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구는 특별 비서로서 언제나 실행력이 뛰어난 사람이다.그는 고서영의 팔을 거칠게 잡아당기며 밖으로 끌고 나갔다. 서영이 미친 듯이 저항하며 몸부림쳐도 전혀 놓을 생각이 없었다.“건방지게 굴지 마!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당장 손 떼!”진구는 금테 안경을 살짝 고쳐 쓰며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응시했다.“고서영 씨는 88층에서 떨어지고 싶은 건가요?”이곳은 무려 88층이었다.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온몸이 박살 날 것이다.그러나 진구의 표정은 농담하려는 듯 보이지 않았다.서영은 침을 꿀꺽 삼키며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결국 화난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세나는 비서의 안내를 받아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경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유로운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부 대표님, 지난번 제안을 반영해 기획안을 다시 수정했습니다. 검토 부탁드립니다.”세나는 차분한 태도로 서류를 건넸다. 그러나 이경의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그녀는 무심코 그의 목선을 힐끔 쳐다보게 되었다.그런데 이경은 서류를 받지 않고, 내밀어진 큰 손으로 오히려 세나의 팔을 잡아당겨 자신의 품으로 끌어들였다.“아!”세나는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비서는 이미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이경에게서 풍겨오는 은은한 오드콜로뉴 향과 담배 냄새가 묘하게 어우러져, 그녀는 불쾌하기보다는 묘하게 남성적인 매력을 느꼈다.세나는 그의 옆모습을 살폈다. 정교하게 빚어진 이경의 얼굴은 마치 신이 직접 조각한 것처럼 완벽했다.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부 대표님은 여자가 그렇게 간절하신가요?”세나의 얼굴이 붉어지며, 불쾌한 기억이 떠오르자 마음속 깊은 거부감이 스며들었다.“직접 해보면 내가 얼마나 간절한지 알 수 있겠지?”두 사람의 거리는 너무나 가까웠다. 세나는 이경이 말을 할 때 그의 숨소리가 변하는 순간까지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치 한 줄기 깃털이 그녀의 심장을 스치고 지나가는 듯한
핸드폰 너머에서 들려오는 송니정의 의심스럽고 놀란 목소리에, 세나는 두말하지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이런 중요한 순간에, 니정에게 꼬투리 잡혀 소문이 퍼지게 해서는 안 된다. “부 대표님, 저는 충분히 예의를 지킨 것 같으니 더 이상 선을 넘지 않으셨으면 좋겠네요.” “내가 선을 넘고 있다는 겁니까?” 이경은 두 눈을 가늘게 뜨며 세나를 바라보았다. “우리 사이에서 먼저 유혹한 쪽은 강 이사 아니었나요? 안 그래요?” “그날 밤은 실수였어요.” “실수라고요?” “부 대표님, 무슨 특이한 취향이 있으신지는 모르겠지만, 방금 상황을 봤을 때 부 대표님 곁에는 여자가 넘쳐날 테니, 굳이 저를 가지고 놀 필요는 없잖아요?” 세나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었다. 비록 자신이 어느 정도 외모가 뛰어나다고는 해도 이미 결혼한 몸이다. 그러니 이경이 자신과 장난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강 이사가 이혼하면, 그때 왜인지 알려줄게요.” 이 말이 떨어지자, 세나는 거의 기가 막혔다. ‘이 남자, 내가 방금 한 말을 전혀 듣지 않은 건가?’ 세나는 무언가 반박하려 했지만, 만약 이경을 화나게 한다면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무산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는 자신이 이혼할 때 받을 재산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안 돼, 먼저 상황을 안정시켜야 해.’ “저도 이혼할 겁니다. 하지만 시간이 좀 필요해요. 부 대표님도 아시다시피, 결혼 생활에는 재산과 인맥 같은 여러 관계가 얽혀 있잖아요. 서서히 정리해야 해요.” 이 대답에 이경은 만족한 듯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세나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그럼 수정한 기획안은 부 대표님께서 보시기에 괜찮은가요? 만약 괜찮다면, 계약을 먼저 체결할 수 있을까요?” 이경은 기획안을 보지도 않고, 곧바로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더니 사인했다. 세나는 기뻐하며 문서를 받으려 했지만, 문서는 중간에 걸려 있었다. 고개를 들어보니, 남자의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과 마주
