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의 잘생긴 얼굴에는 하찮은 표정이 떠올랐고, 잠시 후 나지막이 분부하였다.“끌고 가.”“네!”정주원은 마구 소리쳤다.“정유준, 이 잡종이 날 어디로 데려가려는 거야?! 당장 날 놓으라고 해! 그렇지 않으면 아버지가 나오실 때, 너 무릎 꿇고 나한테 사과하게 될 거야!!”유준은 발걸음을 멈추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정주원을 바라보았다.“그런 날이 있을 것 같아?”정주원은 멈칫했다.“그게 무슨 뜻이야?! 너 설마 아버지를 정말로 감옥에 보낼 작정이야?! 정유준, 너 정말 양심이 없구나?!!!”“양심? 네가 무슨 자격으로 나와 이런 말을 하는 거지?” 유준은 차갑게 웃었다.“너무 조급해하지 마. 이제 곧 내가 한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게 될 테니까.”30분 후, 유준은 정주원을 데리고 경찰서에 도착했다.경찰을 따라 유준과 정주원은 초라하게 수갑을 차고 있는 정창만을 만났다.정창만을 본 순간, 정주원은 바로 호진을 밀어내더니 비틀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아버지!”정창만은 멍하니 정주원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의 몸에 감은 거즈를 본 순간, 정창만은 동공이 움츠러들었다.정창만은 앞으로 돌진하려고 했지만, 경찰은 그런 그를 억눌렀다.“1025호, 주의 좀 하지!”정창만의 안색은 어두워졌고, 그는 분노를 참으며 정주원을 바라보았다. 그렇게 잠시 살펴본 후, 정창만은 이내 마음이 아팠다.책상 옆으로 끌려가 정주원과 마주 앉을 때에야 정창만은 입을 열었다.“주원아... 그 상처는 다 어떻게 된 거야??”정주원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유준을 노려보았다.“이 자식 때문이에요! 이 천한 놈이 경호원더러 절 때리라고 했어요!”정창만도 따라서 유준을 바라보았다.유준은 도도하게 한쪽에 서서 두 사람이 온갖 쇼를 하고 있는 것을 지켜보았다.그는 조롱을 띤 눈빛으로 정창만과 눈을 마주쳤다. 눈빛 속의 멸시는 정창만으로 하여금 분노를 억제할 수 없게 했다.정창만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너 전에 나한테 어떻게 약속을 했는데! 다 잊은 거야?!”
정창만은 정주원의 원망에 얼떨떨해졌고, 놀란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내가 가장 아끼는 아들이 뜻밖에도 이런 말을 하다니.’정창만은 무언가를 말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정주원이 계속해서 말하기 시작했다.“그때 아버지는 그 천한 여자를 데려오시지 말았어야 했어요! 그날부터 모든 일이 잘못됐으니까! 그 여자만 데리고 돌아오시지 않았더라면, 이 세상에 어떻게 정유준이라는 악종이 태어날 수 있었겠어요!”정창만은 단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느꼈다.‘주원이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어떻게 나한테 이런 몹쓸 말을 할 수가 있는 거지!’정창만은 몸이 걷잡을 수 없이 떨리기 시작했고, 호흡도 점차 거칠어졌다.“주원아, 너, 너!!”정주원은 별안간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싸늘한 눈빛으로 정창만을 바라보았다.“아버지의 손을 빌려 정유준을 괴롭힐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제 아버지도 쓸모가 없는 사람이 됐네요! 저한테 당신 같은 아버지가 있다니, 정말 구역질이 다 나네요!”정주원의 말은 마치 칼처럼 정창만의 마음을 쿡쿡 찔렀다. 그는 눈을 부릅뜨며 정주원을 바라보았고, 안색은 창백해지다 못해 서서히 파래졌다.눈 깜짝할 사이, 정창만은 숨을 쉬지 못하더니 두 눈을 부라리며 한쪽으로 쓰러졌다.경찰은 깜짝 놀라 얼른 밖을 향해 소리쳤다.“범인이 기절했어! 빨리 의사 불러와!!”정주원은 쓰러진 정창만을 쳐다보며, 눈빛은 싸늘하기 그지없었다.옆에 있던 유준은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정주원이 이렇게 나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잠시 후, 유준은 실려 나간 정창만을 바라보았다.‘정말 비참할 정도로 웃기군.’‘가장 아끼는 아들은 자신이 감옥에 들어간 후, 오히려 모든 관계를 단절하길 간절히 바라다니.’‘충격을 제대로 받은 모양이야.’유준은 시원을 바라보았다.“정주원을 교외로 데려가. 내 명령 없이 그 누구도 풀어줄 수 없어.”‘정주원으로 하여금 내 어머니가 겪었던 모든 고통을 제대로 맛보게 할 거야!’시원은 유준이 말한 곳이 어디인지 잘 알고 있었다
