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기준은 못마땅하다는 듯 뿌리치고는 뒤돌아 병실을 나섰고 이세영도 빠르게 따라 나갔다. 진기준이 화를 내며 나간 것을 보고 양미란도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서강빈과 송해인을 단둘이 한 방에 있게 한다면 진씨 가문과 송씨 가문의 결혼계획도 이 때문에 무산될 것이다.잠시 생각하던 양미란은 방법이 떠올랐다.“정윤아, 네가 해인이를 좀 돌봐줘.”이렇게 말하고 양미란은 또 고개를 돌려 서강빈에게 말했다.“서강빈, 정윤이는 의학 박사니까 남아도 되겠지?”서강빈이 대답하기도 전에 도정윤이 재촉했다.“미란 이모, 걱정하지 마세요. 해인이는 제가 잘 지킬 것입니다. 괜찮을 거예요.”양미란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병실의 문을 닫았다. 밖으로 나온 양미란은 웃는 얼굴로 말했다.“기준아, 걱정하지 마. 안에 정윤이가 남았어. 만약 서강빈이 해인이한테 함부로 손을 놀린다면 정윤이가 가만히 있지 않을 거야.”“흥!”진기준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고 창문을 통해 병실 안의 서강빈과 도정윤을 보았다.... 병실 안에서는 서강빈이 심각한 표정으로 은침을 꺼내 손가락 사이에 끼우자 보일락말락 하는 흰 안개가 은침을 감싸고 돌았다. 지금 송해인은 한기가 심장을 공격하는 정도로 끝나지 않고 비타민 알약 위에 입혀진 달달한 맛이 한기를 더 가하여 송해인의 심장박동의 속도를 억제하고 있다.만약 지금 최첨단의 기기로 송해인에게 검사를 진행한다면 송해인의 심장에 새하얀 서리가 낀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이 서리가 송해인의 심장 전체를 감싸게 되면 그 누구도 송해인을 살리지 못할 것이다.지금 상태로도 송해인을 살리려면 서강빈은 70% 정도 되는 영기를 모두 소모해야 했다.서강빈의 손끝이 살짝 움직이자 은침은 날아가서 송해인의 명치에 꽂혔다. 은침이 몸 안으로 들어감에 따라 송해인의 안색도 눈에 띄는 속도로 혈색을 회복했다.도정윤은 마음의 준비를 하고 보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 장면을 보고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서강빈이 기운으로 침을 움직이는 능력을 갖추고 있을
만약 예전이었다면 도정윤은 이 장면을 보고 송해인에게 서강빈을 멀리하라고 했을 테지만 지금 도정윤은 침묵을 선택했다. 서강빈이 이렇게 많은 오해와 상처를 받고도 아직 송해인에게 마음이 남아있는지 그녀도 알고 싶었다.“꿈을 꾸는 게 아니야. 지금 병실에 있어.”서강빈은 정신을 차리고 송해인의 몸에 있는 7개의 은침을 뽑고는 곁에 있는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서강빈의 등은 식은땀으로 젖어있었고 두 손은 덜덜 떨려왔다. 이렇게 짧은 시간 내에 연명하는 침을 7개나 연달아 꽂는 것은 지금의 서강빈에게도 아주 위험한 일이었다.자신의 70% 정도 되는 영기밖에 소모하지 않았지만 1분 남짓한 시간 내에 경맥에 있는 영기를 이렇게나 많이 뽑아내는 것은 누구에게나 다 목숨을 거는 일이다.“어쩌면 이게 내가 너에게 주는 마지막 다정함일 거야.”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송해인을 한번 보고는 마음속으로 발버둥을 치며 이렇게 말했다.방금 송해인이 아랑곳하지 않고 서강빈의 손을 잡은 순간, 지나간 추억들이 또다시 서강빈의 머리에 떠올랐다. 하지만 서강빈의 이성은 항상 그를 일깨워주고 있었다. 