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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03화

성국의 인구는 너무 많다.

매일 많은 사람들이 죽어간다.

흉수에게 먹히고 원수에게 치이고 기습당하고 약탈당하고 등 여러가지 이유로 죽어 간다.

어떻게든 죽게 되어있으니 어떻게 죽는지는 그리 중요하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래서 만 명이 죽었지만 별다른 물보라를 일으키지 않았다.

마찬가지로 999명의 소녀가 실종된 것도 실종자의 가족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주의를 끌지 못했다.

정이슬은 그 999명의 소녀가 기둥에 묶인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소녀들의 눈빛에는 슬픔과 공포 두가지 감정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서나영의 눈빛에는 우울함도 있었다.

하지만 더 깊이 자세히 보면 또 이 우울함 속에는 어느 정도의 해탈함도 새어 나왔다.

이곳에 갇혀 있는 동안 굶주린 일도 어떤 신체적 고통도 받지 않았다.

그러나 이런 환경에서의 매 분 매 초는 정신적으로 견딜 수 없을 참혹한 고통이다.

그렇지 않으면 구금된 소녀들은 지금처럼 침체되고 무감각해지지 않을 것이다.

소녀들은 이미 사고력을 잃었고 더 이상 생사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서나영는 오히려 그들이 부러웠다.

이렇게 된 것이 행복이 아닐 수 없다.

“인제 끝날 시간이야.”

서나영은 낮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서나영도 앞으로 뭐가 닥칠지 모른다.

그러나 999의 수가 이미 찼다면 그 다음은 무엇이든 끝을 의미한다.

상대방은 결코 선의로 자기를 풀어주지 않을 것이다.

핏빛 궁전 밖.

정이슬을 약탈해 온 도적 두목은 공손하게 무릎을 꿇고 경건에 가까운 어조로 말했다.

“주인님, 999명의 현음의 몸을 지닌 자는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궁전의 소이현은 갑자기 눈을 뜨고 통제할 수 없는 광희를 띠었다.

이렇게 오래 기다린 끝에 마침내 준비가 되었으니 말이다.

비록 근 500년의 폭풍우를 겪은 소이현이지만 여전히 이 순간의 흥분을 억제하기 어려웠다.

“내려가자.”

“네.”

잠시 후 소이현은 요괴한 핏발 가면을 들고 얼굴에 쓰고 일어나 궁전을 나섰다.

길을 따라 걷는 내내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소이현은 조용한 것을 좋아해서 아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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