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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도 대표님 때문이라고?”

로희는 충격을 받았다.

“당연하지! 그렇지 않다면 누가 그 정도의 힘을 가질 수 있겠어?”

미정은 확신에 차 말했다.

“류 비서가 도 대표님과 잠자리를 가지려다가 도 대표님을 화나게 했어. 그래서 경찰서에 보낸 거지.”

‘그날 밤 도민우의 상태가 이상했던 이유가 정말 류하늘이 약을 탔기 때문일까? 단지 그런 이유로 감옥에 가야 한다면, 나처럼 ‘성공적’으로 도우미와 잠자리를 한 여자는 어떻게 되는 걸까?’

로희는 눈앞이 캄캄해지며, 목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설마. 남녀 사이의 일 때문에 감옥에 갈 수 있겠어?”

“제발 좀 정신 차려. 상대가 도 대표님이잖아!”

미정은 로희를 놀리듯 웃으며 말했다.

“너무 순진해. 도 대표님은 권력과 재력이 있으니, 누군가를 감옥에 보내는 건 간단하지. 들어본 적 없어?”

“도 대표님을 화나게 한 사람은 마대에 묶여 바다에 던져져도 아무도 간섭하지 못한다는 소문 말이야.”

로희는 이상하게 점점 추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도민우는 왜 꼭 옛날에 순결을 지켜야만 했던 ‘열녀'처럼 구는 걸까?! 자기를 넘보는 사람들에게 이렇게까지 혐오감을 느끼다니...’

그녀는 더욱 자신이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 결심을 굳혔다.

“그러고 보니, 도 대표님은 그렇게 잘생기고 돈도 많은데 왜 여자에게 관심이 없을까?”

미정은 여전히 가십을 이어갔다.

“혹시 성적 지향이 다른 쪽인가?”

“그럴 리 없잖아!”

“인터넷에선 도 대표님 같은 몸이 좋은 남자들은 침대에서도 엄청나다고들 하던데. 만약 그런 사람이 게이라면, 너무 아깝지 않겠어?”

미정이 너무 솔직해서, 로희는 얼굴이 붉어지며 당황했다.

“뭐, 뭐라고?”

“아, 부끄러워하지 마. 우리 회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너도 게이일 거라고 생각해.”

미정은 턱을 괴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사실, 은빈 너도 꽤 잘생겼어. 좀 촌스럽게 입고 다니고, 키가 좀 작은 게 흠이지만 말이야.”

그러고는 그녀도 조금 부끄러워진 얼굴로, 속삭이듯 물었다.

“너도 남자니까, 그게 사실이야? 코가 오뚝하면 정말... 그게... 대단한가?”

미정의 얼굴도 점점 빨개지며 말을 이었다.

“너희 남자들 경험으로 봤을 때, 도 대표님 같은 사람은 정말 침대에서 대단하겠지?”

로희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정말 대단했어. 내가 밤새도록 애원해도 끝낼 생각이 없었으니까. 내가 울면서 빌지 않았더라면, 아마 그분한테 기절할 때까지 당했을 거야...’

로희의 얼굴은 빨갛게 물들었으나, 다행히 앞머리가 길어 그걸 숨길 수 있었다. 미정도 얼굴을 붉히며 로희를 바라보았고, 답을 얻지 못하면 끝내지 않겠다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음... 아마도 엄청 대단할 거야.”

로희는 극도로 부끄러워하며 얼버무렸다.

“이제, 이제 일에 집중하자. 너도 야근하고 싶진 않잖아?”

누가 야근을 좋아하겠는가? 미정은 일을 미루는 것을 멈추고, 다시 일에 몰두했다.

로희는 겨우 한숨을 돌리며, 아무도 보지 않는 틈을 타 붉어진 얼굴을 두드리고, 자신을 일에 집중하도록 강요했다.

미정과 로희는 복도 쪽으로 등을 돌리고 앉아 있었고, 아무도 벽 옆 사각지대에 서 있는 크고 듬직한 남자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 옆에서 상사에 대한 이야기를 어쩔 수 없이 듣고 있던 백기준은,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보스 도민우의 얼굴을 한 번 살피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대표님, 유 비서가 정말 다른 사람이 보낸 스파이일까요?”

로희는 보기에는 정말 해가 없는 사람처럼 보였다. 조용히 지내며,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남의 험담도 하지 않는 그런 사람.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봐도 스파이 감이 아니었다.

“스파이라는 걸 얼굴에 적어놓기라도 해야 하나?”

민우는 냉소적으로 말했다.

“언제부터 사람을 눈으로만 판단하기 시작했나?”

이에 기준은 부끄럽다는 듯 고개를 숙였다.

“죄송해요, 대표님 말씀이 맞아요.”

민우는 왜 그런지 알 수 없었지만, ‘은빈’의 맑은 눈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믿음이 생겼다. 어쩌면 이게 바로 ‘은빈’의 뛰어난 점일지도 모른다. 기준은 경계심을 품으며 속으로 다짐했다.

“회사에 전해지는 소문들이 너무 심해요. 한번 경고할까요? 류 비서가 잡혀간 이유는 회사 기밀을 유출했기 때문인데...”

민우는 아무리 막강한 권력을 가졌다고 해도, 이유 없이 사람을 감옥에 보내진 않았다. 마대에 묶여 바다에 던져진다는 말은 그저 어처구니없는 소문에 불과했다.