엎어진 물은 다시 주워 담을 수가 없는 것처럼 끊어진 인연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이다.“강빈아, 아직 나 사랑하지? 네 마음속에 아직 내가 있는 거지? 그런 거지?”송해인은 힘겹게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허약한 모습으로 물었다.서강빈은 멈칫하더니 고개를 저었다.‘사랑이라고?’두 사람 사이의 사랑은 결혼한 첫해에만 존재했을 것이다. 그 뒤로 2년 동안 송해인은 그와 말을 하는 것조차 귀찮아했고 더욱이 두 사람은 단둘이 보내는 시간이 전혀 없었다.이건... 사랑이 아니다.서강빈은 마음속으로 씁쓸한 결론을 내놓았다. 이런 느낌은 마치도 가시가 하나가 목에도 박히고 마음속에도 박힌 것 같은 느낌이었다.“서강빈, 사실 나한테 일부러 그러는 거지? 그게 아니라면 너는 이렇게 나를 구하러 올 수가 없어. 그런 거지?”자신에게 모든 것을 내어주던 남자
“나는 너 없으면 안 된다는 걸 분명 알면서, 내가 너 아직 너무너무 사랑하고 있다는 걸 알면서, 너는 다 알고 있으면서...”여기까지 말하던 송해인의 얼굴은 이미 눈물범벅이 되었다. 눈물은 그녀의 베개를 축축하게 적셨다. 도정윤은 송해인이 서럽게 우는 것을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아 주머니에서 손수건을 꺼내서 건네주었다. 하지만 송해인은 도정윤을 밀쳐내고 눈물을 닦고는 계속 울며 말했다.“서강빈, 네가 저지른 이 모든 게 다 나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은 것이라 해도, 네가 나한테 숨기는 게 있다고 해도 나는 너를 용서할 수 있어. 우리 다시 시작하자. 응? 내일 당장 가서 다시 혼인신고를 하고 재결합하자.”송해인은 버둥거리며 일어나서는 서강빈에게 안기려고 했다.이때, 문밖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들려왔다.“흥, 저 여자가 일부러 쓰러진 척 한 거 다 알아. 책임을 회피하려고 저러는 거잖아! 저기를 봐봐, 송해인 저 여자가 지금 병실에서 남자랑 노닥거리고 있잖아.”문밖에서는 중년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윽고 이훈과 몇몇 친우들은 한 무리의 기자를 데리고 응급실 쪽을 향해 달려왔다.지금 문 앞에 있는 진기준은 병실 안에서 재결합하자고 애원하고 있는 송해인을 악에 받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하지만 등 뒤에서 나는 발걸음 소리에 다급히 시선을 돌리고 뒤돌아 이훈이 오고 있는 쪽을 쳐다보았다.기자들이 장비들을 들고 기세등등하게 다가오는 것을 본 그는 눈빛이 굳었다.비오 그룹의 일에 대해 진기준은 다 알고 있었다. 그는 오히려 자기에게 불똥이 튈까 봐 다급하게 뒤돌아 양미란에게 말했다.“아주머니, 비오 그룹의 일에 대해서 전해 들었어요. 저는 방금 어떻게 하면 이 사건이 주는 영향을 최소한으로 줄일지 여러 매니지먼트의 대표들과 상의를 하고 있었어요. 해인이가 괜찮아졌으니 저도 한시름 놓았어요. 아주머니께서 해인이를 잘 보살펴주세요. 비오 그룹의 일은 제가 최대한 빨리 해결하겠습니다.”양미란이 대답하기도 전에 진기준은 빠르게 병원을 나서서 사람들의
