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산은 다급하게 손을 내밀어 그걸 받아들고는 녹색의 작은 옥돌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것은 엄지의 절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일반적으로 보였지만 손에 들어오는 순간 따스해지면서 마음속에서부터 시작되는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한정산은 멍청하지 않다. 그는 당연히 이 옥돌이 좋은 물건이라는 것을 알아보았고 바로 허리를 숙여 주먹을 맞잡고 웃으며 말했다.“서 거장, 고맙네.”...한편, 송주의 모 5성급 호텔의 스위트룸 내.황진석은 통유리창 앞에 서서 밖에 있는 빌딩들을 보면서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연락이 닿았어? 무귀문의 흑백무상 두 분의 선생님들은 언제 도착한대?”뒤에 있던 경호원이 공손하게 대답했다.“가주님, 연락이 닿았습니다. 오늘 저녁에 도착하신다고 합니다.”“좋아, 오늘 저녁에 내가 그 자식을 반드시 죽일 거야!”황진석이 차갑게 말했다. 그의 시선 속에서는 살기가 넘실댔다.경호원이 물었다.“가주님, 그럼 한정산은요?”황진석이 뒤돌아 험악한 얼굴로 말했다.“그 자식이 죽기만 한다면 한정산 그 녀석은 독 안에 든 쥐가 아니겠어?”“가주님, 현명하십니다!”경호원이 아첨하면서 말했다.“가서 그 자식의 움직임을 감시해.”황진석이 차갑게 말했다.경호원이 대답했다.“네.”...다시 만물상점안.한정산은 잠시 머물면서 곁에 앉아 서강빈이 평안석을 만드는 것을 보고 있었다.바로 이때, 문 앞에는 다시 차 한 대가 와서 섰는데 빨간색의 페라리였다.차 문이 열리고 내려온 사람은 다름 아니라 강찬희였다.이때, 강찬희는 아무 일도 없었던 사람처럼 거만한 걸음으로 만물상점에 걸어들어와 훑어보더니 권효정이 서강빈과 붙어있는 것을 보고 안색이 어두워져 불만스럽게 말했다.“서강빈, 너랑 비즈니스 얘기를 하려고 왔어.”서강빈은 고개를 들어 무표정으로 강찬희를 훑더니 조금 의아해서 물었다.“강 도련님의 상처가 이렇게 빨리 나았어?”“우리 강씨 가문이 무슨 사업을 하는지 몰라? 우리 강씨 가문은 약왕곡과 협력하는 사이야. 상처
강찬희가 떠난 후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곁에 있는 권효정을 보고 물었다.“저 사람 원래 이렇게 거만하고 멍청해요?”권효정은 어깨를 으쓱하더니 말했다.“그게 바로 제가 쟤를 안 좋아하는 이유에요.”서강빈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 재벌 2세가 가문의 돈과 권력을 믿고 안하무인처럼 행동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고 느껴졌다.진정한 재벌은 교양이 있고 지혜롭다. 강찬희처럼 이렇게 양아치 같고 자신의 권세로 사람들을 무시하지 않는다.문제는 서강빈이 그렇게 만만한 사람이냐 말이다.당연히 아니다.한정산은 웃으며 물었다.“서 거장, 번거로운 일이 생긴 거 아닌가? 내 도움이 필요하지 않겠나?”“괜찮습니다. 별것 아닌 일입니다.”서강빈이 덤덤하게 말했다.그들이 담소를 나눌 때, 비오 그룹 내부에서는 권력다툼의 볼거리가 펼쳐졌다.송해인과 도정윤이 회사로 돌아갔을 때 회의실 내에서는 송태호가 대표의 자리에 앉아서 회사의 고위층 인사들과 주주를 향해 지령을 내리고 있었다.이 행동은 주주와 고위층 인사들이 커다란 불만을 품게 했다.“어디서 굴러온 부잣집 망나니야?”