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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5화

“그런 말 한 적 없어요. 어디 가고 싶든 아가씨 자유죠. 게다가 저도 여기서 살지 않아요. 어제 돌아온 것도 우연이었어요.”

사실 신윤아는 다루기 쉬운 편이었다. 귀여운 척하고 이해심이 많은 척하는 게 그녀의 설정값이다.

적어도 드라마에서처럼 악행을 일삼는 악녀는 아니라 말다툼을 조심하거나 신체적인 해를 끼칠 일도 없었다.

조금만 맞춰주면서 어르고 달래주면 귀찮은 상황을 피할 수 있다. 입을 조금 움직이는 것만으로 상대하기에 어렵지 않았다.

나는 곽서준이 집에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방금 신윤아가 내 방을 힐끗거리는 행동에서 알아차렸다. 내가 씻고 있을 때 이미 나갔을 가능성이 크다.

나는 아래층으로 내려가 서재로 갔다. 아니나 다를까, 서재 중앙의 벽은 텅 비어 있었다. 신윤아는 거짓말하지 않았다.

약간 화가 났다. 커다란 사진은 이미 유리 파편들로 울퉁불퉁 찍힌 채 구석에 버려져 있었다.

어젯밤, 나한테 그렇게 대해놓고도 무엇 때문에 이렇게 분노를 쏟아낸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손에 끼고 있던 결혼반지를 내려다보고는 반지를 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웨딩 사진을 들고 나와서 길가의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그가 원하지 않는 걸 나도 원하지 않는다.

...

원래 새 동료들에게 커피 한 잔이라도 대접하려고 했지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다들 업무를 나가거나 사건을 찾으러 가서 로펌에는 아무도 없었다. 양다은도 없었다.

하도현에게 인사하러 갔더니 뜻밖에 심문혁도 함께 있었다.

나를 로펌으로 오라고 한 것도 이 때문이었구나, 역시 심문혁의 아이디어였다.

심문혁과 나는 서로 밀어내면서 못마땅하게 여겼다.

하도현이 눈치 보며 말을 꺼냈다.

“마침 점심시간인데 가볍게 식사하면서 얘기하죠.”

이렇게 큰 체인 로펌도 심문혁이 원수를 상대하는 도구에 불과했다는 것을 하도현은 잘 알고 있었다. 그게 상대하는 건지 보살피는 건지는 말하기 어렵지만.

어제 술을 너무 많이 마셔서 오늘은 차를 운전하고 오지 않았다. 심문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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