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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화

한약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곽서준은 오늘 밤 유난히 성급하게 굴었고 나는 온 힘을 다해 반격하며 결국 그의 턱에 주먹을 꽂았다.

곽서준은 턱을 움켜쥐고 화가 나서 입까지 비틀어졌다.

“일부러 그런 거야?”

맹세코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지만 이미 때린 걸 다시 되돌려주기라도 하겠나.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괜스레 화를 냈다.

“앞으로 내가 널 건드릴 일 없어.”

똑똑똑-

한창 대치하고 있을 때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방안의 어색함을 깨고 신윤아의 달콤하고 애교 섞인 목소리가 문 너머로 울려 퍼졌다.

“오빠.”

나는 몸에 걸친 잠옷을 추스르고 무심한 척 일어나 앉아서 물었다.

“안 나가면 안 돼?”

그의 갸름한 턱이 굳게 맞물리며 눈에 담겼던 감정이 사라졌다.

“대체 뭐가 문제야!”

밖에서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계속되고 신윤아는 새끼 고양이처럼 울먹였다.

“오빠, 자? 오빠?”

곽서준은 나를 힐끗 보고 습관적으로 명령했다.

“내가 올 때까지 자지 마.”

그가 가고 침대에서 내려온 나는 방문을 걸어 잠갔다. 다시는 그를 기다리지 않는다.

밤이 깊어지고 혼자서는 도저히 잠을 잘 수가 없었던 나는 졸음을 찾아줄 책을 찾으러 곽서준의 책장으로 걸어갔다가 책 틈새에 누렇게 변한 노트가 단단히 꽂혀 있는 걸 발견했다.

저택에 올 때마다 내 눈은 거의 항상 곽서준에게 고정되어 있었기에 다른 것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일기라고 하기보다는 그림책에 가까웠다.

글 대신 그날의 기분을 나타내는 간단한 도안이 그려져 있었다.

우는 얼굴-야구.

웃는 얼굴-피아노.

피아노 앞에 앉아 열심히 연습하는 작은 곽서준의 모습이 일기장을 통해 보이는 것 같았다.

페이지를 넘기다 보니 곽서준의 아버지가 곽서준을 키우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 같은 가정에서는 어린 시절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온갖 과외 수업으로 시간을 채우는데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의 생활은 규칙적이었고 감정 변화도 크게 없었다. 다만 일관되게 야구를 싫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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