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비오 그룹에서 새로운 스킨케어 제품을 출시하는 날이다. 신제품 비엘 마스크팩은 비오 그룹의 기세에 힘입어 출시되자마자 매진되었다. 송주의 주요 쇼핑몰과 매장에서는 엄청난 할인율로 아침부터 대기하는 고객들이 수두룩했다.이세영은 각종 데이터 보고서를 사무실에 있는 송해인에게 건네며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었다.반나절 만에 이 마스크팩은 송주 마스크팩 시장 판매 순위 5위안에 들었다.“대표님, 이 기세로 가면 많아서 삼일이면 우리 마스크팩이 1위를 차지할 수 있습니다.”이세영이 감격스러워하며 말했다.이 마스크팩이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두었으니 비오 그룹을 더 높은 위치로 밀고 올라갈 수 있게 되었다. 송해인은 보고서를 놓고 일어나 허리에 손을 올리고 유리창 너머로 북적이는 차들과 우뚝 솟은 빌딩들을 보면서 평온하게 말했다.“비오 그룹의 모든 홍보 자원을 이 팩에 배치하라고 해.”“하루! 하루 만에 판매 순위 1등으로 만들 거야!”“그리고 마케팅 부문에 전달해. 마스크팩 테스트 후기 홍보를 확대하라고.”송해인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자신 있게 말했다.이세영은 웃으면서 대답했다.“네!”“아참, 대표님. 오후에 라이브 방송이 있는데 이미 꽤 잘나가는 여자 연예인 한 명과 미팅을 마쳤어요. 대표님도 오후에 살짝만 방송에 출연해 주세요.”그러자 송해인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래.”라이브 방송은 최근 몇 년 동안의 추세이기도 하고 비오 그룹도 이 기회를 빌려 자기만의 팀을 만들고 싶었다.모든 걸 정리하고 송해인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돌아서려고 하는 순간 맞은편에 있는 효정 제약에 시선이 닿았다.그녀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물었다.“이 비서, 요즘 서강빈은 뭐해?”이세영은 맞은편을 보면서 웃었다.“잘 모르겠어요. 그럭저럭 살겠죠.”송해인은 미간을 구기더니 경멸의 눈빛으로 고개를 끄덕이었다.‘서강빈, 나에게 또 뒤처진 것 같군.’‘날 뛰어넘고 싶어?’‘평생 불가능할 거야!’‘네 옆에 권씨 가문 아가씨가 있으면 뭐 해.’
오후, 정빈 마스크팩도 송주 주요 쇼핑몰에서 매장을 설치하고 테스트 제품을 출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판매 효과는 미약했다.쇼핑몰에는 비엘 마스크팩을 홍보하는 문구와 배너로 가득했다. 그리고 쇼핑몰에 사람들이 가장 많이 모이는 곳에 특별 매장을 설치했다. 매장마다 사람들로 북적이었다.그리고 제품들은 대량으로 매진 되었고 계속 재고가 들어오고 있었다.이로 인해 정빈 마스크팩은 매장은 썰렁하였다.이 소식은 재빨리 이세영 귀에 들어갔고 영상 화면으로 이 광경을 지켜본 이세영은 비꼬는 듯 웃으면서 말했다.“서강빈, 미친 거 아니야? 이때 자기 제품을 출시하면 스스로 죽음을 자초하는 거잖아.”“홍보에 힘을 더 가하라고 해! 그리고 사람들을 조직해서 정빈 마스크팩에 악성 댓글도 남기라고 해!”이세영은 말을 마치고 송해인의 사무실로 걸어 들어가 서강빈이 정빈 마스크팩을 출시하였다는 사실을 말했다.그러자 송해인은 두 손을 가슴에 두르고 미간을 찌푸리면서 말했다.“서강빈이 그런 바보짓을 할 것 같지 않은데. 왜 지금 출시했지?”“누가 알겠어요. 우리와 경쟁해 보자는 거겠죠. 하지만 쓸데없는 자신감 때문에 큰 코를 다칠 것 같은데요.”이세영은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이틀도 안 돼서 철거될 거예요.. 그리고 정빈 마스크팩 또한 시중에서 가장 비참한 판매액을 기록한 제품이 될 것입니다.”송해인은 눈썹을 치켜들더니 서강빈에게 전화를 걸었다. 서강빈은 여유롭게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송 대표, 무슨 일이야?”송해인은 직설적으로 말했다.“소식을 들었어. 삼 년 부부의 정을 봐서 충고하는데 그 마스크팩을 철수해. 너는 나를 이길 수 없어.”“만약 진짜 이 업계에 발을 들이고 싶다면 나한테 와서 도움을 청해. 같이 협업하겠다고 하면 비엘 마스크팩 대리 판매권을 줄게.”“그러면 매년 최소 몇십억의 수익이 생길 거야.”그러자 옆에 있던 이세영이 다급하게 한마디 했다.“대표님, 지금 뭐 하시는 거예요?”송해인은 이세영을 째려보면서 참견하지 말라고 눈치를 줬