저녁 무렵, 유준은 난원에 도착했다.하영과 아이들을 차에 태운 후, 그들은 함께 김제 호텔로 향했다.30분 후, 그들은 호텔 입구에 도착했다.유준은 세희를 안았고, 하영은 세준과 희민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 룸으로 올라갔다.소진호 부부와 소희원은 이미 룸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하영과 유준 두 사람이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보자, 소진호 부부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맞이했다.“드디어 왔구나, 하영아, 유준아. 아이들, 이 할머니가 한 번 안아보자.”송유라는 아이들을 보며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숙모, 삼촌.” 하영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얘들아, 진외할아버지 진외할머니라 불러.”세 아이는 얌전하게 인사를 했다.송유라는 기뻐서 그들의 손을 잡고 한쪽으로 가더니 장난감 선물을 뜯기 시작했다.소진호는 유준을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정 대표, 오랜만이군.”유준은 공손하게 그와 악수를 했다.“그냥 제 이름을 부르시면 돼요.”소진호는 웃으며 자리에 앉아 일어나지 않은 소희원에게 말했다.“희원아, 얼른 와서 유준과 인사해야지.”갑자기 호명된 소희원은 원래 빨개진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그녀는 어색하게 일어서서 몰래 유준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뻣뻣하게 유준과 하영 앞으로 걸어갔다.소희원은 고개를 숙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유준 오빠.”말이 끝나자 그녀는 또다시 고개를 들어 하영을 바라보더니 어색한 표정으로 불렀다.“하, 하영 언니.”하영은 멈칫했다.‘오늘은 어떻게 먼저 나한테 인사를 하는 거지?’비록 자신과 유준에게 인사하는 소희원의 말투는 눈에 띄게 달랐지만 그래도 하영은 무척 만족했다.적어도 예전처럼 입만 열면 하영을 천한 여자라고 부르지 않았으니까.하영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웃으며 물었다.“희원아, 우리 오빠는 아직 안 왔어?”“예준 오빠는 아마 오는 길일 걸요. 자세한 건 나도 잘 모르지만, 아무튼 요즘 회사 일로 많이 바쁜 것 같아요.”
소희원은 송유라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그녀는 명문대를 졸업하지도, 또 하영처럼 돈을 많이 벌지도 못했다. 출국하기 전, 소희원은 심지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욕을 마구 퍼붓는 사람이었다.이렇게 비교하니, 소희원은 그제야 자신에게 하영을 무시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러나 자존심은 여전히 소희원으로 하여금 하영이 눈에 거슬린다고 생각했다.송유라는 소희원의 손을 잡았다.“희원아, 사람마다 다 결점과 장점이 있는 법이야. 네 사촌 언니도 예외가 아니고. 그러나 우리는 다른 사람의 결점뿐만 아니라 그 사람에게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장점을 보아야 해. 넌 어려서부터 우리의 보살핌을 받고 자랐지만, 네 사촌 언니는 어려서부터 밖에서 떠돌아다녔잖아. 그런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는 건 엄청 대단한 일이야.”“잘 안다고요?” 소희원은 코웃음을 쳤다.“그럼 어떻게 돈 때문에 유준 오빠와 잤겠어요?”송유라는 눈살을 찌푸렸다.“희원아, 그게 만약 너였다면? 넌 그 당시 하영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 있어?”소희원은 멈칫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확실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여태껏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만약 소씨 가문이 파산을 당했다면, 난 이 집을 지탱할 수 있을까?’오랫동안 침묵하고 나서야 소희원은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다.‘강하영이 유준 오빠와 함께 있었단 이유로 내가 그동안 너무 큰 적의를 품고 있었던 것 같아.’소희원은 입술을 오므렸다.“알았어요, 엄마. 앞으로 그렇게 모질게 굴지 않도록 노력해 볼게요.”송유라는 지금 당장 소희원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그래, 그렇게 알면 됐어. 우리는 한 가족이니 서로를 아끼고 사랑해야지.”말이 떨어지자, 문이 열리더니 예준이 문 앞에 나타났다.세 아이는 예준을 보며 얼른 그를 불렀다.“삼촌!”세희는 쏜살같이 예준의 앞으로 달려갔다.그녀는 예준의 허벅지를 껴안더니 얼굴을 비볐다.“삼촌,
