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웅은 퍼뜩 놀라 고개를 돌렸고 어두운 표정의 황규성을 보고 물었다.“규성 어르신, 왜 그러십니까?”황규성은 서태웅의 얼굴을 소리 나게 내리쳤다. 서태웅의 입가에는 피가 흘렀고 황규성은 그를 향해 화를 냈다.“저분이 바로 그 대단하신 분이셔!”이 한마디 말에 겁을 먹은 서태웅은 정신이 아득해지며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손하린과 한지혜 등 사람들도 모두 깜짝 놀랐다.‘이게 무슨 상황이야? 대단하신 분이라고? 서강빈이 바로 규성 어르신조차도 공경하는 그 대단하신 분이라고?”그들이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황규성은 빠르게 서강빈의 앞으로 다가가 허리를 굽히고 말했다.“서 선생, 사람들은 이미 다 도착했습니다. 지시를 내리십시오.”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였다. 이 광경을 본 서태웅과 사람들은 모두 너무 놀라 넋이 나갔다.‘큰일 났다! 다 망했어! 저 자식이 바로 규성 어르신이 기다리고 있던 대단한 인물이었다고?’서태웅은 얼굴이 하얗게 질렸고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그는 앞서 규성 어르신이 세상 무서운 줄을 모르는 자식이 대단하신 분을 건드려서 처리하러 왔다는 얘기가 퍼뜩 생각났다. 그렇다면 서강빈을 건드렸다는 사람은 자신이 아닌가?서태웅은 쿵 하고 무언가가 내려앉는 듯하면서 머리가 어질어질해지고 두 다리가 후들거렸다. “서태웅, 이 사람들은 모두 내가 부른 사람들이야. 봐봐, 어때?”서강빈은 서태웅을 향해 담담하게 웃으며 물었다. 겁을 먹은 서태웅은 당장에서 털썩 무릎을 꿇고 눈물범벅이 되어 애원했다.“서 선생님, 제가 잘못했습니다. 앞으로 다시는 이런 일이 없을 것입니다. 저는 선생님께서 이렇게 대단하신 분인 줄 몰랐습니다...”이 모습을 본 황규성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하고 쌀쌀하게 말했다.“네가 바로 서 선생을 건드린 그놈이구나!”이 말을 들은 서태웅은 머리를 연신 조아리며 소리쳤다.“규성 어르신, 제가 일부러 그런 게 아닙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를 용서해주세요.”“나한테 빌어서 뭐해? 서 선생한테 빌어!
이윽고 서강빈은 황규성에게 지시를 몇 마디 더 내린 다음 주민정을 데리고 돌아갔다. 아파트 문 앞에서 헤어질 때, 주민정은 애정이 어린 눈빛으로 차에 올라타 떠나는 서강빈을 보고 있었다. 마음속에서 사랑의 불씨는 이미 타오르고 있었지만, 서강빈은 전혀 알지 못했다.이튿날, 서강빈이 기상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에 송해인이 다급하게 만물상점으로 들어오더니 다짜고짜 서강빈을 끌면서 소리쳤다.“얼른 가자. 나랑 어디 좀 가.”“어딜?”서강빈은 어리둥절했다. 송해인이 무슨 일로 이렇게 서두르는지 몰랐다.“내 친척 한 분이 아프신데 그 원인을 계속 찾지 못해. 그래서 너한테 가서 봐달라고 데리러 왔어.”송해인은 다급하게 말하며 서강빈을 끌고 차에 올라탔다.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나한테 진료를 하라고? 송 대표, 예전에는 계속 내 의술에 대해 의심을 하지 않았나?”송해인은 그를 흘겨보고 말했다.“그만해. 상황이 매우 급하단 말이야. 예전에는 다 내가 잘못했어. 됐지?”서강빈은 어깨를 으쓱했다. 시동이 걸리는 소리와 함께 송해인은 페달을 밟고 서강빈과 함께 병원으로 갔다. 차에서 내린 두 사람은 바로 병실로 갔고 송해인이 설명해주었다.“내 숙모님께서 계속 가슴 쪽이 아프다고 하셔. 병원에 와서 검사해도 아무 문제가 없대.”“알겠어.”서강빈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송해인은 걸음을 멈추고 서강빈을 보면서 미간을 찌푸린 채 말했다.“아, 숙모님은 너도 아는 분이야. 성함이 오수연이야.”“그분이라고?”서강빈은 이 이름을 듣자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 오수연은 예전에 서강빈과 송해인을 이혼시켜야 한다고 난리를 피우던 인물 중 한 명이었는데 그중에서도 제일 적극적으로 이혼을 밀어붙이던 사람이었다. 마음속으로부터 서강빈을 얕보면서 서강빈은 보잘것없는 빈털터리라고 생각했다. 서강빈도 예전에 오수연에게 당한 게 많았는데 오늘 그 사람을 진료해야 할 줄 생각지 못했다. 서강빈의 표정이 어두운 것을 송해인도 눈치채고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