“누나 송해인과 비교하면 형편없잖아.”“이렇게 가다가는 비오 그룹이 또 파산하는 거 아니야?”회사의 고위층 인사들은 근심이 많아졌고 마음속에는 불만을 많이 품게 되었다.왜냐하면, 송태호가 대표 자리에 앉은 지 채 한 시간도 되지 않는 시점인데 벌써 대대적인 개혁을 진행하고 있었다.개혁이라고 하기보다는 자신의 위신을 세우려고 위엄을 부린다는 말이 더 맞았다. 그는 제 뜻을 따르지 않은 무리를 모두 청산하였다.이 행동은 회사 내부에서 많은 불만을 초래했다.하지만 이에 대해 송태호는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그는 회사를 휘어잡으려면 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송태호가 또다시 지령을 내려 금오단의 출시 일정을 앞당기려 할 때, 송해인이 회의실의 문을 열고 들어와 차갑게 말했다.“그 결정을 저는 반대합니다.”휙!회사의 고위층 인사들은 걸어오는 송해인을 보면서 순식간에 마치 구세주를 본
그들에게 송해인은 은혜가 많으므로 자신들을 해고한다고 해도 송해인을 건드릴 엄두를 내지 못했다.하지만 이때 송해인도 더는 송태호와 얘기하고 싶지 않아 바로 뒤돌아서 회사의 고위층 인사들과 주주를 보고 말했다.“나를 따르시겠습니까, 아니면 계속 여기에 남으시겠습니까?”이 말이 나오자 고위층 인사들과 주주들도 그 뜻을 모를 리 없었다.이윽고 그들 모두가 일어서더니 말했다.“우리는 당연히 송 대표님을 따를 것입니다. 송대호는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인 데다가 다 간섭하려고 합니다. 채 한 시간도 되지 않는 시간에 벌써 열여섯 명을 해고해 회사 분위기를 아주 어수선하게 엉망으로 만들었습니다.”“맞습니다. 저희는 송 대표님을 따라 새롭게 시작하겠습니다.”한순간에 회사의 고위층 인사들과 주주들은 모두 자기 뜻을 표했다.송태호는 다급해져서 그들을 보며 화를 냈다.“당신들! 이 배은망덕한 사람들! 회사에서 당신들을 먹여 살렸는데 감히 배신해?”“가고 싶다고? 그래, 해고해, 몽땅 해고해! 그리고 다 꺼져! 당장 꺼져!”“닥쳐!”문 쪽에서 갑자기 큰 소리가 들려왔다.이에 사람들이 모두 뒤돌았는데 송명옥이 지팡이를 짚고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송명옥의 안색은 아주 어두웠다.“할머니, 이것 좀 보세요. 저들이 배신했습니다. 송해인이 회사의 고위층 인사들과 함께 새로운 회사를 꾸려 우리 송씨 가문과 적대시 하려고 해요!”송태호는 바로 일러바쳤다.짝!하지만 송명옥은 송태호의 뺨을 내리치면서 꾸짖었다.“쓸모없는 놈! 내가 회사를 너에게 준 건 네가 잘 관리를 하라는 것이었지 마음대로 행패를 부려도 된다는 게 아니야!”“회사의 지도층들이 나한테까지 전화가 와서 너의 행실을 고발하고 있다는 거 알아 몰라!”송태호는 얼굴을 부여잡고 다급하게 해명했다.“할머니, 제가 이러는 것도 다 회사를 개혁하여 새로운 기운을 불어넣으려는 게 아닙니까?”“개혁은 개뿔! 내가 늙었다고 모른다고 생각하지 마. 너 이제 대표 자리에 오른 지 채 한 시간도 안 돼서 제 뜻을