“대표님, 방금 얻은 쇼핑몰 판매 데이터입니다.”한 직원이 허겁지겁 사무실로 달려 들어왔다. 서강빈은 데이터를 봤다.참담했다!테스트 0!구매 0!“대표님, 이제 어떡해야 하죠? 쇼핑몰 쪽에서 우리 매장을 제일 외진 구석으로 설치했는데 이건 분명히 저희를 난처하게 하는 것입니다.”“이러다 그 매장마저 철거될 것 같습니다.”직원은 초조하게 말했다.서강빈은 한숨을 내쉬고 담담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괜찮아. 쇼핑몰에서 팔지 못하게 하면 우리는 문 앞에 가서 팔자. 그리고 길에서, 관광지에서 파는 거야. 아무튼 해결할 방법은 있어.”“네? 대표님. 하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직원이 머뭇거리며 말했다.그러자 서강빈이 대답했다.“뺏지도 않고 도둑질도 하지 않고 자기 제품을 판매하는 게 뭐 어때서? 쇼핑몰 안에 있는 매장을 철거시켜. 그리고 요 며칠 회사 모든 직원을 다 마스크팩 판매 업무에 투입해. 월급은 두 배로 올리고.”“그러면 저희도 비오 그룹처럼 광고로 홍보해 볼까요?”직원이 다시 묻자 서강빈은 미간을 찌푸리면서 대답했다.“그럴 필요 없어. 제품의 핵심은 품질이야.”비서는 어쩔 수 없이 대표님의 말을 들어야 했다. 정빈 마스크 팩 매장을 철거하려고 할 때 이세영도 이 소식을 듣게 되었다.“하하하, 너무 웃겨. 한 시간 만에 매장을 철수했어.”“이 서강빈 웃기려 온 거지?”이세영은 거리낌 없이 비웃고 있었다.“대표님, 서강빈이 확실하게 졌어요!”“자기 주제에 대표님과 경쟁하겠다니. 정말 어림도 없죠.”송해인은 미간을 구기면서 한숨을 쉬었다.“그만해. 서강빈 얘기하지 말자. 그리고 라이브 방송 준비는 어떻게 되어가고 있어?”“다 준비됐습니다. 언제든지 시작할 수 있어요.”이세영은 재빨리 대답했다. 그러자 송해인은 머리를 끄덕이면서 떠날 준비를 했다.“가자.”서강빈이 준비를 마치고 대문을 떠나려고 하는 순간 핸드폰이 울렸다.“강빈 씨, 마스크팩 출시했네요? 판매량은 어때요?”권효정은 격동한 어조로 물었
서강빈의 무도 실력과 의술은 조홍규를 완전히 굴복시켰다.“서 선생님.”조홍규는 악수하였다.“서 선생님. 어서 들어오시지요.”황규성은 공손하게 모셨다. 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사양하지 않고 거실로 들어와 앉으면서 물었다.“황 사장님. 어떻게 된 일입니까?”황규성은 조홍규를 쳐다보더니 한숨을 내쉬면서 걱정스레 말했다.“서 선생님. 저번에 주영찬이 서 선생님에게 패배한 후 제가 사람을 불러 해외 쪽을 알아봤어요.”“주영찬의 동문 중에 정한표라는 선배를 발견했습니다. 그 사람은 강운시 단무영이 가장 아끼는 제자였고요!”“주영찬은 단무영 밑에 둔 7대 태보 중에 우두머리라고 하더라고요. 그의 무도 실력이 아주 기가 막힌다고 합니다!”“정한표?”서강빈이 미간을 찌푸렸다.“단무영 밑에 둔 7대 태보는 뭡니까? 대단한 사람들입니까?”황규성이 대답했다.“대단하고 말고요! 듣기로는 단무영이 해외에서 명성을 날릴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이 7대 태보 제자들 덕이라던데요. 그들이 지금의 무영문을 만들었고요!”“그리고 해외 교포 중에서 떠도는 말로는...”서강빈은 미간을 구기면서 물었다.“어떤 말이죠?”황규성은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하느님이 간섭하지 못하는 일도 무영문에서는 할 수 있다! 하느님이 죽이지 못하는 사람도 무영문에서는 죽일 수 있다!”“무영문을 범하는 자 모두 죽는다!”말이 끝나자 거실은 갑자기 조용해졌다.서강빈의 얼굴색이 어두워졌다.“무영문이 그렇게 대단하다고요?”“네. 서 선생님. 제가 사람을 시켜 해외 쪽을 알아봤는데 교포들이 해외에서 무시와 차별을 당하면 무영문이 나선다고 합니다. 그래서 교포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어서 해외 제일 큰 파벌이 되었고 수하에 삼만 명이나 넘는 제자를 두고 있다고 하네요!”조홍규가 대답했다.“정한표는 어떤 실력입니까?”서강빈이 묻자 황규성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조홍규를 바라봤다.“조 선생님이 말하세요. 저는 무도에 대해서 잘 몰라서.”조홍규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이 말이 나오자 온 집안이 떠들썩했다!한 손으로도 거장을 제압할 수 있다고?큰소리를 치는 듯싶었다.“서 선생님. 농담하지 마세요. 그래도 거장인데요.”조홍규는 어색하게 웃으면서 귀띔했다. 그는 젊은 서강빈이 패기로 이렇게 말한 줄 알았다. 하지만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더니 황규성을 바라보면서 말했다.“황 사장님, 오늘 저녁 그들이 도착하면 저한테 전화를 주세요.”그리고 서강빈은 자리를 떠났다.황규성은 어리둥절해하며 거실에서 서서 조홍규와 서로 말없이 마주 보았다.“조 선생님, 서 선생님이 하는 말이 진짜일까요? 한 손으로 거장을 제압한다? 그러면 이건 무슨 실력이어야 하죠?”황규성은 반신반의하면서 물었다. 조홍규는 미간을 찌푸리면서 멀리 떠나가는 서강빈의 뒷모습을 지켜봤다.“황 사장님, 한 손으로 거장을 제압할 실력이면 무도계에서는 천인이라고 부릅니다.”“그 뜻인즉 무술 실력이 천지를 꿰뚫고 천인합일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보면 되죠.”