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는 야유가 쏟아졌다.네 개의 불이 전부 꺼졌는데 뭘 볼 게 있단 말인가?네 명의 멘토들은 미간을 구기고 의논하기 시작했다.VIP석에서 양미란은 같잖다는 얼굴로 비아냥댔다.“저 자식 아직도 포기하지 않네? 창피한 줄도 모르고 말이야.”“아주머니, 서강빈 씨가 망신당할수록 저희에게는 더 유리하지 않겠어요?”이세영이 조롱 조로 웃으며 말했다.양미란은 그 말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경멸 가득한 얼굴로 냉소했다.이때 더는 참지 못한 송해인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옆으로 걸어가서 마이크를 들었다. 그녀는 무대 위 서강빈을 향해 외쳤다.“서강빈, 언제까지 그렇게 터무니없이 굴 거야?”“이러는 거 창피하지도 않아?”“왜 너 자신을 마주하는 걸 원하지 않는 거야?”무대 위 서강빈은 미간을 구겼다. 그는 무대 아래 VIP석의 송해인을 바라보며 되물었다.“내가 터무니없이 구는 거라고 생각해?”“그러면 아니야? 불 네 개가 전부 꺼졌어. 이게 네가 나한테 증명하고 싶다던 거야?”“넌 그냥 관종이야. 사람들의 관심에 목마른 소인배라고!”송해인은 너무 화가 나서 고함을 질렀다.예전의 찬란하게 빛나던 서강빈이 왜 이런 꼴이 된 걸까?역시 실력이 없으면 아무 소용이 없었다.그녀의 말에 장내의 분위기가 긴장되었다.사람들은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방청석에서는 의논이 분분했고 라이브 방송을 지켜보던 시청자들은 서강빈을 질책하고 비난했다.“그러게 말이야. 정말 우습네. 왜 아직도 무대 위에 서 있는 거래?”“꺼져, 꺼지라고!”“저런 사람은 대회 참가 자격을 취소해야 해!”라이브 방송 채팅창이 ‘서강빈 꺼져’라는 말로 도배되었다.무대 위 서강빈은 자조하듯 웃더니 반문했다.“네 눈에 난 그런 사람이야?”송해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녀의 태도와 표정이 그녀의 대답을 대신했다.서강빈은 고개를 젓더니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이때 권효정이 마이크를 들고 말했다.“서강빈 씨, 전 당신을 믿어요. 멘토들과 방청객들, 전 세계 사람들이 당신
말을 마친 송해인이 씩씩거리며 자리에 앉았다.단상위에 있던 권효정이 턱을 살짝 쳐들고는 단상 아래의 4명의 멘토에게 웃으며 말했다.“이번 시합의 주최 측으로서 4명의 멘토분께 모든 선수를 존중해 줄 것을 부탁드립니다.”“서강빈이 단약을 만들어 냈으니, 멘토분들께서는 점수를 매겨주시기 바랍니다.”이청산과 조문빈을 포함한 4명의 멘토는 서로 눈길을 주고받더니 고개를 끄덕였다.“그래요, 모든 선수를 존중하도록 하죠.”조문빈이 수긍하는 듯하더니 말을 이었다.“대신, 권효정씨, 그에 대한 점수는 어쩔 수 없이 더 엄격하게 매기게 될 겁니다. 그러니 낮은 점수가 나오더라도 양해해 주시길.”권효정이 귓가의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웃었다.“저는 그를 믿어요.”말을 마친 권효정이 단상에서 내려왔고, 4명의 멘토가 차례로 올라가더니 서강빈이 만든 단약을 평가하기 시작했다.이청산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조회장님, 어떻게, 먼저 보시겠어요?”조문빈은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사양하지 않았다.“그래요 그럼. 제가 먼저 보죠.”말을 마친 조문빈이 앞으로 나서더니 단약의 형태와 냄새 등을 자세히 살폈다.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얼굴에 떠 있던 짜증스러움은 자취를 감추고 심각함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이교수님, 이 단약...”조문빈이 의아한 기색으로 말하자, 이청산도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는 바로 허리를 숙여 단약을 살펴보기 시작했다.이청산과 조문빈이 단약 가까이 가서 이리저리 살펴보자, 자세히 볼 생각이 없어 옆에 멀뚱히 서있기만 했던 황건해와 송문학도 이상함을 느끼고는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조회장님, 이교수님, 무슨 이상이라도 있습니까?”“황교수님, 송교수님. 이 단약 아무래도 쉽게 볼 게 아닌 것 같습니다. 이리 와서 같이 보시죠.”조문빈의 말을 들은 황건해와 송문학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그들과 함께 단약을 살펴보기 시작했다.그리고 이 장면은 관중들의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무슨 상황이지? 멘토들이 진짜 단약을
