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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스러운 반전 로맨스
비밀스러운 반전 로맨스
Author: 행등중하유

제1화

“스물다섯 살이라 조금 나이가 많네요. 돈은 많이 벌지만 직업이 불안정하고, 저는 공무원이니까 당신 조건으로는 부족한 것 같아요.”

“그래도 저는 개인적으로 만족스러워요.”

“이렇게 하죠. 당신이 직장을 그만두고 우리 빨리 결혼합시다. 결혼 후에는 아들 둘을 낳고, 당신은 부모님과 아이들을 돌보면서 편하게 지내세요. 돈은 제가 벌 테니까요.”

유로희는 눈앞에 있는 탈모에다 살이 둥글둥글 찐 남자를 보자 얼굴이 불타오르듯 새빨개졌다. 이는 부끄러움이 아닌 순전히 분노 때문이었다. 속으로는 서민아를 수십 번이나 욕하고 있었다.

‘이 모든 게 민아 때문이야. 출장 간다고 하더니 나를 대신 보낸 거잖아.’

민아는 부모님의 강요로 맞선 자리에 나가야 했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로희에게 대신 나가달라고 간곡히 부탁했다. 그 탓에 로희는 지금 이 자리에서 괴상한 남자와 마주하고 있었다.

민아는 로희의 오랜 친구였기에 어쩔 수 없이 나와준 것이었지만, 그 대가로 끈적거리는 남자의 시선을 견뎌야 했고, 터무니없는 이야기들을 들어야만 했다.

로희의 인내심은 그 순간 한계에 다다랐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남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서둘러 입을 열었다.

“죄송하지만, 지금 당장은 직장을 그만둘 생각이 없어요. 우리 서로 맞지 않는 것 같아요. 저는 일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요.”

로희가 차분하게 대답하자, 남자의 눈빛이 순간 번뜩였다. 로희의 목소리는 마치 꿀을 머금은 듯 달콤하고 맑아, 그에게는 귀를 간지럽히는 음악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급하게 가지 말아요.”

마치 그가 기다리던 순간이라도 온 듯, 눈앞에 펼쳐진 욕망이 담긴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남자는 자신의 큰 손을 뻗어 로희의 팔을 붙잡으려 했다.

“직장을 그만두지 않아도 돼요. 우리 다시 얘기해 봅시다. 나는 그렇게 고지식한 사람이 아니에요. 천천히 조율할 수 있어요.”

“아니요, 됐어요.”

로희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수 없다는 듯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우리는 정말 맞지 않아요. 저는 고객과 약속이 있어서 먼저 실례할게요.”

“커피는 제가 다 마셨으니, 오늘은 제가 계산할게요.”

로희는 서둘러 계산을 마치고 도망치듯 자리를 떠났다.

“우리는 잘 맞을 것 같은데, 나중에 후회하지 말아요!”

로희가 뒤돌아보지도 않고 사라지자, 남자는 분노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나는 공무원이야! 네가 조금 예쁘니까 내가 이 정도로 잘해주는 거지, 안 그랬겠어?”

로희는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몸이 갑자기 뜨거워지고,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숨이 가빠졌다.

그녀는 성우 일을 부업으로 하고 있었고, 오늘 밤 중요한 계약을 논의할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 상태로는 그 만남을 이어갈 수 없을 것 같았다.

맞선 자리에서 마신 커피에 문제가 있었다. 틀림없이 그 남자가 커피에 뭔가를 섞은 게 분명했다.

‘이 썩을 놈... 오늘 정말 최악이야!!!’

로희는 그 생각에 이를 악물고, 급히 상대방에게 메시지를 보내 회의를 취소했다. 지금 자신의 상태는 너무나도 위험했고, 빨리 집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비틀거리며 벽을 짚고 걷던 중, 그녀는 옆방의 문이 살짝 열려 있는 것을 발견했다. 문을 밀자 방은 활짝 열렸고, 로희는 그 순간 깜짝 놀라 어둠 속으로 넘어졌다.

“누구야?!”

자제력 있는 남자의 목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려왔다.

로희는 순간 정신이 혼미해졌다. 남자의 낮고 섹시한 목소리는 마치 성우로 일한다면 수많은 여자들의 마음을 휘어잡을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이었다.

“죄, 죄송합니다. 바로 나갈게요!!”

로희는 급히 사과하며 고개를 들어 마주친 순간, 맹수처럼 위험하고 공격적인 눈빛에 놀라 그대로 얼어붙었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균형을 잃은 그녀는 그대로 남자의 품에 쓰러졌다.

‘왜 이렇게 뜨겁지?!’

남자의 체온은 로희보다 훨씬 더 뜨거웠고, 그의 몸은 단단한 근육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열기가 그녀의 몸속 깊이 스며들자 잠시 불안이 가라앉는 듯했지만, 동시에 설명할 수 없는 강렬한 욕망이 서서히 피어올랐다.

로희는 어지러움에 휩싸여 머릿속이 텅 비어버렸다.

“꺼져.”

남자의 목소리는 차가운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그는 이를 악물며 위협적인 말투로 내뱉자, 로희는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

“그럼 날 놔주셔야죠.”

그러나 남자의 손은 마치 쇠로 만든 집게처럼 단단하게 로희를 붙잡고 있었고, 내보낼 생각은 전혀 없는 듯했다.

이 남자는 바로 도민우였다. 그의 눈은 분노로 붉게 충혈되어 있었고, 무단으로 자신의 방에 침입한 이 여자를 당장이라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은 충동이 치밀어 올랐다.

