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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8화

나는 심문혁이 나의 처참한 모습에 박수라도 치며 좋아할 줄 알았다. 아니면 비꼬는 소리를 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게 그가 20년 넘게 가장 해온 일이니까.

그런데 그런 그가 나를 조금이라도 신경 써 주다니 뜻밖이었다.

하지만 지금 아무것도 필요 없이 그냥 혼자 조용히 있고 싶었다.

“필요 없어.”

나는 여전히 거절했다.

지나쳐 가려는 순간 그는 내 손목을 낚아챘다.

오늘 몇 번이나 사람들에게 시비 당한 탓에 기분은 썩 좋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높였다.

“심문혁, 놀 사람 찾으려면 때를 좀 가려. 나 지금 네 장난감 해 줄 기분 아니야!”

심문혁의 눈빛이 어두워지며 이해할 수 없는 깊이가 담겨 있었다. 그는 진지하게 말했다.

“널 장난감으로 생각한 적 없어.”

그는 내게 거절의 기회를 주지 않은 채 손을 뻗어 머리카락을 넘겨줬다.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자 상쾌한 애프터셰이브 향을 맡을 수 있었다.

나는 본능적으로 피하려고 했지만 그는 되레 강하게 내 손을 잡아당겼다.

“일단 병원부터 가서 약이라도 바르자.”

나는 눈이 휘둥그레진 채 순간 곽서준에게 당했던 서러움이 조금씩 사라졌다.

나는 손등으로 그의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너 누구야? 심문혁한테서 당장 나와!”

그가 내 손을 쳐내며 짜증스럽게 말했다.

“주위에 이렇게 못생긴 게 있어 보긴 처음이라 거슬리는 것뿐이야.”

그가 입꼬리를 씰룩거리는 모습에 나도 비웃으며 몇 마디 비꼬는 소리를 하고 싶었다. 하지만 입꼬리를 움직이자 볼이 아팠다. 그에게 웃어 보이는 것도 서툴러서 더 이상 애쓰지 않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지도 흔들지도 않고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그저 거절했다.

“신경 쓸 필요 없어.”

“조심해!”

그는 갑자기 내게 몸을 던지며 나를 몇 걸음 뒤로 밀어냈다. 검은색 승용차 한 태가 거의 등에 닿을 뻔하며 지나갔다.

갑작스런 바람에 머리카락이 날리며 오른쪽 뺨에 고통을 가했다.

곽서준의 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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