침묵이 얼마간 이어진 후 장내에는 우레와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사람들이 일제히 자리에서 기립하더니 단상에 서 있는 서강빈을 향해 축하의 말을 외쳤다.그러나 VIP석에 있던 송해인 등의 얼굴에는 심각함과 의심이 서려 있었다.“말도 안 돼! 이럴 수가 있어? 이제 겨우 첫 번째 순서인데 서강빈이 황금 버튼을 얻어서 바로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게 된다는 게 말이 돼?”진기준은 믿을 수 없다는 기색으로 의혹을 내비쳤다.양미란도 앵앵거리며 말을 얹었다.“주작! 이건 주작이야! 권효정이 4명의 멘토를 매수한 게 분명해!”“맞아, 무조건이지. 서강빈 저 쓰레기 같은 놈은 원래 탈락했었잖아. 근데 권효정이 단상에 올라와서 말 몇 마디 한 뒤로 멘토들이 태도를 바꾸더니 갑자기 황금 버튼을 눌렀어...”“이건 말도 안 돼요! 분명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게 분명해요.”이세영도 다급했는지 따라서 큰소리로 따지다가 급기야는 제작진측에 난입해 마이크를 뺏고 외쳤다.“이 경기에 문제가 있는 게 분명해요! 경기의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합니다.”“저 사람은 원래 4개의 전등이 다 꺼져서 탈락하게 될 일개 쓰레기일 뿐이었어요. 근데 왜 권효정씨가 말 몇 마디 했다고 갑자기 황금 버튼을 받더니 바로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거죠?”“전 이 결정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뭔가 더러운 거래가 있었을 게 분명해요. 멘토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이세영의 말이 끝난 후 장내에는 순간 적막이 찾아오는가 싶더니, 얼마 가지 않아 사람들은 저마다의 의견을 내세우며 열띤 토론을 하기 시작했다.현장뿐만 아니라 라이브방송을 보고 있던있던 몇백만 명의 관중들도 토론에 참여했다.“맞아! 분명 뭔가 문제 있어!”“이미 탈락했는데 권효정이 나선 후 멘토들이 생각을 바꿨잖아. 이렇게 티 나는데 모를 수가 있어? 이건 주작이지.”“젠장! 이번 프로그램은 공정한 줄 알았는데 이것도 주작이었어? 저 서강준은 대체 멘토들한테 얼마를 찌른 거야?”“항의한다! 주작이다!”삽시간에 ‘주작’이라
“만약 노부가 보증을 선다면요?”말이 끝나자, 사람들의 시선이 무대 아래로 모였다.흰 태극복을 입은 백발이 성성한 노인이 직원들을 대동한 채 빠르게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노인이 입장하자마자 현장에 있던 여러 사람들이 노인을 알아보았다."대박! 소정훈 어르신이셔!””송주 의학계의 최고 권위자, 살아있는 화타! 우리 아빠도 저분이 치료해 준 거야.”"몇 년 전, 송주에 퍼졌던 전염병도 소정훈 어르신이 자기 팀을 이끌고 나서서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안정시킨 거잖아! 저분은 모든 송주 사람들의 은인이야, 저분이 조작할 리가 없어!”"그건 당연한 거지. 누가 소정훈 어르신을 의심하면 내가 제일 먼저 나서서 가만 안 놔둘거야!”같은 시각, 라이브 방송에서도 '둘도 없는 훌륭한 분!'을 외치는 등 각종 댓글이 쏟아졌다.이세영은 무대에 오른 소정훈을 보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입을 열려고 했지만 결국 말을 삼켰다.소정훈은 정말 건드려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잘못 건드렸다간 비오그룹이 없어질 수도 있었다.게다가 소정훈의 인품은 절대적으로 신뢰할 수 있었다.예전에 한 부자가 600억 원을 주고 소정훈에게 진료를 청했지만 소정훈은 환자가 있다는 이유로 가차 없이 거절했다.이 일만 놓고 보더라고 소정훈은 결코 작은 돈 때문에 자기 명예를 훼손하는 일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었다.소정훈이 무대에 오르자 관중들은 모두 기립박수를 보냈다.소정훈은 웃으며 모두 앉으라고 한 뒤 서강빈을 보며 말했다."서강빈 씨, 또 만났군.”"어르신."서강빈은 예의 바르게 웃었다.간단히 인사를 나눈 소정훈이 관중들에게 말했다."영광스럽게도 제작진이 노부를 공증인으로 불러서 이 자리에 오게 되었습니다. 누군가 이의를 제기했으니, 제가 현장에서 공증하겠습니다.”4명의 멘토도 소정훈에게 인사를 하며 자리를 비켜 주었다.이후 소정훈은 전문가팀에게 지시해 서강빈이 만든 단약에 대한 테스트와 평가를 진행하도록 했다.검사 과정이 10여 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제작진은
