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무렵, 유준은 난원에 도착했다.하영과 아이들을 차에 태운 후, 그들은 함께 김제 호텔로 향했다.30분 후, 그들은 호텔 입구에 도착했다.유준은 세희를 안았고, 하영은 세준과 희민의 손을 잡았다. 그렇게 그들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위층 룸으로 올라갔다.소진호 부부와 소희원은 이미 룸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하영과 유준 두 사람이 아이들을 데리고 들어오는 것을 보자, 소진호 부부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그들을 맞이했다.“드디어 왔구나, 하영아, 유준아. 아이들, 이 할머니가 한 번 안아보자.”송유라는 아이들을 보며 기뻐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숙모, 삼촌.” 하영은 아이들을 바라보며 말했다. “얘들아, 진외할아버지 진외할머니라 불러.”세 아이는 얌전하게 인사를 했다.송유라는 기뻐서 그들의 손을 잡고 한쪽으로 가더니 장난감 선물을 뜯기 시작했다.소진호는 유준을 바라보며 손을 내밀었다.“정 대표, 오랜만이군.”유준은 공손하게 그와 악수를 했다.“그냥 제 이름을 부르시면 돼요.”소진호는 웃으며 자리에 앉아 일어나지 않은 소희원에게 말했다.“희원아, 얼른 와서 유준과 인사해야지.”갑자기 호명된 소희원은 원래 빨개진 얼굴이 더욱 붉어졌다. 그녀는 어색하게 일어서서 몰래 유준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뻣뻣하게 유준과 하영 앞으로 걸어갔다.소희원은 고개를 숙이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유준 오빠.”말이 끝나자 그녀는 또다시 고개를 들어 하영을 바라보더니 어색한 표정으로 불렀다.“하, 하영 언니.”하영은 멈칫했다.‘오늘은 어떻게 먼저 나한테 인사를 하는 거지?’비록 자신과 유준에게 인사하는 소희원의 말투는 눈에 띄게 달랐지만 그래도 하영은 무척 만족했다.적어도 예전처럼 입만 열면 하영을 천한 여자라고 부르지 않았으니까.하영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웃으며 물었다.“희원아, 우리 오빠는 아직 안 왔어?”“예준 오빠는 아마 오는 길일 걸요. 자세한 건 나도 잘 모르지만, 아무튼 요즘 회사 일로 많이 바쁜 것 같아요.”
소희원은 송유라의 말에 대답을 하지 못했다.그녀는 명문대를 졸업하지도, 또 하영처럼 돈을 많이 벌지도 못했다. 출국하기 전, 소희원은 심지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욕을 마구 퍼붓는 사람이었다.이렇게 비교하니, 소희원은 그제야 자신에게 하영을 무시할 자격이 없다는 것을 발견했다.그러나 자존심은 여전히 소희원으로 하여금 하영이 눈에 거슬린다고 생각했다.송유라는 소희원의 손을 잡았다.“희원아, 사람마다 다 결점과 장점이 있는 법이야. 네 사촌 언니도 예외가 아니고. 그러나 우리는 다른 사람의 결점뿐만 아니라 그 사람에게서 우리가 배울 수 있는 장점을 보아야 해. 넌 어려서부터 우리의 보살핌을 받고 자랐지만, 네 사촌 언니는 어려서부터 밖에서 떠돌아다녔잖아. 그런 환경에서 자랐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알고 있다는 건 엄청 대단한 일이야.”“잘 안다고요?” 소희원은 코웃음을 쳤다.“그럼 어떻게 돈 때문에 유준 오빠와 잤겠어요?”송유라는 눈살을 찌푸렸다.“희원아, 그게 만약 너였다면? 