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을 전부 둘러보고 나니 어느새 애들이 하원할 시간이 다가왔다.하영은 배현욱과 헤어지고 유치원으로 향했고, 뒷좌석에 앉은 두 아이를 보며 사실을 털어놓기 시작했다.“세준아, 세희야. 너희들한테 얘기해줄 게 있어.”세희는 커다란 눈을 깜빡이며 물었다.“무슨 일인데요?”“엄마 아버지 친척이 집에 와 게시는데, 행동거지가 별로 좋지 않아서 실수로 너희들이 만든 레고를 박살 냈어.”“네?!”세희는 눈을 크게 뜨고 깜짝 놀라 소리 질렀다.“왜 우리가 힘들게 만든 성을 박살 냈어요?”그 말에 세준도 입가의 미소를 거두고 어두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어떤 사람들은 천성적으로 교양이 없는 사람들이 있거든. 그래서 너희들한테 해줄 얘기가 있어. 무슨 일이 있어도 자기 자신을 잘 지켜야 해, 알겠지?”“언제까지 우리 집에 있어요?”“엄마도 정확히 모르겠어.”세준의 물음에 하영은 고개를 저었고, 세희의 눈가에 뿌옇게 안개가 끼기 시작했다.“엄마, 혹시 그 사람들이 엄마를 괴롭혔어요?”세희의 말에 하영은 얼른 세희를 품에 안았다.“엄마가 그 정도로 바보는 아니잖아. 그런데 어떻게 엄마를 괴롭힐 수 있겠어? 엄마 걱정은 하지 마.”세희는 앙증맞은 손으로 하영의 옷을 꽉 쥐고 흐느꼈다.“그들이 너무 심하게 굴지만 않으면, 우리도 엄마 입장을 난처하게 하지 않을 거예요.”“그럴 필요 없어. 엄마는 너희들이 다치지만 않으면 괜찮다고 얘기했잖아. 정말 너희들을 괴롭히면 참지 말고 욕해도 돼.”‘만만하게 보이기 시작하면 끝까지 만만한 사람으로 남을 뿐이야. 나를 지킬 방법은 많아. 그러니까 절대 애들만큼은 참게 하지 않을 거야!’세준도 주먹을 불끈 쥐고 대체 어떤 사람들인지 두고 보고 싶었다.‘감히 엄마가 우리한테 이런 말씀을 하게 만들어?’집에 도착해서 하영이 문을 열자마자, 강의영이 하영의 하이힐을 신고 거실에서 걸어 다니는 모습이 보였다.강미정은 하영의 실크 가운을 몸에 걸치고는 얼굴에 팩까지 하고 있었다.세희는 그 광경을 보고 두말없이 강
말을 마친 하영은 세준이와 세희의 손을 잡고 위층에 올라가 씻겨주려 했다.더러운 물건을 만졌으니 깨끗이 씻어야 하지 않겠는가?그때 강미정이 하영의 길을 막아서며 말했다.“거기 서! 내 아이부터 단속하라고? 우리 아이가 뭘 잘못했는데, 저런 교양없는 자식한테 괴롭힘을 당해야 하지?”그때 하영의 눈빛이 싸늘하게 변하더니, 강미정을 쏘아보며 한 글자 한 글자 또박또박 말하기 시작했다.“다시 한번 말해 봐요.”그러자 강미정은 하영의 눈빛에 지레 겁을 먹은 것 같았다.“마, 말하라고 하면 못할 줄 알아? 저런 교양 없는…….”“시끄러워…….”그때 백지영의 목소리가 위에서 들려오기 시작하자, 강미정은 몸을 흠칫 떨더니 두 말없이 입을 다물고는 서둘러 울고 있는 강의영을 안아 들고 화장실에 숨었다.그 모습은 영락없이 귀신이라도 본 것 같았다.백지영은 멍한 눈을 깜빡이며 고개를 갸웃하며 눈이 퉁퉁 부은 강세희를 발견하고는 얼른 세희 곁으로 다가왔다.그리고 세희 얼굴에 묻은 침을 보더니 화를 내기 시작했다.“누가 너를 괴롭혔어?”세희는 입을 삐죽이며 입을 열었다.“이모, 저 여자가 저랑 우리 오빠, 그리고 엄마까지 괴롭혔어요.”백지영은 화장실 쪽을 노려보더니 이내 화장실로 다가가 문을 쾅쾅 두드렸다.“또다시 우리 애들을 괴롭혔다가 찢어버릴 거야!”거실에 앉아있던 사람들도 동시에 백지영 쪽으로 시선을 돌렸고, 그녀도 사람들의 시선을 느꼈는지 부릅뜬 눈으로 부자를 노려봤다.두 사람은 동시에 몸을 웅크리며 소파 사이로 몸을 숨기더니 숨소리조차 감히 내지 못했다.그리고서 백지영은 세희 곁으로 다가와 세희를 안아 들고 계단을 오르기 시작했다.그 모습에 하영은 입꼬리를 올렸다.‘보아하니 지영 언니의 눈빛이 내가 하는 독한 말보다 더 효과가 좋은 것 같네.’저녁.하영은 두 아이와 백지영을 데리고 외식하러 나가려 했는데, 강미정이 하영의 손을 잡아끌며 당연하다는 듯이 손을 내밀었다.“돈 줘야지!”“돈이라뇨?”“밥 먹을 돈 말이야! 이곳에 처음