“이런 인물은 우리가 감히 담론할 수 있는 범위를 초과했습니다.”말이 끝나자 황규성은 숨을 몇 번 들이쉬더니 작은 소리로 물었다.“조 선생님. 그러면 서 선생님이 천인인가요?”쿵쾅!조홍규는 가슴이 철컹하더니 입을 열었다.“황 사장님, 그건 제가 감히 짐작할 수 없죠. 천인 경지의 무사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제가 아는 바로는 강남지대에 그런 강자가 딱 한 명 있는데, 다만 국가부서에 몸담고 있는 것 같던데요.”“만약 서 선생님이 천인이라면 천인치고는 너무 평범해 보이는 것 아닐까요?”황규성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한숨을 쉬었다.“그럼 오늘 저녁은 어떻게 할까요?”조홍규는 잠시 생각을 했다.“서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으면 그가 어떤 경지의 실력이든 대응할 방법이 있어 보이니 황 사장님은 편하게 기다리세요.”...서강빈은 펜션을 떠난 후 가게에 들렀다.차에서 내리자마자 공청아가 두 손을 가슴에 두르고 도도하게 문 앞에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얼음공주 같은 아우라를 풍기며 다가갈 수 없는
그리고 가게 안에서 탁탁 소리가 들려왔다. 서강빈 손에 있던 펜은 정확하게 공청아의 팔과 다리를 때렸다.“높게 드세요!”“똑바로 차세요.”“틀렸어요. 힘을 주는 방법이 틀렸어요.”“다시!”가게에는 온통 서강빈의 훈계 소리였다. 몇 분 후, 공청아는 맥이 빠졌다. 그녀의 백옥같은 팔과 다리에는 모두 빨간 자국이었다.누가 보면 둘이 자극적인 플레이를 했다고 오해할 것 같았다.“엉엉엉...”결국 공청아는 땅에 주저앉아 무릎을 껴안고 울었다. 이렇게 억울한 적이 오랜만인 것 같았다.반격할 힘도 없이 얻어맞았을 뿐만 아니라 욕도 한 바가지 먹었다.서강빈은 고개를 저으면서 한숨을 쉬었다.“청아 씨, 실력이 말이 아니네요. 누가 가르쳐줬어요? 가서 학비를 돌려달라고 하세요.”이 말을 듣자 공청아는 화가 치솟아 오르면서 땅에서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눈을 붉히며 말했다.“딱 기다리세요! 제가 스승님한테 이를 거예요!”그리고 공창아는 고개를 돌리고 화를 내며 나갔다.몇 분 후 서강빈의 핸드폰이 울렸다. 공명진에게서 걸려 온 전화였다.“공 가주님, 무슨 일로 전화를 거셨습니까?”서강진은 웃으면서 물었다.공명진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서 선생님, 혹시 아까 청아가 찾으러 가셨어요?”“네.”서강빈은 덤덤하게 말했다. 그러자 공명진은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서 선생님. 그러면 서 선생님이 청아 실력이 별로라면서 가서 학비를 돌려받으라는 말도 했어요?”“확실히 별로여서.”서강빈이 대답하자 공명진은 얼른 말했다.“서 선생님의 실력이 좋은 건 압니다만, 그렇게 말하시면 안 됩니다. 청아의 스승은 제가 무도협회에서 어렵게 모셔 온 분입니다. 이름은 진동국이라고 무도계에서 명성이 자자하신 분입니다.”“그렇게 말하시면 큰 실례입니다.”“동국 어르신이 그 말을 듣고서 선생님이랑 한번 겨룰 거라고 하더라고요.”그 말을 듣자 서강빈은 피식 웃었다.“그러면 제가 기다리죠.”“하지만...서 선생님, 동국 어르신은 무술계에서 오랫동안 실력 좋기로 유명
인기척이 들리자 서강빈이 직원 몇 명을 데리고 달려왔다.“이게 뭐 하는 짓이죠?”서강빈이 미간을 구기며 소리쳤다.회사 안으로 쳐들어오려던 사람들은 서강빈 등 사람들을 보자 곧바로 따져 물었다.“당신이 이 회사 사장이에요?”“네. 맞습니다.”서강빈이 냉담하게 대답했다.“당신이 사장이라고? 내 여자친구 얼굴 좀 봐. 당신들이 만든 마스크팩 쓰고 피부가 뒤집어졌어!”건장한 체격의 남성이 여자 한 명을 데리고 나오더니 그녀의 엉망이 된 피부를 가리키며 말했다.“저도 이 회사에서 만든 마스크팩을 쓰고 얼굴에 홍진이 생겼어요. 정말 양심 없는 회사네요!”다른 여자가 앞으로 나서면서 마스크를 벗었다. 얼굴 가득 홍진이 나서 아주 추악했다.곧이어 두세 명의 여자도 나와 자신이 효정 제약 회사에서 생산한 정빈 마스크팩을 쓰고 피부가 뒤집어졌다고 했다.어떤 이들은 홍진이 생기고 간지럽다고 했고 어떤 이들은 물집이 생기고 고름이 생겼다고 한다.그리고 그들은 전부 따지러 온 것이었다.“전부 당신 때문이야. 양심도 없는 사장 같으니라고. 정빈 마스크팩은 무슨, 살인 마스크팩이지!”험악한 인상의 우람한 남성이 서강빈을 손가락질하며 고함을 지르더니 그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간악한 놈! 우리 여자친구 얼굴 물어내!”그러나 퍽 소리와 함께 남자의 주먹은 서강빈에게 막혀서 옴짝달싹하지 못했다.“당신 여자친구가 우리 회사에서 만든 정빈 마스크팩을 써서 피부가 뒤집어진 건지 아닌지 명확한 증거가 없는데 무슨 근거로 우리 회사와 관련이 있다고 하는 거죠?”서강빈이 엄숙한 표정으로 말했다.“증거요? 제가 증거죠!”피부가 뒤집어진 여자는 자기 얼굴을 가리키며 히스테리를 부렸다.“전 예전에 마스크팩을 아주 많이 써봤어요. 그런데 이런 적은 없다고요!”“그런데 오늘 당신 회사에서 만든 정빈 마스크팩을 썼다가 30분도 안 돼서 얼굴이 이렇게 됐어요.”“그런데 증거를 내놓으라고요?”“당신들이 만든 마스크팩은 독 마스크팩이에요. 당신 회사는 독이나 다름없는 회사
