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에게 깊이 빠져 있던 그 순간, 갑자기 로희의 가슴 쪽에서 따뜻한 온기가 전해졌다. 깜짝 놀란 로희는 그제야 정신이 들었고, 무의식적으로 온 힘을 다해 민우를 밀쳐냈다.이윽고 그녀는 본능적으로 두 손으로 가슴을 감싸며, 뜨겁게 달아오른 얼굴을 식히려 했다. 로희에게 밀려난 민우는 잠시 휘청거렸지만, 화를 내지 않고 고개를 숙여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그 손은 로희의 몸에 닿았던 바로 그 순간 얼어붙은 듯했다.그 모습을 본 로희는 부끄러움과 수치심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어... 어떻게 손을 넣어서... 만질 수가 있지...?' 하필 오늘은 서둘러 나오느라 가슴을 천으로 단단히 동여매는 것도 깜빡했던 것이다. 다행히 오버사이즈 옷 덕분에 다른 사람에게 들키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창피하고 어쩔 줄 몰랐다.“늦었어요... 이제 그만 가볼게요.”로희는 민우의 얼굴을 감히 바라보지도 못하고, 서둘러 차에 올라타 도망치듯 떠나려고 했다. 그녀의 말에 정신을 차린 민우는 도망가는 로희를 보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네. 유 비서, 몸매가 좋네.”민우는 로희에게 이런 화끈한 몸매가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한 표정이었다.로희는 그저 땅속으로라도 숨고 싶은 심정이었다. 생각이 멈춰버리고, 온몸이 화끈 달아올라 오로지 도망쳐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그러나 후들거리는 다리 때문에 한참을 헤매다가 겨우 시동을 걸고 떠날 수 있었다.자신이 전에도 민우를 ‘정직한 남자'로만 생각했는데, 이제 와서 보니 그도 결국...‘도민우도 정말 치사해!!'...이튿날 로희는 출근 시간에 맞춰 회사에 도착했다. 그때 임달미가 사무실 앞에서 야릇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도 대표님께 중시를 받는다고 점점 게으름 피우는 사람들이 있더라고요. 회사는 일하는 곳이지, 거들먹거리며 게으름 부리는 곳이 아니에요.”간신히 지각을 면한 로희는 그 말이 자신을 겨냥한 것임을 알고도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속으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술 마셨으면 그냥 곱게 자지, 왜
동료들의 시선을 무릅쓰고 로희는 민우를 따라 그의 사무실로 들어갔다. 문을 닫고 나서야, 로희는 민우와 ‘안전거리’를 유지한 채 조심스레 물었다.“도 대표님, 지시하실 일이 있습니까?”민우는 살짝 미소 지으며, 전과는 다른 부드러운 눈빛으로 로희를 바라보며 물었다.“왜 그렇게 멀리 서 있어? 그리고 다크서클은 왜 이렇게 심해? 잠을 못 잤어?”‘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로희는 대답하지 않았고, 민우도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은 채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로희를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 압도된 로희는 참지 못하고 목소리를 높였다.“도 대표님, 뭘... 뭘 보시는 거예요?”민우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말했다.“유 비서, 오늘 꽤 말라 보이네?”