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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신경숙은 가족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에 기뻐하며 저녁 식사 중에 방으로 가서 한 쌍의 에메랄드 귀걸이를 가져와 내게 줬다.

나는 얌전히 예쁘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신윤아의 표정이 굳어질 때쯤 그녀 앞에 내려놓았다.

다들 내 행동에 신윤아의 은근슬쩍 질투 어린 얼굴을 돌아보았다.

“어머님, 윤아 씨한테 줘요. 윤아 씨가 좋아하는 것 같은데 나중에 저한테 달라고 하겠어요.”

신경숙은 신윤아의 어깨를 토닥이며 다시 귀걸이를 가져와 내 손에 쥐어주었다.

“아니야, 얜 어려서 이런 거 못 껴.”

신윤아는 입을 삐죽거리더니 밤새 참았던 눈물을 떨구었다.

나는 생각만큼 모든 걸 털어버리지 못했다.

난 곽서준을 사랑하고 이혼한다고 당장 그 사랑이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사랑 때문에 처음으로 신윤아가 질투 났다.

신윤아가 울자 내가 이겼다고 생각한 찰나 그녀에겐 든든한 지원군이 있었다.

곽서준은 보석이 담긴 상자를 가볍게 쥐고 신윤아 앞에 던졌다.

“어머니, 어머니 건 뒀다가 딸에게 줘요. 예린이한텐 내가 주면 돼요.”

곽서준이 얼굴을 찡그렸지만 신경숙은 그가 화난 줄도 모르고 여전히 눈치 없게 말했다.

“이 자식, 예린이도 내 딸인데 소유욕이 대단하네.”

그가 나에 대해 무슨 소유욕이 있겠나, 내가 여동생 물건을 뺏는 게 싫을 뿐이겠지.

신윤아의 얼굴에 묻는 눈물은 아직 마르지 않았고 그녀는 눈물을 닦지도 않은 채 내 앞으로 와 내 손을 잡았다.

“예린 언니, 이건 언니가 가져요. 난 가질 생각 없었어요.”

나는 휴지를 꺼내 그녀의 눈물을 부드럽게 닦아주며 진지하게 말했다.

“오빠가 주는 건 받아요. 윤아 씨만 원하면 온 세상도 가져다줄 사람인데 이게 뭐라고 그래요.”

오빠도 가졌으면서 못 가질 게 뭐가 있다고.

나는 곁눈질로 곽서준을 바라보았고 그는 역시나 내 행동에 만족스러워했다.

그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나보다 신윤아가 더 중요하겠지.

여자의 싫다는 말은 갖겠다는 말인걸 신윤아가 제대로 보여준다.

곧 그녀는 환하게 웃으며 애처럼 감정이 빠르게 바뀌더니 빙 돌아 곽서준 품에 안기며 반짝이는 눈망울로 물었다.

“오빠, 예린 언니 말 진짜예요?”

곽서준은 나를 슬쩍 보고 짧게 답했다.

“그럼 공주님 받으라고 말해봐요.”

곽서준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

신윤아는 계속해서 애교를 부렸다.

“오빠, 말해요. 공주님 받으세요!”

곽서준은 내심하게 달래며 그녀의 말을 따라 했다.

따뜻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속에서 나만 겉돌았다.

손톱이 살을 파고 들었지만 나는 아무 통증도 느끼지 못했고 마음속으로 끊임없이 되뇌었다.

안예린, 그만해.

부질없고 이기지도 못할 싸움이다.

그들이 이야기를 나누는데 나는 피곤하다는 핑계로 위층으로 올라갔고 샤워를 마치고 거울 앞에 앉아 로션을 바르고 있는데 신경숙이 문을 두드리더니 손에 보석 상자를 하나 더 들고 왔다.

“그동안 너 고생한 거 알아. 하지만 윤아는 어렸을 때부터 곱게 자라서 새언니인 네가 좀 이해해.”

신경숙의 잘 다듬어진 손이 내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를 자기 품에 기대게 했다.

내가 고생한 걸 안다고?

하지만 난 이틀 전까지 속상하다고 생각한 적 없는데.

남편은 내가 오랫동안 사랑했던 사람이고 뜨겁게 타오르는 연애는 아니라도 최소한 서로를 존중했다. 시부모님도 나에게 잘해주고 사랑스러운 여동생까지 있는데 이렇게 행복한 일상이 다른 사람 눈에는 고생으로 보이나?