“좋아요.”서강빈이 대답했다.이때 주변에 있던 사람들은 의논이 분분했다. 그들의 말투에서 비아냥과 조롱이 느껴졌다.“세상에, 저렇게 거만하다니.”“저 여자 얼굴 완전 심하던데 어떻게 치료한다는 거지?”“하하, 그냥 큰소리치는 거지. 우리는 그냥 구경만 하면 돼.”젊음 유지술?처음 듣는 것이었다.정말 그런 게 있다면 다들 영원히 젊지 않을까?이때 서강빈은 옆에 있던 직원에게 나지막하게 말했고 직원은 그 말을 듣더니 부랴부랴 달려갔다.건장한 남자가 다급히 물었다.“저 사람은 어딜 가는 거지?”“얼굴을 치료하는 데 필요한 약재를 준비하러 갔습니다.”서강빈이 덤덤히 웃으며 말했다.10분 도 안 돼 여직원은 헐떡거리면서 거리에 있는 한의원에서 서강빈이 필요한 약재를 찾아왔다.뒤이어 사람들은 서강빈이 어디선가 전기밥솥을 구해서 그 안에 약재를 전부 넣고 끓이는 것을 보았다.30분도 되지 않아 서강빈은 뚜껑을 열었다.그 순간 아주 지독한 냄새가 거리 전체를 휩쌌다.주변에 있던 구경꾼들은 코를 막고 눈살을 찌푸리면서 고개를 빼 들어 전기밥솥을 바라보았다.안에는 검은색의 즙이 들어있었다.“이걸 얼굴에 바르고 5분 동안 있으면 얼굴이 원래대로 돌아올 겁니다. 심지어 예전 피부보다 더 매끄럽고 부드러워질 거예요.”서강빈이 여자를 향해 덤덤히 웃어 보였다.여자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싫, 싫어요. 검은색인 데다가 냄새도 이렇게 지독한 걸 내 얼굴에 바를 수는 없어요!”건장한 남자는 그 말을 듣더니 다급히 여자에게 다가가 설득했다.“왜 안 바르겠다는 거야? 이게 무려 10억이야!”“하지만 너무 역겨운걸요...”여자는 입을 비죽이며 말했다.퍽!건장한 남자는 여자의 머리를 내리치며 욕했다.“돈 귀한 줄 모르는 년. 얼른 발라!”남자는 욕지거리하더니 다짜고짜 약을 손에 묻혀서 여자의 얼굴에 발랐다.약을 발라서 얼굴이 낫지 않는다면 그는 10억의 배상금을 얻을 수 있는데 왜 하지 않겠는가?여자는 울먹거리면서 억지로 얼굴에
만약 서강빈이 단지 의술이 대단하다고 하면 이선종은 이 정도까지 공경하지 않았을 것이다. 한의학은 도문에서 기원했지만, 지금의 의사 중에서는 도술을 아는 이들이 적었다. 그러나 서강빈은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도술 면에서도 이렇게나 조예가 깊으므로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서강빈은 다가가서 이선종을 일으키며 말했다.“선생님, 이러실 필요 없습니다. 선생께서도 어르신의 병세를 걱정하여 혹시나 돌팔이를 만날까 봐 그러신 거잖아요.”이선종은 이 말을 듣고 부끄러운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말했다.“서 선생, 선생을 보니 저는 정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마음입니다. 선생은 저보다 의술이 대단할 뿐만 아니라 성품도 저보다 훨씬 훌륭하십니다.”서강빈은 이선종의 어깨를 토닥이고는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바라보았다.지금 임성진 어르신의 얼굴은 점점 혈색이 돌아오고 곁에 있는 기기에서도 몸의 각종 수치가 호전되고 있다고 나타나고 있었다.임호는 할아버지가 무사한 것을 보고 감격하여 눈물을 흘렸다.“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를 살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는 서 선생을 큰 형님으로 모시고 싶은데 서 선생께서 부디 거절하지 마시고 보잘것없는 이 동생을 거둬주십시오.”말하며 임호는 한쪽 무릎을 꿇고 서강빈을 향해 주먹을 모은 채로 성의를 표했다.서강빈은 임호에 대해 첫인상이 무척 나빴지만, 임호가 가게의 문 앞에서 무릎을 꿇은 순간부터 서강빈이 임호에 관한 생각도 180도 변하였다.하여 서강빈은 거절하지 않고 임호를 부축하여 일으키면서 미소를 지은 채 말했다.“할아버지를 잘 보살피세요. 내가 남긴 처방전을 따르면 어르신께서는 열흘이 지나지 않아 완치하실 것입니다.”임호는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네. 감사합니다, 형님. 할아버지께서 상황이 좋아지시면 반드시 감사 인사를 올리러 직접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서강빈은 임호의 오른 다리를 한번 보더니 생각에 잠긴 채 말했다.“다음에 올 때 x 레이 사진을 함께 가지고 오세요.”임호는 영
