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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나는 입술을 달싹였다.

“곽서준, 내 기억이 맞다면 난 이미 당신과 이혼하겠다고 했고 당신은 더는 나한테 간섭할 자격 없어.”

입을 여는 그의 목소리는 뼈가 시릴 정도로 차가웠다.

“자격이 없다고? 지금 이 시점에 이혼을 언급하는 건 우리 아버지가 빨리 죽길 바라는 거야?”

그가 조롱하듯 말했다.

“곽씨 가문 사모님 자리가 원하면 갖고 싫으면 버릴 수 있는 건 줄 알아?”

나는 주체할 수 없는 슬픔에 애써 입꼬리를 잡아당기며 이렇게 말했다.

“지금 와서 신분 운운하는 것도 웃기네. 말 안 했으면 난 이 집에 안주인이 둘인 줄 알았어.”

그의 표정은 언짢은 기색이 역력했다가 다시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바뀌었다.

“안예린, 비아냥거리는 거 잘하네? 갠 내 동생이야. 내가 그런 무식한 짓을 하겠어? 상상력 발휘하지 마.”

“당신이 선을 넘었는지 아닌지는 몰라, 나한텐 증거가 없으니까. 하지만 걔가 선 넘게 놔뒀잖아. 곽서준, 이 가정을 조금이라도 신경 썼으면 적당히 선 그을 줄도 알아야지.”

그 한마디에 욱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저 그를 화나게 하고 싶었는데 내 감정이 먼저 동요했다.

그가 무심하게 말했다.

“그동안 이렇게 지내면서도 넌 아무 말 안 했잖아.”

난 당당하게 인정했다.

“그래, 그래서 이젠 지쳤다고.”

그는 차가운 기세를 내뿜으며 손에 든 염주를 빠르게 굴렸다.

“허, 참 변덕스럽다.”

난 조롱하듯 그의 손에 들린 물건을 바라봤다. 보아하니 오늘 특별히 저택에 다녀온 듯했다. 저 팔찌가 없으면 신윤아 앞에서 하루도 못 참을 테니.

문밖에서 신윤아가 소리쳤다.

“오빠, 나와서 약 좀 발라줄래요?”

약을 발라? 저 여자가 다친 건 뒷구멍인데?

잠을 제대로 못 잤기 때문인지 너무 화가 나서인지 곽서준이 나간 후 눈앞이 캄캄해지면서 사다리에서 바로 머리부터 떨어져 기절해 버렸다.

깨어나 보니 안방 침대에 누워 있었고 양씨 아주머니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내가 깨어나자마자 후다닥 밖으로 달려가더니 초록색 줄무늬 잠옷을 입은 곽서준이 느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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