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회복하고 있어. 환자의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서강빈의 뒷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지금 송해인은 누군가가 심장을 세게 움켜쥔 것처럼 가슴에서 말 못 할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럴수록 그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자신에 대한 서강빈의 사랑을 다시 되돌리겠다고 마음을 더 굳게 먹었다. ...문을 열고 병실에 들어선 서강빈의 시선은 침대에 누워 숨이 곧 끊길듯한 노인에게 머물렀다. 노인은 낯빛이 검게 변하고 숨결이 미약했으며 입술은 이미 갈라진 지 오래고 거의 저승길의 문턱까지 간 모습을 하고 있었다. 병실에서 계속 지키고 있던 손인수는 서강빈이 온 것을 보고 서둘러 마중 나오면서 주먹을 모으고 인사를 올렸다.“스승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제... 제가 무능합니다.”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몇 번이나 얘기했습니까, 당신은 제 제자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스승과 제자의 호칭을 부르면 안 된다고요. 잊었습니까?”“아...”이 말을 들은 손인수는 어찌할 바를 몰라 고개를 숙인 채 뒤로 물러섰다. 이 장면은 마침 따라온 몇 명의 기자들의 눈에 들어왔다.“헐! 설마... 그럴 리가! 저... 저분은 손 신의잖아!”“저... 저 사람이 이제 몇 살인데 손 신의까지도 저 사람을 스승이라고 불러?”“이건 정말 경악할만한 기사일 거야!”기자들이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정신을 차렸을 때, 서강빈은 이미 침대 앞으로 와서 노인의 맥을 짚고 있었다. 이훈은 팔짱을 낀 채 곁에 서서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어디서 무게를 잡고 있어! 고칠 수 있다며? 그럼 어디 한번 말해봐. 도대체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데?”서강빈은 시선을 내리깔고 노인을 자세히 훑어보다가 갑자기 이훈의 멱살을 잡고는 그를 노인의 침대 앞으로 끌고 가서 노인을 가리키며 이훈에게 말했다.“제 아버지까지 해치다니, 네가 사람이야?”말을 마친 서강빈은 손을 들어 이훈의 뺨을 열번 넘게 내리쳤다. 이훈은 단단한 철판이 자신의 얼굴을 내리치
“증거가 필요해? 의사를 불러와서 면봉으로 이 부위를 닦기만 하면 알 수 있겠지.”서강빈은 말하면서 손으로 노인의 목에 빨갛게 부어오른 부분을 어루만졌다. 이 말을 들은 이훈의 눈에는 경악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서강빈의 말대로 그는 아버지의 목에 인동초 성분이 들어간 약을 발랐었다. 서강빈은 도대체 어떻게 이것을 보아낸 것인가?서강빈은 뒤돌아 은침을 꺼내서는 노인의 혈 자리를 찾아 침을 놓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시간을 보고는 문 앞에 있는 기자들에게 말했다.“3분이 지나면 환자는 의식을 회복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이 일의 자초지종이 제가 말한 것처럼 그런 것인지 아닌지 직접 환자에게 물어보세요.”기자들은 서로 쳐다보면서 서강빈의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서강빈은 이훈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멱살을 잡고는 말했다.“우리는 이제 장소를 옮겨서 제대로 얘기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너... 너 뭐 하자는 거야? 이거 놔!”지금 이훈은 당황해서 자신을 잡은 서강빈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서강빈의 손은 마치 단단한 집게처럼 그를 잡고 있어 아무리 힘을 써도 꿈쩍하지 않았다.서강빈은 그와 쓸데없는 말을 계속하고 싶지 않아 이훈을 끌고 병실과 멀지 않은 곳의 화장실로 갔다.“말해. 누가 시킨 거야?”서강빈은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훈과 같은 사람들은 비오 그룹을 해칠 이유가 없었다. 더욱이 저렇게 많은 기자도 데려오지 못한다. 하여 반드시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목적은 절대 비오 그룹뿐이 아니다.“너... 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 나는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어. 나는 금오단이 만병을 통치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서강빈은 손으로 이훈의 뺨을 내리쳤고 바닥에 나뒹구는 이훈의 손을 발로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마지막으로 기회를 한 번만 더 줄게. 만약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다면 이 손은 앞으로 컵도 들지 못할 거야.”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커다란 통증에 이훈은 이를