모처럼 이렇게 훌륭한 남자를 찾았는데, 양다인이 그냥 넘어갈 리가 없었다.양다인은 다시 휴대폰을 들었다.[양다인: “정주원 씨, 번번이 제가 너무 귀찮게 해드린 것 같네요. 앞으로 별일 없으면 괜히 방해하지 않을게요.”][정주원: “양다인 씨, 너무 그러지 마세요. 다음엔 꼭 같이 밥 먹어요.”]양다인은 조금 의외란 생각이 들었다.‘일부러 거절한 건 아닌 것 같네.’양다인은 전에 정유준 회사에서 매수했던 기술원에게 문자를 보냈다.“오백만 원 줄게. 정주원이 결혼했는지 알아봐 줘. 너희 사장님 형님이니까 제대로 알아봐!”“네, 내일 바로 답변드리겠습니다.”양다인은 채팅 어플을 종료하고 블로그를 열었는데, 그때 어떤 실검 하나가 그녀의 시선을 끌었다.양다인은 그 문장을 클릭하고 내부 사진을 하나하나 확인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사진에서 강하영이 두 아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발견하고는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강하영 친척이라는 인간들 벌써 움직인 거야? 그냥 미끼를 던져줬을 뿐인데 이렇게 빨리 별장으로 쳐들어가다니. 강하영도 또 골머리를 앓겠네.’게시물을 발표한 지 3시간밖에 되지 않았는데 그 계정의 팔로워 수가 4천 명이나 급증한 것을 보고 양다인은 더 이상 웃을 수 없었다.‘강하영, 이렇게 많은 사람이 주목하고 있다니 제법이잖아? 언젠가는 네년이 악명을 떨치게 만들어 줄게!’저녁 8시 30분.하영이 두 아이를 데리고 집에 도착했을 때, 강씨 가족들은 아직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모처럼 조용한 집안 풍경에 아이들의 안색도 조금이나마 좋아졌고, 하영은 아이들을 데리고 세수를 시킨 다음 방에 눕혔다.“엄마, 그 사람들 안 돌아오는 거 아니에요?”하영이 대답하기 전에 세준이가 먼저 입을 열었다.“그런 게 아니라 아직 덜 놀아서 그래.”세희는 입을 삐죽이며 물었다.“엄마, 그 사람들이 설마 그 얄미운 여자애를 우리 유치원에 보내는 건 아니겠죠?”“그런 불길한 얘기 하지 마
“아이고, 오는 내내 그 소리를 하더니, 이제 그만 좀 해. 한 끼가 그렇게 비쌀 줄 누가 알았겠어? 여기 가게들은 손님들에게 덤터기만 씌우나 봐.”“그러니까 제 말대로 내일 강하영이 밥 먹으러 갈 때 따라가요. 그 돈은 남겼다가 나중에 우리가 쓰면 좋잖아요!”“쓰긴 뭘 쓴다고 그래? 차곡차곡 모아야지! 기왕 여기서 지내기로 했으니까, 먹고 자는 건 그년 돈을 쓰고, 며칠 뒤에 집을 마련해 달라고 할 거야!”“엄마, 그게 좋은 생각이네요! 요즘은 전원주택이 유행이라고 하는데 우리도 구경하러 가요!”“좋아, 가면 되지!”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백지영은 화가 치밀어 오르기 시작하면서 주먹을 불끈 쥐었다.‘안 돼! 하영 씨가 위험한 것 같으니까 내가 도와줘야 해!’샤워를 마친 하영은 아래층에서 소예준에게 전화를 걸었다.“하영아, 시간도 늦었는데, 아직도 많이 바쁜 거야?”