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함을 받고 하영은 스스럼없이 말했다.“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가보겠습니다.”하영이 떠날 때까지 소예준의 시선은 하영을 떠날 줄 몰랐다.닮았어…… 너무 닮았어…….“오빠!”소희원의 앙칼진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소예준은 고개를 돌렸다.하영의 뒷모습을 우두커니 바라보는 소예준을 본 희원은 짜증이 몰려왔다.“오빠! 오빠도 저 불여우한테 넘어간 거야? 왜 계속 쳐다보고 난리야?”희원이 또 욕설을 퍼붓는 것을 듣고 소예준은 눈살을 찌푸렸다.“넌 어찌 아직 명문가 규수의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니?”“오빠도 저 여우한테 반한 거 아니야? 왜 계속 저 여자 편만 들고 그래?”……더 이상 불필요한 일에 휘말리지 않도록 하영은 유준 곁에 가 머물기로 했다.그의 곁에 앉자마자 유준은 하영의 창백한 얼굴을 걱정스럽게 바라보았다.“왜? 어디 안 좋아?”하영은 대충 얼버무렸다.“좀 답답해서요.”정유준은 담담하게 시선을 거두었다.“이따가 마음에 드는 물건 있으면 알려줘.”이런저런 거추장스러운 물건에는 별로 흥미가 없는 하영은 그냥 말을 아끼기로 했다.몇 분 뒤, 사회자가 오늘 밤 경매의 시작을 알렸다.첫 번째 경매품이 나왔을 때, 정유준의 휴대전화도 진동하기 시작했다.양다인의 전화인 것을 확인하고, 즉시 통화버튼을 눌렀다.“유준 씨, 어디야? 제발…… 나 좀 도와줘! 살려줘……!”공포에 질린 양다인의 목소리가 휴대폰 너머로 흘러나왔다. 옆에 앉아 있던 하영 귀에까지 들렸다.정유준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왜 그래? 무슨 일이야?”“누군가가 나를 미행하고 있어…… 유준 씨, 나 너무 무서워…….”정유준은 재빨리 일어섰다“위치 확인해서 나한테 보내. 전화 끊지 말고, 바로 갈게!”말을 마친 유준은 하영을 바라보며 명령조로 얘기했다.“가자!”“…….”두 사람의 애정 문제에 왜 굳이 나를 데려가려 할까?……가는 내내 하영의 귓가에 양다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차 안의 분위기도 착잡했다.고개를 돌려 보니 정유준의 미
소리를 듣고 고개를 들었더니 얼굴이 시뻘건 강성문이 몸을 비틀거리며 병실로 들어오는 게 보였다. 술에 취한 게 분명했다.강성문은 하영도 있는 것을 보고 얼굴에 즉시 웃음기를 띠었다.“아, 우리 하영이도 있었네!”양운희는 강성문을 노려보며 날카로운 말을 했다.“여기 뭐 하러 왔어?! 나가요!!”하영은 얼른 일어나서 양훈희를 다독였다.“엄마, 화내지 마세요. 수술 마친 지 얼마나 되었다고…… 이렇게 화내시면 몸에 안 좋아요.”강성문은 입을 삐죽거렸다.“돈 좀 줘라…… 그러면 갈게!”하영은 갑자기 고개를 들어 강성문을 뚫어져라 쳐다보았다.“아빠, 엄마 아직 병상에 누워 있잖아요…… 그런데 어떻게 엄마한테 돈을 내놓으라고 해요?”강성문은 하영을 노려보았다.“너희 엄마는 네 돈으로 편안하게 병원에 누워 있는데, 나는? 집도 절도 없이, 오갈 데도 없고…… 매일 길거리에서 자는 거 모르지?”순간 강성문은 자신이 한 말실수를 깨닫고는 얼른 입을 다물었다.하영과 양운희 두 사람은 분명히 들었다.양운희는 인간에게 질려 버린 듯 강성문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당신, 방금 뭐라고 했어? 집? 집으로 뭐했는지 당신이 제일 잘 알 텐데!”강성문은 배 째라는 식이었다.“빚 갚았다. 됐냐?”“정말 너무하네…… 어찌 인간의 탈을 쓰고 그럴 수 있지…….”“아…… X발, 내가 네 돈 썼어?!”하영은 두 사람이 싸우는 모습을 물끄러미 보면서 머릿속이 텅 비었다.3년.아버지의 빚을 짊어진 지 꼬박 3년이다.어머니에게 작은 보금자리라도 만들어 드리려고 집을 장만했는데…… 지금은 모두 사라지고 아무것도 없다.하영의 몸이 떨리기 시작했다.“왜?” 그녀는 중얼중얼 입을 열었다.말다툼하던 강성문은 초조하게 하영을 바라보았다.“뭐가? 왜?”“왜 아빠는 이렇게 자기밖에 몰라요? 어찌 나와 엄마는 눈곱만큼도 생각하지 않아요?”하영이 물었다.“너랑 네 엄마 생각해서 집을 판 거야…… 내가 빚을 갚아야…….”“빚이요?”하영은 쓴웃음을 지었다.
