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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나는 곽서준에게 꽃을 받아본 적이 없다.

엄마한테도, 여동생한테도 사주면서 유독 나한테는 한 번도 없었다.

꽃을 안은 내 두 손이 떨렸다.

그렇게 로맨틱한 사람이 아니라고 스스로를 다독였는데 분명 사줄 수 있으면서!

나는 그의 뒤통수에 꽃을 던져버리며 이미 늦었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두 팔에 힘이 없었고 차마 그럴 수도 없었다.

차에서 내릴 때까지 나는 꽃다발을 껴안고 놓지 않았다.

너무 좋았다, 정말 너무 좋았다.

하지만 꽃다발 하나로 그를 용서한 건 아니었다.

곽서준은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나를 잡아당겼다.

“안예린, 우리 얘기 좀 해.”

꽃을 품에 안고 그와 마주 섰을 때 우리 둘 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을 모르는 듯 말 없는 석고상 같았다.

그는 내 인내심을 모두 소진하고 나서야 말을 꺼냈다.

“윤아가 우리 사이가 좋지 않은 걸 눈치챘어. 개인적인 일로 나와 걔 사이 망치지 마. 걔가 어떻게 생각하겠어?”

나는 오히려 묻고 싶었다. 내 생각은 신경 쓰이기나 해?

하지만 그가 차갑게 비난하는 표정을 짓고 있는데 내가 그와 논쟁을 벌일 필요가 있을까?

나는 그에게 정중하게 웃으며 말했다.

“꽃은 고마워. 이 문제는 우리가 헤어지는 게 최선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해. 내 친구한테 이혼 합의서 당신 회사로 보내라고 할게. 비서한테 확인하라고 해.”

농담이 아니었다. 나는 진지하게 이혼할 생각이었다.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놀랍게도 신윤아가 거실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신윤아는 내가 들어오는 걸 보자마자 강아지처럼 반가워하며 곧장 달려 나와 내게 슬리퍼를 건네주었고 그 움직임이 너무 커서 상처를 건드렸는지 제대로 서 있지 못하고 내 앞에 털썩 쓰러졌다.

그녀는 엉덩이를 어루만지며 고통에 눈을 찌푸리더니 마침 따라 들어온 곽서준을 향해 혀를 홀랑 내밀었다.

“두 사람 보고 너무 들떠서 그만 중심을 못 잡았네.”

곽서준이 손을 내밀자 신윤아는 감전된 듯 몸을 피하며 회피하는 눈길로 그를 바라봤다.

“괜찮아요 오빠, 나 안 아파요.”

신윤아는 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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