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이솔은 곁에서 비웃으며 말했다.“엄마, 물어서 뭐해요. 당연히 못 보아내서 그러는 거죠. 병원에 있는 그렇게 많은 전문의도 못 알아냈는데 저 자식 같은 쓰레기가 어떻게 보아낼 수 있겠어요.”“내 생각도 그래.”송태호도 비웃으며 맞장구를 쳤다.“서강빈, 못 알아냈으면 일찌감치 솔직하게 말하고 여기서 시간을 낭비하지 마. 우리도 다른 의사를 모시고 와야 하니까.”송태호가 소리쳤고 송해인도 긴장한 표정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다급하게 물었다.“보아냈어? 숙모가 무슨 병에 걸린 거야?”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숨을 내쉬며 말했다.“확실히 병은 있어.”“젠장, 무슨 당연한 말을 하고 있어!”송태호가 발끈했다. 오수연도 불쾌한 표정으로 서강빈을 째려보면서 소리쳤다.“할 말 있으면 꾸물거리지 말고 빨리해!”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그 병이 아주 심해.”이 말은 오수연 등 사람들의 미간이 찌푸려지게 했다. 이 자식이 설마 정말 알아낸 건가?“무슨 병인지 빙빙 돌리지 말고 얼른 말해!”양이솔이 불만스럽게 소리쳤다. 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날카로운 눈빛으로 양이솔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너는 곧 엄마가 없을 거야.”‘응? 뭐라고?’어리둥절해진 양이솔이 큰 눈을 깜빡이며 서강빈에게 물었다.“무슨 뜻이야?”송해인은 알아듣고 표정이 순식간에 변했다. 서강빈은 고개를 젓고는 쌀쌀하게 웃으며 말했다.“못 알아들었어? 그럼 더 직설적으로 말해줄게. 네 엄마, 오수연 씨, 곧 죽어!”사람들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오수연이 제일 먼저 정신을 차리고 서강빈에게 손가락질을 하며 욕을 퍼부었다.“미친놈! 네가 감히 나를 죽으라고 저주해?”“서강빈, 어디서 함부로 입을 놀리는 거야?”양미란도 화를 내며 서강빈을 밀치고는 욕을 했다.“못 알아냈으면 죽느니 어쩌느니 함부로 말하지 마. 해인이 숙모는 지금 가슴팍에 통증이 있는 것 빼고는 멀쩡하잖아.”송태호도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서강빈, 이렇게 하면 속이 시원할 것 같아? 네가 이럴수록 우
“꺼져! 당장 꺼져!”오수연은 화가 치밀어올라 문 앞에 서 있는 서강빈을 향해 소리쳤다. 서강빈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송해인에게 끌려 병실을 나왔다. 병실을 나와 송해인은 미안한 마음에 사과했다.“미안해. 우리 숙모가 원래 저런 사람이야.”“알아.”서강빈은 덤덤하게 웃었다. 오수연이 어떤 성격이고 어떤 사람인지는 잘 알고 있었다. 아주 지독한 여자였다.“근데 방금 네가 말한 숙모님이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 것이라는 게 사실이야? 저 사람들을 놀라게 하지 마.”송해인이 걱정스레 말했고 서강빈은 웃음을 지으며 되물었다.“네 생각에 내가 농담을 하는 것 같아?”“네 말이 사실이야? 숙모님께서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해?”송해인은 불쑥 긴장하기 시작했고 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예상을 빗나가지 않는다면 맞아.”“그럼 어떡해?”송해인이 초조해하자 서강빈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다 자기 운명인 거야. 