소희원은 긴장해서 침을 삼켰고, 몸은 뻣뻣해진 채 세희의 손을 잡아야 할지 말지 몰랐다.예준은 부드럽게 웃었다.“희원아, 계속 세희의 손을 잡지 않으면, 우리 세희 힘들어 죽겠어.”“알았어요!” 소희원은 서둘러 세희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소희원은 눈빛이 밝아졌다.“잡았다!!”세희는 기세를 몰아 소희원에게 다가가더니 앳된 목소리로 애교를 부렸다.“이모, 안아줘요!”소희원은 얼른 손을 내밀어 갑자기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세희를 안았다.그리고 세희를 안은 순간, 소희원의 심장은 심지어 세차게 뛰고 있었다.‘깜짝이야!’소희원은 방금 세희의 손을 놓쳐 아이를 다치게 할까 봐 엄청 걱정했다.“우와!” 세희는 소희원의 목을 안으며 힘껏 냄새를 맡았다.“이모 몸에서 좋은 냄새가 나요!”소희원은 가슴이 두근거리더니 세희를 꼭 안았다.“고, 고마워, 세희야.”“자, 자, 다들 얼른 와서 앉아!” 송유라는 웃으며 그들을 자리에 앉혔다.밥을 먹은 후, 소진호와 예준은 눈을 마주치더니 동시에 유준을 보고 물었다.“유준아, 지금 두 사람도 다시 만나기 시작했으니, 앞으로 무슨 계획이 있는 건가?”유준은 이미 이 자리가 일반적인 식사자리가 아니란 것을 예상했다. 그래서 소진호의 물음에 그는 이미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전 가능한 한 빨리 하영과 결혼하고 싶지만, 물론 이것도 하영의 의사에 달려 있죠.”유준은 웃으며 하영을 바라보았다.하영은 멈칫하더니 침착한 작은 얼굴에 수줍음이 떠올랐다.“전 다 괜찮은데.”소진호는 웃으며 말했다.“너희들에게 아무런 의견이 없는 이상, 나와 네 숙모는 두 사람이 이제 좋은 날 하나 골라 약혼식부터 올렸으면 하는데.”“고를 필요 없어! 내가 이미 점을 봤는데, 이번 달 중순이 아주 좋다고 했어. 유준아, 넌 시간이 되는 지 모르겠네.”유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시간을 계산했다.“5일밖에 안 남은 건가요?”송유라가 대답했다.“그래, 음력으로 3월 28일 되는 날이야.”유
‘유준 오빠는 정말 강하영과 함께 있고 싶은 거겠지?’‘그럼 난 두 사람을 방해할 이유가 더 있을까?’소희원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계속 세희에게 새우를 까주었다.식사 끝나자, 하영과 유준은 아이들 데리고 먼저 작별을 고했다.떠나기 전, 예준은 유준 앞으로 걸어갔는데, 약간 엄숙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유준아, 따로 하고 싶은 말이 좀 있는데.”유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영에게 말했다.“아이들 데리고 먼저 차에 타.”하영은 걱정을 금치 못한 채 두 사람을 바라보았지만, 끝내 아무것도 묻지 않고 묵묵히 아이들을 데리고 차에 올라가서 기다렸다.유준과 예준은 한쪽으로 걸어갔고, 예준이 먼저 물었다.“부진석에 대해 얼마나 알아낸 거지?”유준은 예준을 응시하며 되물었다.“왜 갑자기 그 남자를 언급하는 거야?”“솔직히 말하자면, 난 작년 말부터 줄곧 부진석이 좀 이상하다고 느꼈어. 대체 뭐가 수상한지는 또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기에 그동안 희원더러 부진석을 미행하라고 했고.”말이 끝나자 예준은 휴대전화를 꺼내 전에 소희원이 그에게 보낸 녹음을 유준에 들려주었다.유준은 독일어를 조금 배웠기 때문에, 녹음을 번역하지 않아도 그들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듣고 난 후, 유준은 눈썹을 찌푸렸다.“그 사람 요즘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잘 모르겠어.” 예준이 말했다. “희원이 그랬는데, 부진석은 항상 한밤중에 사람을 만나고 다녔어.”“구체적으로 어디에 간 거지?” 유준이 물었다.“이건 아마도 희원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아.”유준은 이미 시동을 건 소씨 가문의 차를 보더니 잠시 침묵했다.“내일 소희원 데리고 나 찾으러 와. 무슨 일이 있으면 내일 다시 말하고.”“그래.”“그럼 나 먼저 갈게.” 유준은 말을 마친 다음, 돌아서려 했다. 그러나 한 걸음 내디디자마자 그는 또 멈춰서 예준을 바라보았다.“하영은 알고 있는 거야?”“아직 하영한테 말 안 했어.” 예준은 사실대로 말했다.유준은 나지막이 말했다.“일단 하영에게 말
