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이 얼마간 이어진 후 장내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사람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기립하더니 단상에 서 있는 서강빈을 향해 축하의 말을 외쳤다.그러나 VIP석에 있던 송해인 등의 얼굴에는 심각함과 의심이 서려 있었다.“말도 안 돼! 이럴 수가 있어? 이제 겨우 첫 번째 순서인데 서강빈이 황금 버튼을 얻어서 바로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게 된다는 게 말이 돼?”진기준은 믿을 수 없다는 기색으로 의혹을 내비쳤다.양미란도 앵앵거리며 말을 얹었다.“주작! 이건 주작이야! 권효정이 4명의 멘토를 매수한 게 분명해!”“맞아, 무조건이지. 서강빈 저 쓰레기 같은 놈은 원래 탈락했었잖아. 근데 권효정이 단상에 올라와서 말 몇 마디 한 뒤로 멘토들이 태도를 바꾸더니 갑자기 황금 버튼을 눌렀어...”“이건 말도 안 돼요! 분명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게 분명해요.”이세영도 다급했는지 따라서 큰소리로 따지다가 급기야는 제작진측에 난입해 마이크를 뺏고 외쳤다.“이 경기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요! 경기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저 사람은 원래 4개의 전등이 다 꺼져서 탈락하게 될 일개 쓰레기일 뿐이었어요. 근데 왜 권효정씨가 말 몇 마디 했다고 갑자기 황금 버튼을 받더니 바로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거죠?”“전 이 결정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뭔가 더러운 거래가 있었을 게 분명해요. 멘토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이세영의 말이 끝난 후 장내에는 순간 적막이 찾아오는가 싶더니, 얼마 가지 않아 사람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내세우며 열띤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현장뿐만 아니라 라이브방송을 보고 있던있던 몇백만 명의 관중들도 토론에 참여했다.“맞아! 분명 뭔가 문제 있어!”“이미 탈락했는데 권효정이 나선 후 멘토들이 생각을 바꿨잖아. 이렇게 티 나는데 모를 수가 있어? 이건 주작이지.”“젠장! 이번 프로그램은 공정한 줄 알았는데 이것도 주작이었어? 저 서강준은 대체 멘토들한테 얼마를 찌른 거야?”“항의한다! 주작이다!”삽시간에 ‘주작’이라
“만약 노부가 보증을 선다면요?”말이 끝나자, 사람들의 시선이 무대 아래로 모였다.흰 태극복을 입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직원들을 대동한 채 빠르게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노인이 입장하자마자 현장에 있던 여러 사람들이 노인을 알아보았다."대박! 소정훈 어르신이셔!””송주 의학계의 최고 권위자, 살아있는 화타! 우리 아빠도 저분이 치료해 준 거야.”"몇 년 전, 송주에 퍼졌던 전염병도 소정훈 어르신이 자기 팀을 이끌고 나서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안정시킨 거잖아! 저분은 모든 송주 사람들의 은인이야, 저분이 조작할 리가 없어!”"그건 당연한 거지. 누가 소정훈 어르신을 의심하면 내가 제일 먼저 나서서 가만 안 놔둘거야!”같은 시각, 라이브 방송에서도 '둘도 없는 훌륭한 분!'을 외치는 등 각종 댓글이 쏟아졌다.이세영은 무대에 오른 소정훈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려고 했지만 결국 말을 삼켰다.소정훈은 정말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잘못 건드렸다간 비오그룹이 없어질 수도 있었다.게다가 소정훈의 인품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었다.예전에 한 부자가 600억 원을 주고 소정훈에게 진료를 청했지만 소정훈은 환자가 있다는 이유로 가차 없이 거절했다.이 일만 놓고 보더라고 소정훈은 결코 작은 돈 때문에 자기 명예를 훼손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소정훈이 무대에 오르자 관중들은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다.소정훈은 웃으며 모두 앉으라고 한 뒤 서강빈을 보며 말했다."서강빈 씨, 또 만났군.”"어르신."서강빈은 예의 바르게 웃었다.간단히 인사를 나눈 소정훈이 관중들에게 말했다."영광스럽게도 제작진이 노부를 공증인으로 불러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이의를 제기했으니, 제가 현장에서 공증하겠습니다.”4명의 멘토도 소정훈에게 인사를 하며 자리를 비켜 주었다.이후 소정훈은 전문가팀에게 지시해 서강빈이 만든 단약에 대한 테스트와 평가를 진행하도록 했다.검사 과정이 10여 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제작진은
