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 위 서강빈은 당연히 진행자의 질문을 들었다. 그는 손을 잠깐 멈췄지만 이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송해인은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깊이 숨을 들이마시면서 냉담한 눈빛으로 말했다.“전 아내로서 저는 서강빈 씨가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길 바랍니다. 하지만 시청자로서는 진출하지 못할 것 같네요.”그 말에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방송을 시청하던 시청자들도 치열하게 토론하기 시작했다.“나도 안 될 것 같아.”“전 아내마저 저렇게 말하는데 서강빈은 대체 무슨 생각으로 무대에 오른 거지?”“내가 장담하는데 서강빈은 틀림없이 탈락할 거야!”같은 시각, 박여름은 휴게실에서 스크린을 통해 무대 위 약을 만드는 서강빈을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서강빈의 제조 방법은 아주 특별했고 그녀는 이런 방법을 본 적이 없었다.“정말 약을 만들 줄 아는 건가?”박여름의 마음속에 그런 의문이 생겼다.장내의 특별한 자리, 황선후는 무대 위 서강빈을 바라보면서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옆에 있는 방동진에게 물었다.“방 청장님, 저 사람 정말 신의가 맞습니까?”방동진은 머쓱하게 웃으며 말했다.“황 비서님, 서 신의님 의술이 대단하다고 제가 장담합니다. 아마도 자신의 실력을 시험해 보고 싶어서 일부러 본인의 처방을 쓴 게 아닐까요?”황선후는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권효정 씨, 권효정 씨는 서강빈 씨가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수 있을 것 같나요?”“물론이죠. 전 서강빈 씨를 믿어요.”권효정이 웃으며 말했다.네 명의 멘토들도 열띤 토론을 시작했다.“이 교수님, 조 회장님, 왜 아직도 버튼을 누르시지 않는 거죠? 설마 저 참가자가 정말 저희가 준 처방과 약효가 똑같은 단약을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황건해는 눈살을 찌푸리며 어두운 표정으로 물었다.이청산은 덤덤히 웃으면서 말했다.“좀 더 지켜보죠. 젊은이에게 기회를 한 번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쩌면 정말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죠.”“말도 안 됩니다.”송문학은 고개를 저으며 차갑게 말했다
그는 거짓말쟁이였으니 말이다.결국 송해인은 서강빈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권효정을 바라보았다.권효정도 당연히 송해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덤덤히 웃어 보였다이때 카메라는 권효정을 비추고 있었다.장내가 다시 한번 떠들썩해졌다.“세상에, 또 엄청난 미녀가 있다니!”“권씨 집안 아가씨인 것 같은데, 정말 너무 아름답네요.”“무대 위에 있는 서강빈 씨를 바라보는 권효정 씨의 눈빛이 왠지 심상치 않은 것 같은데요.”진행자가 미소 띤 얼굴로 물었다.“권효정 씨, 지금 무대 위에 계신 서강빈 씨가 권효정 씨 친구인 걸로 알고 있는데, 권효정 씨는 서강빈 씨가 다음 라운드로 진출할 것 같나요?”권효정은 싱긋 웃더니 서강빈과 마지막으로 남은 등을 바라보며 말했다.“모든 불이 꺼진다고 해도 전 서강빈 씨가 진출할 거라고 믿습니다.”말을 마친 뒤 권효정은 턱을 쳐들고 도도한 눈빛으로 송해인을 바라보았다.송해인은 미간을 구겼다.그 순간, 두 여자는 시선을 주고받으며 서로 기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 했다.권효정의 말이 끝나자마자 주변이 소란스러워졌다.진행자가 그 기세를 빌어 따져 물었다.“권효정 씨 말씀을 들어 보니 무대 위 서강빈 씨에게 자신이 있는 것 같네요. 혹시 서강빈 씨와는 단순한 친구 사이인가요?”권효정은 웃어 보였다. 그녀는 존경과 애정이 담긴 눈빛으로 약을 제조하는 서강빈을 바라보며 말했다.“제가 짝사랑하고 있어요.”그 순간, 장내와 라이브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수백만 명의 시청자들은 놀라움과 경악으로 물든 표정을 지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 권효정이 서강빈을 짝사랑한다고?”“미친, 내가 잘못 들은 건 아니지? 서강빈 송해인 전 남편이라고 하지 않았어?”“대단하네. 내 롤모델이야. 부잣집 딸이 짝사랑하게 하다니...”송해인은 미간을 찌푸린 채로 권효정을 바라보았다가 그녀의 눈길을 따라서 무대 위 서강빈을 바라보았다.그 순간 송해인은 마음이 흔들렸다.3년 전, 그녀 또한 그런 눈길로 잘 나가던 서강빈을 바라보았다.그때 송해인에게