현장에 있는 기자들은 이 모습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서강빈이 기자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때릴 줄 이훈도 생각지 못했다.“너... 너 감히 사람을 때려?”이훈은 얼굴을 움켜잡고 버둥거리며 일어났다. 이때 인파 속에 있던 중년 기자가 첫눈에 서강빈을 알아보고 차갑게 웃으며 큰 소리로 말했다.“저 사람 기억나. 저 사람이 바로 얼마 전에 구역 선발전의 첫 라운드에서 우승한 서강빈 아니야? 좋은 의술을 가지고 있다지만 의사로서 품성이 엉망일 줄 몰랐네. 의사라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사람을 때린다고? 거기다가 사람을 때린 것도 모자라 비오 그룹의 미녀 대표님이랑 놀아나면서 이성 관계가 문란하니, 이런 사람은 의사의 자격이 없어!”중년 기자가 이렇게 말하자 다른 기자들도 정신이 들었다. 그중 기자 한 명이 마이크를 서강빈에게 내밀면서 말했다.“서강빈 씨, 송 대표님과 도대체 어떤 관계입니까? 바람입니까? 아니면 비밀연애입니까?”나머지 기자들도 흥미로운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고 있었다. 지금 잡지거나 기사를 보는 사람들이 점점 줄어드는 마당에 비오 그룹의 대표에 관한 스캔들이거나 자극적인 기사를 낸다면 무조건 사람들의 관심을 끌게 될 것이다.“서강빈 씨는 제 전남편입니다. 그러므로 저는 여러분들이 기자로서의 직업윤리를 지키고 지나친 언행은 삼가셨으면 합니다.”송해인은 힘겹게 침대에서 일어서서는 얼음장처럼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 양미란은 이렇게 많은 기자가 자신의 딸을 공격하고 있는 것을 보고 다급하게 사람들 속에서 나와 기자들에게 손가락질하면서 말했다.“내 딸이 아픈 척을 거짓말하고 남자랑 놀아나는지 아니면 정말로 심한 병이 들었는지는 응급실의 의사한테 물어보면 되잖아. 감히 함부로 기사를 내거나 이상한 소문을 낸다면 내가 당신들의 잡지사를 고소하여 파산시켜 버릴 거야!”기자들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철렁했다. 송해인의 상태로 봐서는 정말 크게 아프고 난 것 같았다. 만약 서강빈이 정말로 송해인을 치료하기 위해 온 것이라면 그
“잘 회복하고 있어. 환자의 일은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서강빈의 뒷모습이 사라지는 것을 보며 지금 송해인은 누군가가 심장을 세게 움켜쥔 것처럼 가슴에서 말 못 할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럴수록 그녀는 무슨 일이 있더라도 반드시 자신에 대한 서강빈의 사랑을 다시 되돌리겠다고 마음을 더 굳게 먹었다. ...문을 열고 병실에 들어선 서강빈의 시선은 침대에 누워 숨이 곧 끊길듯한 노인에게 머물렀다. 노인은 낯빛이 검게 변하고 숨결이 미약했으며 입술은 이미 갈라진 지 오래고 거의 저승길의 문턱까지 간 모습을 하고 있었다. 병실에서 계속 지키고 있던 손인수는 서강빈이 온 것을 보고 서둘러 마중 나오면서 주먹을 모으고 인사를 올렸다.“스승님께 인사를 올립니다. 제... 제가 무능합니다.”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몇 번이나 얘기했습니까, 당신은 제 제자가 될 자격이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스승과 제자의 호칭을 부르면 안 된다고요. 잊었습니까?”“아...”이 말을 들은 손인수는 어찌할 바를 몰라 고개를 숙인 채 뒤로 물러섰다. 이 장면은 마침 따라온 몇 명의 기자들의 눈에 들어왔다.“헐! 설마... 그럴 리가! 저... 저분은 손 신의잖아!”“저... 저 사람이 이제 몇 살인데 손 신의까지도 저 사람을 스승이라고 불러?”“이건 정말 경악할만한 기사일 거야!”기자들이 놀란 마음을 추스르고 정신을 차렸을 때, 서강빈은 이미 침대 앞으로 와서 노인의 맥을 짚고 있었다. 이훈은 팔짱을 낀 채 곁에 서서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어디서 무게를 잡고 있어! 고칠 수 있다며? 그럼 어디 한번 말해봐. 도대체 어떻게 치료해야 하는데?”서강빈은 시선을 내리깔고 노인을 자세히 훑어보다가 갑자기 이훈의 멱살을 잡고는 그를 노인의 침대 앞으로 끌고 가서 노인을 가리키며 이훈에게 말했다.“제 아버지까지 해치다니, 네가 사람이야?”말을 마친 서강빈은 손을 들어 이훈의 뺨을 열번 넘게 내리쳤다. 이훈은 단단한 철판이 자신의 얼굴을 내리치