그 말을 들은 송해인은 얼굴빛이 어두워지더니 눈썹을 찡그리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강진을 바라보았다.“난 그냥 한마디 했을 뿐인데 열 마디를 받아쳐?”"서강빈, 정말 내가 그렇게 미워?”"우리 사이가 이렇게까지 나빠져야 해? 꼭 원수처럼 굴어야 기분이 좋아?”서강빈은 안색이 변하더니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송대표님, 뭔가 잘 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난 당신과 원수가 되려는 게 아니야. 이 모든 게 누구 때문인지 정말 모르겠어?””너!”송해인은 입가를 바들바들 떨더니 주먹을 쥐고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좋아! 증명하겠다고? 이후 매 경기마다 널 증명하겠다고 했지?”"그래, 어디 두고 봐,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말을 마친 송해인이 돌아서서 떠나려 했다.하지만 권효정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송대표님, 잠깐만요.”"권효정씨, 무슨 일이죠?”송해인은 돌아서서 도도한 눈빛으로 권효정을 바라보았다.송해인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특히 방금 권효정이 무대 위에서 관중들에게 서강빈을좋아한다고 말한 장면을 생각하면 송해인은 화가 나서 이가 떨렸다.이 여자는 그녀의 적이었다.권효정은 머리를 쓸어 넘기고 얼굴에 단아한 미소를 지으며 송해인의 면전에서 서강빈의 팔짱을 끼고 말했다.“송대표님, 당신과 강빈씨 사이에 이전에 어떤 원한이나 오해가 있었든 이젠 상관없어요.”"강빈씨는 이제 제 남자 친구거든요.”남자 친구?송해인은 눈썹을 찡그리며 살벌한 눈빛으로 서강빈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며 자조적인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저 말 사실이야? 정말 저 여자랑 사귀어?”서강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무슨 말을 하려 하자 권효정은 몰래 손으로 서강빈의 허리를 꼬집으며 웃었다."당연하죠. 오래전부터 사귀었는데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에요.””오죽하면 강빈씨가 제 이름으로 회사를 차렸을까요.”이 말에 송해인의 낯빛이 확 변했다.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며 분노와 조롱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서강빈을 바라보았다.
"없습니다."서강빈이 간단히 대꾸했다.사회자는 서강빈이 자신이 원하는 극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 같아 눈살을 약간 찌푸리며 당황한 듯 다시 말했다."그럼 서강빈씨, 전 부인에게 할 말이 있습니까?”이 말을 들은 모든 관중이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라이브 방송 채팅창도 빠르게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아이고, 사회자가 일을 벌이려고 하네.”"재미있어, 정말 재미있어. 전 부인과 전남편의 전쟁이잖아.”"경기 보러 왔다가 애증 드라마 한 편 보게 됐네.”어쨌든 다들 조금 전에 송해인이 한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현재 사회자가 이렇게 묻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이 화제로 프로그램의 오프닝을 열려는 것이었다.서강빈은 눈썹을 찡그리며 사회자를 한 번 쳐다본 후, 무뚝뚝한 얼굴의 송해인을 바라보며 잠시 머뭇거렸다.그녀에게 할 말이 있냐고?없는 것 같다.그런데 또, 있는 것 같기도 하다.서강빈이 침묵하는 동안, 송해인의 안색은 담담하면서도 냉정했다.하지만 미처 숨기지 못한 눈빛은 약간 흔들리고 있었다."아무래도 서강빈씨는 할 말이 없는 모양입니다."사회자는 서강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생방송 시간이 길어질까 봐 어색하게 웃으며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그러나 그때, 서강빈이 긴 숨을 내쉬며 말했다."