하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잔뜩 피곤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아니, 오빠가 도와줘야 할 일이 좀 있어.”예준은 들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고, 웃으며 물었다.“얘기해 봐, 무슨 일인데?”하영은 배현욱이 공장에서 두 아이의 행방에 대해 물었던 사실을 예준에게 애기하자, 그는 잠시 침묵을 지켰다.“어려운 일은 아니지. 사망 증명서는 위조할 수 있지만, 잘 생각하고 결정해야 할 거야. 나중에 유준이가 그 사실을 알게 되면 크게 화를 낼 게 분명하니까.”“이미 그렇게 얘기했으니 어쩔 수 없지. 적어도 아이를 정씨 집안에 빼앗기는 일은 없잖아.”“그렇게 결정했다면 나도 더 해줄 말이 없고.”“최대한 빨리 만들어 줘. 배현욱과 정유준은 절친이니까 분명 그 사실을 유준 씨한테 얘기할 거야.”“그래. 내가 알아서 해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하영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오빠한테 불공평한 일이긴 하지만, 나도 어쩔 수 없어.”“바보, 그런 말 하지 말고, 늦었으니까 일찍 자.”같은 시각, 라운지 바.현욱이 유준의 술잔에 술을 따라 건네줬고, 유준은 그윽한 눈빛으로 현욱을
“유준아, 강하영 씨도 힘들었을 거야. 그러니까 애들 일이 관해서는 너도 그만두는 게 좋을 것 같아.”“그렇게 힘들었다면 어떻게 소예준이랑 또 아이를 둘씩이나 낳을 수 있어?”배현욱의 말에 정유준은 치밀어 오르는 화를 꾹 누르며 되물었다.“어쩌면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식일 수도 있잖아.”현욱의 추측에 정유준은 들고 있던 술잔을 내리쳤다.“위로라고? 강하영이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식이 남자를 찾는 것이라고?”“유준아, 내가 한마디만 할게. 양다인이 강하영 씨 아이 중에 한 명을 빼돌렸다는 건, 나머지 애들한테도 손을 썼을 수 있다는 뜻이잖아. 여자의 질투심은 남자들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을 거야!”정유준은 사악한 기운이 감도는 눈을 가늘게 뜨기 시작했다.“이 일은 내가 철저히 알아보라고 할 거야!”현욱은 연거푸 한숨을 내쉬었다.‘쉽게 알아낼 수 없을 것 같은데, 특히 양다인 그 여자 보통내기가 아닌 것 같아. 다시 말해 강하영 씨가 그때 그 살인범이 아니라면, 양다인은 현장에서 어떤 역할을 맡고 있었을까? 무고한 피해자? 믿을 수 없어! 절대 그렇게 쉽진 않을 거야!’……토요일.하영은 아침 일찍 애들을 밥 먹으라고 깨우지 않고 그냥 늦잠을 자도록 내버려 두었다.아무래도 아래층 인간들과 적게 마주치는 게 좋은 편이니까.10시 30분쯤 되었을 때, 세희와 세준이가 하영의 방문을 열고 들어오자, 하영도 얼른 이불을 젖히며 침대에서 내려왔다.“일어났어? 나가서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세희는 통통한 자기 배를 잡으며 입을 열었다.“엄마, 뱃살이 항의해요.”세희의 말에 세준이가 곁에서 우아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한 끼를 안 먹었는데도, 네 배는 여전히 볼록하네.”그 말에 세희는 세준이를 노려보았다.“오빠 미워! 왜 매번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거야!”하영은 웃으며 옷장에서 옷을 꺼냈다.“뭐 먹을지 생각해 봐.”“푸어 키즈 카페로 가도 돼요?”“그럼! 엄마가 지금 전화해서 예약할게.”그때 계단 입구에서 강의영이 그들의 대화를