그 말에 로희는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이거 말하려고 부른 거야?’민우는 기분이 좋아 보였다.“유 비서, 어제 일부러 그런 거였어?”그 말에, 방금까지 붉게 달아올랐던 로희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잠결에 급히 나가느라 가슴을 천으로 단단히 동여매지 않은 건데, 마치 자기를 유혹하려고 일부러 그런 거 아니냐는 뜻으로 들렸다.‘내가 그렇게 가벼운 여자로 보이는 거야?’‘하긴... 그날 내가 술기운에 도민우한테 안겨서 그랬으니...’‘유로희, 너 정말 구려!’순간 코끝이 시려오면서 로희는 가슴 한쪽이 아파왔다. 하지만 민우는 그런 로희의 변화를 알아차리지 못한 채, 그녀가 수줍어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다.어느새 로희 앞으로 성큼 다가온 민우는 손을 들어 그녀의 얼굴을 살며시 만졌다.로희는 마치 뜨거운 것에 데기라도 한 듯 급히 뒤로 물러났다.“도 대표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그 말에 민우의 손은 그대로 멈춰 얼어붙고, 그의 눈살이 찌푸려졌다.“도 대표님, 지금 무슨 오해를 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절대 분수에 넘치는 마음을 품은 적 없습니다.”로희는 붉어진 눈시울을 감추며 최대한 덤덤하게 말하려고 했지만, 그녀의 몸은 미친 듯이 떨리고 있었다.“대표님에 대해서 전 아무런
“스물다섯 살이라 조금 나이가 많네요. 돈은 많이 벌지만 직업이 불안정하고, 저는 공무원이니까 당신 조건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워요.” “이렇게 하죠. 당신이 직장을 그만두고 우리 빨리 결혼합시다. 결혼 후에는 아들 둘을 낳고, 당신은 부모님과 아이들을 돌보면서 편하게 지내세요. 돈은 제가 벌 테니까요.”유로희는 눈앞에 있는 탈모에다 살이 둥글둥글 찐 남자를 보자 얼굴이 불타오르듯 새빨개졌다. 이는 부끄러움이 아닌 순전히 분노 때문이었다. 속으로는 서민아를 수십 번이나 욕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게 민아 때문이야. 출장 간다고 하더니 나를 대신 보낸 거잖아.’ 민아는 부모님의 강요로 맞선 자리에 나가야 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로희에게 대신 나가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그 탓에 로희는 지금 이 자리에서 괴상한 남자와 마주하고 있었다.민아는 로희의 오랜 친구였기에 어쩔 수 없이 나와준 것이었지만, 그 대가로 끈적거리는 남자의 시선을 견뎌야 했고, 터무니없는 이야기들을 들어야만 했다. 로희의 인내심은 그 순간 한계에 다다랐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남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입을 열었다.“죄송하지만, 지금 당장은 직장을 그만둘 생각이 없어요. 우리 서로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로희가 차분하게 대답하자, 남자의 눈빛이 순간 번뜩였다. 로희의 목소리는 마치 꿀을 머금은 듯 달콤하고 맑아, 그에게는 귀를 간지럽히는 음악처럼 느껴졌다.“그렇게 급하게 가지 말아요.”마치 그가 기다리던 순간이라도 온 듯, 눈앞에 펼쳐진 욕망이 담긴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남자는 자신의 큰 손을 뻗어 로희의 팔을 붙잡으려 했다.“직장을 그만두지 않아도 돼요. 우리 다시 얘기해 봅시다. 나는 그렇게 고지식한 사람이 아니에요. 천천히 조율할 수 있어요.”“아니요, 됐어요.” 로희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우리는 정말 맞지 않아요. 저는 고