“사진 속에 강세나 씨와 부이경 씨가 맞지 않습니까?” 기자의 몰아치는 질문에 세나는 더 이상 도망칠 곳이 없었다. 그때, 뒤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진 속 인물은 분명 저지만, 고작 이 한 장의 사진을 빌미로 우리 회사 앞까지 찾아오신 건가요?”이경이 등장하자, 조금 전까지 기세등등하던 기자들은 한꺼번에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 “그날 우리 회사 고위급 인사들이 술집에서 회식했는데, 그 자리에 있었던 사람들의 명단을 제가 하나하나 여러분께 보고해야 하나요?” 이경은 빠른 걸음으로 세나의 곁에 다가왔고, 그녀를 보호하면서도 예의를 지키는 거리를 유지했다. 기자들은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입을 다물었다. 그러나 간이 큰 한 기자가 고개를 내밀며 질문했다. “그런데 왜 그 회식 자리에 강세나 씨가 있었나요?”부이경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고 답했다. “JSH그룹은 계속해서 우리 회사와 협력하기를 원하고 있어요. 저와 제 주변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강 이사는 꽤 큰 노력을 기울였지요.”말을 마치며, 그는 세나를 한 번 쳐다보았다. 세나는 정신을 차리고, 곧바로 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들었다. “여러분께서 오해하신 것 같네요. 저는 기획서를 검토받기 위해 부 대표님을 찾아갔던 겁니다. 믿지 않으신다면, 일부 내용을 보여드릴 수도 있습니다.”이경은 차갑게 말했다. “기획서를 확인한 후에는 우리 회사에서 발송할 법적 문서도 같이 확인하시죠. 우리 회사에 기자들이 이렇게 몰려든 건 처음인데, 정말 영광입니다.”이경의 말이 끝나자, 기자들의 얼굴은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이경의 회사는 막대한 재력뿐만 아니라, 세계 최고의 법률팀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들의 변호사팀은 일류 로펌에 버금갔고, 그동안 그들이 치른 소송에서 패배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기자들은 겁에 질려 더 이상 묻는 자가 없었다. 사람들이 모두 떠난 후, 세나는 비로소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감사합니다, 부 대표님.
전화를 끊고 난 후, 차 안은 유난히 고요해졌다.이경이 말했다. “지금 집에 가고 싶지 않다면, 내가 도와줄 수 있어요.”“부 대표님, 농담이시죠? 지금 안 돌아가도, 어차피 언젠가는 가야 해요.”남자의 차가운 시선에 맞닥뜨린 세나는 얼른 말을 바꿨다. “제 말은, 이혼 얘기를 하더라도 만나는 건 피할 수 없다는 거죠. 안 그래요?”“오늘 일, 제대로 설명할 수 있겠어요?”“부 대표님이 이미 다 설명해 주셨잖아요.”이경은 가볍게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무심하게 말했다. “그 말을 몇 명이나 믿을 것 같아요?”술집에서 기획서를 건네다 넘어져 포옹한 사진이 찍힌다니, 그런 우연이 생길 가능성은 매우 적었다. 조금이라도 생각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 알 것이다. 그 기자들이 물러난 건 이경을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D시에서 이경의 말 한마디라면 많은 것을 바꿀 수 있지만 세나는 그런 능력이 없었다.“알아요.” 세나는 눈을 내리깔며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차는 곧 도시 북쪽의 B동 단독주택 구역 도착했다.“대표님.” 이진구의 목소리가 앞좌석에서 들려왔다.차가 전씨 별장에 도착하기도 전에, 기자들이 카메라를 들고 전씨 별장 앞에 쪼그리고 앉아 정문을 에워싸고 있는 것이 보였다.세나는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기자들이 여기까지 쫓아왔다니.”“이 비서, 차 돌려.”“그럴 필요 없어요!”세나는 급히 말렸다.“이대로는 돌아갈 수 없어요. 잠시 외부에서 머무르다 이곳 경비와 보안팀이 문제를 해결할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겠어요.”“괜찮아요, 저는 다른 방법으로 들어갈게요.”“부 대표님, 오늘 저를 집까지 데려다주셔서 감사합니다. 나머지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그 말을 남기고, 세나는 바로 차에서 내렸다.뒷좌석에 앉은 이경은 얼굴을 살짝 찌푸리고 있었다. 방금 들어 올리려던 긴 손가락은 공기를 휘저으며 천천히 가죽 시트 위로 내려갔다.진구가 말했다. “부 대표님, 이곳도 꽤 괜찮은 고급 주택 단지