현장에는 야유가 쏟아졌다.네 개의 불이 전부 꺼졌는데 뭘 볼 게 있단 말인가?네 명의 멘토들은 미간을 구기고 의논하기 시작했다.VIP석에서 양미란은 같잖다는 얼굴로 비아냥댔다.“저 자식 아직도 포기하지 않네? 창피한 줄도 모르고 말이야.”“아주머니, 서강빈 씨가 망신당할수록 저희에게는 더 유리하지 않겠어요?”이세영이 조롱 조로 웃으며 말했다.양미란은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경멸 가득한 얼굴로 냉소했다.이때 더는 참지 못한 송해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옆으로 걸어가서 마이크를 들었다. 그녀는 무대 위 서강빈을 향해 외쳤다.“서강빈, 언제까지 그렇게 터무니없이 굴 거야?”“이러는 거 창피하지도 않아?”“왜 너 자신을 마주하는 걸 원하지 않는 거야?”무대 위 서강빈은 미간을 구겼다. 그는 무대 아래 VIP석의 송해인을 바라보며 되물었다.“내가 터무니없이 구는 거라고 생각해?”“그러면 아니야? 불 네 개가 전부 꺼졌어. 이게 네가 나한테 증명하고 싶다던 거야?”“넌 그냥 관종이야. 사람들의 관심에 목마른 소인배라고!”송해인은 너무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다.예전의 찬란하게 빛나던 서강빈이 왜 이런 꼴이 된 걸까?역시 실력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그녀의 말에 장내의 분위기가 긴장되었다.사람들은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방청석에서는 의논이 분분했고 라이브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서강빈을 질책하고 비난했다.“그러게 말이야. 정말 우습네. 왜 아직도 무대 위에 서 있는 거래?”“꺼져, 꺼지라고!”“저런 사람은 대회 참가 자격을 취소해야 해!”라이브 방송 채팅창이 ‘서강빈 꺼져’라는 말로 도배되었다.무대 위 서강빈은 자조하듯 웃더니 반문했다.“네 눈에 난 그런 사람이야?”송해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태도와 표정이 그녀의 대답을 대신했다.서강빈은 고개를 젓더니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이때 권효정이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서강빈 씨, 전 당신을 믿어요. 멘토들과 방청객들, 전 세계 사람들이 당신
말을 마친 송해인이 씩씩거리며 자리에 앉았다.단상위에 있던 권효정이 턱을 살짝 쳐들고는 단상 아래의 4명의 멘토에게 웃으며 말했다.“이번 시합의 주최 측으로서 4명의 멘토분께 모든 선수를 존중해 줄 것을 부탁드립니다.”“서강빈이 단약을 만들어 냈으니, 멘토분들께서는 점수를 매겨주시기 바랍니다.”이청산과 조문빈을 포함한 4명의 멘토는 서로 눈길을 주고받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모든 선수를 존중하도록 하죠.”조문빈이 수긍하는 듯하더니 말을 이었다.“대신, 권효정씨, 그에 대한 점수는 어쩔 수 없이 더 엄격하게 매기게 될 겁니다. 그러니 낮은 점수가 나오더라도 양해해 주시길.”권효정이 귓가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웃었다.“저는 그를 믿어요.”말을 마친 권효정이 단상에서 내려왔고, 4명의 멘토가 차례로 올라가더니 서강빈이 만든 단약을 평가하기 시작했다.이청산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조회장님, 어떻게, 먼저 보시겠어요?”조문빈은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사양하지 않았다.“그래요 그럼. 제가 먼저 보죠.”말을 마친 조문빈이 앞으로 나서더니 단약의 형태와 냄새 등을 자세히 살폈다.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얼굴에 떠 있던 짜증스러움은 자취를 감추고 심각함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이교수님, 이 단약...”조문빈이 의아한 기색으로 말하자, 이청산도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는 바로 허리를 숙여 단약을 살펴보기 시작했다.이청산과 조문빈이 단약 가까이 가서 이리저리 살펴보자, 자세히 볼 생각이 없어 옆에 멀뚱히 서있기만 했던 황건해와 송문학도 이상함을 느끼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조회장님, 이교수님, 무슨 이상이라도 있습니까?”“황교수님, 송교수님. 이 단약 아무래도 쉽게 볼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이리 와서 같이 보시죠.”조문빈의 말을 들은 황건해와 송문학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그들과 함께 단약을 살펴보기 시작했다.그리고 이 장면은 관중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무슨 상황이지? 멘토들이 진짜 단약을