숙모님께서 죽는지 사는지 하는 문제는 스스로가 나한테 도움을 청하겠냐 마냐의 문제야.”말을 마친 서강빈은 송해인의 대답을 듣기도 전에 말을 이었다.“나는 다른 일이 있어서 먼저 갈게.”서강빈은 뒤돌아 병원을 나서서 만물상점으로 돌아갔다. 문 앞에 도착하자 권효정이 보였는데 권효정은 오늘 아주 청순한 차림새였다. 대표님이나 재벌 집 딸인 도도한 분위기를 없애고 남은 것은 청순가련한 여자의 모습이었다.“어떻게 왔어요?”서강빈이 다가가 묻자 권효정은 웃으며 서강빈의 팔짱을 끼고는 쑥스러운 기색이 없이 말했다.“보고 싶어서 왔죠.”“무슨 일 있어요?”서강빈의 물음에 권효정은 그를 흘겨보더니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다.“왜요, 아무 일도 없으면 강빈 씨 보러오면 안 되나요?”권효정은 말하면서 서강빈에게 꼈던 팔짱을 풀고 일부러 삐진 모습으로 두 손을 가슴 앞에 팔짱을 끼고 고개를 돌렸다. 서강빈은 웃음을 터뜨렸다. 이 여자가 애교를 부리는 모습이 정말 귀여워 남자들이 끔뻑 죽을 만했다. “점심때 뭐 먹을래요? 제가 살게요.”서강빈이
그러니 오늘 이렇게 갑자기 돌아올 줄은 몰랐다. 드래곤 팀은 용국에서 제일 특별한 조직이었는데 까다로운 임무들을 전문적으로 맡아서 하고 있다. 진민석의 두 눈에는 권효정에 대한 애정이 가득했고 은은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5년의 훈련이 끝났어. 이번에 너를 위해 돌아온 거야.”“저희 진 팀장님은 현재 드래곤 13팀의 팀장님이십니다. 팀장님은 바로 드래곤 팀의 천주 지점에 가서 직무를 맡을 수 있었는데 권효정 씨가 송주에 있다는 것을 듣고 이리로 배정받았습니다. 권효정 씨, 저희 진 팀장님은 진심으로 효정 씨를 좋아하고 있습니다.”이 말을 하는 사람은 진민석의 뒤에 있는 젊은이였는데 이제 25살 정도 되어 보였다. 그는 말할 때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있었고 아주 자랑스러워하는 표정이었다. 그는 진민석의 조수인 변준호였고 진민석을 따르는 사람이었다. 변준호는 계속해서 우월감을 뽐내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권효정 씨, 진 팀장님께서는 자주 우리한테 효정 씨 얘기를 합니다. 드리곤 팀에서 훈련을 받을 때는 효정 씨의 사진 때문에 그때 팀장님이랑 싸우기까지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저희 진 팀장님을 좋아하는 여자들이 많았는데 진 팀장님은 다 거절하셨습니다. 진 팀장님의 뜻에 따르면 이번 생에는 효정 씨가 아니면 결혼을 하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효정 씨, 저희 팀장님을 받아주시고 저희 형수님이 되어주십시오.”진민석은 이 말을 듣고 얼른 눈을 부라리며 변준호를 꾸짖었다.“변준호, 허튼소리 하지 마!”꾸짖는 모양새이긴 했지만 그게 사전에 상의 된 일이라는 걸 알만한 사람들은 다 보아낼 수 있다. 이때, 진민석은 권효정을 향해 소개했다.“이 사람은 변준호라고 하고 내 조수야. 13팀의 부팀장이야.”변준호는 얼른 웃는 얼굴로 권효정에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 형수님.”권효정의 예쁜 얼굴이 차갑게 식으며 불만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물론 그녀는 진민석과 함께 자랐고, 소꿉친구였지만 그녀는 진민석한테 이성의 감정을 느낀 적이 없었고 그저 큰 오빠처럼 생각하고