유준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네가 여기서 혼자 궁리하고 있는 것보다, 현욱이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하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건 현욱 씨 혼자만의 일이 아니에요! 인나는 내 친구이니 난 인나를 다치게 한 사람을 이대로 가만둘 수가 없어요!”유준은 하영의 떨리는 손을 잡았다.“네가 뭘 하고 싶든 난 영원히 네 편이야. 그러나 이 일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부터 잘 생각해 봐.”하영이 눈을 드리우며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세준은 나른하게 입을 열었다.“이건 너무 쉽지 않아요?”하영과 유준은 즉시 그를 바라보았다. 희민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다.“세준이 말이 맞아요. 우리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데, 현욱 아저씨더러 그 주민이란 사람의 휴대전화에 심으면 돼요. 그럼 채팅 내용과 통화 기록을 모두 조사해낼 수 있거든요.”하영과 유준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유준은 흐뭇해하며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그럼 언제 이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거지?”“내가 밤을 새울 수만 있다면 오늘 밤 바로 만들어낼 수 있어요.” 세준은 유준을 향해 도발했다.유준과 하영은 이구동성으로 거절했다.“안 돼!”세준은 어깨를 으쓱거렸다.“그럼 내일이요...”집에 돌아온 후, 하영과 함께 방에 들어온 유준은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현욱에게 전화를 걸었다.불과 몇 초 만에 현욱은 전화를 받았고, 그의 목소리는 피로 때문에 무척 쉬었다.“유준아.”유준은 미간을 찌푸렸다.“너 어디야?”현욱은 쓴웃음을 지으며 인나와 함께 지내던 아파트를 둘러보았다.“어디긴, 우인나 씨 집이지.”“지금 바로 데리러 갈 테니까 나와서 얘기 좀 하자.”“얘기할 거 없어.” 현욱은 거절했다.“지금은 그냥 혼자 있고 싶으니까.”“좋아, 그럼 너도 인나 씨에 관한 일을 알 필요가 없겠군.”유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현욱은 정신이 좀 들었다.“인나 씨에 관한 일이라고? 무슨 일인데?!”“만나서 이야기해.”유준은 손목
현욱은 눈살을 찌푸렸다.“우리가 먼저 출격한다고? 어떻게?”“내일 희민과 세준은 소프트웨어 하나를 만들어 USB에 전송할 거야. 넌 이 USB를 주민 휴대전화에 꽂기만 하면 되고. 그럼 모든 일이 밝혀질 테니까.”“무슨 뜻인지 알겠네. 주민에게 접근해서 핸드폰 기록을 확인하려고?”“맞아.”유준이 말했다.“그래야 주민이 양다인과 접촉했는지 안 했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으니까.”현욱은 잠시 침묵했다.“어떻게 해야 할지 잘 생각해 볼게.”“너 여자 잘 꼬시지 않았어?” 유준은 웃으며 말했다.“그 수작을 주민에게 부리면 되잖아.”현욱은 씁쓸하게 웃었다.“나 지금 전혀 그럴 기분이 아니거든.”“만약 정말 주민이 그랬다면, 넌 인나 씨를 위해 복수하고 싶지도 않은 거야?”“정말 주민이라면 난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야!”현욱은 눈빛에 분노가 스쳤다.“그 사람이 누구든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말을 마치자, 현욱은 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꽉 잡았다.“하지만 지금 가장 괴로운 일은 인나 씨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모른다는 거야!”“이 일은 내가 대신 조사해줄 테니까 하나하나씩 해결하자고.”현욱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그래, 알았어.”다음날, 세준과 희민 두 사람은 아침 일찍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아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시작했다.점심이 될 때, 두 사람은 순조롭게 소프트웨어를 USB에 전송한 후, 유준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유준은 시원더러 USB를 현욱에게 보내라고 분부했다.점심을 먹을 때, 세희는 하영 옆에 앉아 물었다.“엄마, 인나 이모 혹시 모함을 당한 거예요?”하영은 멈칫하더니 세희를 바라보았다.“왜 이렇게 말하는 거지?”세희는 소고기를 입에 넣었다.“어젯밤에 차 안에서 말했잖아요. 세희는 처음에 이해가 잘 안 됐는데 후에 천천히 생각해보니까 알겠더라고요.”“맞아.”하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유준이 대답했다.“이 세상에는 험악한 일이 많기 때문에 세희도 자신을 잘 보호해야 해.”하영은 한숨을 쉬며 유준을 바