하영은 한참이나 고민했지만 결국은 입을 열지 않기로 했다.어머니와 아이를 핑계로 계약상의 돈을 가불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어머니를 부양해야 할 사람도 자신이고, 아이를 낳고자 하는 사람도 그녀 자신이다.그런데 무슨 명분으로 유준에게 돈을 요구하지?게다가 그녀의 이러한 행동은 정유준의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하영은 어설픈 핑계를 댔다.“갑자기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잊어버렸어요. 생각나면 다시 이야기할 게요.”하영은 황급히 서재를 나왔다.그녀의 표정을 봐선 할말을 잊어버린 것 같지는 않은 듯했다.깊은 생각에 잠긴 정유준은 바로 허시원에게 전화를 걸었다.……이튿날 아침, 잠에서 깬 하영은 자신의 휴대폰에 2억 원이 입금되었다는 안내 문자를 확인했다. 허시원이 보낸 문자도 있었다.“강 비서님, 사장님이 비서님 명의로 집을 샀어요. 주소는…….”이 메시지를 본 하영은 어안이 벙벙했다.‘한 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는데, 정유준은 왜 자신에게 돈과 집을 주었을까?’하영은 즉시 일어나 방을 나섰다. 마침 침실에서 나오는 정유준과 마주쳤는데…….말을 하려고 하는데 정유준은 그녀를 말을 끊었다.“짐 정리해. 오후에 나랑 출장 갈 거야.”머리 속엔 할 말이 많았는데…… 결국 한마디만 했다.“며칠이나 갈 건데요?”“길지는 않을 거야. 어머니한테 들르고 싶으면 허 비서에게 데려다 주라고 할 게.”말하는 정유준의 눈동자는 무거웠다.“그런데…… 더 이상 딴맘 먹지 않는 게 좋을 거야.”“…….”딴맘이라니? 단지 병원에 가서 검사받고 싶을 뿐이다.회사 채팅방에서 임산부 직원들이 태아 정기검진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했던 게 기억났다.임산부 등록도 해야 한다던데?오늘 오전에 이 일들을 전부 처리해야 한다.이런저런 생각을 제쳐 두고 하영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돈과 집…….”“네가 마땅히 받아야 할 것들이지, 그렇지 않아?”“…….”왠지 이 말을 들으니,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아침을 먹고 하영은 허시원과 함께 병원으로 향했다.어
우인나는 고개를 돌려 양다인을 노려보았다.“무슨 소리야! 네 입은 한시라도 쉬면 어디 덧나?”양다인은 시큰둥한 눈빛으로 우인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양다인의 눈에 비친 우인나는 그다지 신경 쓸 필요도 없는 존재다.그러고는 하영 앞에 가서 비릿하게 눈웃음을 지었다.“지금 내가 살고 있는 동네가 별로 인지 유준씨가 나에게 집 한 채 사줬는데…….조만간 나랑 유준 씨는 새로운 집에서 함께 지낼듯한데, 넌 이제 불쌍해서 어떡하니?”하영은 웃으며 대답했다.“아하, 그 말은 아직 두 사람은 함께 있는 건 아니라는 말같이 들리는데?”“푸웁…….”우인나가 참았던 웃음을 터뜨리자, 양다인의 얼굴이 경직되었다.“우리 둘이 함께 사는 건 시간문제일 뿐인데…… 근데 너는 이제 나가야 하지 않겠어?” 양다인은 비꼬아 말했다.“응, 내게도 집 사줬어…….”하영은 슬쩍 말을 꺼내고 돌아서서 문 열고 갔다.갑자기 웃음기가 싹 가신 양다인이다.우인나는 뭐가 그리 재미 난지 웃음을 터뜨리며 눈물까지 흘렸다. 그러고 양다인의 어깨를 두드리며 혀를 내둘렀다.