“증거가 필요해? 의사를 불러와서 면봉으로 이 부위를 닦기만 하면 알 수 있겠지.”서강빈은 말하면서 손으로 노인의 목에 빨갛게 부어오른 부분을 어루만졌다. 이 말을 들은 이훈의 눈에는 경악한 기색이 스쳐 지나갔다. 서강빈의 말대로 그는 아버지의 목에 인동초 성분이 들어간 약을 발랐었다. 서강빈은 도대체 어떻게 이것을 보아낸 것인가?서강빈은 뒤돌아 은침을 꺼내서는 노인의 혈 자리를 찾아 침을 놓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시간을 보고는 문 앞에 있는 기자들에게 말했다.“3분이 지나면 환자는 의식을 회복할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이 일의 자초지종이 제가 말한 것처럼 그런 것인지 아닌지 직접 환자에게 물어보세요.”기자들은 서로 쳐다보면서 서강빈의 말을 믿지 않는 눈치였다. 서강빈은 이훈의 앞으로 다가가 그의 멱살을 잡고는 말했다.“우리는 이제 장소를 옮겨서 제대로 얘기를 해봐야 하지 않을까?”“너... 너 뭐 하자는 거야? 이거 놔!”지금 이훈은 당황해서 자신을 잡은 서강빈의 손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썼다. 하지만 서강빈의 손은 마치 단단한 집게처럼 그를 잡고 있어 아무리 힘을 써도 꿈쩍하지 않았다.서강빈은 그와 쓸데없는 말을 계속하고 싶지 않아 이훈을 끌고 병실과 멀지 않은 곳의 화장실로 갔다.“말해. 누가 시킨 거야?”서강빈은 냉랭한 목소리로 물었다. 이훈과 같은 사람들은 비오 그룹을 해칠 이유가 없었다. 더욱이 저렇게 많은 기자도 데려오지 못한다. 하여 반드시 배후에서 조종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의 목적은 절대 비오 그룹뿐이 아니다.“너... 너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나, 나는 무슨 말인지 전혀 모르겠어. 나는 금오단이 만병을 통치할 수 있다는 말을 듣고...”서강빈은 손으로 이훈의 뺨을 내리쳤고 바닥에 나뒹구는 이훈의 손을 발로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물었다.“마지막으로 기회를 한 번만 더 줄게. 만약 사실대로 말하지 않는다면 이 손은 앞으로 컵도 들지 못할 거야.”손바닥에서 느껴지는 커다란 통증에 이훈은 이를
“천주의 큰 병원에서도 속수무책일세. 그래서 이 일을 해결을 해결하도록 한 전 씨 어르신이 나를 찾아왔어. 나한테 명의를 찾아봐달라고 말이야. 그러자 나는 서 거장이 바로 떠올랐다네. 서 거장이 흔쾌히 도와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말이야.”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일이 그렇게 간단하지는 않아 보이는데요?”이 말을 들은 한정산은 살짝 머뭇거리다가 웃으며 말했다.“서 거장, 사실은 말일세. 내가 이렇게 사업을 크게 벌일 수 있는 건 다 전 씨 어르신 덕분이라네. 그러니 서 거장이 나를 좀 도와줬으면 하네. 이건 내가 준비한 작은 선물이야. 부담 갖지 말고 받아줬으면 하네.”말을 마친 한정산은 100억이 들어있는 은행카드를 서강빈의 앞에 내밀었다. 서강빈은 한정산이 건넨 카드를 밀어내면서 말했다.