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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난 내 남편의 상대는 시누이
바람난 내 남편의 상대는 시누이
Author: 삼망

제1화

병원에서 곽서준은 큰 키와 긴 다리로 사람들 사이에서 눈에 띄었다.

“당신은 여기서 더 이상 할 일 없으니 이만 돌아가.”

내가 막 다가갔을 때 그는 이렇게 말하며 내 손에 있던 가방까지 빼앗아 갔다.

곽서준의 의붓동생이 밤늦게 병원에 들어갔고 새언니로서 내 역할은 그저 옷 좀 가져다 주는 것 외에는 하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결혼한 지 4년이 된 나는 남편의 냉대에 익숙해진 지 오래였고 무슨 일인지 알아보기 위해 혼자서 의사를 찾아갔다.

의사는 파트너와의 성교로 환자의 항문이 파열되었다고 했고 순간 나는 얼음 동굴에 떨어진 듯 머리부터 발끝까지 시린 기운을 느꼈다.

내가 아는 신윤아는 남자 친구가 없고 오늘 그녀를 병원에 데려온 사람은 내 남편이다.

의사는 콧등에 건 낡은 안경을 들어 올리며 다소 안쓰러운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젊은 사람들은 원래 새롭고 자극적인 걸 좋아하죠.”

“무슨 뜻이죠?”

나는 그가 좀 더 자세히 말해 주기를 바랐지만 안타깝게도 그는 고개를 저으며 나를 진료실 밖으로 내보냈다.

새벽 1시인데도 병원은 여전히 붐비고 있었고 이런저런 생각에 정신이 없었던 나는 꽤 많은 사람들과 부딪혔다.

신윤아는 그녀의 어머니 신경숙을 따라 곽씨 가문으로 들어왔고 나와 곽서준이 결혼한 후 저택에서 살고 싶지 않다고 해서 우리 신혼집은 세 식구가 지내는 곳이 되었다.

신윤아가 곽서준 볼에 뽀뽀하는 걸 수없이 봤지만 그저 다정한 남매 사이인 줄 알았다. 그런데 지금 보니 아무도 없을 때 볼이 아니라 입을 맞댔을 수도 있지 않나?

나는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비틀거리며 병동으로 향했다.

신윤아의 창백한 얼굴은 눈물로 가득 차 있었고 무슨 말을 하는지 곽서준의 소매를 당기는 모습이 무척 가련해 보였다.

드라마에서 몰래 엿듣는 장면은 전혀 현실적이지 않다. 현대식 문은 굳게 닫혀 방음이 아주 잘 되어 있었다.

곽서준은 나를 등지고 서 있었기 때문에 표정도 보이지 않고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분명 가슴 아파한다는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문을 열려고 손잡이에 손을 갖다 댔지만 결국 다시 내렸다.

바로 달려가서 그에게 물어보는 것은 미친 짓이었고 내 이성이 진실을 감당할 수 있을지도 확신할 수 없었다.

남편과 나는 비슷한 집안에서 이루어진 정략결혼이었고 특권층 가정에서 살면서도 사랑으로 결혼할 수 있었다는 것에 수없이 감사했다.

하지만 4년의 결혼 생활은 모든 것이 예전 같지 않았고 아버지의 죽음과 함께 우리 집안은 몰락하고 있었다.

나는 사업에 재능이 없었고 아버지의 노고를 헛되이 하지 않기 위해 어머니 혼자서 쓰라린 고생을 견뎌냈다.

평소 회사는 곽서준의 도움을 많이 받는데 내가 들어가서 난리를 부렸다가 가뜩이나 평온하지 않은 부부 관계가 유지되지 못할까 봐 걱정이 많았다.

집에는 아무도 없었고 나는 바로 신윤아 방으로 갔다. 여자들은 마음속에 생각이 많고 사랑의 감정이 있으면 숨길 수 없는 법이다.

신윤아는 진취적인 학생도 아니라 대학 수업도 밥 먹듯이 빠지고 돈이 필요하면 곽서준의 팔짱을 낀 채 애교를 부렸다.

“오빠, 돈돈.”

158 키에 35킬로인 그녀는 만화에서 나오는 인형 같았다. 그녀가 애교를 부릴 때면 곽서준이 아니라 나도 4천만 원씩 툭툭 주곤 했다.

그녀의 방에는 책이나 노트북 등 공부와 관련된 어떤 것도 찾을 수 없었다.

화장대 위에는 곽서준과 함께 찍은 사진 한 장만 있었는데 아주 어렸을 때 찍은 사진이라 너무 낡았다.

