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이런 거 걱정할 필요 없어.” 중년 여자는 눈물을 훔치며 말했다. “나도 다 알아, 사람이든 귀신이든 다 수명이 있다는 것을. 그 시간이 아직 되지 않았다면, 넌 아름이를 찾을 수 있을 거야.”세희는 한숨을 내쉬었다.“아줌마, 수명도 혼마다 다 달라요. 어떤 혼은 수명이 1년도 안 되는데, 빚을 다 갚으면 바로 떠나야 하죠. 이것은 저승사자들을 ‘매수’하는 것과 같아요. 빚을 바로 갚을 수 있다면 환생을 기다릴 필요가 없거든요. 아줌마도 저승에 그렇게 오랫동안 머물렀으니 틀림없이 알고 있을 거예요.”어떤 일은 세희 자신도 잘 설명할 수 없었다. 결국 모두 노지철이 알려준 것을 그대로 말한 것이니까.“일단 해봐, 제발.”“좋아요.”문밖에서, 유준은 잠시 휴식을 취한 후, 갑자기 입을 열었다.“세희의 일, 동의할게.”사람들은 그를 바라보며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세준이 물었다.“전에 한 약속 때문이에요?”“반반이야.” 유준은 몸을 곧게 펴고 앉았다.“난 전에 직접 세희와 약속한 그 기억을 되찾았거든.”하영은 두 아이와 시선을 교환했고, 희민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아빠가 세희를 지철 할아버지의 곁으로 보내겠다는 약속을 기억해 낸 것도 좋은 일이죠.”“음.” 유준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대답했다.“내가 직접 세희를 데려다줄 거야.”“안 돼요!” 하영은 생각지도 않고 바로 거절했다.“부진석은 이미 당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더 이상 비행기를 탈 수 없어요!”마치 상처가 찢어진 듯, 하영은 감정이 격해졌다.유준은 하영을 힐끗 바라보았다.“그럼 세희더러 혼자 가게 하고 싶은 거야?”“선생님께 전화드릴 테니까 세희를 데리러 오실 거예요.” 하영이 말했다. “아무튼 당신은 부진석의 감시를 당하고 있는 이 상황에서 비행기를 탈 순 없어요. 설사 모든 안전을 확보했다 하더라도 난 허락하지 않을 거예요.”하영은 비록 유준의 그 어떤 결정도 막을 자격이 없지만 설득하는 것이 적어도 말하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나았다.
세희가 사야 할 물건을 산 뒤, 세 사람은 다시 차를 타고 사건 발생 장소에 가서 밤 11시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몇 시간 동안 세희는 나른하게 하영의 품에 기대어 있었다.유준의 시선은 세희에게서 떨어진 적이 거의 없었다. 설령 하영과 가끔 말을 하더라도 줄곧 세희의 상황을 살폈다.하영은 손으로 세희의 이마를 만졌는데, 그녀의 체온이 평소보다 약간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세희야, 뭐 좀 먹을래? 엄마가 사오라고 할게, 응?” 하영이 작은 소리로 물었다.세희는 졸린 듯 두 눈을 간신히 뜨며 고개를 들어 물었다.“엄마, 몇 시예요?”유준은 핸드폰을 들고 시간을 보았다.“11시.”“아.” 세희는 다시 눈을 감았다.“나 지금 배 안 고파요. 일부터 먼저 끝내야...”하영과 유준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고, 두 사람은 이심전심으로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는데 오히려 카카오톡으로 채팅을 하기 시작했다.유준은 먼저 하영에게 문자를 보냈다.[세희는 평소에 스테이크 외에 또 무엇을 즐겨 먹지?]하영은 문자를 보고 답장을 보냈다.[국물 같은 거 좋아해요. 탕 같은 것도 되고요.][집에 도우미가 없으니 이따 사람 시켜 사오라고 할게.]