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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전씨 별장 안의 TV 화면은 두 번 깜빡이더니 꺼져버렸다.

성빈의 얼굴은 파랗게 질려 있었다.

불과 몇 초 전까지만 해도 그는 이경이 세나를 마음에 들어 할 리 없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어떤 여자든 가질 수 있는 이경이 결혼한 평범하고 촌스러운 여자에게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경의 등장은 성빈에게 치명적인 굴욕을 안겼다.

“이 뻔뻔한 년아!”

찰싹!

곧 날카로운 뺨을 때리는 소리가 거실 안을 울리며 적막을 깼다.

세나는 얼굴을 감싸 쥐고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리고 믿기지 않는 눈으로 분노에 찬 장화숙을 바라보았다.

“네 애인이 집 앞까지 찾아왔는데, 할 말이 뭐가 남았겠니?”

장화숙은 분에 차서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고, 전설아는 더욱 심한 말로 불을 붙였다.

하지만 세나는 그저 성빈을 한 번 바라볼 뿐이었다.

그녀가 예전에 모든 것을 걸고 결혼했던 그 남자는 지금 그녀를 위해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어차피 모든 것이 사실이었다. 성빈이 먼저 바람을 피웠고, 세나 또한 이경과 관계를 가졌으니, 이제 더 이상 이곳에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세나는 방으로 돌아가 짐을 챙겨 거실로 나왔다.

“강세나, 너 어디 가는 거야?”

성빈은 미간을 찡그리며 소리쳤다.

“네가 잘못한 일을 우리 엄마가 좀 뭐라고 했다고, 어디 버릇없게 굴어?”

세나는 성빈과 말다툼할 생각도 없었고, 거실을 우회해 나가려 했다.

“멈춰!”

장화숙이 그녀를 막아섰다.

“너, 손에 든 게 뭐야?”

세나는 눈을 감고 속에 차오르는 울분을 억누르며, 이를 악물고 말했다.

“제 개인 물건입니다.”

“여기는 우리 집이야. 네가 입고 있는 것부터 가지고 있는 것까지 모두 우리 아들이 사준 거잖아. 너한테 무슨 개인 물건이 있어?”

“분명 잘못한 일이 들통나서 값진 물건을 챙겨서 나가려는 거겠지. 나가기 전에 한몫 챙기려고?”

설아는 세나의 짐을 빼앗으려 했다.

쿵-

몸싸움 중, 빨간 캐리어가 땅에 떨어지며 두 동강 났다. 그 안에는 갈아입을 옷들만 들어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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