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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화

이진구는 특별 비서로서 언제나 실행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그는 고서영의 팔을 거칠게 잡아당기며 밖으로 끌고 나갔다. 서영이 미친 듯이 저항하며 몸부림쳐도 전혀 놓을 생각이 없었다.

“건방지게 굴지 마! 너 내가 누군지 알아? 당장 손 떼!”

진구는 금테 안경을 살짝 고쳐 쓰며 무표정한 얼굴로 그녀를 응시했다.

“고서영 씨는 88층에서 떨어지고 싶은 건가요?”

이곳은 무려 88층이었다. 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온몸이 박살 날 것이다.

그러나 진구의 표정은 농담하려는 듯 보이지 않았다.

서영은 침을 꿀꺽 삼키며 당황한 기색을 보이다가, 결국 화난 표정으로 발을 동동 구르며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세나는 비서의 안내를 받아 다시 사무실로 들어갔다. 이경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여유로운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에 앉아 있었다.

“부 대표님, 지난번 제안을 반영해 기획안을 다시 수정했습니다. 검토 부탁드립니다.”

세나는 차분한 태도로 서류를 건넸다. 그러나 이경의 가까이 다가가는 순간, 그녀는 무심코 그의 목선을 힐끔 쳐다보게 되었다.

그런데 이경은 서류를 받지 않고, 내밀어진 큰 손으로 오히려 세나의 팔을 잡아당겨 자신의 품으로 끌어들였다.

“아!”

세나는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다행히 비서는 이미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이경에게서 풍겨오는 은은한 오드콜로뉴 향과 담배 냄새가 묘하게 어우러져, 그녀는 불쾌하기보다는 묘하게 남성적인 매력을 느꼈다.

세나는 그의 옆모습을 살폈다. 정교하게 빚어진 이경의 얼굴은 마치 신이 직접 조각한 것처럼 완벽했다.

그러나 그녀의 얼굴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부 대표님은 여자가 그렇게 간절하신가요?”

세나의 얼굴이 붉어지며, 불쾌한 기억이 떠오르자 마음속 깊은 거부감이 스며들었다.

“직접 해보면 내가 얼마나 간절한지 알 수 있겠지?”

두 사람의 거리는 너무나 가까웠다. 세나는 이경이 말을 할 때 그의 숨소리가 변하는 순간까지도 생생하게 느낄 수 있었다.

마치 한 줄기 깃털이 그녀의 심장을 스치고 지나가는 듯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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