하영은 어이없다는 이모티콘을 보냈다.[이 시간에 또 어느 레스토랑이 열려 있겠어요?][한강 호텔을 잊은 건가?]하영은 하마터면 유준이 한강 호텔의 사장님이란 것을 잊을 뻔했다.‘하긴 이 남자가 뭘 해달라고 해도 호텔에서 다 만들어 주겠지?’[그럼 요리사에게 미리 말해요, 세희가 국물 좀 마시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으니까요.]유준은 스크린을 주시하며 계속 타자를 하지 않았다.답장을 기다리지 못하자, 하영은 저도 모르게 유준을 힐끗 바라보았다.그는 채팅 화면을 주시하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한참 후에야 유준은 스크린을 클릭했다.[너도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니 이따 나와 같이 호텔에 가서 배 좀 채워.]이 말을 보고 하영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가볍게 웃었다.남자는 별안간 눈을 돌려 하영을 바라보았는데, 얼굴은
향까지 꽂은 후, 세희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뒤를 바라보았다.“아주머니, 이제 나오면 돼요. 내가 지금 바로 아들 불러줄게요.”말하면서 세희는 또 초혼벨과 초혼등을 꺼냈다.아주머니는 소리를 듣고 세희 곁으로 날아가 피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꼬마야, 수고했어.”세희는 그녀에게 담담한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든 초혼등을 유준에게 건네주었다.“아빠, 이거 들고 있어요. 절대 꺼지면 안 돼요.”유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조심스럽게 촛불을 받았다.바람이 없으면 어떻게 꺼질 수 있겠는가 하며 생각한 순간, 문득 주위의 귀신들이 모두 그들을 향해 바라보고 있는 것을 보았다.심지어 어떤 귀신들은 이미 날아왔다. 바람이 없는 밤, 오히려 이 귀신들 때문에 촛불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유준은 몸을 웅크리며 두 손으로 촛불을 감쌌고 그것이 꺼지지 않도록 했다.세희는 손에 든 방울을 가볍게 흔들리더니 작은 입술을 벌려 유준이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구아름... 구아름... 내 말 들리면 어서 나타나라...”그렇게 한 마디 한 마디 계속 읽으면서 주위의 영혼은 향불로 인해 갈수록 많아졌다.유준은 걱정에 찬 눈빛으로 세희를 바라보았지만, 그 귀신들이 감히 너무 가까이 가지 못한다는 것을 발견했다.십여 분 후, 대략 여덟 살쯤 된 아이가 영혼들 사이에서 나타났다.세희는 갑자기 말을 멈추며 그 소년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어린 남자아이의 얼굴은 혈색이 전혀 없을 정도로 창백했고 또 수많은 찰과상을 입었다.유일하게 사람의 가슴을 떨리게 하는 것은 그의 뒤통수의 피가 목덜미를 타고 옷에 흘러내렸다는 것이었다.남자아이를 보자, 세희 주변의 아주머니는 순간 놀라서 소리쳤다.“아름아!!”그렇게 소리를 지르더니 아주머니는 바로 날아가려 했다.구아름은 아주머니를 보고 바로 날카롭게 입을 열었다.“오지 마요! 난 당신이 싫어요!!”아주머니를 바라보는 구아름의 그 두 눈에는 딱 봐도 넘쳐날 수 있는 증오가 담겨 있었다.아주머니는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