신윤아는 나를 끌어당기며 곽씨 가문에 처음 온 날 잘생긴 오빠를 졸라 이 사진을 찍었다고 자랑했다.

그 당시 곽서준은 이미 청년이었고 다소 쑥스러운 얼굴로 굳어진 표정을 지었어도 잘생긴 얼굴은 감출 수 없었는데 신윤아는 이 사진이 제일 마음에 든다고 했다.

신윤아의 방에서 아무것도 찾을 수 없어 이번엔 곽서준의 서재로 가서 금고에 있는 계약서까지 뒤졌지만 여전히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새벽 3시에 휴대폰을 들고 인터넷에 [남편 바람 피운 흔적 찾는 방법]을 검색했다.

인터넷에는 온갖 종류의 답변이 있었지만 우리 같은 가족에게 적합한 답변은 없었다.

곽서준은 고급 호텔이라면 다 마련해 둔 방이 있었고 그곳에 머물러도 전혀 흔적이 남지 않았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뒤척이다가 곽서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여보, 오늘 돌아와?]

나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남편이 나에 대해 신경 쓴다는 걸 그가 바람 피우지 않은 증거로 충당하고 싶었고 무의식적으로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것도 바람 난 상대가 내 시누이라니.

하지만 그가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거라는 것, 밤새도록 잠도 자지 않고 신윤아를 돌볼 거라는 것도 분명했다.

나는 고통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그런데 5분 뒤 곽서준으로부터 그 남자 만큼이나 차가운 ‘답장'을 받게 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가.]

그 차가움은 오히려 나를 기쁘게 만들었다.

거울에 비친 난 머리를 괸 채 반짝이는 두 눈동자엔 속세에 더럽혀지지 않은 순수함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이미 스물여섯 살이고 누구보다 이 순수함과 란제리 속옷이 남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잘 알았다.

나는 그가 문을 열자마자 나를 볼 수 있도록 1층 거실의 소파에 툭 앉았다. 간만에 시누이가 집에 없는데 자극적인 것 좀 해보자.

새벽 5시까지 기다렸지만 집 밖에서 차가 들어오는 소리도 들리지 않고 누워있던 내 눈물이 곽서준의 간다는 답장 위로 툭 떨어졌다.

얼마나 잤을까, 누군가 내 어깨를 밀었고 눈을 떠보니 곽서준의 거만한 얼굴이 내 앞에 나타났다.

소파에서 일어나자 무심코 이불이 몸에서 미끄러져 조심스레 포장한 내 모습이 드러났다. 난 웃으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여보, 배고프지? 뭐 먹을 것 좀 해줄까?”

남편과 나는 관계를 하지 않은 지 오래되었고 보통 오랫동안 관계가 없었던 성인이 이런 내 모습과 애매한 말을 들으면 못 참는 게 당연했다.

“어제 일이 좀 있었어.”

그는 간단히 설명하면서 나를 안고 위층으로 향했다.

나는 그가 말한 일이 신윤아라는 걸 알았지만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 쓸 겨를도 없었다. 단지 그가 날 안아준 것만으로 몸이 달아올라 그의 품에서 칭얼거렸다.

나는 그의 목덜미에 입을 맞추며 애교와 유혹을 적당히 섞어 입을 열었다.

“여보, 하고 싶어.”

하지만 그는 나와 하지 않았다.

“추워, 옷 입어.”

그는 나를 침실 침대에 눕히고는 이 말만 남긴 채 욕실로 들어갔다.

수치심만큼이나 큰 공허함이 순식간에 내 몸을 휘감았다.

정말 바람을 피웠다면 신윤아를 병원에 입원시킬 정도로 격하게 밀어붙이면서도 진짜 아내인 나한텐 손도 대지 않겠지.

질식할 것 같은 느낌이 나를 압도했다.

10분이 지나고 내 열기는 이미 수그러들었지만 화장실의 물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나는 화장실 문을 사이에 두고 그와 대화했다.

“윤아 씨는 어때? 내가 가서 돌 봐줄까?”

“아니, 내가 씻고 옷만 갈아입고 가려고.”

“당신 출근 안 해? 내가 가서 챙겨줘도 되잖아.”

욕실에서 흐르는 물소리도 그의 집요함을 막을 수 없었다.

“안예린, 걔는 지금 내가 필요해!”

문에 기대어 웃음을 터뜨린 내 눈가에서 눈물이 흘렀다. 신윤아를 다치게 한 사람이 그라서 필요하단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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