“한 가주님, 정말 죄송하지만 제가 요즘 바쁜 일이 많아서 천주에 가기 어려울 듯합니다.”“이게...”한정산은 표정이 살짝 굳었다가 다시 웃는 얼굴을 하고 말했다.“서 거장, 잘 모를 수 있는데 이국에서는 이미 약속을 했다네. 왕자님을 살리기만 한다면 이국에서는 수년간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설련빙백을 열 개 주겠다고 했어. 설련빙백이 어떤 보물인지는 서 거장도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네.”설련빙백이라는 말을 들은 서강빈도 마음이 동했다. 설련빙백 하나만 있어도 서강빈은 연기 6단계를 돌파할 수 있는 데 열 개라니, 서강빈에게도 아주 유혹적인 조건이었다.“서 거장, 나를 돕는다고 생각해주게. 그리고 이 계기로 전 씨 어르신과 인연을 맺는다면, 서 거장과 권효정 씨한테도 좋은 일이 될걸세.”한정산은 다시 한번 간절하게 말했다. 한참을 고민하던 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했다.“알겠어요. 그럼 이번 한 번은 제가 무리를 해서 도와드릴게요.”한정산은 그제야 마음을 놓고 잠깐 멈칫하더니 계속해서 말했다.“서 거장, 한 가지 더 얘기해야 할 게 있다네. 이번에 이국에서는 전 씨 어르신에게만 부탁한 게 아닐세. 의학 종가의 사람도 모셨는데 그쪽의 뜻
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경기에 대해서 서강빈은 아주 자신이 있었다.“상관없어요. 가주님께서 얘기한 대로 하면 됩니다.”서강빈은 담담하게 대답했다.그날 저녁, 한정산은 항공편을 예매하여 서강빈 일행과 함께 천주로 갔다. 천주에 도착한 후, 한정산은 한씨 가문에서 제일 좋은 리조트를 하나 비워서는 서강빈 일행이 머물게 했다.이튿날 아침, 사람들은 아침 일찍 기상했고 권효정은 일부러 흰색 치마를 골라 입었다. 새하얀 치마는 지금의 계절을 놓고 보면 많이 눈에 띄는 스타일링이었다. 염지아도 예쁘게 치장했다.권효정은 며칠전에 서강빈에게 선물한 명품 슈트를 꺼내서 서강빈에게 입히고 옷매무새를 정리해주었다.“주인님, 갑시다. 기사님께서 밖에서 기다리고 계세요.”염지아는 미소를 띠고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이고 성큼성큼 문 앞으로 다가갔다. 검은색의 롤스로이스는 일찍부터 여기서 기다리고 있었다.검은 슈트를 입은 젊은 남자는 서강빈 일행이 문에서 나오는 것을 보고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차 문을 열며 말했다.“세 분 차에 타시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고 차에 올라탔다. 권효정과 염지아도 따라서 차에 오르고 서강빈은 기사에게 말했다.“출발하죠.”차가 천천히 출발하자 서강빈은 덤덤하게 차 시트에 기대 두 눈을 살짝 감았다. 이때, 시내 중심의 천주 체육관에는 전국 각지에서 온 매체들과 잡지사의 사람들로 가득 찼다. 용국 각 업계의 유명인사들과 스타들까지도 목이 빠지게 기다리고 있다.적지 않은 천주 시민들도 현장에 와서 용국 의술의 꼭짓점에 있는 두 고수의 풍채를 느끼고 싶어 했다. 전국 각지의 신문 매체들도 덩달아 서둘러 자신들의 장비를 장착하고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진행할 준비를 했다.달라디 백작과 가족들은 무대 정면을 향해 있는 단상에 앉아있었고 거기에는 정치계의 유명인사들도 있었다.서강빈은 바로 단상을 향해 걸어갔다. 오늘 의학 종가를 대표하여 경기에 참여한 사람은 서강빈과 나이가 비슷한 이천서라고 하는 젊은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