말이 끝나자, 세희는 사정없이 향을 뽑아 바닥에 던졌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유준을 바라보며 말했다.“아빠, 우리 이제 갑시다.”유준은 손바닥으로 감싸고 있던 초혼등을 바라보며 미처 입을 열지 않았는데, 세희가 먼저 말했다.“이제 쓸모가 없어요.”유준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서서 세희의 손을 잡고 차 안으로 돌아갔다.한 시간 후, 한강 호텔에서.유준은 요리사에게 세희를 위해 끓인 탕을 내놓으라고 했고, 심지어 특별히 하영을 위해 끓인 죽도 있었다.두 사람이 자기 앞에서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며 유준의 머릿속에는 자꾸만 구아름이 한 말이 끊임없이 떠올랐다.‘그 아이가 필요로 할 때, 그의 어머니는 오히려 아무런 동반도 해주지 않았지.’‘지금은 필요 없는데, 오히려 어머니가 그 아이를 찾아갔고.’사색하면서 유준의 시선은 자기도 모르게 하영의 피곤한 작은 얼굴에 떨어졌다.그는 하영이 아직 자신을 필요로 하는 상태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지금 비록 하영에 대한 태도가 냉담하지만 앞으로 유준이 만약 그들 사이의 과거를 떠올린다면, 그때 다시 하영을 찾아가도 그녀는 더 이상 그를 필요로 하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기억이 없는 상황에서 유준은 이 여자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당신은 안 먹어요?”이때, 하영의 목소리가 유준의 귀에 들려 그의 생각을 끊었다.하영의 텅 빈 그릇을 보며 유준은 눈을 들어 그녀에게 물었다.“다 먹은 후에 이 말을 물어보는 건 좀 너무하지 않아?”“너무하긴요!” 세희가 하영의 편을 들어주었다.“아빠가 먹지 않은 것을 보고 엄마가 호의로 물어본 건데, 그런데 오히려 이런 말을 하다니.”유준은 세희의 말에 말문이 막혀 반박을 하지 못했고 고개를 옆으로 돌려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하는 척했다.“시간도 늦었으니 오늘 밤은 그냥 여기서 지내.”말을 하며 유준은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웨이터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웨이터가 앞으로 다가오자, 유준은 그에게 몇 마디 분부를 내렸고 그 사람은 바로 방을 준비하러 갔다
다음날.유준은 유유히 눈을 뜨며 사방을 바라보았다.하영이 핏발이 선 눈으로 걱정스럽게 침대 옆에 앉아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보며 유준은 눈살을 찌푸리더니 커튼 밖의 이미 밝은 날을 힐끗 보고는 억지로 몸을 받치고 일어나 앉았다.하영은 얼른 손을 뻗어 부축했다.“누워 있어요, 일어나지 말고. 지금 몸은 좀 어때요? 머리 아직도 아파요?”유준은 하영의 손에 눌려 다시 누웠고, 잠긴 목소리로 물었다.“나 어젯밤에 기절한 거야?”하영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나와 세희는 얼마나 많이 놀랐는지. 의사 선생님을 불렀는데, 큰 문제가 없다고 하면서 링거만 놓아주고 갔어요.”“응.”유준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는 어젯밤 기절하기 전, 하영에 관한 몇 가지의 추억이 머릿속에 튀어나온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다만 기억 속의 하영은 옷을 안고 벌거벗은 몸으로 욕실로 들어갔다.그리고 그 자신은 침대에 차갑게 앉아 몇 번 보고는 바로 시선을 거두었다.그러나 이런 장면은 한두 번이 아닌 것 같았다. 도대체 몇 번이나 있었는지, 유준 역시 정확히 말하지 못했다.여기까지 생각하니, 유준은 양심의 가책을 느끼며 마음이 무척 아팠고, 이런 느낌은 그로 하여금 말할 수 없는 답답함을 느끼게 했다.