“천주의 큰 병원에서도 속수무책일세. 그래서 이 일을 해결을 해결하도록 한 전 씨 어르신이 나를 찾아왔어. 나한테 명의를 찾아봐달라고 말이야. 그러자 나는 서 거장이 바로 떠올랐다네. 서 거장이 흔쾌히 도와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말이야.”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일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아 보이는데요?”이 말을 들은 한정산은 살짝 머뭇거리다가 웃으며 말했다.“서 거장, 사실은 말일세. 내가 이렇게 사업을 크게 벌일 수 있는 건 다 전 씨 어르신 덕분이라네. 그러니 서 거장이 나를 좀 도와줬으면 하네. 이건 내가 준비한 작은 선물이야. 부담 갖지 말고 받아줬으면 하네.”말을 마친 한정산은 100억이 들어있는 은행카드를 서강빈의 앞에 내밀었다. 서강빈은 한정산이 건넨 카드를 밀어내면서 말했다.“한 가주님, 정말 죄송하지만 제가 요즘 바쁜 일이 많아서 천주에 가기 어려울 듯합니다.”“이게...”한정산은 표정이 살짝 굳었다가 다시 웃는 얼굴을 하고 말했다.“서 거장, 잘 모를 수 있는데 이국에서는 이미 약속을 했다네. 왕자님을 살리기만 한다면 이국에서는 수년간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설련빙백을 열 개 주겠다고 했어. 설련빙백이 어떤 보물인지는 서 거장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네.”설련빙백이라는 말을 들은 서강빈도 마음이 동했다. 설련빙백 하나만 있어도 서강빈은 연기 6단계를 돌파할 수 있는 데 열 개라니, 서강빈에게도 아주 유혹적인 조건이었다.“서 거장, 나를 돕는다고 생각해주게. 그리고 이 계기로 전 씨 어르신과 인연을 맺는다면, 서 거장과 권효정 씨한테도 좋은 일이 될걸세.”한정산은 다시 한번 간절하게 말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알겠어요. 그럼 이번 한 번은 제가 무리를 해서 도와드릴게요.”한정산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잠깐 멈칫하더니 계속해서 말했다.“서 거장, 한 가지 더 얘기해야 할 게 있다네. 이번에 이국에서는 전 씨 어르신에게만 부탁한 게 아닐세. 의학 종가의 사람도 모셨는데 그쪽의 뜻
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경기에 대해서 서강빈은 아주 자신이 있었다.“상관없어요. 가주님께서 얘기한 대로 하면 됩니다.”서강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날 저녁, 한정산은 항공편을 예매하여 서강빈 일행과 함께 천주로 갔다. 천주에 도착한 후, 한정산은 한씨 가문에서 제일 좋은 리조트를 하나 비워서는 서강빈 일행이 머물게 했다.이튿날 아침, 사람들은 아침 일찍 기상했고 권효정은 일부러 흰색 치마를 골라 입었다. 새하얀 치마는 지금의 계절을 놓고 보면 많이 눈에 띄는 스타일링이었다. 염지아도 예쁘게 치장했다.권효정은 며칠전에 서강빈에게 선물한 명품 슈트를 꺼내서 서강빈에게 입히고 옷매무새를 정리해주었다.“주인님, 갑시다. 기사님께서 밖에서 기다리고 계세요.”염지아는 미소를 띠고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성큼성큼 문 앞으로 다가갔다. 검은색의 롤스로이스는 일찍부터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다.검은 슈트를 입은 젊은 남자는 서강빈 일행이 문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차 문을 열며 말했다.“세 분 차에 타시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고 차에 올라탔다. 권효정과 염지아도 따라서 차에 오르고 서강빈은 기사에게 말했다.“출발하죠.”차가 천천히 출발하자 서강빈은 덤덤하게 차 시트에 기대 두 눈을 살짝 감았다. 이때, 시내 중심의 천주 체육관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매체들과 잡지사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 용국 각 업계의 유명인사들과 스타들까지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적지 않은 천주 시민들도 현장에 와서 용국 의술의 꼭짓점에 있는 두 고수의 풍채를 느끼고 싶어 했다. 전국 각지의 신문 매체들도 덩달아 서둘러 자신들의 장비를 장착하고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 준비를 했다.달라디 백작과 가족들은 무대 정면을 향해 있는 단상에 앉아있었고 거기에는 정치계의 유명인사들도 있었다.서강빈은 바로 단상을 향해 걸어갔다. 오늘 의학 종가를 대표하여 경기에 참여한 사람은 서강빈과 나이가 비슷한 이천서라고 하는 젊은 남자였다.
