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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1화

나는 결혼식을 망쳤던 그를 볼 때마다 일부러 애정을 과시하곤 했다. 결국 그를 속이며 나 자신도 속였다.

곽서준이 나를 위해 돈을 쓰지 않는 게 아니라, 오히려 너무 많이 써서 차마 갚을 수 없다고 알려주고 싶었다.

비록 정신은 맑았지만 입이 떼어지지 않는 탓에 말을 하지 못하고 낮게 흐느꼈다. 몸은 마치 뼈가 없는 것처럼 바닥으로 축 늘어졌다.

“젠장!”

심문혁은 뒤로 나를 감싸안더니 거의 몸이 90도로 접히듯 두 손으로 위를 눌렀다. 하도현도 머리를 누르자 술이 코와 입으로 역류하는 느낌이었다.

“나 너무 괴로워…”

나는 눈이 따가워 차마 뜰 수가 없었다.

“이러지 마… 죽을 것 같아.”

술기운이 심문혁의 목을 타고 귀끝까지 번져갔다. 그는 힘을 주어 나를 끌어안으며 내 위를 몇 번이고 반복해서 자극하며 구토를 유도했다. 그의 목소리에는 부드러움이 묻어 있었다.

“닥쳐, 이 망할… 입 좀 조심해…”

“심문혁, 너 미워! 아빠한테 널 혼내라고 할 거야. 나 너무 괴로워…”

고 비서는 문을 열더니 바삐 두 손가락으로 눈을 가렸다. 눈앞의 광경에 어찌할 바를 모르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사모님… 사모님께서 문혁 씨 허벅지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 앞에는 또 다른 남자가 사모님의 머리를 누르고 있고…”

그녀는 갑자기 외쳤다.

“빨리, 그만 놓으세요! 곽 대표님께서 오셨어요!”

곽 대표? 곽서준?

나는 고개를 비스듬히 돌렸다. 흐릿한 시야 사이로 곽서준이 차가운 기운을 풍기며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순간, 내 눈에서 눈물인지 술인지 모를 액체가 흐르기 시작했다.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곽서준의 잠잠한 눈동자는 유난히 차가워 보였다. 그는 내게 시선을 고정한 채 냉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뭐 하는 짓이야?”

눈앞의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을 것이다. 방 안의 조명은 정직한 행동에 약간의 야릇함을 더했다. 그러나 심문혁과 하도현은 여전히 손을 놓지 않았다.

심문혁의 차가운 목소리가 내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당신 아내가 나한테 돈 구걸하러 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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