거대한 음모론이 내 머릿속에 나타났다.

뭘 감추려고 나한테 이렇게 잘해주는 걸까?

만약 가족 모두가 곽서준과 신윤아의 불륜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나는 곽씨 가문의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방패막이 역할이었다.

나는 태연하게 선물을 받은 뒤 몇 마디 인사치레를 건네고 그녀를 내보냈다.

곽서준에 대한 신뢰가 사라진 나는 더 이상 누구도 무조건 믿을 수 없었다.

방으로 돌아온 곽서준은 탁자 위에 놓인 선물 상자를 보고 기가 막혀 웃었다.

“네가 뭐가 부족해? 꼭 그렇게 애 걸 뺏아야 해? 고작 귀걸이 하나 양보하면 뭐 어때서?”

나는 그의 눈에 담긴 조롱을 보고 싶지 않아 거울을 통해 그를 마주했다.

“윤아 씨한테 준 거 아니야. 어머니가 따로 주신 거야.”

그의 태도가 퉁명스러웠고 나도 그에게 더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에 그의 말투 그대로 차갑게 대꾸했다.

사실 물어보고 싶었다. 내가 뭘 뺏았는데? 남편까지 전부 다 준 내가.

곽서준은 민망한 듯했지만 여전히 차가운 얼굴이었고 거울 속에서 우리 둘의 시선이 엉켰다.

“가서 내 잠옷 가져와.”

그는 이를 악물고 말하며 까만 눈동자로 나를 응시했다.

“공주님이 잠옷 가져다 주세요라고 해봐.”

완전히 해탈한 나는 환하게 웃으며 거울 앞에서 계속 얼굴을 두드렸다. 속으로는 그가 절대 하지 않을 거라고 단정 지었다.

그는 허리에 손을 짚은 채 내 뒤에 서 있었고 화가 많이 난 듯했다.

나는 거울을 통해 그를 노려보았다.

“걔는 달래면서 난 못 달래줘?”

예전 같으면 그가 들어오는 순간부터 그의 주위를 맴돌며 둘만의 시간을 소중히 여겼겠지만 지금은 더 이상 그러고 싶지 않았다.

“널 못 달래는 게 아니라!”

곽서준은 한 손으로 넥타이를 풀어 바닥에 던지고 곧 나를 집어 들어 침대에 던졌다.

“안 입어도 되니까.”

그의 힘이 너무 세서 나는 허공에 몇 번이고 튀어 올랐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내 몸은 거센 힘에 눌렸고 침대에 깊이 파고들었다.

그는 나를 뒤흔드는 낮은 중저음으로 내 귓가에 명령했다.

“내 눈 봐.”

나는 그의 눈동자 속 비친 사람의 형태가 서서히 커지는 걸 발견하며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은은한 찻잎 향을 머금은 그의 혀가 내 입안을 침범했다.

이게 어떤 감정인지 알아?

20년 동안 쫓아다녔던 연예인이 팬 미팅에서 당신 손을 잡고 키스까지 한 거야.

원래였다면 마구 환호했겠지만 상대는 이미 이미지가 망가질 대로 망가졌어.

당신은 상실감과 후회가 밀려오겠지. 오랜 세월 애정을 쏟아부었지만 결국 되돌아오는 건 뼈저린 배신감이니까.

나는 그를 밀어내고 손을 들어 입을 닦으며 혐오감을 드러냈다.

그는 내 행동에 화가 난 듯 두 눈에 불길이 이글거렸다.

“란제리가 없으면 실력 발휘가 힘들어?”

“그만해!”

그날 그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수치심이 밀려왔다. 란제리 속옷을 이겨낼 남자는 없다고 친구가 그랬는데 그날 난 실패했다.

그는 몸을 일으켜 눈을 가늘게 뜬 채 나를 훑어보았다.

“하기 싫어?”

“싫어!”

나는 단호했다.

그는 내가 원한다는 것만 알았지 왜 원하는지 이해하지 못했고 나를 이해하려고 노력조차 하지 않았다.

나에게 충분한 안정감을 주지 않았고 내가 단지 육체적 쾌락을 갈망한다고 생각했다.

“난 원해!”

그는 손목에 차고 있던 염주를 빼서 침대 옆 탁자 위로 던지며 몸을 덮쳐왔다.

“욕구 불만은 부부 사이에 불화를 만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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