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29화

“쳇, 그까짓 한 끼에 고마워할 사람으로 보여? 나한테 밥 사겠다고 하는 여자들이 널리고 널렸어.”

...

그는 함께 병원에 가서 처치하는 것도 기다려주고 집까지 바래다주었다.

“며칠 쉬다가 출근해. 우리 로펌은 못생긴 사람 받지 않으니까.”

“알겠어, 알겠어.”

그가 병원까지 동행해 준 것을 봐서 나는 딱히 말대꾸하지 않았다. 그를 보내고 나서 나는 엘리베이터에 탔다.

나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는 순간, 원래 남북으로 탁 트인 복도의 창문 중 하나가 꽉 막혀 있었다.

커다란 실루엣이 복도 끝 창가에 서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한낱 그늘막처럼 나의 마음을 깡그리 가리고 있었다.

우리 집은 37층이라 분명히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의 침착한 뒷모습은 모든 걸 알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심문혁이 나와 학교에 갔던 것도 나를 병원에 데리고 갔던 것도 알고 있을 것이다.

엘리베이터 소리에 고개를 돌리자 나는 당장이라도 다시 엘리베이터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내가 멍하니 있는 사이 엘리베이터는 이미 내려가 버렸다.

곽서준이 돌아서는 순간 마치 거친 바다를 누군가의 손으로 쓸어내리듯 내 심장은 한순간에 굳어버렸다.

곽서준은 언제나 내 감정을 휘둘렀다. 나는 그 앞에서 실수하고 싶지 않아 애써 침착하며 눈을 맞추고 있었다.

그가 두 발짝 다가오며 우리 집 문 앞을 가로막았다. 마치 문을 지키는 수호신처럼 새까만 눈동자로 차갑게 응시하고 있었다.

“심 도련님을 초대하지 그랬어?”

나는 잠시 멍해 있다가 이내 웃음을 터뜨렸다. 곽서준은 정말 바쁜 모양이었다. 신윤아를 돌보는 동시에 나를 감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그래? 지금 당장 모셔 올게.”

나는 몸을 돌려 빠르게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이곳을 도망치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빨랐다.

순간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나는 곽서준에 대한 불만을 전부 그 조그마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