유로희는 여자였지만, 오빠 유은빈의 이름으로 남장하고 있었다. 로희는 고아였고, 한 살이었을 때, 아들을 잃은 유재성 부부가 로희를 입양했다.이영애는 아들을 잃고 정신이 나가, 몇 차례나 자살을 시도했다. 하지만, 유재성은 로희의 코 옆에 있는 작은 점이 은빈과 같은 위치에 있다는 이유로 그녀를 데려와 이영애를 속였다. 로희가 바로 잃어버린 아들 은빈이라고 말이다.이영애는 실제로 건강을 회복했으며, 그 후 로희는 은빈으로 살았다. 로희는 조용히 살면서 뛰어난 성대 모사로 모두를 속였다. 로희가 HSH그룹에 입사할 때, 이영애의 상태는 전보다 훨씬 좋아졌다.HSH그룹에서의 근무는 로희에게 매우 중요했고, 누구보다도 문제가 생길까 두려워 꾸중도 조용히 속으로 삭혔다. 백기준은 이렇게까지 무던한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 로희는 정말로 너무도 착하고 순했다.기준은 로희를 잠시 살펴보더니, 머리와 안경 밑에 드러난 작은 얼굴이 지나치게 곱다는 것을 알아챘다.피부는 여자보다도 더 부드럽고 하얗고, 입술은 복숭앗빛이었다. 콧대가 살짝 오뚝한 것이, 목소리가 확실히 남자라고 하지 않으면 성별을 구분하기 어려웠다.기준의 목소리가 조금 누그러졌다. “일을 마치고 나면 제 사무실로 오세요.”...로희는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물건을 챙겨 YH호텔로 향했다. 그러나 기준이 알려준 방으로 갈수록, 점점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문을 두드린 순간, 그녀는 머리카락이 쭈뼛 서며 모든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어젯밤 자신과 관계를 맺은 사람은 바로 아시아에서 가장 많은 여성이 결혼하고 싶어 하는 남자라는 것. 더군다나 만 28세에 포브스 리스트에 오른 HSH그룹의 대표, 도민우였다는 것이다.로희는 그 자리에 얼어붙어, 손에 쥔 쇼핑백을 꽉 쥐었다. 어젯밤, 로희는 자신의 직속 상사이자 수많은 명문가의 여성들이 꿈꾸는 남자와 잠자리를 가졌다는 말인가?한참 동안 반응이 없던 도민우는 이미 차가운 분노에 잠겨 더욱 험악한 표정을 지었다. “옷은 어디 있죠?”“네?”충격
갑작스러운 명령에 로희는 놀라서 몸이 굳어버렸다. 하지만 민우는 이미 인내심이 바닥난 상태였고, 커다란 손으로 로희의 어깨를 잡아 돌려세웠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로희는 민우의 축축하고 단단한 가슴에 부딪혔다. 민우는 타월 하나만 두르고 있었다.로희는 예전에 들었던 소문들이 과장된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그 소문들이 오히려 지나치게 절제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민우는 단순히 잘생긴 정도가 아니라, 마치 신이 직접 빚어낸 조각상처럼 모든 것이 완벽에 가까웠다.‘세상에, 어떻게 돈 많고 능력 있고 배경까지 좋은 사람이 이렇게 몸매까지 완벽할 수 있을까?’로희는 마음을 가다듬으며 애써 강한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목소리를 낮췄다.“도 대표님, 무슨 일이 있으신가요?”로희의 변성된 목소리는 인터넷에서 많은 소녀들을 매혹시킨 부드럽고 듣기 좋은 음성이었다. 심지어 몇몇 여성향 게임에서는 로희를 성우로 초청해 캐릭터 목소리를 녹음하기도 했다.목소리를 낮추면 더 듣기 좋아졌고, 순수한 남성의 목소리였다. 민우는 잠시 멈칫하며, 로희의 섬세한 턱선을 바라보며 가슴이 쿵쿵 뛰는 기분을 느꼈다.