침묵이 얼마간 이어진 후 장내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사람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기립하더니 단상에 서 있는 서강빈을 향해 축하의 말을 외쳤다.그러나 VIP석에 있던 송해인 등의 얼굴에는 심각함과 의심이 서려 있었다.“말도 안 돼! 이럴 수가 있어? 이제 겨우 첫 번째 순서인데 서강빈이 황금 버튼을 얻어서 바로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게 된다는 게 말이 돼?”진기준은 믿을 수 없다는 기색으로 의혹을 내비쳤다.양미란도 앵앵거리며 말을 얹었다.“주작! 이건 주작이야! 권효정이 4명의 멘토를 매수한 게 분명해!”“맞아, 무조건이지. 서강빈 저 쓰레기 같은 놈은 원래 탈락했었잖아. 근데 권효정이 단상에 올라와서 말 몇 마디 한 뒤로 멘토들이 태도를 바꾸더니 갑자기 황금 버튼을 눌렀어...”“이건 말도 안 돼요! 분명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게 분명해요.”이세영도 다급했는지 따라서 큰소리로 따지다가 급기야는 제작진측에 난입해 마이크를 뺏고 외쳤다.“이 경기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요! 경기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저 사람은 원래 4개의 전등이 다 꺼져서 탈락하게 될 일개 쓰레기일 뿐이었어요. 근데 왜 권효정씨가 말 몇 마디 했다고 갑자기 황금 버튼을 받더니 바로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거죠?”“전 이 결정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뭔가 더러운 거래가 있었을 게 분명해요. 멘토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이세영의 말이 끝난 후 장내에는 순간 적막이 찾아오는가 싶더니, 얼마 가지 않아 사람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내세우며 열띤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현장뿐만 아니라 라이브방송을 보고 있던있던 몇백만 명의 관중들도 토론에 참여했다.“맞아! 분명 뭔가 문제 있어!”“이미 탈락했는데 권효정이 나선 후 멘토들이 생각을 바꿨잖아. 이렇게 티 나는데 모를 수가 있어? 이건 주작이지.”“젠장! 이번 프로그램은 공정한 줄 알았는데 이것도 주작이었어? 저 서강준은 대체 멘토들한테 얼마를 찌른 거야?”“항의한다! 주작이다!”삽시간에 ‘주작’이라
“만약 노부가 보증을 선다면요?”말이 끝나자, 사람들의 시선이 무대 아래로 모였다.흰 태극복을 입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직원들을 대동한 채 빠르게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노인이 입장하자마자 현장에 있던 여러 사람들이 노인을 알아보았다."대박! 소정훈 어르신이셔!””송주 의학계의 최고 권위자, 살아있는 화타! 우리 아빠도 저분이 치료해 준 거야.”"몇 년 전, 송주에 퍼졌던 전염병도 소정훈 어르신이 자기 팀을 이끌고 나서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안정시킨 거잖아! 저분은 모든 송주 사람들의 은인이야, 저분이 조작할 리가 없어!”"그건 당연한 거지. 누가 소정훈 어르신을 의심하면 내가 제일 먼저 나서서 가만 안 놔둘거야!”같은 시각, 라이브 방송에서도 '둘도 없는 훌륭한 분!'을 외치는 등 각종 댓글이 쏟아졌다.이세영은 무대에 오른 소정훈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려고 했지만 결국 말을 삼켰다.소정훈은 정말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잘못 건드렸다간 비오그룹이 없어질 수도 있었다.게다가 소정훈의 인품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었다.예전에 한 부자가 600억 원을 주고 소정훈에게 진료를 청했지만 소정훈은 환자가 있다는 이유로 가차 없이 거절했다.이 일만 놓고 보더라고 소정훈은 결코 작은 돈 때문에 자기 명예를 훼손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소정훈이 무대에 오르자 관중들은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다.소정훈은 웃으며 모두 앉으라고 한 뒤 서강빈을 보며 말했다."서강빈 씨, 또 만났군.”"어르신."서강빈은 예의 바르게 웃었다.간단히 인사를 나눈 소정훈이 관중들에게 말했다."영광스럽게도 제작진이 노부를 공증인으로 불러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이의를 제기했으니, 제가 현장에서 공증하겠습니다.”4명의 멘토도 소정훈에게 인사를 하며 자리를 비켜 주었다.이후 소정훈은 전문가팀에게 지시해 서강빈이 만든 단약에 대한 테스트와 평가를 진행하도록 했다.검사 과정이 10여 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제작진은
