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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그가 받아들일까

식탁에 앉자 임씨 아주머니는 하영에게 방금 끓인 닭고기 수프 한 그릇을 가져다주었다.

닭고기 기름이 둥둥 떠 있는 것을 보니 속이 울렁거렸다.

갑자기 구토감이 확 몰려왔다. 하영은 급히 화장실로 달려갔다.

이 장면을 본 임씨 아주머니는 제자리에 멍하니 있다가, 곧 놀라움과 기쁨의 기색이 얼굴에 나타났다.

하영이 창백한 얼굴로 돌아오자, 임 씨는 웃으며 물었다.

“아가씨, 혹시 요즘 생리가 늦어지는 건 아닌가요?”

하영은 나른한 듯 탁자 위의 찻잔을 집어 들었다.

“생리가 불규칙적이어서…… 잘 모르겠어요.”

“저기…… 내가 봤을 때는 임신인 거 같은데?”

하영은 갑자기 손동작을 멈추고 고개를 들어 놀란 표정으로 아주머니를 쳐다보았다.

“임…… 임신요?!”

임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이따가 나가서 테스트기를 사다 줄 테니까, 테스트해보면 알 수 있어요.”

하영은 입가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이모님, 저와 사장님은 줄곧 피임을 해왔어요. 최근 위가 좋지 않아 그런 걸 거예요. 임신은 불가능해요.”

아주머니는 다소 아쉬워하는 눈빛이었다.

“그럼 소화가 잘되고 위에 부담 안 되는 요리를 만들어 줄게요.”

하영은 복잡한 마음을 가다듬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다, 이모님, 제 속이 불편하단 건 유준 씨에게 말씀하지 마세요.”

“사장님…… 사실 아가씨 걱정 정말 많이 하는데…….”

하영은 웃으며 말했다.

“저도 알고 있어요. 유준 씨 매일 바쁘잖아요. 괜히 저 때문에 신경 쓰이게 하고 싶지 않아요…….”

저녁을 먹은 후, 하영은 급히 위층으로 올라갔다.

그녀는 사실 정말 임신인지 아닌지 확실하지 않다.

그날 밤 차에서는 확실히 아무런 피임 조치를 하지 않았다.

하영은 불안한 듯 손으로 아랫배를 어루만졌다.

만약 정말 임신했다면, 이 아이는 낳아야 할까?

오피스 와이프가 임신한 아이, 정유준은 틀림없이 원하지 않을 것이다.

갑자기 몰려온 불안으로 하영은 침실에서 왔다 갔다 하며, 외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었다. 꼭 임신 여부를 확인해야했다.

……

밤 10시.

하영은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차의 엔진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창문 옆으로 걸어갔다. 유준의 차가 아래층에 주차되어 있는 것을 보고 서둘러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일주일 동안 만나지 못한 유준의 얼굴엔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하영은 유준의 일정을 잘 알고 있다. 그동안 그는 줄곧 지방 출장을 다녔다.

하영이 먼저 눈앞에 나타난 것을 보고 유준은 의아해했다.

“무슨 일이야?”

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엄마 보러 병원에 잠시 다녀오고 싶어요.”

유준은 계단 입구로 올라서며 답했다.

“위층으로 올라가서 얘기해.”

하영은 그를 따라 서재로 들어갔다.

정유준은 책상 앞에 앉아 넥타이를 풀며 물었다.

“언제 갈 거야?”

하영은 물을 따르며, 그를 쳐다보았다.

“내일 오전에 괜찮을까요?”

말이 끝나자, 그녀는 따뜻한 물을 유준 앞에 내놓았다.

유준은 찻잔을 쳐다보더니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님 뵙고, 회사로 출근해. 허 비서한테 픽업하라고 말해 둘게.”

하영은 유준이 이렇게 빨리 승낙할 줄은 몰랐다. 심지어 회사 복귀까지 허락하다니…….

그녀는 기쁜 감정을 숨기고자 고개를 숙여 대답했다.

“네.”

그러나 그녀의 눈가에 기쁨이 떠오르는 순간, 이 모든 것이 정유준의 눈에 정확하게 포착되었다는 사실을 그녀는 알지 못했다.

정유준은 큰 소리로 그녀에게 얘기했다.

“이리 와봐.”

하영은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잘 알고 있다.

잠시 망설이다가 다가갔다.

유준은 뒤에서 그녀의 목을 감싸 안고 뜨거운 키스를 퍼부었다.

하영은 순종적으로 복종했다.

어렵게 외출할 기회를 얻었는데, 기회를 날려버리고 싶지 않았다.

……

월요일.

하영은 일찍 깨어났다. 옆에 있는 유준은 여전히 단잠에 빠져있었다.

이불을 젖히고 살금살금 침대에서 내려왔다.

임 씨 아주머니가 준비한 아침을 간단히 먹고, 하영은 택시를 타고 병원 산부인과로 향했다.

검사를 마친 후, 그녀는 결과를 듣기 위해 의사를 찾았다.

“임신 6주째입니다. 이제부터 부부관계는 조심하세요.”

의사가 귀띔했다.

“6주요?”

하영은 놀라서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의사는 눈썹을 찡그리고 하영을 쳐다보았다.

“왜? 아이를 갖고 싶지 않아요?”

하영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피임약을 먹었는데 어떻게 임신이 되었을까요?”

“사전 피임약입니까? 아니면 사후 피임약입니까?”

하영은 자세히 회상했다.

“사후 피임약입니다.”

“사후피임약, 즉 긴급 피임약으로 100% 피임을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태아에게도 별다른 부작용은 없고요…… 한 마디 덧붙이자면, 산모님 같은 경우는 자궁벽이 아주 얇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아이를 지우게 되면, 아마 향후 임신이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잘 생각해서 판단하세요…….”

임신확인서를 들고 병원을 나온 하영은 도무지 믿어지지 않았다.

‘나 정말 임신했어…….’

정유준의 아이를 임신했다.

하지만 그가, 이 아이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영은, 정유준이 아이의 아빠로서 임신 사실을 알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초음파 사진과 임신확인서를 카메라로 찍었다.

하지만, 한편 그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솔직히 겁도 났다. 그래서 일단 좀 더 생각해 보기로 하고 핸드폰을 가방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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