넌 그 당시 하영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 적 있어?”소희원은 멈칫했다. 왜냐하면 그녀는 확실히 생각해 본 적이 없었고, 여태껏 생각하고 싶지도 않았다.‘만약 소씨 가문이 파산을 당했다면, 난 이 집을 지탱할 수 있을까?’오랫동안 침묵하고 나서야 소희원은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다.‘강하영이 유준 오빠와 함께 있었단 이유로 내가 그동안 너무 큰 적의를 품고 있었던 것 같아.’소희원은 입술을 오므렸다.“알았어요, 엄마. 앞으로 그렇게 모질게 굴지 않도록 노력해 볼게요.”송유라는 지금 당장 소희원의 생각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더 이상 강요하지 않았다.“그래, 그렇게 알면 됐어. 우리는 한 가족이니 서로를 아끼고 사랑해야지.”말이 떨어지자, 문이 열리더니 예준이 문 앞에 나타났다.세 아이는 예준을 보며 얼른 그를 불렀다.“삼촌!”세희는 쏜살같이 예준의 앞으로 달려갔다.그녀는 예준의 허벅지를 껴안더니 얼굴을 비볐다.“삼촌,
소희원은 긴장해서 침을 삼켰고, 몸은 뻣뻣해진 채 세희의 손을 잡아야 할지 말지 몰랐다.예준은 부드럽게 웃었다.“희원아, 계속 세희의 손을 잡지 않으면, 우리 세희 힘들어 죽겠어.”“알았어요!” 소희원은 서둘러 세희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 순간, 소희원은 눈빛이 밝아졌다.“잡았다!!”세희는 기세를 몰아 소희원에게 다가가더니 앳된 목소리로 애교를 부렸다.“이모, 안아줘요!”소희원은 얼른 손을 내밀어 갑자기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는 세희를 안았다.그리고 세희를 안은 순간, 소희원의 심장은 심지어 세차게 뛰고 있었다.‘깜짝이야!’소희원은 방금 세희의 손을 놓쳐 아이를 다치게 할까 봐 엄청 걱정했다.“우와!” 세희는 소희원의 목을 안으며 힘껏 냄새를 맡았다.“이모 몸에서 좋은 냄새가 나요!”소희원은 가슴이 두근거리더니 세희를 꼭 안았다.“고, 고마워, 세희야.”“자, 자, 다들 얼른 와서 앉아!” 송유라는 웃으며 그들을 자리에 앉혔다.밥을 먹은 후, 소진호와 예준은 눈을 마주치더니 동시에 유준을 보고 물었다.“유준아, 지금 두 사람도 다시 만나기 시작했으니, 앞으로 무슨 계획이 있는 건가?”유준은 이미 이 자리가 일반적인 식사자리가 아니란 것을 예상했다. 그래서 소진호의 물음에 그는 이미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잘 알고 있었다.“전 가능한 한 빨리 하영과 결혼하고 싶지만, 물론 이것도 하영의 의사에 달려 있죠.”유준은 웃으며 하영을 바라보았다.하영은 멈칫하더니 침착한 작은 얼굴에 수줍음이 떠올랐다.“전 다 괜찮은데.”소진호는 웃으며 말했다.“너희들에게 아무런 의견이 없는 이상, 나와 네 숙모는 두 사람이 이제 좋은 날 하나 골라 약혼식부터 올렸으면 하는데.”“고를 필요 없어! 내가 이미 점을 봤는데, 이번 달 중순이 아주 좋다고 했어. 유준아, 넌 시간이 되는 지 모르겠네.”유준은 눈살을 찌푸리며 시간을 계산했다.“5일밖에 안 남은 건가요?”송유라가 대답했다.“그래, 음력으로 3월 28일 되는 날이야.”유
