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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화

곽서준이 건넨 청구서는 안예린에게 이혼하고 싶으면 돈부터 갚는 게 인지상정이라는 걸 보여줬다.

안예린은 그제야 허민란이 왜 두 사람의 이혼을 극구 반대했는지를 깨달았고 지난 4년 동안 자기가 곽씨 가문에 팔려 간 셈이란 걸 뼈저리게 느꼈다.

얼마 후 그녀가 어두운 표정으로 무거운 발걸음을 내디디면서 가성으로 돌아오자, 카운터 아가씨와 하도현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소송으로 돈을 버는 건 급전이 필요한 현시점에서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는 생각에 하도현을 향해 애써 웃으면서 말했다.

“죄송하지만, 비소송 변호사의 자리를 다시 한번 쟁취해 보고 싶네요.”

하도현은 어두워진 그녀의 안색에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일 있어요? 저도 예린 씨가 만약 졸업 예정자였다면 화려한 이력서에 혹해서 앞뒤 안 가리고 빼앗았을 거예요.”

그는 곧이어 한 손으로 금테 안경을 살짝 올리면서 조심스레 말을 이어 나갔다.

“하지만 4년의 긴 공백기가 있어서... 예린 씨도 알겠지만, 우리 업종이 경력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잖아요. 아무리 전에 승소 확률이 높다고 해도 탁상공론하고 그 누구도 믿지 못할 거예요.”

안예린은 하도현의 여태껏 사업하면서 이룬 성과들을 들으면서 그가 지금 필요로 하는 건 경력 단절인 그녀보다는 베테랑 변호사라는 걸 알았고 이대로는 어렵게 얻은 기회가 수포가 될 것 같은 위기감에 그가 얘기했던 인수합병 프로젝트를 받아치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엄청나게 잘됐네요. 전 제가 가진 우세로 우리 고객님들에게 완벽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어요.”

그러면서 그녀는 그동안 곽서준의 아내로 지내면서 사업계와 정치계의 거물들을 접했다는 것과 자본 시장, 지분 투자, 자산 증권화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면서 가성처럼 큰 법률사무소에서 앞으로 이와 관련된 업무 비중이 늘어날 거라면서 아부를 떨었다.

하도현이 그녀의 얘기에 흥미를 보이면서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자, 그녀는 희망이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는 또다시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러면 예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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