그 말을 들은 송해인은 얼굴빛이 어두워지더니 눈썹을 찡그리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강진을 바라보았다.“난 그냥 한마디 했을 뿐인데 열 마디를 받아쳐?”"서강빈, 정말 내가 그렇게 미워?”"우리 사이가 이렇게까지 나빠져야 해? 꼭 원수처럼 굴어야 기분이 좋아?”서강빈은 안색이 변하더니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송대표님, 뭔가 잘 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난 당신과 원수가 되려는 게 아니야. 이 모든 게 누구 때문인지 정말 모르겠어?””너!”송해인은 입가를 바들바들 떨더니 주먹을 쥐고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좋아! 증명하겠다고? 이후 매 경기마다 널 증명하겠다고 했지?”"그래, 어디 두고 봐,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말을 마친 송해인이 돌아서서 떠나려 했다.하지만 권효정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송대표님, 잠깐만요.”"권효정씨, 무슨 일이죠?”송해인은 돌아서서 도도한 눈빛으로 권효정을 바라보았다.송해인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특히 방금 권효정이 무대 위에서 관중들에게 서강빈을좋아한다고 말한 장면을 생각하면 송해인은 화가 나서 이가 떨렸다.이 여자는 그녀의 적이었다.권효정은 머리를 쓸어 넘기고 얼굴에 단아한 미소를 지으며 송해인의 면전에서 서강빈의 팔짱을 끼고 말했다.“송대표님, 당신과 강빈씨 사이에 이전에 어떤 원한이나 오해가 있었든 이젠 상관없어요.”"강빈씨는 이제 제 남자 친구거든요.”남자 친구?송해인은 눈썹을 찡그리며 살벌한 눈빛으로 서강빈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며 자조적인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저 말 사실이야? 정말 저 여자랑 사귀어?”서강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무슨 말을 하려 하자 권효정은 몰래 손으로 서강빈의 허리를 꼬집으며 웃었다."당연하죠. 오래전부터 사귀었는데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에요.””오죽하면 강빈씨가 제 이름으로 회사를 차렸을까요.”이 말에 송해인의 낯빛이 확 변했다.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며 분노와 조롱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서강빈을 바라보았다.
"없습니다."서강빈이 간단히 대꾸했다.사회자는 서강빈이 자신이 원하는 극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 같아 눈살을 약간 찌푸리며 당황한 듯 다시 말했다."그럼 서강빈씨, 전 부인에게 할 말이 있습니까?”이 말을 들은 모든 관중이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라이브 방송 채팅창도 빠르게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아이고, 사회자가 일을 벌이려고 하네.”"재미있어, 정말 재미있어. 전 부인과 전남편의 전쟁이잖아.”"경기 보러 왔다가 애증 드라마 한 편 보게 됐네.”어쨌든 다들 조금 전에 송해인이 한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현재 사회자가 이렇게 묻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이 화제로 프로그램의 오프닝을 열려는 것이었다.서강빈은 눈썹을 찡그리며 사회자를 한 번 쳐다본 후, 무뚝뚝한 얼굴의 송해인을 바라보며 잠시 머뭇거렸다.그녀에게 할 말이 있냐고?없는 것 같다.그런데 또, 있는 것 같기도 하다.서강빈이 침묵하는 동안, 송해인의 안색은 담담하면서도 냉정했다.하지만 미처 숨기지 못한 눈빛은 약간 흔들리고 있었다."아무래도 서강빈씨는 할 말이 없는 모양입니다."사회자는 서강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생방송 시간이 길어질까 봐 어색하게 웃으며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그러나 그때, 서강빈이 긴 숨을 내쉬며 말했다."있습니다.”‘있다’는 한마디가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송해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모두 귀를 쫑긋 세우고 서강빈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송해인을 보며 말했다."우리가 이혼한 건 옳은 선택이었어.”"당신은 당신의 이상과 목표가 있었고, 나는 내 라이프 스타일이 있었지.”"당신 눈에는 내가 가치도 없고, 가진 게 아무것도 없고, 원하는 것을 가져다줄 수 없는 사람이었겠지. 내가 당신을 실망하게 했어.”"그날 이혼할 때 나한테 했던 말 기억나?”"당신의 목표는 송주 비즈니스계의 여왕이 되는 것이고,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