다시 만물상점 안.한정산은 서강빈이 평안석을 세 개 만든 것을 보고 웃으며 물었다.“서 거장, 지금 이렇게 평안석을 만드는 이유는 팔려는 것인가?”“판다고요?”서강빈은 고개를 젓고는 웃으며 말했다.“제가 쓰거나 선물을 주려고 하는 것입니다.”한정산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며 웃고는 말했다.“이건 딱 봐도 좋은 물건일세. 방금 서 거장이 나한테 준 그것을 얼마 끼고 있지도 않았는데 벌써 온몸이 시원한 게 개운하다네.”말하다가 한정산은 또 고개를 저으며 말을 계속했다.“서 거장이 이것을 팔지 않는다는 건 아쉬운 일일세. 만약 이것을 판다면 적지 않은 돈을 벌어들여 새로운 시장을 열 수 있을 것일세.”서강빈은 이 말을 듣고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마음속에서 계획이 하나 그려졌다.한정산의 말이 맞았다.지금의 젊은이들은 이런 것들을 잘 믿었다.시험에 기댈 바에는 기도하고 출근을 할 바에는 보이지 않는 무형의 힘에 충성한다.“가주님, 저에게 좋은 깨우침을 주셨네요.”서강빈이 웃었고 한정산은 이 말을 듣고 눈에 빛이 돌면서 말했다.“서 거장, 팔려는 건가?”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였다.“한번 시도 해보려고 합니다.”“이렇게 하죠. 이 평안석 세 개는 가주님이 저를 도와 팔아주세요. 얼마 정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려고요.”서강빈이 말하면서 평안석을 바로 한정산에게 건네주었다.한정산은 받아들고 감격한 얼굴로 웃음을 띠고 자신만만하게 말했다.“서 거장, 마음 놓으시게. 이 3개의 평안석을 꼭 좋은 가격에 팔아준다고 약속하겠네. 내가 친분이 있는 사장님과 가주 들은 평소에 이런 것들을 믿는 편인데 그들이 아는 거장들은 서 거장과 비하면 짝퉁이라고 할 수준일세.” “그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가주님.”서강빈이 말했다.한정산은 다급하게 손을 모으고 말했다.“서 거장, 그럴 필요 없네. 서 거장을 위해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내 영광일세.”“아, 서 거장이 저번에 나한테 영석과 관련된 일을 물은 적이 있었지. 내가 이미 알아봤네.”서강
“정말이야? 서 거장, 정말 고맙네!”한정산은 감격하여 말했다.서강빈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테이블 위에 있던 신문지를 한 조각 떼어내서 연명 단약을 싸더니 주머니에 넣고 말했다.“갑시다. 개인 소장품 감상회를 보러 가요.”“잠깐만, 강빈 씨 지금 그 연명 단약으로 무슨 영석이라는 것을 바꾸려는 거예요?”권효정은 조금 의아해서 물었다.서강빈이 웃으며 대답했다.“무슨 문제라도 있어요?”“강빈 씨, 저는 강빈 씨를 믿지만, 오늘 저녁에 참석할 사람들은 강빈 씨를 믿지 않을 수도 있어요. 더욱이 그렇게 신문지에 싸서 가면요.”권효정은 미간을 찌푸리고 말했다.하지만 서강빈은 웃음을 띠고 답했다.“혹시 알아보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그리고 영석을 소장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보통 사람이 아닐 것 같아요.”서강빈은 말하고 나서 만물상점을 나섰다.한정산은 다급하게 가서 직접 차 문을 열어 서강빈이 올라타게 했다.권효정은 잠시 생각하더니 따라나섰다.“효정 씨는 왜 따라와요?”서강빈의 의아해서 물었다.권효정은 머리카락을 한번 쓸더니 자신 있게 웃으며 말했다.“저도 가서 보려고요.”서강빈은 숨을 한번 내쉬고 더 얘기하지 않았다.저녁 무렵, 서강빈 일행은 송주의 중심에 있는 화루에 도착했다.여기는 송주의 대표적인 건물 중 하나이다.이름을 화루라고 칭한 이유는 이 건물의 모양을 보면 피어난 한 송이의 꽃과 같기 때문이다.전체가 다 빨간색이다.여기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송주의 유명인사들이었다.