있습니다.”‘있다’는 한마디가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송해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모두 귀를 쫑긋 세우고 서강빈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송해인을 보며 말했다."우리가 이혼한 건 옳은 선택이었어.”"당신은 당신의 이상과 목표가 있었고, 나는 내 라이프 스타일이 있었지.”"당신 눈에는 내가 가치도 없고, 가진 게 아무것도 없고, 원하는 것을 가져다줄 수 없는 사람이었겠지. 내가 당신을 실망하게 했어.”"그날 이혼할 때 나한테 했던 말 기억나?”"당신의 목표는 송주 비즈니스계의 여왕이 되는 것이고, 중
그 말을 들은 송해인은 안색이 약간 변하더니, 미간을 찌푸렸고, 입가를 씰룩거렸다. 그러더니 마지못해 손을 들어 박수를 치며 말했다."서강빈, 진출 축하해.”말을 마친 송해인은 일어나 자리를 떴다."해인아, 해인아... 잠깐만.”진기준은 급히 일어나 단상 위의 서강진을 노려보고는 즉시 송해인을 향해 쫓아갔다.이세영도 눈살을 찌푸리며 콧방귀를 뀌고는 재빨리 일어나 양미란과 함께 자리를 떴다.단상에 있던 권효정은 의기양양한 기색으로 떠나가는 송해인의 뒷모습을 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리고 서강빈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우리도 내려가요.”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대를 떠나 대기실로 돌아갔다.대기실.송해인은 씩씩거리며 박여름의 대기실에 왔다. 그녀가 자리에 앉자마자, 이세영이 이쪽으로 걸어 들어와 말했다."송대표님, 화내지 마세요. 서강빈 그놈은 단지 운이 좋아서 진출한거에요.”"진출해도 별일 없을 거예요, 뒤에 또 평가가 있으니까요.”"게다가, 우리에겐 박여름씨가 있잖아요. 분명 만점을 받아 모두를 놀라게 할 거예요!”송해인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박여름을 보고 말했다."만점 받을 자신 있어요?”"자신 없으면 오지도 않았겠죠."박여름이 담담하게 웃었다.그 말에 이세영이 웃으며 말했다."송대표님, 보세요. 제 말이 맞죠?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 서강빈 그놈이 나대도록 내버려두죠. 어차피 박여름씨가 등장하면 그 뒤는 저희의 무대가 될 거니까요.”송해인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박여름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말을 할까 말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송해인의 눈치를 살피고는 고민 끝에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방금 서강빈이 약을 지을 때 박여름는 이미 알아차렸다.서강진의 제약 능력은 심상치 않았다.현장에서 가까이서 구경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자신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바로 그때, 심사위원의 채점이 화면에 나타났다.네 명의 멘토가 모두 만점을 주었다!보고도 믿기지 않는 점수에 장내가 술렁였다!"만점?! 만점
서강빈이 정말 자신에게 뭔가를 증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모두권씨 가문의 아가씨에게 붙어서 얻은 것일 뿐이었다.곧이어 박여름이 무대에 등장했다.송주에서 한의학의 샛별이라는 칭호로 유명한 박여름이 등장하자 환호성이 터졌다."송대표님, 보세요. 이게 박여름씨의 인기에요. 서강빈 그놈과는 비할 바가 아니죠!"이세영은 설레는 얼굴로 박여름를 바라보았다.송해인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는 박여름씨를 믿고 있었어요.”얼마 지나지 않아 박여름이 제약을 끝냈다.그리고 4명의 멘토가 4개의 조명을 모두 밝혔다!진출!장내에 열렬한 박수가 터졌다.박여름이 4개의 조명을 받으며 진출할 거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그녀는 송주 의학계의 샛별이었으니까."진출이에요, 진출했어요! 대표님, 제가 말했죠, 박여름씨는 분명 해낼 거라고!”이세영은 흥분한 채 말했다."이제 채점만 남았어요. 박여름씨의 실력으로는 당연히 만점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송해인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아니나 다를까, 몇 분 후, 네 명의 멘토가 모두 만점을 주었다!두 번째 만점!네 명의 멘토도 입이 마르게 칭찬했다."