오수연은 서강빈의 얼굴을 보기만 해도 화가 났다. 보잘것없이 아무것도 없는 빈털터리이고 놀고먹기 좋아하는 쓰레기 같은 놈이었다. 예전부터 그녀는 서강빈을 못마땅하게 생각하여 송해인과 이혼하도록 적극적으로 부추겼다.“듣자 하니 너랑 해인이 이혼했다면서? 잘된 일이야.”오수연은 계속해서 말했다.“그래도 너는 자기 주제를 아는 것 같구나. 하지만 내 병은 네가 치료해줄 필요 없어. 너 같은 보잘것없는 놈이 무슨 병을 고친다고?”오수연은 송해인이 왜 서강빈을 데리고 와서 병을 치료하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송해인이 다급하게 설명했다.“숙모, 서강빈이 의술을 잘 알아요. 한번 진료를 하게 해주세요.”오수연이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곁에 있던 양이솔이 달려들어서는 소리쳤다.“안돼! 저 자식이 우리 엄마를 치료해준다고? 저 자식이 뭘 알아? 만약 엄마의 병을 더 심하게 만들면 어떡해?”양이솔은 마음속으로부터 서강빈을 얕잡아보고 있었는데 저번에 교통사고 때문에 서강빈은 그녀를 며칠이나 구치소에 갇혀있게 했기에 이 때문에 서강빈에게 더 불만이 많았다. 그런데 저 자식한테 자기 엄마의 병을 보인다고? 절대 안 될 일이다!이때 양미란도 송해인을 흘겨보면서 불만스럽게 말했다.“해인아, 뭐 하는 거야? 네가 대단한 신의를 모시고 온 줄 알았는데 서강빈 저 볼품 없는 놈을 데리고 와서 뭐해? 와서 창피를 당하고 싶은 거야?”“남의 등을 처먹고 다니는 쓰레기 같은 놈이 무슨 의술을 안다고! 저번에 한의학 대회 구역 선발전에서도 권씨 가문 딸이 가진 지위의 덕을 봐서 1등을 한 거지, 전혀 본인의 실력이 아니잖아.”송태호가 맞장구를 치며 경멸하는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서강빈은 미간을 찡그리고 불쾌한 표정을 지었다.“치료하든 말든, 내가 진료해주겠다고 애원해서 온 거 아니야.”서강빈은 차갑게 말하고 뒤돌아 떠나려 했다. 송해인이 얼른 서강빈을 붙잡으며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화내지 마. 숙모가 원래 저래. 내가 설득해볼게.”말을 마친 송해인은 난감한 표
양이솔은 곁에서 비웃으며 말했다.“엄마, 물어서 뭐해요. 당연히 못 보아내서 그러는 거죠. 병원에 있는 그렇게 많은 전문의도 못 알아냈는데 저 자식 같은 쓰레기가 어떻게 보아낼 수 있겠어요.”“내 생각도 그래.”송태호도 비웃으며 맞장구를 쳤다.“서강빈, 못 알아냈으면 일찌감치 솔직하게 말하고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지 마. 우리도 다른 의사를 모시고 와야 하니까.”송태호가 소리쳤고 송해인도 긴장한 표정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다급하게 물었다.“보아냈어? 숙모가 무슨 병에 걸린 거야?”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숨을 내쉬며 말했다.“확실히 병은 있어.”“젠장, 무슨 당연한 말을 하고 있어!”송태호가 발끈했다. 오수연도 불쾌한 표정으로 서강빈을 째려보면서 소리쳤다.“할 말 있으면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해!”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그 병이 아주 심해.”이 말은 오수연 등 사람들의 미간이 찌푸려지게 했다. 이 자식이 설마 정말 알아낸 건가?“무슨 병인지 빙빙 돌리지 말고 얼른 말해!”양이솔이 불만스럽게 소리쳤다. 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양이솔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너는 곧 엄마가 없을 거야.”‘응? 뭐라고?’어리둥절해진 양이솔이 큰 눈을 깜빡이며 서강빈에게 물었다.“무슨 뜻이야?”송해인은 알아듣고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서강빈은 고개를 젓고는 쌀쌀하게 웃으며 말했다.“못 알아들었어? 그럼 더 직설적으로 말해줄게. 네 엄마, 오수연 씨, 곧 죽어!”사람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오수연이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리고 서강빈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욕을 퍼부었다.“미친놈! 네가 감히 나를 죽으라고 저주해?”“서강빈, 어디서 함부로 입을 놀리는 거야?”양미란도 화를 내며 서강빈을 밀치고는 욕을 했다.“못 알아냈으면 죽느니 어쩌느니 함부로 말하지 마. 해인이 숙모는 지금 가슴팍에 통증이 있는 것 빼고는 멀쩡하잖아.”송태호도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서강빈, 이렇게 하면 속이 시원할 것 같아? 네가 이럴수록 우