그리고 화루는 일반적으로 대외에 개방하지 않는다.차에서 내린 세 사람은 한정산 덕분에 바로 화루로 들어갈 수 있었다.서강빈 일행이 들어간 지 얼마 안 돼서 빨간색 포르쉐 911 한대가 화루 문 앞에 섰다.차 문이 열리고 진기준과 송해인이 내렸다.“해인아, 오늘 밤은 유명한 인물들과 친목을 쌓을 좋은 기회야. 내가 화루에 입장할 수 있는 자격을 어렵게 얻었어.”진기준은 소중한 보물을 쥐여주듯 하늘의 선녀처럼 아름답게 치장한 송해인을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차가운 눈길로 분노하는 진기준을 바라보면서 그의 손목을 잡아 비틀더니 아예 꺾어버려 진기준은 아파하면서 소리 질렀다.“서강빈, 당장 그 사람 놔!”송해인은 다급하게 다가와 화를 내며 꾸짖었다.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 손을 풀더니 훅 밀쳐서 진기준은 1, 2미터 밖으로 내동댕이쳐졌다.“서강빈! 네가 감히 나한테 손을 대?”진기준이 큰 소리로 화를 냈다.그는 지금 아주 불쾌하다.서강빈은 덤덤하게 자신의 옷깃을 정리하더니 차갑게 말했다.“네가 먼저 나한테 손을 댔어. 나는 방어를 한 것뿐이야.”“너!”진기준은 화를 내면서 주먹을 들어 치려고 했다.“너 한 번만 더 손을 대면 그 손은 무사하지 못할 거야.”서강빈은 차갑게 말했는데 그 말투는 커다란 위압감을 동반했다.진기준은 멈칫하더니 주먹을 꼭 쥐면서 울분을 참았다.송해인도 예쁜 눈썹을 찡그리면서 진기준의 부어오른 손목을 보고는 서강빈을 향해 불만스럽게 말했다.“서강빈, 너 뭐 하는 거야? 이렇게까지 할 필요 있어?”송해인이 책망하는 것을 듣고 서강빈은 안색이 살짝 변하더니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지금 내 탓을 하는 거야? 이 사람이 먼저 시비 거는 거 못 봤어?”송해인은 눈썹을 으쓱하더니 차가운 말투로 말했다.“기준이 먼저 잘못했다고 해도 네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잖아?”송해인이 화를 냈다.‘서강빈은 왜 이러는 건가?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나?’송해인의 말을 들은 서강빈은 화가 나서 웃음이 나와 자조적으로 웃으며 말했다.“그래, 내가 잘못했네.”“우리 가요.”서강빈은 권효정에게 말하고는 뒤돌아 떠나려 했다.하지만 이 기회를 놓칠 리가 없는 진기준이 소리쳤다.“거기 서!”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고는 뒤돌아 불쾌하다는 듯 말했다.“진 대표, 아직도 볼일이 남았어?”“너 어떻게 들어왔어? 이건 개인 소장품 감상회야. 초청받지 못하면 들어올 수 없다고!”진기준이 따져 물었다.서강빈은 콧방귀를 뀌고 말했다.“내가 어떻게 들어왔는지 당신
아무래도 권효정은 권씨 집안의 딸인데 이런 일을 저지를 수는 없다.서강빈은 자조적인 웃음소리를 내고 송해인을 바라보면서 되물었다.“진기준의 말을 너는 다 믿어?”“그럼 아니야? 이미 사실이 눈앞에 있는데 너는 더 어떻게 변명할 건데?”송해인이 불만스럽게 말했다.서강빈도 더 해명할 마음이 없었다.이때 매니저가 어두운 안색으로 말했다.“여기 두 분, 오늘은 초대된 사람만 참가할 수 있는 감상회입니다. 지금 당장 나가주시길 바랍니다.”진기준도 바로 비웃으며 말했다.“서강빈, 창피하지?”“효정 씨, 당신도 봤다시피 이 자식은 이렇게 믿음직스럽지 못한 사람입니다. 효정 씨가 계속 이 자식을 따른다면 아마 앞으로 괴로운 일이 많이 생길 것입니다.”진기준이 권효정을 보고 말했다.