“너, 너무 웃겼어! 어릿광대 같아.”두 사람이 방에 들어가는 것을 보곤 양다인의 얼굴엔 음흉한 기운이 피어올랐다.자신은 노심초사 공을 들여서 간신히 집 한 채를 얻었는데, 강하영…… 오피스 와이프 주제에 쉽게 집을 얻었단 생각을 하니 울화통이 터질 것 같았다.양다인은 이를 악물고 룸으로 들어갔다.곧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하영의 호텔 방.우인나는 앉자마자 양다인의 무례한 행동을 비난하기 시작했다.듣다 보니 하영은 졸음이 쏟아졌다. 하지만 우인나는 얘기하면 할수록 흥분하는 듯했다.“그래서 말인데…… 하영아, 너 지금 정유준과 대체 어떤 상황이야?”하영은 졸린 눈을 비비며 대답했다. “그냥 그대로야 별다른 거 없어…….”“뭐? 사장님이 애타게 찾던 첫사랑 그 ‘양억지’를 찾았는데? 그런데 왜 너를 안 놓아주는 거야?”이 문제에 대해 하영도 궁금할
하영은 무표정한 얼굴로 손을 들어 유리를 두드렸다.안에 있던 비서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려 하영을 보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하영은 걸음을 옮기면서 웃으며 물었다.“왜 날 보니 다들 벙어리가 되었어요? 방금 전 대화의 당사자도 참여하면 더 현실감이 있지 않을까요?”비서들은 서로 쳐다보며 아무 대꾸도 하지 못했다.하영은 자료를 안고 맨 앞 책상으로 가서 멈추곤, 얼음장같이 차가운 눈빛으로 비서들을 훑었다.“다른 사람 사생활에 왈가왈부하며 에너지 쏟을 시간에 본인 일이나 매진하는 게 더 효율적일 거 같은데…….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하영은 자료들을 책상 위에 올려놓았다.“왕 비서실장님, 비서실 수장으로서 일은 제대로 안 하고 이렇게 잡담만 하니까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죠…… 당신 책임도 적지 않아요. 당장 재무팀에 가서 이번 달 월급을 받으세요. 내일부터 회사에 더 이상 안 나오셔도 됩니다.”왕 비서실장은 눈을 크게 뜨고 벌떡 일어섰다.“뭐라고요? 이런 일로 나를 해고한다고요?”“설마요!”하영은 가볍게 웃으며 반문했다.“이틀 전 유니콘 건설에서 보내온 서류 아직 정리 안 됐죠?”왕 비서실장은 얼굴을 붉히며 반박했다.“아니, 그런 자질구레한 서류까지 제가 직접 정리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데요!”하영은 무뚝뚝하게 그녀에게 말했다.“부하의 업무 진행 상황을 제대로 감독하지 못한 것은 당신이 비서실장으로서 첫 번째 직무 유기고, 두 번째, 이 자료 좀 보시죠?”비서실장은 시큰둥하게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자료를 훑은 뒤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그러고 나서 자료를 던지며…….“넌 네가 무슨 대단한 년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몸뚱어리 하나 믿고 출세한 게 뭔 자랑이라고 여기서 위세 떨어? 네가 뭔 데, 날 쫓아내냐 마냐 해?”하영은 웃었다.“당신이 뭐라고 떠들든 상관없어요. 내가 당신을 자르는 게 아니라 회사가 당신을 손절하는 거니까요, 능력 없으면 내려오는 게 맞죠.”무리 지어서 대항하는 비서들을 손보는 일은 결코 쉬운