이선종은 돋보기를 쓰고 자세히 살펴보았지만, 여전히 확신할 수 없는 듯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이 약재가 백 년이 되는지 한번 살펴보세요.”서강빈이 내린 처방을 본 이후로 서강빈을 대하는 이선종의 태도는 완전히 변하였다. 심지어 서강빈의 앞에서는 초보인 것 같은 모습까지 보였다. 서강빈은 상자 안에 들어있는 설련초를 한번 보더니 살짝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맞습니다. 백 년 된 설련초가 맞아요.”서강빈이 고개를 끄덕이는 것을 보고 임호는 감격하여 말했다.“서 선생, 그 말은 우리 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는 말씀이시죠?”“그렇다고 볼 수 있죠. 먼저 어르신께서 탕약을 드시고 난 후에 다시 살펴보죠.”서강빈은 고개를 세게 끄덕이며 말했다.“할아버지를 살릴 수 있다니, 너무 다행이에요. 서 선생, 우리 할아버지께서 무사할 수만 있다면 우리 임씨 가문에서는 서 선생의 큰 은혜를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서강빈에게 절을 세 번 올렸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뿐이니 도련님께서 이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만 이 설련은 줄기만 사용해야 합니다. 꽃잎은 사용하면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폐의 기를 상하게 하여 오히려 어르신께 독이 될 수 있어요.”서강빈은 다시 한번 당부했다.“알겠어요. 지금 당장 사람을 시켜서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임호는 설련을 곁에 있는 간호사에게 건네려고 할 때 손인수가 서둘러 다가오며 말했다.“도련님, 이런 일은 저에게 맡기세요.”이렇게 말하며 손인수는 고개를 돌려 서강빈을 바라보았다.서강빈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인수의 의술로 보아 이 정도로 간단한 일을 처리하는 건 거뜬했다.손인수는 나무 상자를 받아들고 무척 공손하게 서강빈을 향해 인사를 건넨 다음에야 병실을 나섰다. 이선종은 살짝 미간을 찌푸린 채 물었다.“서 선생과 손 신의는 예전부터 알던 사이였습니까?”“그런 셈이죠.”서강빈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그제야 자신이 병실에 도착
이선종이 듣기에 서강빈의 말은 지금 장난을 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임성진 어르신은 천주 군사구역의 고위층 지도자였다. 만약 정말 병을 완치할 수 있다면 오늘까지 끌었을 필요가 있겠는가? 설마 천주의 모든 유명한 의사들이 다 서강빈보다 못하다는 말인가?서강빈은 침대에 누워있는 임성진 어르신을 살펴보았다. 어르신의 얼굴이 창백하고 호흡이 미약한 것을 보고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가 예상한 것보다 훨씬 복잡한 듯 보였다. 서강빈은 먼저 진혼 부적을 사용해서 총알 파편을 제거한 후 어르신한테 침을 놓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로 보아서는 반드시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를 먼저 안정시켜야 했다.“임성진 어르신의 지금 상태로 보아 바로 총알의 파편을 꺼내면 안 됩니다.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먼저 기맥을 안정시켜야 해요. 선생님께서는 제 생각에 동의하시는지요?”서강빈은 고개를 돌려 이선종을 보면서 말했다.“흥! 자네는 말을 참 쉽게 하네. 나조차도 확신할 수 없는데 자네처럼 젊은 사람이 무슨 수로 어르신의 상태를 안정시킨다는 말인가? 그리고 임성진 어르신은 지금 폐 기능이 감퇴한 것뿐만 아니라 오장육부가 모두 망가지고 있다네.”이선종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며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말했다.“선생님, 그 말은 너무 극단적인 것 같은데요? 어떤 경우에는 당신이 못한다고 해서 다른 사람도 못 하는 게 아니거든요. 의술을 놓고 말할 때도 누가 더 잘하고 못하는지는 지금 결론을 내기에는 이른 것 아닌가요?”서강빈은 말을 마치고 곁에 있는 책상에 놓인 종이와 볼펜을 들고 능숙하게 써 내려간 처방을 이선종에게 건네며 말했다.“선생님, 내 처방전이 어르신의 병세를 안정시키는 데 효과가 있을지 한번 보십시오.”이선종은 못마땅하다는 얼굴로 서강빈의 손에서 처방전을 건네받아서는 자세히 읽어보았다. 조금 전까지도 가소로운 표정을 하고 있던 이선종은 서강빈의 탕약 처방전을 보고 나서 놀란 기색이 역력했다.“이게... 이 처방
