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14화

비밀번호를 입력하던 소리가 멈추더니 이내 분노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 열어.”

안예린은 바닥에 엎드린 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고 동시에 원망이 가득 섞인 목소리로 답했다.

“곽서준, 그만 돌아가.”

그러나 이번에는 현관문 밖에서 신윤아의 경쾌한 목소리가 들렸다.

“예린 언니, 저예요! 아주머니께서 언니가 걱정된다고 저희한테 와보라고 했어요!”

그녀는 깨질 듯이 아픈 머리를 바닥에 살짝 부딪히면서 생각했다.

‘곽서준은 내가 신윤아 때문에 화난 걸 알면서도 여기까지 데리고 온 이유가 뭐야! 그리고 집 비밀번호를 풀기가 그렇게 어려운가?’

그녀가 아무런 반응이 없자, 곽서준은 곧장 비서한테 연락해서 자물쇠 수리공을 불러라고 했다.

결국 안예린은 현관문이 부서지는 걸 용납할 수 없어서 밖을 향해 소리쳤다.

“아가씨, 당신 오빠랑 단둘이 얘기 좀 나눌 수 있을까요?”

그녀의 한마디에 신윤아는 억울한 듯 울먹거렸다.

“예린 언니, 나 이제 미워요? 내가 부족한 점이 있다면 고칠게요, 네?”

예전에 신윤아가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면 발 벗고 나섰겠지만, 지금은 오히려 곽서준의 시선을 끌려고 일부러 그러는 것 같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안예린은 간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도어 뷰어를 통해 곽서준이 몸을 굽혀 신윤아를 달래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았다.

“윤아야, 먼저 차에 가서 오빠 기다려, 금방 내려갈게.”

결국 그는 신윤아의 어깨를 잡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서 버튼을 눌렀다.

안예린은 시야에서 사라진 두 사람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졌고 바닥에 웅크리고 앉으며 추운지 몸을 꼭 끌어안았다.

이때 문밖에서 곽서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가 문을 열래, 아니면 비서한테 사람을 불러라고 할까?”

안예린은 한숨을 내쉬며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

“비밀번호는 내 생일이야.”

곧이어 비밀번호를 누르던 소리가 두 번 정도 들리더니 다시 조용해졌다.

안예린은 자기의 생일도 기억 못 하는 그에게 실망했지만, 할 수 없이 문을 빼꼼히 열고 경계하는 눈빛으로 물었다.

“무슨 일 있어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