승합차가 아니었다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다 싣지 못했을 것이다.하영이 막 입을 떼려던 순간 입구에서 또 누군가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잠깐 기다려요! 나도 갈래!”저 멀리서 지영이 뛰어오고 있었고 구 선생님이 그녀의 뒤를 따라오고 있었는데, 지영의 목소리에 강씨 식구들은 순간 흠칫 몸을 떨었다.“나는 안 가! 여기서 내릴게!”유국진이 온몸을 벌벌 떨며 말을 하던 순간 지영이 이미 빠른 속도로 차에 탔고, 강씨 식구들은 바로 몸을 웅크리고 있는 모습이 마치 겁에 질려, 한 곳에 몰려 있는 병아리들 같았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강하영은 피싯 웃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지영 언니의 카리스마가 이 정도일 줄은 몰랐네.’지영은 강씨네 식구들을 한번 노려보더니 하영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하영 씨, 나도 가고 싶어요!”“좋아요.”하영의 통쾌한 대답에 세준과 세희도 옆에서 킥킥거리며 몰래 웃었다.‘다들 지영 이모를 두려워하는 거야?’가는 길에 강씨네 식구들은 감히 입도 뻥긋하지 못한 채 지영과 멀찍이 떨어져 앉았는데, 레스토랑에 도착하고 나서야 도망치듯 차에서 내렸다.레스토랑에 들어서자 종업원이 그들을 데리고 원형 테이블로 안내했고, 자리에 앉자마자 종업원은 웃는 얼굴로 하영을 향해 물었다.“강하영 씨, 오늘도 지난번처럼 아이들을 위해 어린이 세트를 주문하시겠습니까?”“네, 저는 송로 스테이크로 주세요.”주문을 마친 하영은 백지영을 보며 물었다.“지영 언니, 언니는 어떤 걸로 드시겠어요?”“나도 어린이 세트로 줘요.”종업원은 지영의 주문을 적은 뒤, 강씨네 가족들을 돌아보며 필요한 것을 물었고, 강백만은 손을 휙휙 저었다.“묻기만 하면 뭘 먹을지 어떻게 알아요? 여기는 메뉴판도 없어요?’종업원이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메뉴판을 내밀자 강백만은 그런 종업원을 째려보았다.“서비스가 형편없네!”강백만이 메뉴판을 펼치는 순간 멍한 표정이 되고 말았다.‘전부 영어잖아!’강미정은 강백만의 안색이 이상한 것을 보더니 재촉하기 시
손님들은 강씨네 식구들의 추태를 남몰래 비웃었다.“저 사람은 정말 맞아도 싸.”“그러게 말이야.”구 선생님이 앞으로 나서서 제지하려는 순간 하영이 제지했다.“종업원이 와서 해결하게 놔둬요.”“네…….”같은 시각, 레스토랑 밖.신호가 빨간불로 바뀌자 현욱의 페라리는 천천히 멈춰 섰다.현욱은 지루한 표정으로 차창 밖을 바라보다가 시선이 맞은편의 한 레스토랑에 멈추더니,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눈이 휘둥그레졌다.현욱은 얼른 차창을 내리고 하얀색 원피스를 입고 사람을 때리고 있는 여자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정유준의 어머님이잖아?’현욱은 얼른 휴대폰을 꺼내 정유준에게 전화를 걸어 다급한 목소리로 입으 열었다.“유준아, 나 너의 어머니를 본 것 같아. 지금 푸어 키즈 카페에 있으니까 얼른 이쪽으로 와!”