시현은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알았어, 알았어. 공주님 제발 살려주세요!!”세희는 그제야 흐뭇하게 손을 거두었다.“참, 지난번에 말한 그 사건 말이에요, 언제 해결하러 갈 거예요?”“시간이 좀 더 지나면.” 시현이 말했다. “네 몸은 아직 완전히 나아지지 않았으니까, 지금 계속 바쁘게 움직이면 안 돼. 만약에 저쪽에도 이런 악독한 귀신이 있다면, 너 또 상처를 입을지 몰라. 난 이미 죄책감 때문에 너와 결혼을 해서 평생 챙겨주고 싶으니까, 또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나 정말 방법이 없어.”세희는 웃으며 말했다.“내가 언제 시현 오빠와 결혼한다고 했어요?”“쳇.” 시현은 입을 삐죽 내밀었다.“내가 뭐가 어때서? 나도 어깨가 넓고 근육이 있는 미남이라고! 인기가 얼마나 많은데.”세희는 말문이 막혔다.‘정말 뻔뻔하네. 아무렇지 않게 자신을 칭찬하다니.’세희는 숨을 돌리며 입을 열었다.“시현 오빠.”“응?”“내가 지금 귀신을 잡는 일을 종사하고 있잖아요. 그러니 난 사실 아주 좋은 신붓감은 아니에요. 눈치 없는 귀신들이 가끔 날 찾아와서 귀찮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난 인우와 반대로, 팔자에 음기가 가득 찼거든요.”“그러면 어떻게 되는데?”“7월 중순이 되면 많은 귀신들이 날 찾아올 거예요. 그럼 난 일이 잘 안 풀리거나 심지어 다칠 수도 있거든요.”“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야?”“만약 우리가 함께 한다면, 그 귀신들은 심지어 시현 오빠를 귀찮게 할 거예요.”“그래서, 이것 때문에 네가 최고의 신붓감이 아니란 거야?” 시현은 말을 마치고 웃으며 말했다. “이까짓 일로 내가 물러설 수 있을 것 같아? 세희야, 너도 날 너무 얕본 것 같아.”“그때 가면 나 때문에 모든 일이 잘 안 풀릴 텐데, 그게 두렵지도 않아요?” 세희는 시현에게 물었다.시현은 입술을 구부리고 웃었다.“넌 우빈이를 그렇게 좋아하는데, 우빈에게 영향을 미치는 건 하나도 두렵지 않은 거야? 세희야, 넌 날 뭘로 보고. 설령 그게 사실이라 하더라도, 난 두렵지
시현과 인우는 비록 귀신을 보지 못했지만, 지금 검은 연기가 자신의 앞에서 천천히 흩어지는 것을 똑똑히 보았다.인우는 세희를 바라보며 물었다.“누나, 지금 어떻게 된 일이에요?”세희는 몸을 돌려 말했다.“그 귀신은 환생하고 싶지 않아서 이미 죽었어.”“귀신이 죽었다고?” 시현이 물었다.“이 세상에서 사라졌다는 뜻이야?”세희는 고개를 끄덕이며 사방을 바라보았다.“캐리 아저씨, 이제 그 여섯 명의 귀신을 좀 잡아주세요.”캐리는 고개를 끄덕였고, 불과 몇 분 만에 겁에 질린 그 귀신들을 세희의 앞으로 데려왔다.세희는 그들을 바라보며 물었다.“당신들은 그 처녀귀신과 같은 선택을 할 건가요? 아니면 나와 같이 서낭당에 갈 건가요?”“서낭당에 갈래요!”“우리는 그 여자의 협박을 받아서 여기에 갇힌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벌써 떠났을 텐데!”“죽어도 우리를 괴롭히려 하다니!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이 귀신들은 그 처녀귀신이 사라진 후, 불평하기 시작했다.세희는 그들의 원망을 듣고, 마음속에 분노가 치솟았다.“지금 그 처녀귀신을 비난할 면목이 있는 거예요?!”세희는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당신들을 죽인 것은 그 여자의 잘못일지라도. 당신들은 자신에게 그 어떤 책임도 없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만약 당신들이 그 여자를 괴롭히지 않았다면, 오늘처럼 귀신으로 되어 이곳에 갇히지 않았겠죠!”“풉.” 한 여자 귀신이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우리에게 책임이 있다고요? 그 여자는 늘 자신의 성적을 가지고 남을 비웃었어요. 그러지만 않았어도 우리에게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을 텐데.”세희는 이 말을 듣고 어이가 없었다.“남의 성적이 우수해서, 당신들은 또 그 사람을 따라잡을 수 없어서, 그걸 자랑이라고 생각했던 거예요? 정말 불쌍하네요! 이 세상에 당신들 같은 질투심이 강한 쓰레기가 없어서 정말 다행이에요! 안심해요, 당신들은 다음 생에도 이번 생에 지은 죗값을 치러야 하니까!”귀신들은 세희가 한 말에 화가 났지만, 캐리와 인우 때문에 화가