“TV까지 나왔는데, 아직도 발뺌할 거야? 그동안 그 많은 계약을 따낼 수 있었던 건 모두 이런 수단을 사용한 덕분인가 보네.”“아들아, 저 여우 같은 여자의 진짜 모습을 똑똑히 봐!”장화숙의 모욕적인 말은 마치 벼락처럼 세나의 머릿속을 강하게 때렸다.“새언니도 정말 대단하네.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지? 우리 오빠가 평소에 새언니한테 얼마나 잘해줬는데, 그런 일을 해서 우리 전씨 가문 얼굴에 먹칠을 하다니. 우리 오빠가 얼마나 고생하는지 알기나 해?”전설아도 옆에서 맞장구를 쳤다. 세나는 주먹을 꽉 쥐고 물었다. “제가 뭘 했다고 그래요?”“아직도 인정하지 않는 거야? 기자들이 집 앞까지 몰려왔잖아. 부이경이 D시에서 유명하지 않았다면, 우리 오빠는 계속 속고만 있었을 거야!”세나는 설아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설아는 자신이 부잣집 딸이라는 자부심이 강했고, 세나 같은 평범한 가정 출신의 여자가 자신과 동등할 자격이 없다고 여겼다. 이번에 세나의 약점을 잡았으니, 비웃을 기회가 생긴 셈이었다.세나는 그녀와 다투고 싶지 않았다. 대신 설아의 뒤에 있는 사람을 바라보았다.“당신도 그렇게 생각해?”세나의 남편인 전성빈은 아무 말 없이 그녀가 비난받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성빈은 찌푸린 채 말했다. “이건 내가 그렇게 생각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네가 나에게 합리적인 설명을 해야 할 문제야.”“설명이라면, 내가 부 대표의 회사와 계약을 따냈다는 거야.”세나는 가방에서 이경의 서명이 담긴 계약서를 꺼냈다. “만약 내가 그런 방식으로 계약을 따냈다고 생각한다면, 이 계약서를 찢어도 좋아.”말이 끝나기 무섭게, 세나는 계약서를 찢으려는 동작을 했다.곧 성빈은 계약서를 낚아채며 급하게 소리쳤다. “뭐 하는 거야?”그 순간, 세나의 마음은 무너졌다.성빈의 눈에는, 그녀보다 이 계약서가 더 중요했다. 세나가 이 계약을 따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더 소중했다.그때 설아가 갑자기 소리쳤다. “저것 좀 봐!”TV 방송 화면에
전씨 별장 안의 TV 화면은 두 번 깜빡이더니 꺼져버렸다.성빈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이경이 세나를 마음에 들어 할 리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어떤 여자든 가질 수 있는 이경이 결혼한 평범하고 촌스러운 여자에게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이경의 등장은 성빈에게 치명적인 굴욕을 안겼다.“이 뻔뻔한 년아!”찰싹! 곧 날카로운 뺨을 때리는 소리가 거실 안을 울리며 적막을 깼다.세나는 얼굴을 감싸 쥐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 눈으로 분노에 찬 장화숙을 바라보았다.“네 애인이 집 앞까지 찾아왔는데, 할 말이 뭐가 남았겠니?”장화숙은 분에 차서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고, 전설아는 더욱 심한 말로 불을 붙였다.하지만 세나는 그저 성빈을 한 번 바라볼 뿐이었다.그녀가 예전에 모든 것을 걸고 결혼했던 그 남자는 지금 그녀를 위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어차피 모든 것이 사실이었다. 성빈이 먼저 바람을 피웠고, 세나 또한 이경과 관계를 가졌으니, 이제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세나는 방으로 돌아가 짐을 챙겨 거실로 나왔다.“강세나, 너 어디 가는 거야?” 성빈은 미간을 찡그리며 소리쳤다. “네가 잘못한 일을 우리 엄마가 좀 뭐라고 했다고, 어디 버릇없게 굴어?”세나는 성빈과 말다툼할 생각도 없었고, 거실을 우회해 나가려 했다.“멈춰!” 장화숙이 그녀를 막아섰다. “너, 손에 든 게 뭐야?”세나는 눈을 감고 속에 차오르는 울분을 억누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제 개인 물건입니다.”“여기는 우리 집이야. 네가 입고 있는 것부터 가지고 있는 것까지 모두 우리 아들이 사준 거잖아. 너한테 무슨 개인 물건이 있어?”“분명 잘못한 일이 들통나서 값진 물건을 챙겨서 나가려는 거겠지. 나가기 전에 한몫 챙기려고?”설아는 세나의 짐을 빼앗으려 했다.쿵-몸싸움 중, 빨간 캐리어가 땅에 떨어지며 두 동강 났다. 그 안에는 갈아입을 옷들만 들어 있을