“꺼져! 당장 꺼져!”오수연은 화가 치밀어올라 문 앞에 서 있는 서강빈을 향해 소리쳤다. 서강빈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송해인에게 끌려 병실을 나왔다. 병실을 나와 송해인은 미안한 마음에 사과했다.“미안해. 우리 숙모가 원래 저런 사람이야.”“알아.”서강빈은 덤덤하게 웃었다. 오수연이 어떤 성격이고 어떤 사람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지독한 여자였다.“근데 방금 네가 말한 숙모님이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게 사실이야? 저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 마.”송해인이 걱정스레 말했고 서강빈은 웃음을 지으며 되물었다.“네 생각에 내가 농담을 하는 것 같아?”“네 말이 사실이야? 숙모님께서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해?”송해인은 불쑥 긴장하기 시작했고 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예상을 빗나가지 않는다면 맞아.”“그럼 어떡해?”송해인이 초조해하자 서강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다 자기 운명인 거야. 숙모님께서 죽는지 사는지 하는 문제는 스스로가 나한테 도움을 청하겠냐 마냐의 문제야.”말을 마친 서강빈은 송해인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말을 이었다.“나는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서강빈은 뒤돌아 병원을 나서서 만물상점으로 돌아갔다. 문 앞에 도착하자 권효정이 보였는데 권효정은 오늘 아주 청순한 차림새였다. 대표님이나 재벌 집 딸인 도도한 분위기를 없애고 남은 것은 청순가련한 여자의 모습이었다.“어떻게 왔어요?”서강빈이 다가가 묻자 권효정은 웃으며 서강빈의 팔짱을 끼고는 쑥스러운 기색이 없이 말했다.“보고 싶어서 왔죠.”“무슨 일 있어요?”서강빈의 물음에 권효정은 그를 흘겨보더니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왜요, 아무 일도 없으면 강빈 씨 보러오면 안 되나요?”권효정은 말하면서 서강빈에게 꼈던 팔짱을 풀고 일부러 삐진 모습으로 두 손을 가슴 앞에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렸다. 서강빈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 여자가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정말 귀여워 남자들이 끔뻑 죽을 만했다. “점심때 뭐 먹을래요? 제가 살게요.”서강빈이
그러니 오늘 이렇게 갑자기 돌아올 줄은 몰랐다. 드래곤 팀은 용국에서 제일 특별한 조직이었는데 까다로운 임무들을 전문적으로 맡아서 하고 있다. 진민석의 두 눈에는 권효정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고 은은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5년의 훈련이 끝났어. 이번에 너를 위해 돌아온 거야.”“저희 진 팀장님은 현재 드래곤 13팀의 팀장님이십니다. 팀장님은 바로 드래곤 팀의 천주 지점에 가서 직무를 맡을 수 있었는데 권효정 씨가 송주에 있다는 것을 듣고 이리로 배정받았습니다. 권효정 씨, 저희 진 팀장님은 진심으로 효정 씨를 좋아하고 있습니다.”이 말을 하는 사람은 진민석의 뒤에 있는 젊은이였는데 이제 25살 정도 되어 보였다. 그는 말할 때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었고 아주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진민석의 조수인 변준호였고 진민석을 따르는 사람이었다. 변준호는 계속해서 우월감을 뽐내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권효정 씨, 진 팀장님께서는 자주 우리한테 효정 씨 얘기를 합니다. 드리곤 팀에서 훈련을 받을 때는 효정 씨의 사진 때문에 그때 팀장님이랑 싸우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저희 진 팀장님을 좋아하는 여자들이 많았는데 진 팀장님은 다 거절하셨습니다. 진 팀장님의 뜻에 따르면 이번 생에는 효정 씨가 아니면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효정 씨, 저희 팀장님을 받아주시고 저희 형수님이 되어주십시오.”진민석은 이 말을 듣고 얼른 눈을 부라리며 변준호를 꾸짖었다.“변준호, 허튼소리 하지 마!”꾸짖는 모양새이긴 했지만 그게 사전에 상의 된 일이라는 걸 알만한 사람들은 다 보아낼 수 있다. 이때, 진민석은 권효정을 향해 소개했다.“이 사람은 변준호라고 하고 내 조수야. 13팀의 부팀장이야.”변준호는 얼른 웃는 얼굴로 권효정에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형수님.”권효정의 예쁜 얼굴이 차갑게 식으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녀는 진민석과 함께 자랐고, 소꿉친구였지만 그녀는 진민석한테 이성의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고 그저 큰 오빠처럼 생각하고