이천서는 도도한 표정으로 말했다.“설마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말을 모르는 건 아니겠지?”서강빈은 웃음을 띤 얼굴로 물었다.“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 나는 다 받아들일 수 있어.”이천서는 상관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말했다.“방금 당신의 제안과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고 절을 10번 올려.”서강빈의 목소리는 강당 전체에 울려 퍼졌고 모든 사람이 똑똑히 들었다.“감히 의학 종가의 제자인 나한테 무릎을 꿇으라고?”이천서는 고개를 돌리고 서강빈을 노려보았다. 서강빈은 담담하게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만약 그렇게 못하겠다면 없던 일로 하고 사람들에게 절을 올려. 그것으로 당신이 말한 내기가 없었던 거로 하지.”이천서는 굳어진 얼굴로 서강빈을 노려보았다. 자신이 진 것으로 간주하고 앞에서 말한 조건을 없던 일로 하는 건 절대 불가능한 일이다.“좋아. 내가 받아주면 되잖아.”이천서는 가슴이 오르락거리게 숨을 크게 들이쉬며 말하고는 곁에 있는 의학 종가의 대표에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자신은 확신이 있음을 전했다.이때, 의학 종가의 대표 중 한 사람이 일어서서 전 씨 어르신에게 말했다.“전 씨 어르신, 경기 규칙을 선고하시죠?”전 씨 어르신은 일어서서 큰 소리로 말했다.“양 측에서 모두 이의가 없으니 다음으로는 제가 경기 규칙을 선고하도록 하겠습니다...”이번의 경기 규칙은 사전에 선택된 암 환자에 대해 침술 치료를 하는 것이었는데 완치하거나 치료를 통해 환자가 원하는 정도를 만족시키거나 해야 했다.최종 평점은 단상에 있는 심사위원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환자 본인이 결정하는 것이었다. 그 말인즉슨 단순한 통증 억제거나 단계적인 치료는 개인의 수준에 따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었다.“두 분께서 이에 대해 이의 있습니까?”진행자는 고개를 돌려 이천서와 서강빈에게 말했다.“저는 없습니다.”서강빈의 말투는 아주 덤덤했다. 이천서도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저도 동의합니다.” “좋습니다. 누가 먼저 무대에 오르겠습니까?”진행자는 서
암을 치료하는 데 있어서 만약 일반적인 침술을 사용한다면 단지 통증만 완화할 수 있을 뿐 실질적인 치료 효과를 볼 수 없다. 작게 한숨을 쉰 서강빈은 곁에 있는 테이블에서 9개의 은침을 꺼내 손바닥에 놓고 몇 번 움직였다.환자의 병을 빠르게 치료하려면 반드시 현명신침을 이용해야 했다. 그게 아니면 경기가 끝날 때까지 환자의 통증을 멈출 방법을 찾지 못할 수도 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가락을 살짝 움직였고 9개의 은침이 동시에 날아가 환자의 9개 혈 자리에 각각 꽂혔다.곁에 있던 통역사마저도 서강빈이 왜 묻지도 않고 침을 꽂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선생님, 환자의 상황을 묻거나 맥을 짚을 필요가 없는 건가요?”여자 통역사는 다급한 기색이었다.“폐암 말기에 신장 결석을 가지고 있어요.”서강빈은 담담하게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무대 아래에 있는 사람들은 깜짝 놀랐다. 의학 종가 단상에 있던 노인까지도 저도 모르게 서강빈에게 시선이 향했다.“흥, 정말 건방지네. 아무리 나라고 해도 보는 것만으로 병을 진단할 수 없는데 네가 그럴만한 능력이 된다고?”이천서는 차갑게 웃으며 비웃는 듯한 말투로 말했다. 하지만 이윽고 백인 남자는 깜짝 놀란 표정으로 말했다.“세상에, 내가 폐암 말기라는 걸 어떻게 알았어요? 설마 당신의 눈이 기기보다도 더 정확한 건가요?”백인 남자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고 있었다.서강빈은 침착한 태도로 침 9개를 움직였고 굵고 힘찬 기운이 은침을 따라 백인 남자의 체내로 들어갔다. “침술로 암을 치료할 수도 있어?”무대 아래의 관객들은 놀라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고 단상 위에 있는 전 씨 어르신 등 사람들도 말을 잃었다.“사실 암이라는 건 한기가 너무 많은 탓에 생기는 병입니다. 한기가 가지는 응고되는 성질 때문에 혈관이 한기로 하여 굳어지게 됩니다. 그러니 막힌 혈관을 뚫어주기만 하면 치료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이 담담하게 말했다.“허튼소리!”이천서는 화를 내며 소리쳤다. 그는 3살 때부