역시 송주 의약계의 샛별답네요.”"맞는 말씀입니다. 이런 나이에 이런 실력이라니, 분명 평소에 많은 공을 들였을 것입니다.”"이번 대회에서는 박여름이 우승할 것 같네요.”네 명의 멘토가 칭찬을 아끼지 않던 때, 박여름이 사회자에게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말했다."사회자님, 멘토님. 아까 그 선수가 만든 단약을 보고 싶은데, 혹시 안 될까요?”그녀의 요구는 순식간에 현장의 여론을 불러일으켰다.”서강빈이 만든 단약을 보겠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건가?""아마도 그렇겠지. 박여름처럼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기와 같은 점수를 받았다는 걸 인정하기 힘들겠지.”"학교 다닐 때 반에서 성적이 제일 좋은 애가 성적이 제일 안 좋은 애랑 똑같은 점수를
서강빈을 이용한다고?송해인의 안색이 눈에 띄게 변했다. 하지 않으려는 기색이 역력했다.비록 지금 자신과 서강빈의 관계가 상극이어도 필경 3년이나 함께 결혼생활을 한 사이였다.이렇게 서강빈을 이용하려니 송해인은 왠지 마음이 내키지 않았다.송해인의 얼굴에 망설이는 기미가 스치자 이세영이 바삐 말을 이었다.“대표님, 그만 망설이세요. 아까 무대 위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해 보세요. 서강빈이 한 말 중에 어느 하나 대표님을 저격하지 않은 말이 있었나요?”“그리고 지금 서강빈 곁에는 권씨 집안 딸도 있으니 자꾸 이리 우유부단하게 나오시면 정말 언젠가 서강빈이 대표님을 넘어설까 걱정돼요.”말이 끝나자 송해인의 눈썹이 찡그려졌다. 표정은 한없이 차가워졌다.도정윤도 옆에서 한마디 거들었다.“해인아, 이번 일만큼은 나도 이 비서 편이야.”“귀국할 때 내가 분명히 너한테 얘기했잖아. 내가 돌아온 건 순전히 널 돕기 위해서야. 누구든 네가 나아가는 길에 걸림돌이 되면 내가 너 대신 싹 다 치울 거거든.”“네 전남편도 포함해서.”송해인은 미간을 찌푸렸다. 잠시 고민한 뒤 그녀는 이내 결심한 듯 얘기했다.“이 비서, 가서 준비해.”“네, 대표님.”이세영은 송해인이 결심한 것을 보고 얼굴에 감격스러운 빛이 어렸다. 그녀는 급급히 준비하러 떠났다.“정윤아, 내가 이렇게 하는 게 정말 맞는 걸까?”송해인은 아직도 망설이듯 물어왔다.도정윤은 송해인한테 걸어와 옆자리에 앉고는 강경한 눈빛으로 얘기했다. “더 생각하지 마. 네가 해야 하는 일을 해. 너의 미래를 한낱 이혼한 남자한테 낭비하지 말란 말이야.”“서강빈이 이렇게 나오는 거 딱 봐도 네 주의를 끌려고 그러는 거야. 딱 봐도 너한테 자기 존재감을 나타내고 싶어 하는 거라고, 널 후회하게 만들려고.”“너 정말 조금이라도 후회하거나 망설인다면 그 자식 꾀에 걸려드는 거라고.”송해인은 침묵했다.도정윤의 말이 맞았다.더 이상 서강빈한테 감정 낭비를 해댈 수는 없었다.이혼한 거면 이혼한 거지.서강빈이
서강빈의 단약은 박여름의 것보다 무려 두 배가 넘는 약효를 자랑했다!실로 무서웠다.이게 서강빈의 실력인 걸까?한순간, 박여름의 마음속에는 일말의 쓸쓸한 기분이 들었다.그와 비교하면 자신이 참 뒤떨어진 것 같았다.송주 의료계의 떠오르는 샛별?박여름은 순간 이 칭호가 얼마나 풍자적인 건지 알 것 같았다.이윽고 박여름이 무대를 떠나고 수심 가득한 얼굴로 대기실로 왔다.대기실에 들어서자마자 이세영이 흥분한 얼굴로 외쳤다.“박여름 씨, 이따가 저 따라서 기자회견에 참석하셔야겠어요. 대본은 준비되어 있으니까 때 되면 대본대로 말하기만 하면 돼요.”“네.”박여름이 무심하게 짧게 대답했다.지금 박여름의 머릿속에는 온통 서강빈, 서강빈이 무대 위에서 단약을 조제하던 방법과 그의 처방뿐이었다.도대체 어떤 처방이면 약효가 두 배에 달하는 거지?송해인은 박여름이 딴생각하는 걸 보고는 눈썹을 살짝 찡그리며 물었다.“왜 그래요? 근심 가득해 보이는데.”“대표님, 대표님은 전남편에 대해 얼마나 알고 계세요?”박여름은 정신이 들어 하며 물어왔다.송해인의 얼굴이 살짝 변했다. 그리고 궁금한 듯 물었다.“그건 왜 물어요?”“그냥요. 알고 싶어서요.”박여름이 대답했다.송해인은 예쁜 눈썹을 찡그렸다. 얼굴은 차가워졌고 목소리도 식어버렸다.“딴 건 몰라도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건 알아요.”미덥지 않다고?박여름은 미간을 살짝 찡그리며 속으로 얘기했다.“송 대표님, 그 미덥지 않은 전남편이 정말 모든 사람을 놀라게 할 만한 행동을 보여줄지도 몰라요.”물론 박여름은 이 말을 밖으로 내뱉지 않았다.허나 그녀의 마음속에 서강빈에 대한 호기심이 더욱 짙어졌다.“여름 씨, 너무 많이 신경 쓰지 마요. 서강빈 그 점수, 아마 멘토들이 권씨 집안 아가씨의 얼굴을 봐서 일부러 높게 준 걸 거예요. 여름 씨는 송주 의료계의 떠오르는 샛별이잖아요. 여름 씨가 지금 해야 하는 일은 남은 라운드에서 계속 만점을 따내는 거예요.”“서강빈이 다음 몇 라운드에서도 오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