“우리 예전에 어떻게 만난 사이지?”유준은 잠긴 목소리로 이 문제를 물었고, 하영은 의아하게 그를 바라보았다.“왜 갑자기 이걸 물어봐요?” 하영은 이해하지 못했다.“뭐라고 생각이 난 거예요?”유준은 검은 눈동자를 들어 하영과 눈을 마주쳤다.“우리가 도대체 어떻게 안 사이인지만 말해줘.”유준이 포기하지 않고 묻는 것을 보고 하영은 멈칫하더니 곧 자신의 귓불을 어루만졌다.“내 귓불에 주사점이 하나 있는데...”약 한 시간가량 지나서야 하영은 그들이 그때 서로를 알아봤지만 또 서로를 오해한 일을 똑똑히 설명할 수 있었다.유준의 눈동자는 의혹에서 선명한 놀라움으로 변했다.“그래서, 넌 그때 거의 3년이란 시간 동안 그 아이의 대체품이 되어준 거야?” 유준은 가
하영이 말했다.“세희와 며칠 좀 더 같이 있지 않을 거예요?”“세희의 상태로 내가 어떻게 감히 내 곁에 남겨두겠어.” 유준의 목소리에는 씁쓸한 감정이 섞여 있었다.하영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휴대전화를 꺼내 비행기표 세 장을 예약했다.점심 시간, 식사를 한 후, 하영과 유준은 세희를 데리고 함께 공항으로 떠났다.경호원도 마침 세희의 소지품을 그들에게 전달하였다.탑승하기 전, 하영은 대량의 경호원이 구석구석에서 나타나는 것을 보았다.이런 움직임에 하영은 의혹의 눈초리로 유준을 바라보았다.남자는 담담하게 설명했다.“안전이 최우선이니까. 이 비행기에는 내 사람밖에 없어.”“다른 위험도 검사했어요?”“음.”유준은 세희의 손을 잡고 입구에 들어섰다.“전부 검사했어.”설령 유준이 이렇게 말한다 하더라도 하영은 여전히 안심하지 못하고 사방을 자세히 관찰했다.그 어떤 수상한 사람도 발견하지 못하자, 하영은 그제야 마음을 약간 내려놓고 그들을 따라 들어갔다.그들의 그림자가 사라지는 순간, 진석이 한쪽 구석에서 나왔다.그는 눈빛이 어두컴컴한 채 하영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마음이 애잔했고 슬픔이 솟아올랐다.“선생님, 움직일까요?” 진석의 곁에 서 있던 경호원이 물었다.“하영은 지금 그 남자와 함께 있으니 지금 손을 쓰면 하영도 위험해질 거야.” 하영이 따라가자, 진석은 계획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경호원이 일깨워 주었다. “선생님, 이번은 그야말로 아주 얻기 어려운 기회입니다!”“내가 왜 모르겠어?” 진석이 말했다. “하지만 난 하영을 잃을 수 없어.”경호원은 은근히 한숨을 내쉬었다.‘보아하니 그 어떤 남자도 사랑의 고비를 넘을 수 없을 것 같군.’비록 경호원은 진석을 여러 해 동안 따라다녔지만, 무슨 일이 생겨도 아무렇지 않을 정도로 담담해 보이는 진석조차 한 여자에게서 벗어날 수 없다니.오랫동안 서 있다가 진석은 그제야 섭섭함을 감추지 못한 채 시선을 거두었다.“가자.”“네, 선생님.”비행기에서.하영은 밤새 자지 못
이와 동시, Tyc에서.인나는 점심 휴식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왔는데, 예준이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그를 보자, 인나는 놀라서 소리쳤다.“예준 오빠? 왜 여기에 있는 거예요?”“음, 하영이 찾으러 왔는데.” 예준은 부드럽게 웃으며 일어서서 인나의 뒤를 바라보았다.“하영이는?”“하영이가 말하지 않았나요?” 인나는 냉장고에서 생수 한 병을 꺼내 예준에게 건네주었다.“지금 정 대표님과 함께 세희를 지철 선생님에게 데려다주러 갔어요.”예준은 물을 받았다.“두 사람 화해한 거야?”“그건 아닐걸요.”인나도 잘 몰랐다.“아직 화해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참, 예준 오빠는 오늘 무슨 일로 하영을 찾아온 거죠?”예준은 고개를 끄덕였다.