권효정은 바보를 보는 눈빛으로 진기준을 보고 차갑게 웃더니 말했다.“정말 멍청이네.”“당신!”진기준이 화를 냈다.“아직도 뭘 기다리고 있어, 당장 두 사람을 끌어내!”진기준이 경호원을 향해 명령했다.매니저는 손짓하며 경호원들에게 지시를 내렸다.“이분들 보내드려. 다른 손님들한테 폐를 끼치지 말고.”말이 끝나자 경호원들은 바로 앞으로 가서 서강빈과 권효정을 데리고 나가려 했다.“당장 그만두지 못해!”분노한 목소리 하나가 멀지 않은 곳에서부터 들려왔다.한정산이 다급하게 다가오고 있었다.매니저는 한정산을 보더니 바로 허리를 숙여 굽신거렸다.“한 가주님, 어찌하여 내려오셨습니까?”“무슨 일이야?”한정산은 굳은 얼굴로 물었다.이때 진기준은 한정산을 보고 흠칫 놀랐다.한정산?천주 한씨 가문의 가주이자 약재 업계의 거물이다!“이 두 분은 초대장이 없어서 지금 이들을 내보내려는 중입니다.”매니저가 대답했다.짝!한정산은 바로 매니저의 뺨을 내리치면서 꾸짖었다.“서 거장과 권효정 씨는 내가 데리고 온 사람들이야. 네가 이들을 내쫓으려 하는 건 나까지 나가라는 뜻 아니야?”매니저는 멍해져서 얼굴을 부여잡고 다급하게 사과했다.“제가 어떻게 감히... 가주
서강빈은 소리를 따라 시선을 옮겼는데 덩치가 큰 중년 남자가 손에 옥돌을 굴리면서 실눈을 뜨고 쳐다보고 있는 걸 보았다. 그의 턱에는 검은색 점이 있었고 검은색의 개량 한복을 입고 서강빈을 쳐다보고 있었다.서강빈은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한정산은 웃더니 그 중년 남자를 향해 주먹을 가슴 앞에 맞잡고 예를 표했다.“손 가주님, 서 거장은 내가 구경시키려고 데리고 온 것입니다.”“서 거장? 하하하, 한 가주님, 이렇게 젊은 녀석을 거장이라고 부르다니요?”손 가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젓더니 웃음을 터뜨렸다.서강빈을 향한 시선 속에는 불만스러운 기색이 역력했다.한 가주는 더 말을 섞지 않고 서강빈을 향해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서 거장, 이분은 손 가주이고 이름은 손성록일세. 천주 손씨 가문의 둘째 도련님이라네. 천주 소장 업계에서 명성이 작지 않아. 이 사람의 손에서 관리하는 것들은 다 회색 산업이고 천주 뒤 세계의 세력과도 깊은 관계를 맺고 있다네.”서강빈은 이를 듣고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이윽고 한정산은 낮은 목소리로 서강빈에게 현장에 있는 사람들을 다 소개해주었다.소장 업계의 거물들이 적지 않았다.손성록의 왼쪽에 있는 실눈을 뜨고 있는 노인을 놓고 봐도 여문선이라는 사람인데 조상이 대군이었고 가문에서는 목재 사업을 하고 있다. 목재 업계의 황제라고 칭하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용국 경내 절반 이상의 목재 시장의 가격을 좌우지 할 수 있었다.오른쪽에 있는 중년 남자는 부리부리한 눈과 짙은 눈썹을 가졌는데 진천호라 하고 명문가에서 태어나 가문의 배경이 무시무시하여 예전에는 어떠한 일 때문에 말 한마디로 절반의 땅을 봉쇄한 적이 있었다.한정산이 그에 관해 소개할 때도 조심스러워하며 말을 적게 했다.“서 거장, 저 진천호라는 사람을 우리는 절대 건드리면 안 된다네. 저 사람은 배경이 아주 어마어마해.”한정산이 작은 목소리로 귀띔했다.서강빈은 흥미가 생겨 고개를 들었는데 마침 진천호의 시선과 맞물려 작게 웃었다.하지만 상대방은 서강빈을 신경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