이선종은 성회에서 유명한 신의였는데 원장의 체면이 아니면 멀리서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봐주러 오지 않았을 것이다. 단지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복잡하여 이선종도 연신 고개를 저었다.“주 원장님, 감사합니다.”임호는 먼저 원장한테 감사 인사를 하고 뒤에 있는 서강빈을 가리키며 말했다.“하지만 저희 할아버지의 병은 서 선생이 고칠 수 있을 것입니다.”서강빈의 일이 있고 나서 사람들을 대하는 임호의 말투와 태도는 큰 변화가 있는 걸 어렵지 않게 보아낼 수 있었다. 더는 예전의 거만함이 없었다.“뭐라고요? 서 선생? 무슨 서 선생이요? 하느님이 와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장담하지 못할 것입니다.”이선종의 표정에는 분노한 기색을 띠고 고개를 들어 임호를 보며 말했다.“어르신은 폐에 총알의 잔해가 남아있기 때문에 병든 것입니다. 아무리 최고급의 기기를 사용한다고 해도 꺼낼 수가 없어요. 그 잔해가 남아있는 한 무슨 약을 쓰더라도 다 소용이 없습니다.”이 말을 들은 서강빈은 담담하게 웃으며 말했다.“총알의 잔해일 뿐인데 그 정도까지는 엄중하지 않죠.”‘뭐라고? 총알의 잔해일 뿐인데?’이 말을 들은 이선종은 표정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자네가 의술을 정말 아는지 의심되네. 잔해가 체내에 남아있다는 건 무슨 의미인지 알고 있어? 장기가 쇠퇴하고 있다는 말일세! 그 어떤 사람이 와도 이렇게 엄중한 병은 치료할 수가 없다네.”이선종은 큰소리로 호통을 쳤다. 그가 보기에 서강빈은 아무것도 모르는 애송이었다. 하여 그의 말속에는 오만함이 다분했고 무례하기 그지없었다.“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져와서 저 사람한테 보여주세요!”주 원장은 다급하게 곁에 있는 간호사를 불러서는 손짓을 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간호사는 임성진 어르신의 폐 검사 결과를 가지고 와서 서강빈에게 건넸다. 서강빈은 x 레이 사진 속의 음영을 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여기일 것이다.x 레이 사진 속의 거대한 음영을 보고 임호는 순간 눈앞이 캄캄해지는 것을 느끼며 몸이 휘청
“서 선생, 잘못했습니다. 제발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할아버지께서... 지금 더 버티기 어렵습니다.”이렇게 말하며 임호는 참지 못하고 다시 눈물을 흘렸다.그는 무릎을 꿇는 순간부터 서강빈이 승낙할 때까지 무릎을 꿇고 있으리라고 마음을 먹었다.사실 서강빈은 이미 우남기 어르신한테서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에 대해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었다. 방금 그린 진혼 부적도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준비한 것이다.임호한테 그렇게 차갑게 대한 것은 임호에게 교훈을 주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임호의 행동은 서강빈의 마음을 동하게 했다. 대장부로서 무릎을 꿇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더욱이 임호처럼 도도한 사람이 할아버지를 살리기 위해 자신의 가게 앞에서 무릎을 꿇는다는 것은 그의 효심을 증명하기에 족했다.이렇게 생각한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했다.“서 선생.”임호는 감격한 얼굴로 서강빈을 쳐다보았다.“그래요, 도련님, 어르신한테 갑시다.”서강빈은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정말 저를 용서하신 겁니까?”임호는 눈물을 닦으며 빨개진 두 눈으로 말했다.서강빈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고 임호를 칭찬하는 듯한 눈빛을 보냈다. 자신의 가족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심지어 자신의 자존심까지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진정한 대장부였다.“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 선생, 이리로 오십시오.”임호는 이렇게 말하며 차 문을 열려고 했지만 조금 전 비를 맞으며 빗속에서 너무 오래 있은 탓에 예전에 다쳤던 무릎이 다시 말썽을 일으켜 임호는 비틀거리다가 바닥에 넘어지고 말했다. 서강빈은 손을 뻗어 임호를 부축하고는 은침을 하나 떠내 임호의 무릎에 있는 혈 자리에 꽂았다.은침의 위에 영기가 맴돌더니 바로 임호의 체내로 들어갔다. 이윽고 따뜻한 느낌이 몸에 퍼지면서 임호의 무릎에 있던 상처는 기적처럼 완치되었다.“이게...”임호는 깜짝 놀랐다. 대단한 한의사, 심지어 신의 손이라고 불리는 의사까지 다 찾아가 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서강빈은 임호에게 눈길을 보내지도 않고 곁에서 청소하는 염지아에게 말했다.