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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13화

성국 북방.

태림 강변.

천극문 태상 장로 구봉은 마음을 가라앉히고 앉아 있다.

구봉은 손에 낚싯대를 가지고 낚시를 하고 있다.

강물이 들끓어 헤엄치는 고기가 끊임없이 모여든다.

그의 미끼가 좋아서가 아니다.

정반대로, 그의 낚싯바늘은 미끼가 없다.

물고기 떼가 모여 뛰는 것은 그의 몸에 녹아내 릴 수 없을 정도로 짙은 생명의 기운에 매료된 것이다.

이것은 구봉의 수행이다.

갑자기 손에 낚싯대가 무거워졌다.

고기가 낚였다.

구봉은 미소를 지었지만 여전히 움직이지 않았다.

점점, 그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는 생명의 기운은 점점 흩어졌다.

심장마저 멈춘 것 같다.

사기가 생기를 대신하여 감돌았다.

주위에서 자라는 푸른 풀과 작은 꽃은 순간 육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시들었다.

강에 모여든 물고기들은 놀란 듯 줄줄이 가라앉았다.

잠시 후 강물이 도도하고 물고기 한 마리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았다.

구봉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이미 사경에 이르렀다.

“축하해요.”

아름다운 소리가 뒤에서 울려 퍼졌다.

구봉은 눈동자가 움츠러들고 갑자기 몸을 돌려 손에 든 낚싯대가 찬란한 빛을 발하며 휩쓸어 왔다.

캬-

낚싯대가 부러지다.

구봉 뒤에 한 여자가 서 있다.

그녀는 핏발 가면을 쓰고 핏빛 혼수를 입고 조용히 서 있었다.

선혈이 그녀의 발 밑에서 만연하여 감옥을 이루었다.

“혈살문 주인!”

구봉은 깜짝 놀라며 말했다.

“어떻게 감히!”

혈살문 주인은 대답하지 않고 손을 내밀어 다섯 손가락을 벌렸다.

“파!”

구봉이 맹렬히 소리를 치자 낚싯대의 허영이 하늘에서 떨어졌고 그 날카로운 낚싯바늘은 혈살문 주인의 손을 관통 시켰다.

순식간에 선혈이 낭자했다.

“생각지도 못했지?”

구봉은 냉소하며 말했다.

“노부 방금 사경을 돌파 했어. 너 따위는 두렵지 않아.”

혈살문 주인은 손을 들어 자기 손바닥의 구멍을 바라보았다.

그 구멍은 육안으로 볼 수 있는 속도로 축소되더니 마지막에는 처음처럼 회복되었다.

그리고 그녀는 다시 손을 내밀었다.

구봉의 몸 주위에는 끝없는 검은 안개가 용솟음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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