그 말을 들은 송해인은 얼굴빛이 어두워지더니 눈썹을 찡그리며 날카로운 눈빛으로 서강진을 바라보았다.“난 그냥 한마디 했을 뿐인데 열 마디를 받아쳐?”"서강빈, 정말 내가 그렇게 미워?”"우리 사이가 이렇게까지 나빠져야 해? 꼭 원수처럼 굴어야 기분이 좋아?”서강빈은 안색이 변하더니 자조적인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송대표님, 뭔가 잘 못 알고 있는 것 같은데, 난 당신과 원수가 되려는 게 아니야. 이 모든 게 누구 때문인지 정말 모르겠어?””너!”송해인은 입가를 바들바들 떨더니 주먹을 쥐고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좋아! 증명하겠다고? 이후 매 경기마다 널 증명하겠다고 했지?”"그래, 어디 두고 봐,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말을 마친 송해인이 돌아서서 떠나려 했다.하지만 권효정이 그녀를 불러세웠다.“송대표님, 잠깐만요.”"권효정씨, 무슨 일이죠?”송해인은 돌아서서 도도한 눈빛으로 권효정을 바라보았다.송해인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특히 방금 권효정이 무대 위에서 관중들에게 서강빈을좋아한다고 말한 장면을 생각하면 송해인은 화가 나서 이가 떨렸다.이 여자는 그녀의 적이었다.권효정은 머리를 쓸어 넘기고 얼굴에 단아한 미소를 지으며 송해인의 면전에서 서강빈의 팔짱을 끼고 말했다.“송대표님, 당신과 강빈씨 사이에 이전에 어떤 원한이나 오해가 있었든 이젠 상관없어요.”"강빈씨는 이제 제 남자 친구거든요.”남자 친구?송해인은 눈썹을 찡그리며 살벌한 눈빛으로 서강빈을 바라보았다.그녀는 순간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그렁그렁해지며 자조적인 쓴웃음을 지으며 물었다."저 말 사실이야? 정말 저 여자랑 사귀어?”서강빈이 눈살을 찌푸리며 무슨 말을 하려 하자 권효정은 몰래 손으로 서강빈의 허리를 꼬집으며 웃었다."당연하죠. 오래전부터 사귀었는데 공개하지 않았을 뿐이에요.””오죽하면 강빈씨가 제 이름으로 회사를 차렸을까요.”이 말에 송해인의 낯빛이 확 변했다.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며 분노와 조롱으로 가득 찬 눈빛으로 서강빈을 바라보았다.
"없습니다."서강빈이 간단히 대꾸했다.사회자는 서강빈이 자신이 원하는 극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는 것 같아 눈살을 약간 찌푸리며 당황한 듯 다시 말했다."그럼 서강빈씨, 전 부인에게 할 말이 있습니까?”이 말을 들은 모든 관중이 궁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라이브 방송 채팅창도 빠르게 떠들썩해지기 시작했다."아이고, 사회자가 일을 벌이려고 하네.”"재미있어, 정말 재미있어. 전 부인과 전남편의 전쟁이잖아.”"경기 보러 왔다가 애증 드라마 한 편 보게 됐네.”어쨌든 다들 조금 전에 송해인이 한 말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현재 사회자가 이렇게 묻는 것은 의심할 여지 없이 이 화제로 프로그램의 오프닝을 열려는 것이었다.서강빈은 눈썹을 찡그리며 사회자를 한 번 쳐다본 후, 무뚝뚝한 얼굴의 송해인을 바라보며 잠시 머뭇거렸다.그녀에게 할 말이 있냐고?없는 것 같다.그런데 또, 있는 것 같기도 하다.서강빈이 침묵하는 동안, 송해인의 안색은 담담하면서도 냉정했다.하지만 미처 숨기지 못한 눈빛은 약간 흔들리고 있었다."아무래도 서강빈씨는 할 말이 없는 모양입니다."사회자는 서강빈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생방송 시간이 길어질까 봐 어색하게 웃으며 상황을 정리하려 했다.그러나 그때, 서강빈이 긴 숨을 내쉬며 말했다."있습니다.”‘있다’는 한마디가 분위기를 고조시켰고, 송해인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모두 귀를 쫑긋 세우고 서강빈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모두가 지켜보는 가운데 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송해인을 보며 말했다."우리가 이혼한 건 옳은 선택이었어.”"당신은 당신의 이상과 목표가 있었고, 나는 내 라이프 스타일이 있었지.”"당신 눈에는 내가 가치도 없고, 가진 게 아무것도 없고, 원하는 것을 가져다줄 수 없는 사람이었겠지. 내가 당신을 실망하게 했어.”"그날 이혼할 때 나한테 했던 말 기억나?”"당신의 목표는 송주 비즈니스계의 여왕이 되는 것이고, 중