“말이 쉽지!” 처녀귀신은 화가 나서 말했다.“날 죽인 그 사람들은 비록 귀신이 되었지만, 나도 그들이 환생하지 못하게 붙잡아둬야 한단 말이에요!”세희는 눈살을 찌푸렸다.“그 여섯 명의 학생들이 당신을 죽인 사람이었어요?”“그렇지 않으면 내가 왜 그들을 죽였을 것 같아요??”“그 사람들 찾아 복수를 한 이상, 이제 그만 그들을 놓아줘요. 이렇게 자신을 괴롭혀가며 그들을 붙잡고 있을 필요가 더 있을까요?”“그럴 순 없어요! 이렇게 쉽게 환생을 하라고 하는 건 너무 말이 안 되니까!!”처녀귀신이 노발대발했다.세희는 웃었다.“당신은 집념이 너무 커서 줄곧 이곳에 갇혀 있는 거예요. 영원히 자신의 고통으로 자신을 괴롭히고 있잖아요. 만약 내려가서 벌을 받고 환생하여 다시 이 세상에 태어난다면, 이것 또한 자신의 과거를 내려놓을 수 있는 방법이 아니겠어요?”“이렇게까지 날 가르칠 필요 없어요!”처녀귀신이 말했다.“오늘 당신들이 죽든지, 아니면 내가 죽든지, 둘 중 하나 선택하자고요!”말을 마치자, 처녀귀신은 세희를 향해 공격하려 했다.세희는 바로 인우를 부르려고 했고, 이때 갑자기 어두운 그림자 하나가 스쳐 지나갔다.빠른 속도로 달려온 캐리는 즉시 그 처녀귀신을 먼 곳으로 밀어냈다.“좋은 말로 타일러도 듣지 않고, 심지어 세희에게 손을 대려고 하다니. 오늘 사라질 준비를 하는 게 좋겠어!”캐리는 차가운 목소리로 붉은 옷을 입은 처녀귀신에게 말했다.“그게 뭐가 무섭다고.” 처녀귀신이 소리를 질렀다. “나도 이젠 지긋지긋해요! 이 더없이 더러운 세상! 내 부모님은 내가 학교폭력을 당했다는 것을 알게 된 후, 그들의 돈을 받고 바로 이 일이 없던 걸로 하자고 했어요. 내 오빠는 심지어 그들이 부자라는 것을 알고, 그들을 친구로 여겼고요! 환생할 게 뭐가 더 있겠어요? 환생해도 이렇게 더럽고 추악한 세상을 마주해야 하니까, 차라리 날 죽여요. 더 이상 이 징그러운 세상을 보고 싶지 않으니까!”처녀귀신의 말을 듣고, 캐리는 바로 손을 써서
세희가 이렇게 말하자, 세준도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인우는 학교를 마치고 돌아오자마자 세희가 이미 집에 있는 것을 보았고, 무척 흥분해하며 달려갔다.“누나, 돌아왔어요?” 인우는 싱글벙글 웃으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어때요, 다 나은 거예요?”세희는 의미심장하게 인우를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인우야, 오늘 저녁에 나 좀 도와줘.”“그래요.” 인우는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학교에 가는 거 맞죠?”세희는 의아하게 인우를 바라보았다.“뭐야? 너 이제 무섭지도 않는 거야?”인우는 미소를 천천히 거두었다.“누나, 귀신은 무섭지만, 난 누나가 더 이상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아요. 그때 누나가 그렇게 고생하는 것을 보면서, 난 그날 정말 학교로 달려가서 그 귀신들을 죽이고 싶었어요. 그러나 시현 형이 누나의 생각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기 때문에, 억지로 참고 가지 않았던 거예요.”세희는 뿌듯해하며 인우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우리 인우 다 컸네. 누나를 걱정할 줄 다 알고.”인우는 세희의 손을 잡고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누나, 난 줄곧 누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다음에 이런 위험한 일을 하러 간다면, 꼭 나 데리고 가면 안 돼요? 난 누나를 지켜주고 싶어요.”“그래! 저녁에 우리 가족들 함께 밥을 먹은 후에 바로 출발하자!”“좋아요!”저녁에 하영과 유준 그리고 희민이 돌아왔다. 세희가 이미 퇴원한 것을 보고, 세 사람은 기뻐해하며 그녀를 에워싸고 수다를 떨었다.저녁을 먹은 다음, 하영은 세희를 데리고 위층에 가서 간단하게 몸을 씻어주고서야 세희를 보냈다.문을 나서자마자, 세희는 시현이 그의 포르쉐와 함께 집 앞 정원에 있는 것을 보았다.세희와 인우는 의아함을 느끼며 시현을 쳐다보았다.세희가 먼저 물었다.“여긴 어쩐 일이에요?”시현은 별장을 바라보았다.“세준이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나한테 연락했지 뭐. 네 기사 되어 달라고.”“우리 집에 기사가 없는 것도 아닌데. 그러면 시현 오빠가 너
“그래, 우빈아, 넌 15년 동안 세희를 좋아했고, 또 세희를 위해 많은 것을 바쳤지. 하지만 그거 알아? 세희는 아주 이성적인 사람이야. 세희가 만약 무슨 일을 알고 싶다면, 바로 감정 속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호흡이 흐트러진 우빈은 시현을 바라보며 다시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알아요.” 우빈이 대답했다.“세희는 그 누구보다도 감성적이고 또 이성적이죠.”“그럼 만약 세희가 정말 날 선택한다면, 넌 어쩔 계획이야?”“그런 건 없어요.”우빈은 솔직하게 말했다.“내가 말했잖아요, 난 세희의 모든 선택을 존중할 거라고. 마찬가지로 다른 걱정 할 필요 없어요. 세희에게 거절을 당했다고 복수를 할 정도는 아니니까요.”시현은 계속 물었다.“그러니까 내가 세희와 함께 하더라도 넌 세희와 계속 친구를 하겠다는 말이야?”우빈은 눈살을 살짝 찌푸렸다.“나와 세희는 줄곧 친구였어요. 우리 두 사람이 사귀지 않아도, 앞으로 여전히 사이가 좋은 친구예요. 고 과장님, 세희를 좋아해도 되지만, 내가 세희와 계속 친구로 되는 것을 막을 순 없어요.”시현은 갑자기 웃었다.“그럼 됐어!”