‘유준 오빠는 정말 강하영과 함께 있고 싶은 거겠지?’‘그럼 난 두 사람을 방해할 이유가 더 있을까?’소희원은 자신의 감정을 억누르고 계속 세희에게 새우를 까주었다.식사 끝나자, 하영과 유준은 아이들 데리고 먼저 작별을 고했다.떠나기 전, 예준은 유준 앞으로 걸어갔는데, 약간 엄숙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유준아, 따로 하고 싶은 말이 좀 있는데.”유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하영에게 말했다.“아이들 데리고 먼저 차에 타.”하영은 걱정을 금치 못한 채 두 사람을 바라보았지만, 끝내 아무것도 묻지 않고 묵묵히 아이들을 데리고 차에 올라가서 기다렸다.유준과 예준은 한쪽으로 걸어갔고, 예준이 먼저 물었다.“부진석에 대해 얼마나 알아낸 거지?”유준은 예준을 응시하며 되물었다.“왜 갑자기 그 남자를 언급하는 거야?”“솔직히 말하자면, 난 작년 말부터 줄곧 부진석이 좀 이상하다고 느꼈어. 대체 뭐가 수상한지는 또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기에 그동안 희원더러 부진석을 미행하라고 했고.”말이 끝나자 예준은 휴대전화를 꺼내 전에 소희원이 그에게 보낸 녹음을 유준에 들려주었다.유준은 독일어를 조금 배웠기 때문에, 녹음을 번역하지 않아도 그들의 대화를 알아들을 수 있었다.듣고 난 후, 유준은 눈썹을 찌푸렸다.“그 사람 요즘 무엇을 하고 있는 거지?”“잘 모르겠어.” 예준이 말했다. “희원이 그랬는데, 부진석은 항상 한밤중에 사람을 만나고 다녔어.”“구체적으로 어디에 간 거지?” 유준이 물었다.“이건 아마도 희원에게 물어봐야 할 것 같아.”유준은 이미 시동을 건 소씨 가문의 차를 보더니 잠시 침묵했다.“내일 소희원 데리고 나 찾으러 와. 무슨 일이 있으면 내일 다시 말하고.”“그래.”“그럼 나 먼저 갈게.” 유준은 말을 마친 다음, 돌아서려 했다. 그러나 한 걸음 내디디자마자 그는 또 멈춰서 예준을 바라보았다.“하영은 알고 있는 거야?”“아직 하영한테 말 안 했어.” 예준은 사실대로 말했다.유준은 나지막이 말했다.“일단 하영에게 말
유준은 잠시 깊은 생각에 잠겼다.“네가 여기서 혼자 궁리하고 있는 것보다, 현욱이 스스로 이 문제를 해결하도록 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하영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이건 현욱 씨 혼자만의 일이 아니에요! 인나는 내 친구이니 난 인나를 다치게 한 사람을 이대로 가만둘 수가 없어요!”유준은 하영의 떨리는 손을 잡았다.“네가 뭘 하고 싶든 난 영원히 네 편이야. 그러나 이 일을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부터 잘 생각해 봐.”하영이 눈을 드리우며 어떻게 해야 할지 생각하고 있을 때, 세준은 나른하게 입을 열었다.“이건 너무 쉽지 않아요?”하영과 유준은 즉시 그를 바라보았다. 희민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였다.“세준이 말이 맞아요. 우리는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데, 현욱 아저씨더러 그 주민이란 사람의 휴대전화에 심으면 돼요. 그럼 채팅 내용과 통화 기록을 모두 조사해낼 수 있거든요.”하영과 유준은 서로를 마주 보았다.유준은 흐뭇해하며 두 아이를 바라보았다.“그럼 언제 이 소프트웨어를 만들 수 있는 거지?”“내가 밤을 새울 수만 있다면 오늘 밤 바로 만들어낼 수 있어요.” 세준은 유준을 향해 도발했다.유준과 하영은 이구동성으로 거절했다.“안 돼!”세준은 어깨를 으쓱거렸다.“그럼 내일이요...”집에 돌아온 후, 하영과 함께 방에 들어온 유준은 바로 휴대전화를 꺼내 현욱에게 전화를 걸었다.불과 몇 초 만에 현욱은 전화를 받았고, 그의 목소리는 피로 때문에 무척 쉬었다.“유준아.”유준은 미간을 찌푸렸다.“너 어디야?”현욱은 쓴웃음을 지으며 인나와 함께 지내던 아파트를 둘러보았다.“어디긴, 우인나 씨 집이지.”“지금 바로 데리러 갈 테니까 나와서 얘기 좀 하자.”“얘기할 거 없어.” 현욱은 거절했다.“지금은 그냥 혼자 있고 싶으니까.”“좋아, 그럼 너도 인나 씨에 관한 일을 알 필요가 없겠군.”유준이 말을 마치자마자, 현욱은 정신이 좀 들었다.“인나 씨에 관한 일이라고? 무슨 일인데?!”“만나서 이야기해.”유준은 손목
