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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7화

“헉헉.”

소이현이 가루가 됐을 때 꿈쩍도 하지 않던 서나영의 입에서 쉰 소리가 났다.

가슴의 핏 구멍에 핏발이 떠올라 지렁이가 구불구불 비틀거리는 것처럼 서로 결탁하여 혈육 피부를 이루었다.

짧디 짧은 십여 개의 숨결 후에 핏 구멍은 사라졌다.

두 줄기의 피 망울이 눈에서 언뜻 나타났다.

서나영이 일어서자 연뿌리가 부러진 것처럼 하얀 팔을 살짝 들어 핏발이 만연하고 핏빛 긴 칼이 그려졌다.

기세가 등등하여 온 대전에 가득했다.

바닥, 기둥, 돌 침대, 천장까지 촘촘한 절단 자국이 나타났다.

이때의 서나영의 몸에는 포학, 원망, 피를 갈망하는 기운이 용솟음치고 있었다.

대전 전체를 휘감는 핏빛은 미친 살의에 탐하는 염원이다.

그 속에는 놀라운 죽음의 기운이 섞여 있다.

그림자 속에서 온몸이 피 안개 속에 싸여도 희미하게 아름다운 누군가가 걸어 나왔다.

방금 모든 것을 절단한 그 무서운 살기는 서나영에게 아무런 상처도 주지 않은 것 같다.

서나영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그림자를 바라보았다.

피를 머금고 의사를 죽이는 전대미문의 광기로 손에 든 긴 칼을 들어 내리쳤다.

핏빛 칼날이 유일한 것이 되어 모든 것을 뒤덮을 정도로 찬란했다.

바로 이 순간, 요조의 그림자는 손가락을 굽혀 한 번 쳤다.

칼날이 가벼이 흩어지더니 이 그림자는 서나영의 몸 앞에 나타났다.

서나영이 다시 공격하기도 전에 그녀는 희미한 흰 빛을 반짝이고 있지만 핏빛은 잠길 수 없는 작은 구슬을 서나영의 미심에 붙였다.

서나영은 벼락을 맞은 듯했다.

이 구슬은 근거 없이 서나영의 미심에 들어가 가뭇없이 사라졌다.

광포한 혈살의 힘이 갑자기 사라졌다.

핏빛으로 뒤덮인 서나영의 두 눈동자가 반짝였다.

눈알이 점점 돌아가고 흩어졌던 눈빛이 초점을 되찾았다.

풀썩-

서나영은 땅에 주저앉았다.

고개를 숙이고 서나영은 자신을 쳐다보았다.

아무런 옷도 걸치지 않은 상태다.

“누구야?”

거친 숨을 몰아 쉬고 서나영은 일어서서 핏빛에 휩싸인 이 모습을 똑바로 보았다.

[넌 내가 누군지 알 필요 없어. 단지 내가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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