“됐어! 준호야, 그만 말해!”진민석은 일그러진 표정으로 깊게 숨을 들이쉬며 서강빈을 보았다. 그는 서강빈을 슬쩍 훑어보더니 말했다.“자기소개할게. 나는 진민석이고 효정이와 어렸을 때부터 같이 자란 소꿉친구야. 내가 효정이에게 대한 감정은 포기할 수 없어. 그 누구도 효정이를 내 곁에서 뺏어갈 수 없어.”“민석 오빠, 그만 해요. 이런 말들은 의미가 없어요. 저는 오빠한테 이성의 감정이 없다니까요. 저는 그저 큰 오빠로 생각하고 있어요.”권효정은 가지런한 눈썹을 찡그리며 불만스럽게 말했다. 하지만 진민석은 권효정이 무슨 얘기를 하든 듣지 않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차갑게 말했다.“아까부터 지금까지 당신을 계속 보고 있으니 당신이 그저 보통 사람이라는 걸 알겠더라고. 나의 발끝도 못 따라올 만큼 보잘것없어. 당신 같은 남자는 효정이한테 어울리지 않고 효정이한테 행복을 줄 수도 없어. 그러니 경고하는데 당장 효정이 곁에서 떠나.”서강빈은 이 말을 듣고 담담하게 웃더니 비웃음을 띤 눈빛으로 상대방을 보면서 태연하게 말했다.“진 팀장, 당신이 되게 우수한 것 같아? 내 눈에는 왠지 별로인 것으로 보이는데. 당신은 그저 가문이 좀 대단할 뿐이지 그건 당신이 그렇게 자만할만한 이유가 되지 않아. 그것들은 다 당신의 것이 아니니까.”진민석이 웃었다.“이 자식이 보아하니 물러서지 않고 나랑 한번 해보자는 거야? 좋아, 그럼 똑똑히 알려줄게. 지금 네가 이러는 건 헛된 망상이고 스스로 굴욕을 자초하는 짓이야!”진민석은 거만한 모습으로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가문을 말하면 나는 천주 진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니 효정이와 급이 맞아. 신분을 놓고 말하면 나는 드래곤 13팀의 팀장이고 내 권한으로는 송주에 상주하고 있는 군대를 움직일 수 있고 시장이 나를 만난다고 해도 허리를 숙여 인사를 건네야 해. 실력으로 보면 나는 무도 대가야. 대가라고 들어봤어? 그리고 너를 봐. 평범하기 짝이 없는 남자가 뭐로 나랑 비교할 거야?”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고
“야 이 자식아, 늦지 않았어. 지금 무릎 꿇고 빌면 기회를 줄 거지만 내가 네 몸에 손을 댄다면 적어도 1년은 병원 신세를 져야 할 거야.”서늘한 표정의 변준호가 차갑게 웃었다. 이 모습을 본 권효정은 한없이 차가운 얼굴을 하고 화가 나서 소리쳤다.“민석 오빠, 뭐 하자는 거예요? 지금 강빈 씨를 건드린다면 나는 평생 절대로 오빠를 용서하지 않을 거예요!”권효정이 나서서 서강빈의 앞을 막았다. 진민석은 드래곤 팀에 들어가서 5년을 훈련한 사람이니 실력이 대단할 것이고 그의 곁에 있는 조수의 실력도 당연히 보통이 아닐 것이다. 그녀는 서강빈이 다치는 걸 원치 않았다. 진민석이 차갑게 말했다.“효정아, 내가 똑똑히 보여줄게. 이 자식은 네가 좋아할 만한 가치가 있는 놈이 아니야! 저 자식이 만약 내 조수도 이기지 못한다면 어떻게 너를 보호해줄 수 있겠어? 변준호, 공격해!”이 말이 들리자 변준호는 다리를 구르고 몸이 앞으로 불쑥 나아갔다. 이는 철산권이라는 기술이었는데 큰 트럭처럼 서강빈을 향해 돌진했다. 그의 이 기술은 아주 승률이 높았는데 드래곤 팀 안에서 많은 팀원이 이 기술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 변준호가 자신만만하게 서강빈을 향해 부딪히는 것을 본 권효정은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민석 오빠! 당장 멈추게 해요!”하지만 진민석은 상관하지 않고 차가운 시선으로 서강빈을 보고 있었다. 오늘 누가 뭐라 해도 세상 무서운 줄을 모르고 주제를 모르는 저 자식을 제대로 혼쭐내야 했다. 변준호의 철산권은 진민석도 여러 번 봤던 기술인데 꽤 괜찮았다. 여기에 부딪히게 되면 서강빈 저 자식은 절대 일어나지 못할 것이고 엄중하면 병원 신세를 1년 정도 져야 할 것이다. 하지만 서강빈은 그 자리에 서서 태연하게 권효정을 밀어서 대피시키고는 침착한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변준호를 보고 있었다.“이 자식아, 놀랐어? 비킬 생각조차 못 하는 거야?”변준호는 비웃듯 차가운 웃음을 띠고 말했다. 지금 서강빈이 저 자리에 멍청하게 서 있는 모습은