오늘 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비하지 못한 채 오랫동안 버텨왔던 민우의 의지력은 이제 한계에 다다르고 있었다.

이성은 민우에게 로희를 방에서 내보내라고 속삭였지만, 코끝을 스치는 달콤한 향기가 그의 움직임을 마비시켰다.

민우는 입 안에 쇠 맛을 느끼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누가 보냈지? 말해!”

“아무도 날 보내지 않았어요.”

로희는 너무 가까이 있었다. 민우가 말을 내뱉을 때마다 그의 뜨거운 숨결이 그녀의 목덜미에 닿았고, 그 순간 참을 수 없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몸은 점점 뜨거워지는 느낌에 사로잡혔고, 로희는 어둠 속에서 민우의 모습을 응시했다. 넓은 어깨와 잘록한 허리를 가진 이 남자는 보기 드문 완벽한 비율의 미남이었다.

약효는 점점 강해졌고, 로희는 민우의 단단한 가슴을 손끝으로 살짝 눌렀다.

“당신도 힘들잖아요? 그런데 왜 나한테 화를 내는 거죠?”

로희의 작은 행동에 민우의 마지막 남은 이성의 끈은 결국 툭 하고 끊어졌다. 그는 붉어진 눈으로 로희를 품 안에 안고, 거칠게 입술을 덮쳤다.

민우의 머릿속에서 마치 폭죽이 터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온몸을 뜨겁게 휘감는 감정이 더 강렬해졌다. 그의 움직임은 거칠고 빠르며, 로희는 자신이 광풍 속에 휘말린 나뭇잎처럼 흔들리고 있었다.

로희의 손목에 걸려 있던 구슬 팔찌가 흔들리며, 그 안에 삐뚤어진 하트 모양이 드러났다. 흐릿한 의식 속에서 무언가를 느낀 듯, 그녀의 눈가에서 눈물 한 방울이 천천히 흘러내렸다.

...

“들었어? 류하늘 비서가 경찰서에 끌려갔다더라.”

아침 일찍 로희가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안미정이 호기심에 가득 찬 얼굴로 다가와 가십을 늘어놓았다. 로희는 온몸이 마치 몸살이라도 난 듯 아팠고, 마음은 다른 데 가 있었다.

“응.”

로희는 가볍게 대답했고, 마음속으로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지만, 말 한마디라도 해야 할 것 같았다.

“그게 다가 아니야. 어제 류하늘 비서가 도 대표님 앞에서 무릎까지 꿇었다더라고.”

옆에서 듣고 있던 동료가 흥미진진한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도 대표님은 정말 무정해요. 류하늘 씨가 그렇게 예쁜데도 눈 하나 깜짝하지 않더라니까.”

류하늘은 HSH그룹의 대표, 도민우의 개인 비서였다. 로희도 하늘을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하늘은 언제나 화려하고 아름답게 차려입고, 자부심 넘치는 모습으로 사람들 사이에서 빛났다.

“유은빈!”

갑자기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로희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비서실 실장인 백기준이 문 앞에서 자신을 향해 손짓하는 것을 보았다.

‘나를 왜...? 이 회사에서 나 그저 평범한 말단 직원일 뿐인데, 도대체 실장님이 왜 나를 찾는 거지?'

로희는 의아하고 불안한 마음에 주저했지만, 복잡한 마음을 애써 다잡으며, 기준을 따라 복도로 나섰다.

기준은 아무 말 없이 로희에게 쇼핑백을 건넸다.

로희는 의문이 가득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자, 기준이 말했다.

“YH호텔 2101호. 도 대표님께 전달해 드리세요.”

‘YH호텔...!!!’

어젯밤의 혼란스러운 기억들이 로희의 머릿속을 스치듯 지나갔다. 그녀는 반사적으로 손목에 걸린 구슬 팔찌를 꽉 쥐었고, 설명할 수 없는 거부감이 온몸을 감싸기 시작했다.

“백 실장님, 저는 그냥 일반 사무직이에요. 이런 일은 제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기준은 단호하게 말했다.

“빨리 가세요.”

그 짧고 단호한 말에 로희는 더 이상 반박할 수 없었다.

“...”

기준은 시계를 확인하며 짜증 섞인 표정을 지었다. 어젯밤의 일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야 했기에, 기준은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상태였다. 그래서 회사에서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사람을 골라 일을 맡긴 것이다.

기준이 떠나려는 순간, 로희는 어디서 나온 용기인지 모르게 조심스레 물었다.

“백 실장님, 류 비서님은 어떻게 된 건가요?”

그 순간, 기준의 표정이 한층 더 차가워졌다. 안경 너머로 날카롭게 번뜩이는 눈빛이 로희를 꿰뚫었다.

“묻지 말아야 할 건 묻지 마세요. 그리고 쓸데없는 호기심은 갖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기준은 냉정한 말투로 경고를 덧붙였다.

“입조심하세요.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닥칠 겁니다.”

그 말에 로희는 얼굴이 하얗게 질려 고개를 끄덕였다.

“명심하겠습니다.”

Z세대가 직장 분위기를 바꾸고 있다고 하지만, 로희에겐 그럴 용기가 없었다. 그녀는 회사를 가볍게 떠날 수도 없었고, 지금 안정된 일상을 깨뜨릴 배짱도 없었다.

왜냐하면, 로희는 절대 드러나서는 안 되는 비밀을 가슴에 품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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