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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화

검은 정장을 입고 나타난 심문혁은 안예린의 맞은편에 앉으면서 하도현과 오랫동안 알고 지낸 호형호제처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한참이 지나서야, 심문혁은 그녀에게 눈길을 주었고 얄밉게 팔짱을 끼면서 야유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어머, 예린이 아니야? 네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여기에 있어?”

그녀가 심문혁을 마지막으로 본 건, 올해 초 그가 곽씨 가문에 세배하러 왔을 때였다.

사실 곽씨 가문과 심씨 가문은 대대로 깊은 친분이 있었고, 안씨 가문과 심씨 가문 또한 친하게 지냈다.

게다가 어른들이 어려서부터 두 사람을 엮으려고 했지만, 죽마고우임에도 서로에 대한 호감보다는 질투심에 불타 만나기만 하면 싸워댔다.

바야흐로 두 사람이 초등학교 1학년이었을 때, 안예린이 시험에서 20점을 높게 맞았다는 이유로 심문혁은 부모님께 매를 맞게 되었고 다음 날 그가 복수심에 그녀의 머리를 심하게 쥐어뜯었다. 그러나 그녀는 곧장 집에 돌아가 일러바쳤고 결국 그는 또 그의 아버지의 가죽 채찍에 한바탕 얻어맞을 수밖에 없었다.

그 이후로 두 사람 사이의 앙금은 점점 더 깊어졌고, 한번은 그가 생리대를 훔쳐 가는 바람에 그녀는 반 전체 남학생들 앞에서 망신을 당했었고, 그녀도 곧 질세가 그가 여학생한테 쓴 연애편지를 몰래 훔쳐서 그의 어머니한테 줘서 그가 가족 앞에서 편지를 낭독하는 수모를 겪어야 했었다.

오랫동안 승패를 가리지 못했던 두 사람이었지만, 안예린은 심문혁의 등장에 승자가 그였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곧이어 그녀는 하도현이 4년 전 만들었다는 명함도 자기에 대한 중시가 아니라는 것과 4년 동안 하도현이 양다은을 설득해 직장에 다시 복귀하도록 한 것도 모두 심문혁의 계략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화가 나는 대신 오히려 감탄하면서 말했다.

“정말 오랫동안 준비했나 보네.”

“네 머리가 녹슬지 않았더라면, 더 빨리 걸려들었을 거야.”

심문혁은 자기의 승리에도 만족하지 못하는 듯 계속 투덜거렸다.

그러나 안예린은 눈을 부릅뜨고 그를 보면서 몇 년 전, 그가 자기의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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