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태호의 손에서 약병을 건네받은 도정윤은 뚜껑을 열어 안을 살펴본 다음 냄새를 맡아보았다. 안에서는 약 냄새가 확 나기는 했지만 뒤이어 달달한 사탕 냄새가 진하게 느껴졌다.“달달한 냄새?”도정윤은 살짝 미간을 찌푸리고 얼른 안에서 알약을 꺼내 손에 놓았다. 한참을 보다가 한 알을 집어 들더니 조심스레 입안에 넣었다.“아니에요! 이건 병을 치료하는 약이 아니라 비타민이에요!”말하며 도정윤은 문득 고개를 돌려 이세영을 보았다. 만약 이 안에 든 게 서강빈이 송해인한테 준 약이라면 송해인은 절대로 안에 있는 약을 비타민으로 바꾸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전체 비오 그룹에서 유일하게 송해인과 가까이 접촉할 수 있는 사람은 이세영뿐이었다.“정윤 씨, 왜 저를 그렇게 보는 거예요? 저는... 저는 송 대표님의 서랍을 건드린 적이 없어요. 설마 제가 약을 바꿨다고 의심하는 거예요?”이세영은 말을 얼버무렸다. 도정윤은 미간을 찌푸리고 이세영을 훑어보았고 바로 이때 진기준이 서둘러 달려왔다.“아주머니, 해인이 지금 어떻게 됐어요? 방금 이 비서한테 들었는데 해인이 또 서강빈 때문에 화가 나서 쓰러졌다고요?”진기준은 양미란한테 인사를 건네고 이세영을 한번 힐끔거렸다.“그래, 기준아. 해인이는 왜 이렇게 인생이 고달픈 거야. 연회에 참가하는 일이 해결되고 회사도 이제는 안정적으로 운영될 건데...”여기까지 말하고 양미란은 고개를 돌려 침대에서 미약하게 숨을 내쉬고 있는 송해인을 쳐다보았다.“그러게 말이에요. 서강빈은 이번에 송 대표님을 죽이기로 작정을 했네요.”이세영은 서둘러 모든 책임을 서강빈에게로 미뤘다.“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진기준은 아무것도 모르는 척 물었다.“서강빈이 송 대표님의 화를 돋워 쓰러지게 만든 것도 모자라... 송 대표님을 살릴 수 있는 척하면서 우리가 비타민을 송 대표님한테 먹이게 했어요. 송 대표님의 상태가 점점 더 악화하고 있어요.”이세영은 말하면서 자신을 의심스럽게 쳐다보고 있는 도정윤의 눈을 피했다.“이 빌어먹을
조금 전의 그 순간에 도정윤은 모든 걸 알아차리게 되었다.“정윤 씨, 지금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네요.”이세영은 어색하게 웃으며 무력하게 변명했다. 도정윤은 차갑게 웃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송해인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이 비서, 걱정하지 말아요. 저는 까발릴 생각이 없어요. 하지만 해인이는 저한테 제일 친한 친구고 저는 해인이의 생명을 위협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았으면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저는 당신과 진기준이 한 짓거리를 남김없이 다 고발할 겁니다. 송 씨 가문에게 해인이 얼마나 중요한지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해요. 만약 해인이한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송씨 가문에서 당신을 가만둘까요?”도정윤의 말에 이세영은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하지만 그녀는 도정윤이 이 사실을 덮어주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도정윤은 이 모든 것을 알아차렸을 때 서강빈에 관한 생각도 따라서 급격하게 변화했다. 만약 이 모든 게 일부러 설계된 함정이라면 이게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바로 서강빈의 의술이 진짜라는 것이다.서강빈 같은 사람은 의학계를 놓고 말할 때 거대한 보물 같은 존재였다. 어쩌면 서강빈을 가까이해서 더 많은 값진 처방들을 얻는 것으로 아픈 사람들을 치료해주는 동시에 자신도 많은 것들을 손에 넣을 수 있게 된다. 이 와중에 서강빈의 눈에 들지도 모른다. 이것이야말로 일거양득인 일이 아니겠는가? 하지만 반드시 전제조건이 하나 있어야 한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송해인은 서강빈과 재결합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한편, 양미란 등 사람들은 홀에 나오자마자 서강빈과 마주쳤다. 마침 간호사에게 금오단을 먹은 환자가 어느 병실에 있는지 물어보려고 하던 서강빈은 분노한 모습으로 다가온 송태호에게 가로막혔다.“서강빈, 무슨 낯짝으로 여기를 와? 너 때문이 아니라면 우리 누나가 쓰러질 수 있겠어?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지 않는 것도 모자라 누나한테 네가 남긴 가짜 약까지 먹게 하고. 너는 우리 누나를 죽이려는 게 분명해. 내가 너 가만 안 둘 거야!”송태호