“그만하고 손님 보내드려.”염지아는 서둘러 손에 있던 걸레를 내려놓고 앞으로 다가가 냉랭한 표정으로 말했다.“돌아가십시오. 여기는 당신을 환영하지 않습니다.”염지아는 무슨 일이 발생했는지는 자세히 모르지만, 권효정한테서 어느 정도 맥락은 들어서 알고 있었다.임호처럼 자신의 출신을 내세워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사람들을 염지아도 좋게 보지는 않았다.천주에서 오면 어떤가? 그 누가 와도 주인님한테 병을 치료해달라고 하려면 공손한 태도로 부탁해야 한다.임호는 침을 삼키고 깊게 숨을 들이쉬고는 말했다.“서 선생, 어제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한테 뭐든 시켜도 상관없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는 앞으로 며칠 버티지 못하십니다.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임호는 말하면서 염지아를 지나치려고 했다.“왜 이러는 거예요? 말을 못 알아듣는 거예요? 당장 나가세요!”염지아는 앞으로 다가가서 임호의 길을 막았다.임호는 염지아를 한번 보더니 주먹을 꽉 쥐었지만 그래도 순순히 문 앞까지 물러났다.두 시간 동안 임호는 문 앞에 꼿꼿하게 서 있었다. 강렬한 태양에 임호는 땀범벅이 되었지만 조금도 방심할 수가 없었다. 해가 지고 하늘이 어두워지고 나서야 임호는 다시 돌아서서 서강빈에게 말했다.“서 선생, 제발 부탁입니다. 저희 할아버지를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무릎 꿇겠습니다.”말을 마친 임호는 문 앞에서 털썩 무릎을 꿇었다.“미안하지만 바빠서 시간이 없어.”서강빈은 여전히 임호에게 눈길을 주지도 않은 채 말했다.“서 선생, 만약 도와주신다면 그 은혜는 절대 잊지 않을 것입니다.”임호는 말하면서 연신 절을 올렸다. 눈가가 빨개진 임호를 보면서 염지아와 권효정도 마음이 좋지 않았다.물론 임호가 어제는 행동이 지나쳤지만, 그의 효심은 용서를 받을 만했다.바로 이때, 하늘에서 번개가 치더니 순식간에 비가 양동이로 퍼붓듯 쏟아졌다.임호는 비를
손인수는 서강빈의 의술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임성진 어르신이 잠시는 무사하게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룻밤 사이에 어르신께서 다시 위독해지는 것은 말이 안 된다.“손... 손 신의, 서강빈이 안 온다고 합니다.”임호는 이를 악물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도련님, 서강빈 씨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얘기를 어떻게 하신 겁니까?”손인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물었다.“그게...”임호는 그 물음에 마음이 찔렸지만, 할아버지를 위해 그때의 상황을 사실대로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뭐라고요? 도련님, 부탁하러 간 사람이 그러는 게 어디 있습니까? 그건 납치 아닙니까?”손인수의 마지막 말은 거의 호통치듯 했다.임호도 아주 자책하며 말했다.“손 신의, 제가 잘못했습니다. 하지만 저희 할아버지께서 지금 정말 위독하십니다. 제발 부탁합니다.”이렇게 말하는 임호의 강인한 얼굴에서 눈물이 몇 방울 흘러내렸다. 손인수는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도련님, 사실대로 말하면 제가 어르신을 살리고 싶지 않은 게 아닙니다. 저는 실력이 모자라서 그럴만한 능력이 안 됩니다.”손인수의 말에 임호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아서 황급하게 물었다.“손 신의, 그 말씀은 신의께서도 방법이 없다는 말씀입니까?”지금까지 임호는 모든 희망을 손인수에게 걸었었다. 아무래도 5년 전에 임성진 어르신의 고질병이 재발했을 때, 손인수가 한번 살려준 적이 있었다.이번에 임호가 서강빈에게 그렇게 무례하게 대할 수 있었던 것도 손 신의를 믿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손인수의 그 말은 그의 모든 신념을 한순간에 다 무너뜨렸다.어렸을 때부터 그는 할아버지의 곁에서 자라왔는데 군인이 된 이후로 항상 할아버지를 인생의 롤모델로 여겼었다. 할아버지가 곧 자신을 떠난다는 생각에 임호는 더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통곡했다.“도련님, 제가 돕지 않으려는 게 아닙니다. 몇 년 전 그때는 운이 좋았던 것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임성진 어르신의 상태는 그때보다 더 심각합니다. 제