우빈은 시현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다.시현은 엘리베이터 앞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난 내가 세희와 사귀면, 넌 불편해서 세희와 연락 끊을 줄 알았거든.”우빈은 말문이 막혔다.“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본 적이 있어. 이제 세희를 포기하자고. 넌 정말 세희가 필요한 것 같으니까...”말을 하다 시현은 우빈을 힐끗 바라보았다.“네 마음을 상하게 하는 말들은 하지 않겠어. 아무튼 후에 생각해 봤는데, 만약 널 향한 내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세희를 포기한다면, 그건 널 무시하는 것과 같잖아.”엘리베이터 문이 열리자 시현은 안으로 들어갔고 우빈도 뒤를 따랐다.두 사람이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자, 우빈은 잠시 침묵하다 입을 열었다.“그 결정은 틀리지 않았어요. 난 확실히 가족을 모두 잃었지만, 그래도 피와 살이 있는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 나 혼자만이 이런 상황이 아니잖아
시현은 말을 이어받으며 오른손을 들었다.“그때 내 오른손에 피가 가득 묻은 거 있지? 심지어 의사가 네 등의 썩은 살을 모두 베어낸 것을 직접 봤는데, 며칠째 잠을 못 잤어.”“에이, 그건 간단하죠!” 세희는 히죽거리며 말했다.“수면제 처방받으면 편안하게 잘 수 있지 않겠어요?”시현은 웃으며 침대 옆에 쪼그리고 앉았다.“세희야, 날 원망하고 싶지 않아?”“원망이요?” 세희는 시현의 뜻을 잘 몰랐다.“내가 왜요?”시현은 콧등을 긁적였다.“내가 널 데리고 그곳에 가지 않았다면, 너도 이렇게 다치지 않았을 거야.”세희는 눈을 부라리며 시현을 바라보았다.“그건 시현 오빠 탓이 아니에요. 그 귀신들이 겁도 없이 나한테 덤빈 것뿐이니까요. 다 회복되면 그 귀신들 전부 잡아버릴 거예요!”“또 그곳에 가려고?” 시현은 경악하며 물었다.“그럼요!” 세희는 손을 내밀었다.“일곱 명의 귀신을 전부 다 데려갈 수 있다면, 염라대왕님은 좋다고 박수를 치실지도 몰라요.”시현은 세희의 얼굴에 나타난 즐거운 미소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난 오히려 네가 날 욕하면서 분풀이를 했으면 좋겠는데. 이렇게 홀가분한 말투로 말하는 거 보니까 마음이 너무 아파.”“그럼 너무 재미없죠! 난 시현 오빠 돈 뜯어먹는 게 더 좋은 거 같은데? 내가 침대에서 내려올 수 있으면, 날 데리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요!”“오케이!” 시현은 시원스럽게 대답했다.“먹고 싶은 거 다 사줄게.”세희는 고개를 끄덕였다.“참, 세준 오빠가 그러던데, 미정 할머니를 찾아갔다면서요?”시현은 숨김없이 대답했다.“응, 가서 어떻게 해야 널 보호할 수 있을지에 대해 여쭤봤어.”“하하하.” 세희는 갑자기 웃으며 말했다. “날 보호한다고요? 왜 그런 생각을 하는 거죠? 그리고 시현 오빠는 귀신도 안 보이는데, 어떻게 귀신과 싸우려는 거예요? 정의감과 용기로 귀신을 제압하려고요?”“내가 만약 내 정의감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 세상엔 귀신이 없을 거야?”세희는 웃으며 말했다.“그냥
시현은 세준 그들에게 돌아가서 쉬라고 한 다음, 혼자 의자에 앉아 멀리서 세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아주 평온하게 잠을 자고 있었고, 숨을 고르게 쉬고 있었다.이때 간호사가 걸어왔다. 시현은 그녀를 보며 얼른 일어나 물었다.“선생님.”간호사는 그를 쳐다보았다.“무슨 일이시죠?”“세희는 언제 중환자실에서 나올 수 있는 거죠?”“이건 저도 잘 모르겠어요. 아마도 요 며칠 더 관찰을 해야 할 것 같아요. 아가씨는 제가 본 여자아이들 중에서 가장 엄중한 상처를 입으신 환자라서요. 잘못하면 흉터가 남을 텐데... 어휴...”말이 끝나자, 간호사는 문을 열고 들어갔다.시현은 그녀의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또 엄청난 죄책감을 느꼈다.‘이번 생은 철저히 세희에게 빚진 셈이네.’사흘 후, 세희는 중환자실에서 나왔고, 이 일을 알게 된 하영과 유준도 얼른 병원에 찾아왔다.세희가 침대에 엎드려 멍을 때리는 것을 보며, 두 사람은 가슴이 아팠다.하영은 허리를 굽혀 세희의 머리를 어루만졌다.“세희야, 미안해. 네 오빠들이 아침에 금방 이 일을 알려줘서, 엄마와 아빠도 이제야 달려온 거야.”세희는 고개를 저으며 억지로 웃음을 지었다.“괜찮아요, 엄마. 이거 봐요, 나 아직 멀쩡하잖아요?”하영은 눈시울이 붉어졌다.“걱정 마. 무슨 방법을 써서더라도 네 등의 흉터를 치료할 테니까.”“사실 난 이런 거 신경 안 써요. 등일 뿐이니, 평소에 남에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게다가 나 자신도 볼 수 없으니까, 심리적인 스트레스도 없어요.”“네가 꾸미길 좋아한다는 거, 여기에 모르는 사람이 없을걸?” 세준은 벽에 기대며 말했다.세희는 고개를 돌려 세준을 보려 했지만, 상처가 땅기는 바람에 아파서 이를 악물었다.세준은 마음이 아파서 눈살을 찌푸렸다.“좀 움직이지 마. 나도 안 비웃을게.”유준은 세준을 바라보았다.“세준아, 너희들은 외국에 아는 사람이 많으니까, 무슨 방법을 쓰더라도 좋은 성형과 의사를 찾아. 세희의 등에 절대로 흉터 남지 않게.”세준은