서강빈이 응급실 쪽으로 가는 것을 본 진기준은 빠르게 다가가 서강빈의 앞을 막아섰다.“서강빈, 해인이는 내 예비신부야. 해인이한테서 멀리 떨어...”진기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강빈은 손을 들어 그의 뺨을 내리쳤고 그는 멀리 내동댕이쳐졌다. 서강빈은 진기준을 보지도 않고 응급실로 걸음을 옮겼다.서강빈을 본 이세영은 제 발이 저려서 문 앞으로 물러났지만, 도정윤은 앞으로 다가가서는 서강빈의 팔을 잡고 침대로 이끌었다.그녀의 행동에 서강빈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 기억 속의 도정윤은 항상 자신에게 차가운 태도로 일관했고 심지어 적대시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오늘 도정윤의 행동은 예전과 확연하게 달랐다.“서강빈, 해인이 도대체 왜 이러는지 빨리 봐줘.”도정윤은 서강빈의 표정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고 서둘러 침대 앞으로 왔다. 서강빈은 자신의 팔을 잡은 도정윤의 손을 살짝 밀어내고는 고개를 숙여 침대에 누워있는 송해인을 보았다.“어? 왜 이러는 거야! 방금 이 사람한테 뭘 먹였어?”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송해인의 맥을 짚으며 물었다. 도정윤이 대답하기도 전에 진기준은 맞아서 퉁퉁 부은 얼굴을 움켜잡고 소리쳤다.“네가 무슨 낯짝으로 뭘 먹였는지 묻는 거야? 네가 해인이한테 남겨 준 그 불량 약품을 먹고 해인의 상태가 더 나빠졌잖아! 서강빈, 내가 분명히 말하는데 해인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우리 진씨 가문에서는 너를 고소해서 감옥에 처넣을 거야!”서강빈은 미간을 치켜들며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내가 준 약을 먹은 게 아니야!”“어디서 발뺌하고 있어? 이게 네가 준 게 아니라면 누가 준 거야?”양미란은 빠르게 병실로 들어와서는 서강빈이 송해인에게 남긴 약병을 던졌다. 서강빈은 약병을 받아들고 뚜껑을 열어 냄새를 맡아보았다.“아니야. 안에 있던 약을 누군가가 바꿨어!”말하며 서강빈은 똑같은 약병을 꺼내서 뚜껑을 열고 도정윤 앞으로 내밀며 말했다.“당신 의대 나왔잖아. 이 두 약이 같은 거야?”이는 서강빈은 송해인과 이혼하기 전에 만들어
진기준은 못마땅하다는 듯 뿌리치고는 뒤돌아 병실을 나섰고 이세영도 빠르게 따라 나갔다. 진기준이 화를 내며 나간 것을 보고 양미란도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서강빈과 송해인을 단둘이 한 방에 있게 한다면 진씨 가문과 송씨 가문의 결혼계획도 이 때문에 무산될 것이다.잠시 생각하던 양미란은 방법이 떠올랐다.“정윤아, 네가 해인이를 좀 돌봐줘.”이렇게 말하고 양미란은 또 고개를 돌려 서강빈에게 말했다.“서강빈, 정윤이는 의학 박사니까 남아도 되겠지?”서강빈이 대답하기도 전에 도정윤이 재촉했다.“미란 이모, 걱정하지 마세요. 해인이는 제가 잘 지킬 것입니다. 괜찮을 거예요.”양미란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병실의 문을 닫았다. 밖으로 나온 양미란은 웃는 얼굴로 말했다.“기준아, 걱정하지 마. 안에 정윤이가 남았어. 만약 서강빈이 해인이한테 함부로 손을 놀린다면 정윤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흥!”진기준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창문을 통해 병실 안의 서강빈과 도정윤을 보았다.... 병실 안에서는 서강빈이 심각한 표정으로 은침을 꺼내 손가락 사이에 끼우자 보일락말락 하는 흰 안개가 은침을 감싸고 돌았다. 지금 송해인은 한기가 심장을 공격하는 정도로 끝나지 않고 비타민 알약 위에 입혀진 달달한 맛이 한기를 더 가하여 송해인의 심장박동의 속도를 억제하고 있다.만약 지금 최첨단의 기기로 송해인에게 검사를 진행한다면 송해인의 심장에 새하얀 서리가 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 서리가 송해인의 심장 전체를 감싸게 되면 그 누구도 송해인을 살리지 못할 것이다.지금 상태로도 송해인을 살리려면 서강빈은 70% 정도 되는 영기를 모두 소모해야 했다.서강빈의 손끝이 살짝 움직이자 은침은 날아가서 송해인의 명치에 꽂혔다. 은침이 몸 안으로 들어감에 따라 송해인의 안색도 눈에 띄는 속도로 혈색을 회복했다.도정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 장면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서강빈이 기운으로 침을 움직이는 능력을 갖추고 있을