‘키즈 카페? 어머니가 왜 그곳에 있는 거지?’정유준은 의아한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렸다가, 이내 대답했다.“금방 갈 테니까, 잘 지켜보고 있어!”전화를 끊고 현욱은 빠르게 주차장으로 향했다.레스토랑.종업원들이 달려와 말리기 시작했고, 하영이 고개를 끄덕이자 구 선생도 앞으로 나서 백지영을 제지하기 시작했다.“지영 씨, 우리 세희한테 더 많은 아이스크림을 사 주는 건 어때요?”백지영은 그제야 강백만을 놓아줬다.“좋아요, 그럼 지금 사러 가요.”구 선생님은 백지영을 데리고 뒷문으로 나가자 구경하던 사람들도 뿔뿔이 흩어졌고, 그때 종업원들이 주문한 음식들을 들고나왔다.강백만은 노기등등한 표정으로 하영을 노려보기 시작했다.‘이 썅X, 일부러 도우미한테 그 미친X을 막지 못하게 했어!’스테이크가 하나씩 올라오기시작하자 강미정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테이블 위에 크고 작은 나이프와 포크가 있었는데, 대체 어떤 걸 써야 할지 몰라 강미정은 곁에 있는 강백만을 툭툭 치며 물었다.“아들, 이거 사용할 줄 알아?”미정의 말에 세준이 고개를 들며 대답했다.“스테이크는 한 입씩 먹기 좋게 썰어 드시는 거 아니에요? 작은 나이프와 포크가 딱인
미정은 또 곁에 있는 정유준을 훑어보기 시작했는데, 잘생기고 반듯한 외모에 볼수록 마음에 들었다.미정은 곁에서 허겁지겁 음식을 먹고 있는 유국진을 툭툭 치며 입을 열었다“국진 씨, 저 남자 어때요? 외모도 잘 생기고, 걸친 옷들도 좋아 보이는데 딱 봐도 돈이 많아 보이지 않아요? 우리 마을에 둘째 동생의 먼 친척 오빠의 조카딸이 우리 마을의 꽃인데 안목이 정말 높거든요. 이 정도 남자라면 마음에 들어 할 것 같네요.”국진은 이 복잡한 친척 관계에 대해 따져보다가 한참 뒤에 대답했다.“아! 그 마을에서 제일 예쁘다는 아가씨 말이지? 확실히 그렇겠네!”강미정은 자기 허벅지를 탁 치며 말을 이었다.“내가 가서 한번 물어봐야겠어요!”그러더니 자리에서 일어나 정유준이 앉은 테이블로 다가가더니 의자를 빼고 자리에 앉았다.“잘생긴 총각, 혹시 결혼은 했어요?”유준은 미간을 찌푸리며 무심코 하영 쪽을 바라봤는데, 그녀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표정을 굳히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히려 곁에 있던 현욱이 순식간에 뭔가 재밌다는 듯 입을 열었다.“아주머니, 얘가 싱글이긴 하지만 아들이 있어요!”그랬더니 강미정이 조금 난처하다는 듯 입을 열었다.“아이고, 그럼 이혼했다는 말이네요? 이혼하고 아들을 키운다면 조금 그렇네요. 참, 애는 지금 몇 살이에요?”“5살이요.”현욱은 흥미진진하다는 듯이 또 앞질러 대답했다.“5살이라고? 그럼 이제 사람을 다 알아볼 나이라서 더 안 될 것 같네요!”강미정은 한참 생각에 잠기더니 또 입을 열었다.“그렇지만 예물을 충분히 준다면야 문제 될 건 없겠네요!”현욱은 더는 참지 못하고 작게 웃음을 터뜨렸다.‘지금 이 아줌마가 유준이한테 여자를 소개해 주려는 거야? 이렇게 재밌는 일이 또 있을까?’“잘생긴 총각, 총각은 어떤 여자를 좋아해요?”강민정의 거듭된 물음에 유준의 표정이 어둡게 변하면서 한껏 짜증이 묻어나는 표정으로 강미정을 상대하기 싫어하는 내색을 보였다.현욱은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강하영을 힐끗 쳐다보며 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