화진 센텀병원.하영과 우인나는 양다인의 입원 수속을 마치고 병실로 돌아갔다.양다인은 진정제를 맞고 창백한 얼굴로 병상에 누워 있었다.정유준은 이렇게 된 게 미안했는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양다인을 보고 있었다.하영은 마음속 씁쓸함을 달래고 담담하게 진료 기록지를 들고 정유준 앞으로 다가갔다.“사장님, 처리 마쳤습니다.”정유준은 진료 기록지를 받지 않았다:“허시원에게 물어봐. 다인의 진료기록지 찾았는지…….”하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몸을 돌려 우인나와 병실을 나갔다.허시원에게 전화를 건 하영은 정유준의 뜻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였다.허시원은 전화로 몇 초 동안 침묵했다.“양다인 씨는 어렸을 때 심각한 트라우마를 겪었고, 지금까지도 정신과 진료를 주기적으로 받으며 약물 복용 중이랍니다.보육원 원장님은 찾아갔지만, 그쪽도 잘 모르고 있는 눈치였습니다. 지금 보육원의 부원장과 연락 중입니다.”전화를 끊자, 옆에 있던 우인나가 입을 삐죽거렸다.“무섭다……, 그런데 전에는 전혀 증상이 없어 보였는데……?”하영은 휴대전화를 가방에 넣었다“진료기록지는 가짜로 만들 수 없어. 진짜야.”“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나는 좀 이상한 거 같아.”하영이 물었다.“양다인이 약 먹는 거 본 적 없지?”“…… 별로 신경 안 써서 모르겠어…… 회사에 돌아가면 잘 지켜봐야겠다.”하영은 양다인이 늘 어딘가 좀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허시원의 말을 정유준에게 보고한 후 하영과 우인나는 병원을 나와 식사하러 갔다.그러나 국숫집에 들어서자마자 짙은 기름 냄새가 풍겨오면서 하영은 메스꺼움을 참지 못하고 입을 막고 뛰어나왔다.우인나는 멍하니 얼른 따라 나섰다.하영이 옆에서 헛구역질을 하는 것을 본, 우인나의 눈동자가 점점 커졌다.“하영아, 너 혹시……?!”하영은 황급히 해명했다.“아니야! 너 지금 뭐 생각하는 거야?”우인나는 눈썹을 찌푸렸다.“잉? 난 아직 아무 얘기도 안 했는데, 너 왜 그리 혼자 당황해하는 거야?”우인나는 하영의 팔을 잡았다.“너
양다인은 정유준이 놀라서 급히 나간 이유를 깨달았다.정유준의 안색이 이렇게 굳어져 급히 떠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하영 말고 또 누가 있겠는가?!‘그런데 강하영이 유준 씨한테 왜 그렇게 중요한 거지? 얼굴만 반반한 오피스 와이프 주제에!’위치 전송을 마친 하영은 천연덕스러운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주머니에 넣었다.차에서 뛰어내리는 것은 너무 위험하니, 아기를 위해서라도 경솔한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하영은 차 문에 기대어 눈을 붙이고 잠시 뒤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생각했다.약 10분 후 차가 멈춰 섰다.고개를 들어 보니 허름한 창고가 하나 있었다.“내려!”갑자기 차문이 열리면서 그녀의 팔이 남자에 의해 잡혔다.하영은 겁에 질린 척하며 앞에 있는 낯선 남자를 바라보았다.“누구세요?! 여기가 어디예요?”남자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자신에게 물어봐야지…… 네가 누구한테 미움을 샀는지!”배 속의 아이를 다치게 하지 않기 위해 하영은 즉시 입을 열었다.