말을 마친 임호는 분노하여 콧방귀를 끼고는 병실로 들어갔다.“동진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송주의 시장 허명수가 조용히 병실을 나서면서 방동진에게 물었다.“참나, 임호 도련님께서 너무 경솔하신 탓에 서 선생을 모셔오지 못한 것도 모자라 서 선생한테 손을 대려고까지 했어요. 우남기 어르신께서 중간에서 수습하지 않으셨다면 정말...”방동진은 여기까지 말하고 난감하듯 한숨을 내쉬었다.“아이고, 임호도 참.”허명수는 미간을 찌푸리고 복도를 거닐며 말했다.“서강빈이라고 하는 사람이 임성진 어르신의 병을 고칠 수 있다고 확신해?”“아주 확신합니다.”방동진은 이렇게 말하며 난처한 표정으로 허명수의 귓가에 몇 마디 속삭였다. 아무래도 남자인데 남자 구실을 하는데 문제가 생긴다면 입에 담기가 어려웠다.허명수는 말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다가 입을 열었다.“그럼 당장 서강빈한테 전화해봐. 지금 당장 올 수 있으면 제일 좋고. 임성진 어르신의 상황이 그리 좋지 않으셔.”방동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난감한 얼굴로 말했다.“시장님, 그때 상황을 보지 못해서 그렇게 얘기하십니다. 만약 그 사람이 저라고 해도 저는 오지 않을 것입니다.”“동진아, 임성진 어르신의 안위가 달린 일이야. 그 사람을 납치해오더라도 데리고 와야 해.”허명수는 명령하는 말투로 말했다.“시장님, 문제는 저한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 선생이 나서주기를 원한다면 임호 도련님께서 직접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목마른 놈이 우물 판다는 얘기도 있잖습니까?”방동진은 서강빈의 성격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임호가 만약 예의를 차리고 정중하게 부탁하면 우남기 어르신의 체면을 봐서라도 서강빈은 절대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문제는 임호가 아예 서강빈을 무시하고 심지어 서강빈의 몸에 손을 대려고 했다는 것이다.서강빈이 참지 못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고 방동진조차 임호가 너무했다고 생각이 들었다.하여 방동진은 임호가 강효 그룹을 나서는 순간부터 이 일에 더는 관여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먹었다.
서강빈은 차갑게 곽수철을 쳐다보며 얼음같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곽수철, 설마 오늘 여기를 살아서 떠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뭐라고?’곽수철은 이 말을 듣고 고개를 번쩍 들었고 서강빈과 눈이 마주쳤다. 서강빈의 눈빛에서 그는 섬뜩한 살기를 느꼈다.“너... 너 감히 나를 죽인다고?”곽수철은 서강빈이 감히 자신을 죽일 것이라고 절대 믿지 않았다. 곽수철은 자신이 킬러를 고용해서 서강빈을 죽일 수만 있지 절대 서강빈이 자신을 죽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단정 지었다.서강빈은 이 작은 송주의 별 볼 일 없는 작은 가게의 사장님일 뿐이다. 그런 서강빈에게 사람을 죽인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는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달빛이 비치지 않은 깊은 밤에 바람까지 세게 불면 사람 죽이기 딱 좋아. 네가 장소를 아주 잘 골랐어. 시간대도 잘 골랐고.”서강빈은 고개를 들고 고요한 숲을 한번 둘러보고는 차갑게 웃으며 말했다.“아니... 서강빈, 너는 나를 죽이면 안 돼. 내가... 내가 이렇게 빌게. 제발 나를 놔줘. 내가 정말 잘못했어.”곽수철은 겁을 먹고 울음을 터뜨렸다. 그는 죽고 싶지 않다. 그렇게 많은 돈을 아직 다 쓰지 못했고 여자들과도 더 놀고 싶었다. 그리고...어찌 됐든 지금 그는 살고 싶은 생각뿐이었다.“말해. 저것들은 다 무슨 사람들이야?”서강빈은 곽수철의 가슴을 밟고는 차가운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내가 말한다면 너... 너는 나를 놔줄 거야?”곽수철은 겁을 먹은 얼굴로 말했다. 서강빈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했다.“곽 대표, 시간을 아껴. 지금 피가 빠져나오는 속도로 봐서는 5분 안에 죽게 될 거야.”말하면서 서강빈은 곽수철의 허벅지에 꽂힌 칼을 세게 휘저었다. 곽수철은 아파서 경련을 일으켰다. 곽수철처럼 곱게 자란 사람들이 이런 고통을 참아낼 수 있을 리가 만무하다.몇 초가 지난 후, 곽수철은 연신 애원하며 말했다.“서강빈, 말할게, 내가 다 말할게! 제발 나를 그만 괴롭히고 나 좀 놔줘!”“말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