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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화

나는 사랑에 대한 환상이 있지만 권문세가의 혼인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잘 알고 있다. 우리 같은 계층에서 사랑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가 차라리 대놓고 신윤아를 껴안고 내 앞에서 키스하며 나한테 애정이 없다고 말해준다면 지난 4년간의 일방적인 사랑을 솔직하게 마주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애매모호한 태도, 양다리를 걸치고도 인정하지 않는 상황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예전에 내가 눈이 멀지 않고서야 신윤아의 눈에 넘쳐흐르는 소유욕을 보지 못했을 리 없다.

그녀는 여전히 순진한 모습으로 곽서준에게 찰싹 달라붙어 있었다.

“오빠, 어제 왜 안 돌아왔어? 계속 예린 언니랑 함께 있었어?”

곽서준은 고개를 돌려 힐끗 쳐다보았다. 우리의 시선은 허공에서 마주쳤다.

그의 몸에 매달려 있던 신윤아도 기쁜 표정을 지으며 내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지만 그녀는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 눈치였다.

신윤아는 곽서준의 어깨를 힘껏 두드리며 신나게 말했다.

“오빠, 가자! 예린 언니한테 가자!”

“함부로 굴면 안 돼.”

곽서준은 무심하게 한 마디 내뱉고 여전히 신윤아를 안은 채 집 쪽으로 걸어갔다.

나는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단 한 번의 눈빛 교환으로 어젯밤 잃어버렸던 기억의 조각들이 서서히 돌아왔다.

전동 의자가 뒤로 젖혀지며 나는 그의 다리 위로 끌려갔다.

천과 천이 스치는 소리는 야릇하고도 위험하게 들려왔다. 사부작거리는 소리는 그가 무얼 하고 있는지를 짐작 가능하게 했다.

그는 내 허리에 손을 둘러 내 상반신은 어렵게 핸들에 기대어 있었다.

얇은 천 한 겹은 그의 뜨거운 몸을 가리지 못했다. 허리와 복부의 움직임에 나는 그가 애써 참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곽서준!”

나는 본능적으로 말했다.

“나 불편해.”

애타는 목소리는 애써 참았던 그를 더 힘들게 만들었다.

그는 손을 뻗어 차 안의 백미러 각도를 조정했다. 순간 내 몸이 부끄러운 각도로 벌어져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의 것이 나를 불편하게 찔렀다. 그는 여유롭게 물었다.

“남자가 돈 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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