“강빈 씨!”권효정은 창백해진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 칼이 백인 남자의 정수리를 긁었고 피가 뿜어져 나왔는데 이런 공식적인 자리에서 이는 논란의 여지가 많은 행동이었다. 더욱이 국내에서 권위가 있는 매체들도 현장에 많이 있었다.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저는 지금 환자에게 치료하는 중입니다.”말을 마친 서강빈은 은침을 두 개 꺼내 들고 백인 남자의 등 뒤로 가서 그의 어깨에 꽂았다. 그러자 백인 남자의 피는 빠르게 멈췄다.백인 남자의 낯빛은 점점 정상적으로 회복하였고 서강빈은 서두르지 않고 나머지 9개 은침을 모두 뽑았다.다 합해서 10분도 안 되는 사이에 백인 남자는 새로 태어난 사람 같았다.“세상에, 호흡이 아주 편해졌어. 몸도 아픈 곳이 사라지고, 내 허리도... 허리도 안 아파.”백인 남자는 손을 가슴에 올리고 연달아 크게 숨을 쉬었다.“아니야! 침술로는 암을 치료할 수 없어. 이것은 한의학계에서 공통된 인식이야! 저 사람은 분명히 특수한 침술로 환자의 통증을 멈추고 환자가 자신이 회복되었다고 착각하게 만든 거야.”이천서는 갑자기 소리를 지르며 손으로 서강빈을 가리키면서 화를 냈다. 만약 이 환자를 정말 서강빈이 다 치료했다면 자신은 진 것과 마찬가지인 게 아닌가?그는 사전에 서강빈과 내기를 했었는데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서강빈에게 절을 올리라는 말인가? 이는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무대 아래에서 경기를 보고 있던 한의학 명가들도 의견이 분분했다.“침술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고? 나는 절대 안 믿어!”“어린 신의가 말한 것처럼 특수한 침술로 환자의 통증을 사라지게 만든 것일 수도 있잖아.”“만약 정말 그런 것이라면 서강빈은 의사로서의 도덕은 물론이고 인성까지 문제가 있는 것으로 간주하여 큰일은 하기 어려울 거야.”단상 위에 있던 전 씨 어르신은 달라디 백작과 귓속말을 하다가 일어서서 말했다.“모두 조용히 해주십시오. 공정한 판단을 위해 지금 현장에 있는 의료팀이 환자의 몸에 대해 전면적인 검사를 진행하도록
하지만 이천서가 말을 하기도 전에 심사위원석에 있던 달라디 백작이 차가운 표정을 하고 일어서며 말했다.“이천서 씨, 결과는 이미 나왔으니 패배를 인정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당신은 반드시 캔터 의사에게 사과해야 할 것입니다.”이천서는 이 말을 듣고 멈칫하더니 창백한 얼굴로 달라디 백작을 쳐다보면서 말했다.“달... 달다리 백작, 저는...”“결과에 승복해야지.”서강빈은 이천서의 말을 끊고 말했다. 이천서는 이를 악물고 서강빈을 노려보면서 말했다.“서강빈! 너...”깊게 숨을 들이켠 이천서는 주먹을 세게 쥐고 이를 악물며 결국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10번의 절을 올린 뒤, 이천서는 벌떡 몸을 일으켜서는 악랄하게 서강빈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말했다.“서강빈, 너 기다리고 있어. 오늘의 치욕은 반드시 갚아줄 테니까.”말을 마친 이천서가 뒤돌아 떠나려고 하자 달라디 백작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천서 씨, 아직 캔터 의사한테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떠날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백작의 말이 끝나자 건장한 백인 경호원 열몇 명이 다가와 이천서의 길을 막았다.“죄... 죄송합니다!”이천서의 두 눈은 불을 뿜을 듯했다. 이는 그가 산을 나온 이후로 치욕을 처음 이토록 크게 당하는 것이다. 이천서가 뒤돌아 떠나려고 할 때, 스태프 한 명이 다급하게 뛰어왔다.“큰일 났습니다! 왕자님께서 정신을 잃으셨습니다! 상황이 아주 위급해요!”그 스태프는 뛰어오는 와중에 이렇게 소리치며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뭐라고? 빨리, 사람을 살리는 게 급해!”달라디 백작도 당황하여 다급하게 부하들을 데리고 대기실로 달려갔다. 의학 종가 단상에 있는 백발노인 한 명이 서둘러 일어서더니 이천서를 향해 소리쳤다.“빨리 가.”이 노인은 이천서의 사숙인 허성국이었는데 의학 종가의 7대 장로 중에서 3위에 있는 인물이었다. 그가 이 환자를 살릴 수만 있다면 의학 종가의 체면을 살릴 수도 있고 이로써 서강빈을 눌러놓을 수도 있었다.침술로 응급조치를 하는 방법은 아주 많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