두려움과 걱정이 밀려오자, 시현은 도무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눈을 뜨고 창밖의 하늘을 바라보았다.‘난 세희가 하는 일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는데. 그럼 세희를 보호하려면 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지?’생각하다 시현은 핸드폰을 꺼내 세준에게 톡을 보냈다.[그 할머니 지금 어느 호텔에 계시는 거지?]얼마 지나지 않아, 세준은 시현에게 나미정이 지내고 있는 호텔 주소와 방번호를 보냈다.[고마워, 세준아.]세준은 이 문자를 보며 차갑게 웃었다.[세희의 일, 난 이대로 넘어가지 않을 거야.][날 때리고 싶든, 죽이고 싶든 네 마음대로 해. 다 내 잘못이니 나도 변명할 말이 없어.]이 문자를 보낸 후, 더 이상 답장이 들어오지 않았다.시현도 더 이상 아무것도 보내지 않고, 차에 시동을 걸어 호텔로 갔다.30분 후, 시현은 나미정이 있는 룸 앞에 도착했는데, 잠시 심사숙고한 다음,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곧 안에서 나미정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만 기다려.”문을 열자, 시현이 문밖에 서있는 것을 보고 그녀는 약간 의아해했다.“네가 바로 병원에 있었던 그 총각인가?”시현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할머니. 저와 잠깐 얘기를 좀 나누시면 안 될까요?”“그래.” 나미정은 몸을 비키며 말했다. “들어와서 말하자꾸나.”시현은 들어가서 소파에 앉았고, 나미정은 그의 옆에 있는 소파에 앉았다.“무슨 일로 날 찾는 거지?”시현은 긴장이 돼서 두 손을 비볐다.“할머니, 저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저처럼 평범한 사람은 대체 어떻게 해야 세희의 안전을 보호할 수 있을까요?”“평범한 사람이라...”나미정은 웃기 시작했다.“왜, 네가 보기에 우리와 같은 무당은 평범하지 않은 건가?”시현은 멈칫하더니 얼른 설명했다.“그런 뜻이 아니에요. 아무튼 저희보다 강하고 특수한 능력이 있으시잖아요.”“그것도 다 하늘이 내려준 신기일 뿐이지.”나미정이 말했다.“그러나 우리도 평범한 사람들이야. 밥을 먹어야 하고, 또 때가 되면 죽는 법이니
세희는 자신의 손바닥을 바라보았다. 부적은 비록 뚜렷하지는 않지만, 그녀는 여전히 강렬한 양의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세희는 숨을 들이마신 다음 천천히 일어섰다. 그 순간, 옆에서 놀던 그 귀신들은 고개를 홱 돌리더니 모두 그녀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그들의 시선을 알아챈 세희도 눈을 돌려 귀신들을 보았다.‘또 이런 느낌이야! 이곳을 못 나가게 하는 그런 느낌!’세희는 밀려오는 공포를 참으며 용기를 내어 문 앞으로 걸어갔다.문과 가까워질수록 주위의 음기는 더욱 강렬해졌다. 심지어 세희는 자신의 영혼이 억압된 느낌을 받았다.“누나, 무서워하지 마요!!”“세희야! 용기를 내서 그곳에서 나와! 그 귀신들은 널 건드리지도, 널 다치게 하지도 못할 거야!”“누나! 나랑 형들이랑 그리고 고 과장님이 여기서 누나를 기다리고 있어요!”인우와 나미정의 목소리를 듣고, 세희는 눈물을 뚝뚝 흘렸다.그녀는 이를 악물며 가깝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다가갈 수 없는 문을 향해 계속 나아갔다.세희는 숨을 깊이 들이마셨고, 부적이 그려진 손을 들어 다시 시도했다.이번에 그 귀신들은 섬뜩하게 웃기 시작했다. 세희가 문손잡이에 손을 얹으려 하자, 그들은 재빨리 앞으로 돌진했다.이때, 매몰찬 음기가 덮쳐왔고, 세희는 부적이 있는 그 손을 들고 돌아섰다.그 귀신들은 하마터면 세희의 영혼과 닿을 뻔했다. 그러나 세희의 손에서 나는 강렬한 양기가 서려 있는 부적을 감지한 그들은 표정이 돌변했다.세희는 뒤로 물러섰고, 등이 문에 닿는 순간, 재빨리 몸을 돌려 문손잡이를 잡았다. 그리고 문을 연 후, 그녀는 즉시 뛰쳐나갔다.이때, 줄곧 병상에 누워있던 세희는 눈을 번쩍 뜨더니 숨을 들이마셨다.세희가 깨어나는 것을 보고, 인우는 감격에 겨워 소리쳤다.“누나! 왜 이제야 깨어난 거예요!!”그러나 세희는 그의 말을 듣지 못한 듯, 눈을 천천히 감았다.인우는 완전히 멍해지더니 당황해진 표정으로 나미정을 바라보았다.나미정은 아주 침착하게 대답했다.“별일 아니야, 피곤해서 그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