“음, 하영에게서 그녀가 수집한 부진석의 범죄 증거를 받아가려고. 위에서 사람이 내려왔는데, 내가 특별히 찾아가서 부탁을 해서 내일 한 번 만날 수 있을 거야.”“똑똑똑-”예준의 말이 끝나자 밖에서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인나는 문을 향해 외쳤다.“들어와.”문이 열리자 진연월이 나타났다.그녀는 인나에게 인사를 한 뒤 예준에게 눈길을 돌렸다.“소 대표님도 계실 줄은 몰랐는데, 내가 방해했네요.”인나는 일어서서 진연월을 맞이했다.“방해는 무슨. 우리 아직 아무 말도 하지 않았으니까 얼른 들어와서 앉아요.”진연월은 대범하게 걸어 들어가더니 예준 곁에 있는 소파에 털썩 앉았다.그러자 그들을 바라보며 말했다.“할 말이 있으면 계속 해요. 날 무시하면 되니까.”예준은 진연월을 바라보았다.“진 사장님도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람인데, 우리가 또 어떻게 무시할 수 있겠어요?”예준은 진연월에 대해 적의가 있었다. 왜냐하면 지난번 유준이 하영을 끌고 나갔을 때, 진연월이 그를 막았기 때문이다.인나는 이 상황을 보고 얼른 분위기를 완화시켰다.“그 뭐지, 예준 오빠, 진 사장님은 우리의 편이니까 괜찮아요.”진연월은 일부러 모르는 척하며 눈썹을 치켜세웠다.“소 대표님, 설마 나에게 무슨
“소 대표님이 지금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틀림없이 우리 보스가 도대체 좋은 사람인지 아니면 악당인지를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겠죠.”진연월은 입을 가리고 웃었다.예준은 입을 오므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연월이 계속 말했다.“이 말밖에 해줄 수가 없네요. 우리 보스께서 만약 무슨 일을 하고 싶으시다면, 굳이 오늘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었고, 또 인력과 재력을 들여 도련님을 구하실 필요도 없었겠죠.”인나는 참지 못하고 물었다.“이렇게 말할수록 그 보스의 생각을 더 모르겠네요. 아무런 이유도 없이 사람을 구하다니, 그것도 단지 그 사람이 정 대표님이기 때문에??”진연월은 이런저런 질문에 인내심이 사라졌다.“이런 일들은 나중에 보스를 만날 때 다 알게 될 거예요. 난 보스의 명령 없이는 알고 있어도 말할 수가 없어요. 하지만 당신들은 이것만 알면 돼요. 우리는 도련님을 해치지 않을 것이고, 또 도련님 곁의 그 어떤 사람도 해치지 않을 것이란 것을요.”진연월의 말에 사무실은 침묵에 잠겼다.한참 후에 예준은 그제야 말했다.“그래서, 이제 우리는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는 건가요?”“네.” 진연월은 고개를 끄덕였다.“모두 도련님에게 맡기면 돼요.”말을 마치자 진연월은 부채를 활짝 펴고 부채질을 했다.“자, 본론으로 들어가죠. 도련님과 강 사장님은 이미 김제를 떠났어요. 인나 씨, 이제 우리 다음 계획을 상의할 수 있어요.”예준은 의아하게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두 사람 사이에 계획이 있다니? 그게 무슨 계획이지?”인나는 입을 삐죽거렸다.“정 대표님의 남자로서의 소유욕을 불러일으키는 계획 말고 뭐가 더 있겠어요?”‘여자의 화제에 난 끼어들지 않는 것이 좋겠군.’저녁 무렵, 하영과 유준은 세희를 데리고 비행기에서 내렸다.공항을 나서자마자 밖에는 비가 억수같이 퍼붓기 시작했다.차에 오른 후, 빗줄기는 여전히 매우 컸고, 경호원은 유준에게 항공편이 결항했다는 소식을 알려주었다.유준이 물었다.“요 며칠의 날씨는?”“앞으로 며칠 동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