서강빈이 변준호를 이겼다는 것은 진민석의 예상 밖이었다. 하지만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의 눈에서 서강빈은 그저 개미처럼 미천할 뿐, 경계할 가치가 없었다. 변준호는 목숨을 살려두려고 온 힘을 다하지 않았을 것이다. 드래곤 팀의 임무는 아주 까다롭고 힘들었고 매번 임무가 다 생사를 오가는 일이었다. 만약 지금이 임무를 수행 중이었다면 서강빈은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 하여 진민석은 쌀쌀하게 비웃으며 말했다.“네가 준호를 이긴 것이 네 실력 때문이라고 착각하지 마. 준호는 온 힘을 다해서 공격한 게 아니야. 아니면 너는 진작에 시체로 차갑게 식었을 거야.”이때, 버둥거리며 일어선 변준호의 입가에는 피가 가득했고 눈빛은 사납게 서강빈을 노려보며 으르렁거렸다.“미친놈! 감히 내 몸에 손을 대? 너 내가 누군지 알아?”“네가 누군지 뭔 상관이야? 내가 네 몸에 손을 대지 않으면 맞기를 가만히 기다릴까?”서강빈은 무척 불만스러운 말투로 차갑게 말했다. 변준호의 태도가 그를 아주 불쾌하게 했다.“너 이 자식!”변준호는 화를 내며 자신의 체면을 다시 세우려고 공격하려 했다. 하지만 이때 진민석이 나서서 차갑게 말했다.“됐어, 내가 할게. 우리 드래곤 팀을 건드린 대가가 어떤 것인지 내가 제대로 알려줄 거야.”말을 마친 진민석은 자신의 목을 이리저리 꺾으며 싸늘한 눈빛으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이 자식아, 내가 직접 너를 상대해줄게. 네가 어떤 실력인지 한번 봐야겠어. 실력이 안 된다면 당장 효정의 곁에서 꺼져!”진민석이 화를 내며 말했고 서강빈은 어깨를 으쓱하며 태연하게 대답했다.“어디 한번 해봐.”“너 죽고 싶구나!”이 말을 끝으로 진민석은 주먹을 들어 허공을 가르면서 정확하게 서강빈의 가슴팍을 향해 내리치려고 했다. 이 주먹은 대가의 위엄이다. 일반 사람, 설사 무사라고 하더라도 이 주먹에 맞으면 깊은 내상을 얻게 되는데 몇 개월 치료를 거치지 않고서는 침대에서 내려올 수가 없다. 서강빈도 당연히 이 주먹의 위력을 느꼈다.“이렇게 심하게 공격한
이윽고 진민석은 다른 말을 하지 않고 서강빈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공격마다 날카로운 살기를 띠고 있었지만, 서강빈도 두려운 기색이 없이 진민석의 공격을 받아내면서 교묘하게 공격을 무력화시켰다. 두 사람의 접전이 길어질수록 진민석은 더 화가 치밀어 올랐고 그는 자신이 어떤 공격을 하든지 모두 서강빈의 옷깃 근처에도 가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다.“이 자식이 그저 보통 무사란 말이야?”진민석의 마음속에는 의문이 들었지만 뱉은 말이 있어 이렇게 끝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하여 그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고 매번의 공격마다 목숨을 단번에 끊을 수 있을 정도였다. 서강빈은 눈썹을 치켜들더니 싸움을 계속할 흥미가 사라져 차갑게 말했다.“진 팀장, 실력이 별로네. 그럼 내가 진 팀장을 깔끔하게 보내줄게.”