만약 예전이었다면 도정윤은 이 장면을 보고 송해인에게 서강빈을 멀리하라고 했을 테지만 지금 도정윤은 침묵을 선택했다. 서강빈이 이렇게 많은 오해와 상처를 받고도 아직 송해인에게 마음이 남아있는지 그녀도 알고 싶었다.“꿈을 꾸는 게 아니야. 지금 병실에 있어.”서강빈은 정신을 차리고 송해인의 몸에 있는 7개의 은침을 뽑고는 곁에 있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서강빈의 등은 식은땀으로 젖어있었고 두 손은 덜덜 떨려왔다.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연명하는 침을 7개나 연달아 꽂는 것은 지금의 서강빈에게도 아주 위험한 일이었다.자신의 70% 정도 되는 영기밖에 소모하지 않았지만 1분 남짓한 시간 내에 경맥에 있는 영기를 이렇게나 많이 뽑아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다 목숨을 거는 일이다.“어쩌면 이게 내가 너에게 주는 마지막 다정함일 거야.”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송해인을 한번 보고는 마음속으로 발버둥을 치며 이렇게 말했다.방금 송해인이 아랑곳하지 않고 서강빈의 손을 잡은 순간, 지나간 추억들이 또다시 서강빈의 머리에 떠올랐다. 하지만 서강빈의 이성은 항상 그를 일깨워주고 있었다. 엎어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는 것처럼 끊어진 인연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이다.“강빈아, 아직 나 사랑하지? 네 마음속에 아직 내가 있는 거지? 그런 거지?”송해인은 힘겹게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허약한 모습으로 물었다.서강빈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저었다.‘사랑이라고?’두 사람 사이의 사랑은 결혼한 첫해에만 존재했을 것이다. 그 뒤로 2년 동안 송해인은 그와 말을 하는 것조차 귀찮아했고 더욱이 두 사람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이 전혀 없었다.이건... 사랑이 아니다.서강빈은 마음속으로 씁쓸한 결론을 내놓았다. 이런 느낌은 마치도 가시가 하나가 목에도 박히고 마음속에도 박힌 것 같은 느낌이었다.“서강빈, 사실 나한테 일부러 그러는 거지? 그게 아니라면 너는 이렇게 나를 구하러 올 수가 없어. 그런 거지?”자신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던 남자
“나는 너 없으면 안 된다는 걸 분명 알면서, 내가 너 아직 너무너무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 너는 다 알고 있으면서...”여기까지 말하던 송해인의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 되었다. 눈물은 그녀의 베개를 축축하게 적셨다. 도정윤은 송해인이 서럽게 우는 것을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아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건네주었다. 하지만 송해인은 도정윤을 밀쳐내고 눈물을 닦고는 계속 울며 말했다.“서강빈, 네가 저지른 이 모든 게 다 나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은 것이라 해도, 네가 나한테 숨기는 게 있다고 해도 나는 너를 용서할 수 있어. 우리 다시 시작하자. 응? 내일 당장 가서 다시 혼인신고를 하고 재결합하자.”송해인은 버둥거리며 일어나서는 서강빈에게 안기려고 했다.이때, 문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흥, 저 여자가 일부러 쓰러진 척 한 거 다 알아. 책임을 회피하려고 저러는 거잖아! 저기를 봐봐, 송해인 저 여자가 지금 병실에서 남자랑 노닥거리고 있잖아.”문밖에서는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이훈과 몇몇 친우들은 한 무리의 기자를 데리고 응급실 쪽을 향해 달려왔다.지금 문 앞에 있는 진기준은 병실 안에서 재결합하자고 애원하고 있는 송해인을 악에 받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등 뒤에서 나는 발걸음 소리에 다급히 시선을 돌리고 뒤돌아 이훈이 오고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기자들이 장비들을 들고 기세등등하게 다가오는 것을 본 그는 눈빛이 굳었다.비오 그룹의 일에 대해 진기준은 다 알고 있었다. 그는 오히려 자기에게 불똥이 튈까 봐 다급하게 뒤돌아 양미란에게 말했다.“아주머니, 비오 그룹의 일에 대해서 전해 들었어요. 저는 방금 어떻게 하면 이 사건이 주는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일지 여러 매니지먼트의 대표들과 상의를 하고 있었어요. 해인이가 괜찮아졌으니 저도 한시름 놓았어요. 아주머니께서 해인이를 잘 보살펴주세요. 비오 그룹의 일은 제가 최대한 빨리 해결하겠습니다.”양미란이 대답하기도 전에 진기준은 빠르게 병원을 나서서 사람들의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이 모습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강빈이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때릴 줄 이훈도 생각지 못했다.