그 말을 들은 송해인은 안색이 약간 변하더니, 미간을 찌푸렸고, 입가를 씰룩거렸다. 그러더니 마지못해 손을 들어 박수를 치며 말했다."서강빈, 진출 축하해.”말을 마친 송해인은 일어나 자리를 떴다."해인아, 해인아... 잠깐만.”진기준은 급히 일어나 단상 위의 서강진을 노려보고는 즉시 송해인을 향해 쫓아갔다.이세영도 눈살을 찌푸리며 콧방귀를 뀌고는 재빨리 일어나 양미란과 함께 자리를 떴다.단상에 있던 권효정은 의기양양한 기색으로 떠나가는 송해인의 뒷모습을 보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 그리고 서강빈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우리도 내려가요.”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무대를 떠나 대기실로 돌아갔다.대기실.송해인은 씩씩거리며 박여름의 대기실에 왔다. 그녀가 자리에 앉자마자, 이세영이 이쪽으로 걸어 들어와 말했다."송대표님, 화내지 마세요. 서강빈 그놈은 단지 운이 좋아서 진출한거에요.”"진출해도 별일 없을 거예요, 뒤에 또 평가가 있으니까요.”"게다가, 우리에겐 박여름씨가 있잖아요. 분명 만점을 받아 모두를 놀라게 할 거예요!”송해인은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박여름을 보고 말했다."만점 받을 자신 있어요?”"자신 없으면 오지도 않았겠죠."박여름이 담담하게 웃었다.그 말에 이세영이 웃으며 말했다."송대표님, 보세요. 제 말이 맞죠? 그러니 걱정하지 마세요. 일단 서강빈 그놈이 나대도록 내버려두죠. 어차피 박여름씨가 등장하면 그 뒤는 저희의 무대가 될 거니까요.”송해인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였다.박여름는 얼굴을 살짝 찡그리며 말을 할까 말까 고민했다. 그러다가 송해인의 눈치를 살피고는 고민 끝에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방금 서강빈이 약을 지을 때 박여름는 이미 알아차렸다.서강진의 제약 능력은 심상치 않았다.현장에서 가까이서 구경하지는 못했지만, 적어도 자신보다 못하지는 않을 것이다.바로 그때, 심사위원의 채점이 화면에 나타났다.네 명의 멘토가 모두 만점을 주었다!보고도 믿기지 않는 점수에 장내가 술렁였다!"만점?! 만점
서강빈이 정말 자신에게 뭔가를 증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모두권씨 가문의 아가씨에게 붙어서 얻은 것일 뿐이었다.곧이어 박여름이 무대에 등장했다.송주에서 한의학의 샛별이라는 칭호로 유명한 박여름이 등장하자 환호성이 터졌다."송대표님, 보세요. 이게 박여름씨의 인기에요. 서강빈 그놈과는 비할 바가 아니죠!"이세영은 설레는 얼굴로 박여름를 바라보았다.송해인의 얼굴에도 웃음이 번졌다. 그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저는 박여름씨를 믿고 있었어요.”얼마 지나지 않아 박여름이 제약을 끝냈다.그리고 4명의 멘토가 4개의 조명을 모두 밝혔다!진출!장내에 열렬한 박수가 터졌다.박여름이 4개의 조명을 받으며 진출할 거라는 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일이었다.그녀는 송주 의학계의 샛별이었으니까."진출이에요, 진출했어요! 대표님, 제가 말했죠, 박여름씨는 분명 해낼 거라고!”이세영은 흥분한 채 말했다."이제 채점만 남았어요. 박여름씨의 실력으로는 당연히 만점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송해인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얼굴에 웃음을 가득 머금고 고개를 끄덕였다.아니나 다를까, 몇 분 후, 네 명의 멘토가 모두 만점을 주었다!두 번째 만점!네 명의 멘토도 입이 마르게 칭찬했다."역시 송주 의약계의 샛별답네요.”"맞는 말씀입니다. 이런 나이에 이런 실력이라니, 분명 평소에 많은 공을 들였을 것입니다.”"이번 대회에서는 박여름이 우승할 것 같네요.”네 명의 멘토가 칭찬을 아끼지 않던 때, 박여름이 사회자에게 다가가서 조심스럽게 말했다."사회자님, 멘토님. 아까 그 선수가 만든 단약을 보고 싶은데, 혹시 안 될까요?”그녀의 요구는 순식간에 현장의 여론을 불러일으켰다.”서강빈이 만든 단약을 보겠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건가?""아마도 그렇겠지. 박여름처럼 재능을 타고난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기와 같은 점수를 받았다는 걸 인정하기 힘들겠지.”"학교 다닐 때 반에서 성적이 제일 좋은 애가 성적이 제일 안 좋은 애랑 똑같은 점수를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