말을 마친 서강빈은 수비만 하던 데로부터 적극적인 공격 자세로 돌변하여 주먹을 휘둘렀다. 펑 하는 굉음과 함께 진민석이 눈치채기도 전에 이미 가슴팍에 주먹이 꽂혔다.순간, 그는 커다란 화물차에 부딪힌 것처럼 튕겨 올랐고 수십 미터를 날아가서 바닥에 세게 곤두박질했다. 진민석은 바닥에 쓰러져 피를 토하고 가슴을 움켜잡았다. 그는 갈비뼈가 몇 개 부러진 느낌이 느꼈다. 이 모습을 본 변준호는 얼른 달려가서 진민석을 부축하며 다급하게 물었다.“진 팀장님, 괜찮으세요?”진민석은 고통을 참으며 변준호를 밀어내고는 악에 받친 눈빛으로 서강빈을 보면서 소리쳤다.“미친놈! 네가 감히 꾀를 부려서 기습공격을 해? 네가 그렇게 대단하다면 다시 한번 해봐!”진민석이 다시 싸우려고 하자 권효정이 나서서 불만이 가득한 말투로 진민석에게 소리쳤다.“민석 오빠, 그만 해요! 꾀를 부려서 기습공격을 한 것인지 아닌지는 오빠가 누구보다도 잘 알잖아요! 지금 보면 강빈 씨의 무술 실력이 오빠보다 세잖아요. 그러면 강빈 씨가 충분히 저한테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것도 증명되었죠?”이 말을 들은 진민석은 꿀 먹은 벙어리처럼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래도 물러서기 싫은 듯 말했다.“그럼 출신이랑 사회적
잠깐 생각하던 서강빈은 권효정에게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하고 2층으로 올라갔다. 한편, 2층 룸 안에서는 심종석이 술잔을 들고 송해인의 곁으로 다가가서 능글맞게 웃었다.“송 대표, 술 한잔하지.”송해인은 얼른 술잔을 들고 웃으며 대답했다.“심 대표님, 한잔하시지요.”말을 마친 그녀가 술을 한 모금만 마시자 심종석은 일부러 화난 얼굴을 하며 퉁명스럽게 말했다.“송 대표, 한 모금만 마시는 건 너무 하잖아? 나를 무시하는 건가, 아니면 우리 심진 그룹을 무시하는 건가?”송해인은 이 말을 듣고 얼른 공손하게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심 대표님, 제가 그럴 리가요. 마시겠습니다.”송해인은 다시 술잔을 들고 원샷했다. 술을 마시는 송해인의 모습을 보고 있던 심종석은 음흉한 표정을 지었다. 특히 송해인이 흘린 술이 그녀의 입가를 타고 흐르는 장면을 보고는 더욱 흥분하여 지금 당장에라도 경국지색의 이 여인을 자신의 손아귀에 넣고 싶어 했다.“그래, 송 대표, 한 잔 더 해.”심종석은 술을 한 잔 더 부었다. 송해인은 거절하려고 했지만 심종석은 매번 각가지 이유를 대면서 송해인이 술을 마시게 했다. 그렇게 술을 연거푸 마신 송해인은 얼굴이 발갛게 익었고 머리가 어지러워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녀는 심종석이 들고 있는 술잔을 향해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심 대표님, 죄송합니다. 저는 더는 못 마시겠어요. 저희 비오 그룹과 심진 그룹의 프로젝트에 대한 얘기는 언제쯤 시작할 수 있을까요?”심종석은 송해인이 어느 정도 취한 것처럼 보이자 자리에 앉아서 웃으며 말했다.“송 대표, 우리 프로젝트에 대해서는 언제든지 얘기할 수 있어. 딱히 중요한 일이 아니야. 지금 제일 중요한 일은 송 대표가 나를 기쁘게 해주는 거지. 송 대표가 나를 기쁘게 할 수만 있다면 그 프로젝트는 바로 성사할 수 있어.”송해인은 심종석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는 듯 미간을 찌푸리며 의아하게 물었다.“심 대표님, 무슨 말씀인지 잘 모르겠습니다만?”음흉한 눈빛으로 송해인을 바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