전씨 가족뿐만 아니라, 세나도 순간 멍해졌다.“같은 말을 반복하고 싶지 않아요.”이경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성빈은 마침내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너, 너희 진짜로...”그는 분노에 차 이가 갈리도록 말했지만, 끝내 ‘불륜’이라는 말을 입 밖에 꺼내지는 못했다.아무리 아내를 사랑하지 않는다 해도, 자신의 아내가 다른 남자와의 관계를 맺는 것은 어느 남자에게나 자존심을 건드리는 문제였다.성빈의 얼굴은 이미 파랗게 변해 있었다.장화숙도 사태를 파악하고 말했다.“아주 잘됐네, 이젠 아예 집까지 찾아왔잖아! 이렇게 뻔뻔하게 불륜을 저지르다니! 우리 전씨 가문이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이런 수치를 당해야 하는 거지?”모욕적인 말들이 공기 중에 울려 퍼졌다.세나가 나서려 하자, 이경이 그녀를 막아섰다.“이 비서, 강세나 씨를 차로 모셔.”뒤에 있던 진구는 눈치를 채고, 세나에게 공손히 말했다. “세나 씨, 이쪽으로 가시죠.”세나는 이제 전씨 가족과 더 이상 얽히고 싶지 않았기에 곧바로 자리를 떴다.세나가 부이경의 차에 타는 것을 본 성빈은 당황했다.“당신들은 우리 집을 뭐로 생각하는 거죠?”성빈은 이경을 감히 건드리지 못했지만, 이 상황에서 분노를 참을 수 없었다. “부 대표님, 저는 당신을 존경하고, BM그룹을 존중합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을 무시하시면 안 되죠. 제 앞에서 제 아내를 데려가면, 우리 전씨 가문의 체면은 어쩌죠?”“체면을 얘기하고 싶으신가요? 그럼 제대로 얘기해 보시죠.”세나가 떠나자, 이경의 얼굴은 훨씬 더 차가워졌다. 그의 냉랭한 눈빛을 보자 성빈은 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차 안. 진구가 말했다. “세나 씨, 걱정하지 마세요. 대표님께서 잘 처리해 주실 겁니다.”세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차창 밖으로 전씨 별장 입구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왜 전성빈 같은 남자를 사랑했을까?’ 성빈은 이경 앞에서 비굴하게 굽신거리는 무능하고 이기적인 남자였다.잠시 후, 이경이 차에
“뉴스는 모두 삭제되었어?”“네, 각 언론사에서 모두 삭제했으며, 실시간 검색어도 차단했습니다. 오늘 밤이 지나면 이 일은 분명히 조용해질 겁니다.”이경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긴 손가락으로 사진을 톡톡 두드렸다.그날 밤, 성빈은 다른 여자와 바람피우느라 바빴다. 그러니 그 여자가 이 일을 저질렀을 리는 없었다. 그렇다면, 대체 누구일까?해가 저물고 있었다.성빈은 곧장 도심에 있는 송니정의 아파트로 향했다. 그곳은 성빈이 돈을 내고 빌린 곳이었다.처음 니정을 이곳으로 데려왔을 때, 문을 닫자마자 그녀가 성빈의 목을 감싸 안고 뜨겁게 달라붙었다. 순종적이고 사랑스러웠던 니정은 성빈을 완전히 매료시켰다.니정은 세나에게서는 결코 얻을 수 없었던 절대적인 순종을 그에게 주었다. 그것이 성빈에게 큰 성취감을 안겨주었다.“왜 갑자기 집에 오라고 한 거야? 무슨 일 있어?”“아무 일 없어요, 그냥 대표님이 보고 싶어서요.”집에 들어서자마자, 성빈은 니정을 침대로 던졌다. 그는 마음속의 분노와 초조함을 풀어내고 싶었다.니정은 놀란 듯 보였지만, 이미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고 있었던 것처럼 그를 받아들이고 있었다.격렬한 순간이 지나고, 성빈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담배를 피웠다.욕실에서는 물소리가 들렸고, 니정은 샤워를 마치고 수건을 두른 채 나왔다. 머리를 말리면서 일부러 무심한 듯 물었다. “오늘 오후에 보니까, 세나 언니가 회사에 안 왔더라고요. 연락도 안 되고, 무슨 일 있었어요?”성빈은 담배를 깊게 빨아들이며 잠시 침묵했다가 대답했다. “우리와 BM그룹의 프로젝트가 성사됐어.”“뭐라고요?”니정은 일부러 부러워하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세나 언니의 업무 능력은 정말 뛰어나잖아요. 저도 언젠가 세나 언니처럼 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정말 열심히 노력해 볼게요.”“하.” 성빈은 비웃듯 웃었다. “어차피 다 내가 준 JSH그룹 이사 자리 덕분이지. 그 자리가 없으면 뭘 할 수 있었겠어?”“당연히 그렇죠. 대표는 성빈 씨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