 실려 나간 정창만을 바라보았다.‘정말 비참할 정도로 웃기군.’‘가장 아끼는 아들은 자신이 감옥에 들어간 후, 오히려 모든 관계를 단절하길 간절히 바라다니.’‘충격을 제대로 받은 모양이야.’유준은 시원을 바라보았다.“정주원을 교외로 데려가. 내 명령 없이 그 누구도 풀어줄 수 없어.”‘정주원으로 하여금 내 어머니가 겪었던 모든 고통을 제대로 맛보게 할 거야!’시원은 유준이 말한 곳이 어디인지 잘 알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