현욱은 눈살을 찌푸렸다.“우리가 먼저 출격한다고? 어떻게?”“내일 희민과 세준은 소프트웨어 하나를 만들어 USB에 전송할 거야. 넌 이 USB를 주민 휴대전화에 꽂기만 하면 되고. 그럼 모든 일이 밝혀질 테니까.”“무슨 뜻인지 알겠네. 주민에게 접근해서 핸드폰 기록을 확인하려고?”“맞아.”유준이 말했다.“그래야 주민이 양다인과 접촉했는지 안 했는지를 정확하게 알 수 있으니까.”현욱은 잠시 침묵했다.“어떻게 해야 할지 잘 생각해 볼게.”“너 여자 잘 꼬시지 않았어?” 유준은 웃으며 말했다.“그 수작을 주민에게 부리면 되잖아.”현욱은 씁쓸하게 웃었다.“나 지금 전혀 그럴 기분이 아니거든.”“만약 정말 주민이 그랬다면, 넌 인나 씨를 위해 복수하고 싶지도 않은 거야?”“정말 주민이라면 난 절대 가만있지 않을 거야!”현욱은 눈빛에 분노가 스쳤다.“그 사람이 누구든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말을 마치자, 현욱은 손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꽉 잡았다.“하지만 지금 가장 괴로운 일은 인나 씨가 어디에 있는지 전혀 모른다는 거야!”“이 일은 내가 대신 조사해줄 테니까 하나하나씩 해결하자고.”현욱은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그래, 알았어.”다음날, 세준과 희민 두 사람은 아침 일찍 일어나 컴퓨터 앞에 앉아 소프트웨어를 만들기 시작했다.점심이 될 때, 두 사람은 순조롭게 소프트웨어를 USB에 전송한 후, 유준에게 넘겨주었다. 그리고 유준은 시원더러 USB를 현욱에게 보내라고 분부했다.점심을 먹을 때, 세희는 하영 옆에 앉아 물었다.“엄마, 인나 이모 혹시 모함을 당한 거예요?”하영은 멈칫하더니 세희를 바라보았다.“왜 이렇게 말하는 거지?”세희는 소고기를 입에 넣었다.“어젯밤에 차 안에서 말했잖아요. 세희는 처음에 이해가 잘 안 됐는데 후에 천천히 생각해보니까 알겠더라고요.”“맞아.”하영이 입을 열기도 전에 유준이 대답했다.“이 세상에는 험악한 일이 많기 때문에 세희도 자신을 잘 보호해야 해.”하영은 한숨을 쉬며 유준을 바
상대방은 곧 전화를 받았다.유준은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5분 안으로 요 며칠 집계된 IP 주소를 파일로 보내!”말을 마치자, 유준은 바로 전화를 끊었다.소희원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유준 오빠, 이 주소들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죠?”유준은 그녀를 쳐다보았다.“난 부진석이 찾아간 곳이 우리 회사를 공격한 해커의 위치와 똑같을 줄 알았어.”“그런데?” 예준은 계속 물었다.“그런데 몇 번 확인했지만, 주소가 들어맞지 않은 것 같아.”유준이 설명했다.예준은 왠지 모르게 한숨을 돌렸다.“그럼 부진석이 네 회사를 공격한 범인이 아니란 거네?”유준은 싸늘하게 말했다.“나는 그 사람이 그렇게 간단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그러나 그 사람의 꼬리를 잡는 건 쉽지 않을 거야.”소희원은 잠시 생각하다 입을 열었다.“사실 나도 부진석이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만약 밖에서 몰래 수술 예약을 받았다면, 왜 매번 한밤중에 나가야 하는 거죠?”