“너... 너 감히 사람을 때려?”이훈은 얼굴을 움켜잡고 버둥거리며 일어났다. 이때 인파 속에 있던 중년 기자가 첫눈에 서강빈을 알아보고 차갑게 웃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저 사람 기억나. 저 사람이 바로 얼마 전에 구역 선발전의 첫 라운드에서 우승한 서강빈 아니야? 좋은 의술을 가지고 있다지만 의사로서 품성이 엉망일 줄 몰랐네. 의사라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사람을 때린다고? 거기다가 사람을 때린 것도 모자라 비오 그룹의 미녀 대표님이랑 놀아나면서 이성 관계가 문란하니, 이런 사람은 의사의 자격이 없어!”중년 기자가 이렇게 말하자 다른 기자들도 정신이 들었다. 그중 기자 한 명이 마이크를 서강빈에게 내밀면서 말했다.“서강빈 씨, 송 대표님과 도대체 어떤 관계입니까? 바람입니까? 아니면 비밀연애입니까?”나머지 기자들도 흥미로운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잡지거나 기사를 보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마당에 비오 그룹의 대표에 관한 스캔들이거나 자극적인 기사를 낸다면 무조건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서강빈 씨는 제 전남편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여러분들이 기자로서의 직업윤리를 지키고 지나친 언행은 삼가셨으면 합니다.”송해인은 힘겹게 침대에서 일어서서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양미란은 이렇게 많은 기자가 자신의 딸을 공격하고 있는 것을 보고 다급하게 사람들 속에서 나와 기자들에게 손가락질하면서 말했다.“내 딸이 아픈 척을 거짓말하고 남자랑 놀아나는지 아니면 정말로 심한 병이 들었는지는 응급실의 의사한테 물어보면 되잖아. 감히 함부로 기사를 내거나 이상한 소문을 낸다면 내가 당신들의 잡지사를 고소하여 파산시켜 버릴 거야!”기자들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철렁했다. 송해인의 상태로 봐서는 정말 크게 아프고 난 것 같았다. 만약 서강빈이 정말로 송해인을 치료하기 위해 온 것이라면 그
“잘 회복하고 있어. 환자의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서강빈의 뒷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지금 송해인은 누군가가 심장을 세게 움켜쥔 것처럼 가슴에서 말 못 할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럴수록 그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자신에 대한 서강빈의 사랑을 다시 되돌리겠다고 마음을 더 굳게 먹었다. ...문을 열고 병실에 들어선 서강빈의 시선은 침대에 누워 숨이 곧 끊길듯한 노인에게 머물렀다. 노인은 낯빛이 검게 변하고 숨결이 미약했으며 입술은 이미 갈라진 지 오래고 거의 저승길의 문턱까지 간 모습을 하고 있었다. 병실에서 계속 지키고 있던 손인수는 서강빈이 온 것을 보고 서둘러 마중 나오면서 주먹을 모으고 인사를 올렸다.“스승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제... 제가 무능합니다.”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몇 번이나 얘기했습니까, 당신은 제 제자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스승과 제자의 호칭을 부르면 안 된다고요. 잊었습니까?”“아...”이 말을 들은 손인수는 어찌할 바를 몰라 고개를 숙인 채 뒤로 물러섰다. 이 장면은 마침 따라온 몇 명의 기자들의 눈에 들어왔다.“헐! 설마... 그럴 리가! 저... 저분은 손 신의잖아!”“저... 저 사람이 이제 몇 살인데 손 신의까지도 저 사람을 스승이라고 불러?”“이건 정말 경악할만한 기사일 거야!”기자들이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정신을 차렸을 때, 서강빈은 이미 침대 앞으로 와서 노인의 맥을 짚고 있었다. 이훈은 팔짱을 낀 채 곁에 서서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어디서 무게를 잡고 있어! 고칠 수 있다며? 그럼 어디 한번 말해봐. 도대체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데?”서강빈은 시선을 내리깔고 노인을 자세히 훑어보다가 갑자기 이훈의 멱살을 잡고는 그를 노인의 침대 앞으로 끌고 가서 노인을 가리키며 이훈에게 말했다.“제 아버지까지 해치다니, 네가 사람이야?”말을 마친 서강빈은 손을 들어 이훈의 뺨을 열번 넘게 내리쳤다. 이훈은 단단한 철판이 자신의 얼굴을 내리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