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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사장님이 오셨다

“당장 지워! 내가 왜 네 아이의 아빠야? ……구역질이 난다!”

산부인과 앞에서 남자의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하영은 소리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여자가 남자의 옷자락을 잡고 울며 애원하고 있었다.

“낙태가 여자 몸에 얼마나 나쁜지 알아? 사람이 왜 이렇게 모질어?”

“네 몸뚱어리가 내 꺼야? 나랑 뭔 상관인데?”

커플의 다툼소리를 듣는 순간, 하영의 머릿속에 유준의 냉정한 얼굴이 떠올랐다.

그녀는 단지 유준의 이부자리를 데워주는 ‘도구’일 뿐이다.

유준은 배속의 아이를 쉽게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갑자기 그 남자의 얼굴에 유준의 얼굴이 겹쳐 보였다.

덜컥 겁이 난 하영은 핸드폰 전원을 꺼버렸다.

먼저 기회를 봐서 정유준의 의중을 파악해 봐야 한다.

하영은 임신확인서를 가방에 넣은 뒤 불안한 마음을 안고 엄마의 입원 병동으로 향했다.

그녀는 어머니의 병실 앞에서 한참이나 마음을 가라앉히고서야 문을 밀고 들어갔다.

양운희는 사과를 먹고 있었다. 하영이 오는 것을 보고 환하게 웃었다.

“하영이 왔어?”

하영은 양운희의 침대 옆에 앉아 다정하게 물었다.

“엄마, 저 방금 출장 다녀왔어요. 오늘은 안색이 좀 괜찮은 것 같아 보여요.”

양운희의 기분은 말처럼 좋아 보였다.

“네가 출장 가 있는 동안 부진석 선생님께서 잘 챙겨 주셨어.”

하영은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엄마, 의사 선생님도 일이 바쁘시니까, 너무 폐 끼치지 말아요.”

“나, 안 바쁜데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부진석의 온화한 목소리가 병실 입구에서 들려왔다.

하영은 얼굴의 미소를 가라앉히고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일어서서 감사를 표했다.

“선생님, 우리 엄마 잘 돌봐 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사이에 무슨 그런 말을 해요. 그럴 필요 없어요.”

부진석의 지나친 친절은 오히려 양운희로 하여금 헛된 생각을 하게 했다.

안 그래도 하영이 결혼해야 할 나이가 다 된 것에 양운희는 걱정하고 있었다.

“하영아, 너 점심에 시간 되면 선생님께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해 드려.”

하영은 간곡히 거절하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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