“됐어! 준호야, 그만 말해!”진민석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깊게 숨을 들이쉬며 서강빈을 보았다. 그는 서강빈을 슬쩍 훑어보더니 말했다.“자기소개할게. 나는 진민석이고 효정이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란 소꿉친구야. 내가 효정이에게 대한 감정은 포기할 수 없어. 그 누구도 효정이를 내 곁에서 뺏어갈 수 없어.”“민석 오빠, 그만 해요. 이런 말들은 의미가 없어요. 저는 오빠한테 이성의 감정이 없다니까요. 저는 그저 큰 오빠로 생각하고 있어요.”권효정은 가지런한 눈썹을 찡그리며 불만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진민석은 권효정이 무슨 얘기를 하든 듣지 않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아까부터 지금까지 당신을 계속 보고 있으니 당신이 그저 보통 사람이라는 걸 알겠더라고. 나의 발끝도 못 따라올 만큼 보잘것없어. 당신 같은 남자는 효정이한테 어울리지 않고 효정이한테 행복을 줄 수도 없어. 그러니 경고하는데 당장 효정이 곁에서 떠나.”서강빈은 이 말을 듣고 담담하게 웃더니 비웃음을 띤 눈빛으로 상대방을 보면서 태연하게 말했다.“진 팀장, 당신이 되게 우수한 것 같아? 내 눈에는 왠지 별로인 것으로 보이는데. 당신은 그저 가문이 좀 대단할 뿐이지 그건 당신이 그렇게 자만할만한 이유가 되지 않아. 그것들은 다 당신의 것이 아니니까.”진민석이 웃었다.“이 자식이 보아하니 물러서지 않고 나랑 한번 해보자는 거야? 좋아, 그럼 똑똑히 알려줄게. 지금 네가 이러는 건 헛된 망상이고 스스로 굴욕을 자초하는 짓이야!”진민석은 거만한 모습으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가문을 말하면 나는 천주 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니 효정이와 급이 맞아. 신분을 놓고 말하면 나는 드래곤 13팀의 팀장이고 내 권한으로는 송주에 상주하고 있는 군대를 움직일 수 있고 시장이 나를 만난다고 해도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네야 해. 실력으로 보면 나는 무도 대가야. 대가라고 들어봤어? 그리고 너를 봐.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남자가 뭐로 나랑 비교할 거야?”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고
“야 이 자식아, 늦지 않았어. 지금 무릎 꿇고 빌면 기회를 줄 거지만 내가 네 몸에 손을 댄다면 적어도 1년은 병원 신세를 져야 할 거야.”서늘한 표정의 변준호가 차갑게 웃었다. 이 모습을 본 권효정은 한없이 차가운 얼굴을 하고 화가 나서 소리쳤다.“민석 오빠, 뭐 하자는 거예요? 지금 강빈 씨를 건드린다면 나는 평생 절대로 오빠를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권효정이 나서서 서강빈의 앞을 막았다. 진민석은 드래곤 팀에 들어가서 5년을 훈련한 사람이니 실력이 대단할 것이고 그의 곁에 있는 조수의 실력도 당연히 보통이 아닐 것이다. 그녀는 서강빈이 다치는 걸 원치 않았다. 진민석이 차갑게 말했다.“효정아, 내가 똑똑히 보여줄게. 이 자식은 네가 좋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놈이 아니야! 저 자식이 만약 내 조수도 이기지 못한다면 어떻게 너를 보호해줄 수 있겠어? 변준호, 공격해!”이 말이 들리자 변준호는 다리를 구르고 몸이 앞으로 불쑥 나아갔다. 이는 철산권이라는 기술이었는데 큰 트럭처럼 서강빈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이 기술은 아주 승률이 높았는데 드래곤 팀 안에서 많은 팀원이 이 기술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변준호가 자신만만하게 서강빈을 향해 부딪히는 것을 본 권효정은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민석 오빠! 당장 멈추게 해요!”하지만 진민석은 상관하지 않고 차가운 시선으로 서강빈을 보고 있었다. 오늘 누가 뭐라 해도 세상 무서운 줄을 모르고 주제를 모르는 저 자식을 제대로 혼쭐내야 했다. 변준호의 철산권은 진민석도 여러 번 봤던 기술인데 꽤 괜찮았다. 여기에 부딪히게 되면 서강빈 저 자식은 절대 일어나지 못할 것이고 엄중하면 병원 신세를 1년 정도 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서강빈은 그 자리에 서서 태연하게 권효정을 밀어서 대피시키고는 침착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변준호를 보고 있었다.“이 자식아, 놀랐어? 비킬 생각조차 못 하는 거야?”변준호는 비웃듯 차가운 웃음을 띠고 말했다. 지금 서강빈이 저 자리에 멍청하게 서 있는 모습은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