“내릴게요! 나 혼자 갈 수 있어요!”“너 수작 부릴 생각하지 마!”하영은 재빨리 고개를 끄덕였다. 철저한 감시하에 어두침침한 창고로 끌려 들어갔다.창고에 들어서니 쇠 냄새가 확 풍겨왔다.고개를 들어 앞을 바라보자, 눈 앞에 낯익은 비서 세 명과 가운데 제왕처럼 앉아 있는 남자가 보였다. 자신의 예측이 맞았다.정명헌이 그의 비서들과 이번 일을 공모한 것이다.정명헌을 향해 걸어가며 하영은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혼자서 여러 명을 당해낼 수 없는 바, 방법을 강구해서 정유준이 구하러 올 때까지 시간을 끌 수밖에.정명헌 앞에 도착한 하영은 눈시울이 빨개졌다.현재 해야 할 일은 정명헌의 여색을 밝히는 약점을 이용하여 동정표를 얻는 것이다.“도련님…….”나긋나긋한 하영의 목소리는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뼈가 녹는 것 같았다.하영의 얼굴을 본 정명헌의 눈에 놀라움이 떠올랐다.그러나 체면을 중시하는 그는 근엄한 말투로 말했다.“날 그렇게 부르지 마! 왜 널 여기로 잡아온 지는 알겠
그가 왔다. 드디어 왔어.유준은 차가운 바닥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하영을 보곤, 분노로 매섭도록 차가운 기운을 내뿜었다.그는 살기 어린 눈으로 정명헌을 바라보았다.“둘째 조카, 제법인데. 감히 내 사람까지 납치하고…….”정명헌은 갑자기 일어서서 뒤에 있는 비서들 사이에서 벌벌 떨었다.“셋……, 셋째 삼촌!”정유준은 몇 걸음 걸어서 그의 앞에 가서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삼촌? 넌 내가 네 삼촌이라는 건 알고 있어? 아는 새끼가 그래?”정명헌은 놀라서 침을 꿀꺽 삼켰다.갑자기 그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시선이 하영한테서 멈췄다.“셋째 삼촌! 제가 사람을 보내서 이 여자를 잡아온 것은 사실이지만, 모두 삼촌을 위해서 한 일이에요! 삼촌도 모르셨을 걸요? 제가 방금 저 여자 속을 다 떠봤는데…… 글쎄 이 여자가 삼촌에게 앙심이 있더라구요……!“저 여자는, 삼촌을 독살하고 싶을 정도로 삼촌을 엄청 미워해요…… 삼촌, 절 믿으셔야 해요!”정유준은 옆에 아무렇지 않게 서 있는 하영을 힐끗 쳐다보았다.“둘째 조카가 이렇게 내생각을 하는데…… 삼촌인 나도 가만 있을 수 없지. 나도 너에게 선물을 좀 줘야겠구나.”말이 떨어지자 정유준은 눈을 돌려 경호원을 바라보았다.“조져.”처참한 고함소리가 울리는 순간, 정유준은 하영을 데리고 창고를 떠났다.차에 오르자 정유준은 비꼬아 말했다.“제법 끼를 부리는 법도 배웠네.”하영 마음속에 우러나왔던 감격이 순식간에 사라졌다.그녀는 속으로 숨을 크게 들이쉬며 빈정대는 말투로 되물었다.“그럼 사장님께 이런 기회를 준 것에 대해 감사해야 되겠네요…….”자신을 지사에 데리고 가서 피를 묻히는 인사 이동을 감행하지 않았더라면, 굳이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미움을 살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울렁거리는 속을 참으며 정명헌에게 비굴한 아부를 할 필요는 더더욱 없었을 거다.운전석에 앉아 있는 허시원의 마음은 가시방석에 앉아있는 것 같았다. 정유준에게 이렇게 바득바득 대드는 사람은 아마도 강하영 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