민우는 스스로 미친 게 틀림없다고 생각되었다. 여자와 남자도 구분할 수 없게 된다니. 모두 그 지긋지긋한 여자 때문이었다. 심하게 짜증이 난 민우는 거칠게 손을 놓으며 말했다. “나가요.”민우는 그 어느 때보다 변덕스러웠기에, 로희는 위기를 모면하며, 재빨리 욕실을 빠져나갔다....짜증이 가시지 않은 채로, 민우는 옷을 입으며 물었다. “발견한 거 있나요?”“아무것도 없었어요.”로희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어요, 도 대표님.”설령 뭔가 발견했더라도, 로희는 그것을 숨기고 절대 민우에게 넘기지 않을 것이었다. 로희는 그저 조용히 일하고 살아가고 싶었고, 아영애의 병이 나아질 때까지 기회를 잡아 높은 자리에 오를 생각이 전혀 없었다.로희는 그런 자리에 어울리지도 않았고, 무엇보다도 ...로희는 손목의 구슬 팔찌를 쓰다듬으며, 쓰게
“도 대표님 때문이라고?” 로희는 충격을 받았다.“당연하지! 그렇지 않다면 누가 그 정도의 힘을 가질 수 있겠어?” 미정은 확신에 차 말했다. “류 비서가 도 대표님과 잠자리를 가지려다가 도 대표님을 화나게 했어. 그래서 경찰서에 보낸 거지.”‘그날 밤 도민우의 상태가 이상했던 이유가 정말 류하늘이 약을 탔기 때문일까? 단지 그런 이유로 감옥에 가야 한다면, 나처럼 ‘성공적’으로 도우미와 잠자리를 한 여자는 어떻게 되는 걸까?’로희는 눈앞이 캄캄해지며, 목이 바짝바짝 타들어 갔다. “설마. 남녀 사이의 일 때문에 감옥에 갈 수 있겠어?” “제발 좀 정신 차려. 상대가 도 대표님이잖아!” 미정은 로희를 놀리듯 웃으며 말했다. “너무 순진해. 도 대표님은 권력과 재력이 있으니, 누군가를 감옥에 보내는 건 간단하지. 들어본 적 없어?”“도 대표님을 화나게 한 사람은 마대에 묶여 바다에 던져져도 아무도 간섭하지 못한다는 소문 말이야.”로희는 이상하게 점점 추워지는 기분이 들었다. ‘도민우는 왜 꼭 옛날에 순결을 지켜야만 했던 ‘열녀'처럼 구는 걸까?! 자기를 넘보는 사람들에게 이렇게까지 혐오감을 느끼다니...’ 그녀는 더욱 자신이 들키지 말아야 한다는 결심을 굳혔다.“그러고 보니, 도 대표님은 그렇게 잘생기고 돈도 많은데 왜 여자에게 관심이 없을까?” 미정은 여전히 가십을 이어갔다. “혹시 성적 지향이 다른 쪽인가?” “그럴 리 없잖아!” “인터넷에선 도 대표님 같은 몸이 좋은 남자들은 침대에서도 엄청나다고들 하던데. 만약 그런 사람이 게이라면, 너무 아깝지 않겠어?”미정이 너무 솔직해서, 로희는 얼굴이 붉어지며 당황했다. “뭐, 뭐라고?” “아, 부끄러워하지 마. 우리 회사에서 많은 사람들이 너도 게이일 거라고 생각해.” 미정은 턱을 괴며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었다. “사실, 은빈 너도 꽤 잘생겼어. 좀 촌스럽게 입고 다니고, 키가 좀 작은 게 흠이지만 말이야.” 그러고는 그녀도 조금 부끄러워진 얼굴
‘이 유은빈, 어쩜 이렇게 잘생겼지?’ 로희의 피부는 하얗고 매끈해, 손가락으로 살짝만 눌러도 물이 배어나올 듯했다. 입술은 핑크빛으로 도톰해, 본능적으로 보호해 주고 싶은 충동을 일으켰다. 민우는 어느새 시선이 고정된 채, 마치 홀린 사람처럼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익숙한 달콤한 향기가 민우의 코끝을 스치자, 그날 밤의 거칠고 파편 같은 장면들, 그녀가 흥분하며 내뱉던 매혹적인 목소리, 잊히지 않는 향기가 갑작스레 그의 온 감각을 사로잡았다. 그는 온몸이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뜨겁게 달아오르며, 팽팽한 긴장감이 온 신경을 휘감았다.이에 로희는 깜짝 놀라 눈을 크게 뜨며 얼굴이 새빨개졌다. ‘도, 도, 도민우가... 정말로 남자를 좋아한다고?’ ‘어쩐지 여자들에게 그토록 관심이 없더니, 그날 밤 자신이 여자와 함께 있었다는 사실에 그렇게 분노했던 것도...’로희는 마치 무언가를 깨달은 듯 깜짝 놀라 민우의 품에서 빠르게 벗어났다. “죄, 죄송해요. 도 대표님!” 로희는 죽을 만큼 두려웠다. “저, 저, 저 정말 일부러 그런 게 아니에요!” ‘지금 내가 도민우의 비밀을 알아버렸으니, 설마 나를 바다에 던져 물고기 밥으로 만들지는 않겠지?’ 자신의 품에서 빠져나간 로희를 느낀 순간, 민우는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다시 붙잡으려 했다. 하지만 곧 자신의 터무니없는 행동을 깨닫고, 눈에 차가운 기운이 서렸다. “무슨 향수 썼어요?” “향수라뇨?” 로희는 당황한 듯 말끝을 흐리며 답했다.“저 같은 남자가 무슨 향수를 쓰겠어요?” 민우의 어두운 눈빛은 마치 심연처럼 깊고 위험했다. 눈앞에 있는 ‘유은빈'은 단정하게 옷을 차려입고, 전혀 눈에 띄지 않는 그저 잘생긴 평범한 남자의 모습이었다. 목소리 또한 부드럽고 온화한, 마치 귀족 도련님 같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공격적이지 않고, 차분하면서도 남성다운 목소리. 그 속에 조금의 여성스러움도 느껴지지 않는, 확실한 남자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남자가 언제 이렇게 다른
“유 비서.”로희를 보자마자 민우의 얼굴이 더 어두워졌다. 그는 이를 악물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이 집의 세입자가 당신입니까?”로희는 온몸이 얼어붙어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멍하니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이 순간 로희가 다행이라고 생각한 것은, 급하게 일을 처리하느라 아직 옷을 갈아입지 못했다는 사실이었다.‘하지만 도민우가 왜 여기 있는 걸까?’민우의 표정은 너무도 무서웠고, 눈빛은 마치 사람을 베어낼 듯 날카로웠다. 조용히 경계를 늦추지 않던 기준은 보스의 눈에 비치는 음울함을 보고,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민우는 살의를 품었고, 분위기는 소름 끼칠 정도로 차가웠다. 로희는 어깨가 떨리며, 그의 눈빛에 얼어붙을 것만 같았다.“자기야! 뭐 하고 있어?”로희의 뒤에서 달콤한 여자 목소리가 들려왔다. 친밀하고 은밀하게 말하는 듯한 그 목소리가 들려왔다.“아니,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거야. 얼른 와.”‘이 목소리...’민우의 눈동자가 급격히 좁아졌다. 깨끗하면서도 달콤한 목소리가 머릿속에 선명하게 남았다. 바로 그 사람이 그 망할 여자인 걸 직감한 것이다. 민우는 본능적으로 그 여자를 붙잡기 위해 안으로 뛰어들려 했으나, 행동을 취하기도 전에 누군가 그를 밀쳐 두 발짝 뒤로 물러나게 했다.로희는 자신이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민우를 밀어내고는 곧바로 ‘쾅’ 소리와 함께 문을 닫아버렸다. 시야가 가로막히자, 민우의 무서운 눈빛이 그녀에게 쏟아졌다.로희는 억지로 웃어 보였지만 그 미소는 울고 있는 것보다 더 끔찍했다.“도, 도 대표님.”로희는 차라리 땅에 구멍이라도 있으면 그 안으로 들어가 숨고 싶었다. 배달이 온 줄 알고 나왔을 때, 서재 문을 제대로 닫지 않은 게 화근이었다. 비싼 스피커는 로희의 녹음 내용을 너무나도 선명하게 재생했고, 하필이면 그런 은밀한 대사가 흘러나왔다. 로희는 당혹감에 온몸이 터질 것만 같았다.“죄, 죄송해...”‘젠장.’로희는 민우가 다른 사람이 자신에게 다가오는 것을 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