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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화

사실 안예린이 술을 못 마시는 건 아니었지만, 오늘은 너무 급하게 마신 탓에 취기가 올라오면서 머리가 어지러워 났다.

때마침 몸을 뒤로 젖히면서 양손을 주머니에 넣는 심문혁을 본 그녀는 순간 기억 속에 사라져가던 그의 소년미가 다시 살아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고 저도 모르게 갑자기 눈시울이 시큰거렸다.

‘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곽서준이랑 결혼하지 않았다면 지금 이렇게 골치 아픈 일이 없었을까? 대체 누가 나한테 고백할 용기를 주었지?’

그녀는 문득 심문혁과 싸우던 어렸을 때로 돌아가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이어 안예린은 다 마신 술병을 테이블 위에 거꾸로 세워놓고 손을 뻗어 다른 병을 집어 들려 했지만, 앞이 두 개로 보이는 데다가 힘이 풀려 병이 열리지도 않았다.

손사래를 치는 심문혁과 달리 안도현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녀의 손에 들려있는 술병을 가져다가 열어준 뒤 다시 앞에 놓으면서 상냥하게 말했다.

“예린 씨, 천천히 마셔요.”

그녀가 망설임 없이 술병을 빼앗으려고 했지만, 그는 계속 놓아주지 않았다.

“빨리 줘요, 지금 뭐 하는 거죠?”

”좀 쉬었다가 마셔도 괜찮아요.”

그러나 심문혁은 그의 걱정하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도현 씨, 내가 아는 당신은 좋다고 따라다니는 여자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고 거절하는 사람인데, 예린이랑은 대체 무슨 사이죠?”

하도현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쓴웃음을 지었고 더 이상의 오해를 피하고자 자리에 다시 앉으면서 답했다.

“모르는 사이에요.”

안예린은 두 사람의 대화에 신경 쓰지 않고 병을 움켜쥐더니 다시 마시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깐 쉬고 나서 마신 탓인지 두 모금을 마시자, 속이 울렁거렸고 이내 허리를 굽혀 토를 했다.

그녀는 심드렁한 표정의 심문혁을 보고는 얼른 손을 들어 바닥에 떨어진 내용물을 닦은 후, 그의 마음이 바뀔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둘러 술병을 다시 들고 마셨다.

이때, 심문혁이 참다못해 성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계속 마시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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