“한가한가 봐.”

민우는 냉랭하게 말했다.

“HSH그룹이 너한테 그렇게 높은 급여 주는 게 가십거리나 떠들라고 있는 줄 알아? 그런 거나 신경 쓸 거면 차라리 동네 아줌마를 고용하는 게 낫지 않겠어?”

역시나 민우의 독설은 여전했다.

...

대표실 문이 로희의 눈에는 마치 저승으로 통하는 문처럼 보였다. 금방이라도 자신을 지옥으로 끌고 갈 것만 같았다.

로희가 주저하며 망설이는 사이, 안에서 차갑게 울리는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 앞에서 들어갈 타이밍이라도 재고 있나요? 회사에서 그렇게 시간 낭비나 하라고 고용된 줄 압니까?”

로희는 몸을 떨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갔다.

“도, 도 대표님.”

민우는 책상 뒤에 앉아 있었고, 그의 날카롭고 완벽한 얼굴은 햇살을 받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이 그의 차가움을 덜어주지는 못하고, 오히려 더 멀게 느껴졌다. 마치 신의 자리에 앉아 있는 고귀한 신과도 같았다.

로희는 그만 넋을 잃을 뻔했지만, 민우가 차갑게 쳐다보자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로희는 몸을 떨며, 쳐다보지 않고 말했다.

“도 대표님, 저를 부르셨나요?”

너무 길게 내려온 앞머리가 로희의 얼굴 대부분을 가려서, 전반적으로 위축된 듯 보였다.

‘남자답지 않게 왜 이리 겁이 많아 보이는지.’

민우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이리 와요.”

로희의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남자든 여자든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오는 것을 가장 싫어하지 않던가? 혹시 무언가를 알아챘을까?’

로희의 두려움이 너무도 분명하게 드러나, 민우의 날카로운 시선이 그녀를 꿰뚫으며 불쾌하게 만들었다.

“내가 무섭나요?”

‘설마 내가 사람 잡아먹는 짐승이라도 된다고 생각해?’

“아, 아니요...”

로희는 식은땀에 젖은 등을 느끼며 미친 듯이 고개를 흔들었지만, 가냘픈 어깨는 멈추지 않고 떨리고 있었다. 민우는 그런 로희를 가만히 바라봤다.

민우는 강렬한 기세를 가지고 있었고, 그의 방식은 번개처럼 빠르고 강했다. 세상에 민우를 두려워하는 사람은 많았지만, 이 정도로 공포에 질린 사람은 없었다.

‘그저 겁이 많은 것일까, 아니면 뭔가 찔리는 게 있어서일까?’

로희가 더욱 심하게 떨기 시작하자, 민우의 시선은 더욱 차가워졌다. 그는 컴퓨터 화면을 돌려 로희에게 보이며 말했다.

“이 여자 알고 있어요?”

로희는 몸이 굳어버렸고, 식은땀이 속옷까지 흘러들어가며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만 같았다.

‘당연히 알고 있었지. 화면 속 여자는 다름 아닌 여장을 한 나였잖아...’

그 순간, 로희의 심장은 멎을 듯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로희는 HSH그룹에서 청소부 아줌마보다 존재감이 없는 말단 직원일 뿐이었다.

‘혹시 무언가 알아차렸을까?’

그녀의 몸이 더욱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로희가 입술을 물어뜯는 것을 보고 있던 민운느 왠지 모르게 짜증이 났다.

“벙어리인가요?”

그러고 그는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말해요!”

‘그 입술이 무슨 죄가 있다고. 더 이상 스스로를 괴롭히지 말라고.’

로희는 자신이 왜 이렇게까지 소심한지 자신도 한심하게 느꼈다. 머릿속은 그 혼란스럽고 광란의 밤과 류하늘이 끌려갔던 그날의 비참한 장면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 기억들은 뒤죽박죽 섞이며 마음을 혼란스럽게 만들었고, 그래서 아무리 침착하려고 해도 도저히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로희의 얼굴은 점점 창백해졌고, 가슴 속 깊은 곳에서부터 두려움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아, 아니요, 몰라요.”

이가 딱딱 부딪히며, 로희의 목소리는 떨렸다.

“몰라요, 전혀 몰라요.”

민우는 앞머리 아래로 드러난 로희의 얼굴 일부를 보며, 마치 하얀 도화지처럼 창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하자. 이렇게 겁이 많은 스파이가 대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까? 거짓말도 제대로 못 하면서, 허점투성이네.’

민우는 갑자기 흥미를 잃고, 냉소적으로 말했다.

“나가 봐요.”

그 말에 로희는 마치 구원을 받은 듯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재빨리 몸을 돌려 도망치려 했다. 그러나 민우는 이미 무언가를 잡으려 일어서며, 그의 긴 다리로 로희보다 먼저 앞질러 나갔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로희는 그만 민우의 뜨겁고 단단한 등에 부딪혔고, 충격에 코끝이 찡해 눈물이 고였다.

민우는 본능적으로 로희를 부드럽게 감싸 안아 주었고, 그녀의 휘청거리는 몸을 안정시켰다.

그의 손에 느껴지는 로희의 허리는 너무도 가늘고 부드러웠다.

‘다 큰 남자가, 어떻게 이렇게 말랐을 수 있지?’

민우의 손에 닿은 허리는 마치 한 손으로도 부러질 듯한 연약함을 느끼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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