예준도 침묵에 잠겼다.“그렇다면, 부진석이 바로 유준 오빠의 회사를 공격하고 있는 사람일 수도 있지 않을까요?”예준은 의혹을 느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유준은 즉시 말했다.“네가 미행한 곳은 단지 그들이 만난 곳일 뿐, 실제로 컴퓨터를 조종하는 곳이 아닐 수가 있어.”“맞아요!” 소희원은 고개를 세게 끄덕였다.“예준 오빠, 나도 지금 각도를 바꿔서 미행해야 할 것 같아.”예준은 낮은 소리로 말했다.“부진석과 만난 사람을 미행하겠다는 거야?”“네!” 소희원은 진지하게 말했다.“그들에게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부진석을 계속 미행하면 나도 들킬 위험이 있겠지만, 만약 그 반대로 움직인다면 상대방은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할 수 있잖아요? 게다가 난 변장에 능숙한 데다 차도 수시로 바꿀 수 있으니까 절대로 들키지 않을 거예요.”“난 찬성이야.”유준은 침착하게 말했지만 예준은 오히려 걱정을 금치 못했다.“희원아, 넌 상대방이 도대체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고 있으니, 이렇게 하는 것은 너무 위험해.
저녁 무렵, 현욱은 USB를 들고 기범까지 불러 비너스 나이트로 향했다.가는 길에 기범은 현욱이 며칠 만에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처럼 변한 것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심지어 수염이 덥수룩해서 기범은 소름이 돋았다.“야, 배현욱, 우인나 씨의 일로 괴로운 건 알겠지만, 그래도 좀 씻고 살자.”현욱은 멍하니 차창 밖을 바라보았다.“넌 입이나 다물어.”“아니.”기범은 현욱의 팔을 잡아당겼다.“이따 주민이 만나면 내가 뭘 해야 하는지부터 말해줘. 난 아직도 주민이 우인나 씨에게 이런 일을 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아.”현욱은 힘없이 말했다.“너뿐이겠니? 나 자신도 못 믿겠어.”기범은 한숨을 쉬었다.“그럼 네 계획부터 말해. 우인나 씨도 괜찮은 사람이니 너희들 돕고 싶어.”“나도 아직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이따 문자로 소통하자.”“그래!”비너스 나이트에 도착하자, 종업원은 현욱과 기범을 데리고 룸으로 들어갔고, 술까지 따주었다.그렇게 10분도 안 될 때, 주민이 문을 밀고 들어왔다.현욱이 의기소침하게 소파에 앉아 있는 것을 본 주민은 문득 마음이 아팠고, 눈빛은 상처와 아픔으로 가득 찼다.‘그 우인나 씨가 현욱 오빠에게 그렇게도 중요한 거야?’‘아니면, 오빠는 그저 그 여자 뱃속의 아이 때문에 이러는 거야?’기범은 가장 먼저 주민을 발견했고, 얼른 일어서서 인사를 했다.“뚱민아, 왔어!”주민은 기범을 향해 우아하게 웃으며 그의 앞으로 다가갔다.“기범 오빠.”“헤헤.” 기범은 주민을 훑어보았다.“몇 년 동안 보지 못했는데, 뚱민이 너 점점 숙녀로 된 거 같아! 엄청 예쁘네!”주민은 가볍게 웃더니 현욱을 보며 일부러 모르는 척 물었다.“현욱 오빠 왜 그래?”기범도 과장하게 한숨을 쉬었다.“뭐긴 뭐겠어, 실연 당해서 그러지. 네가 가서 말동무 좀 해줘.”주민은 고개를 끄덕이며 현욱을 향해 걸어갔다. 그렇게 현욱의 곁에 앉으려고 한 순간, 현욱은 고개를 들어 주민을 보았다.그 갈색의 눈동자는 쓸쓸한 기운을 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