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이 내려 앉았다.스무 개의 찬란한 별들이 반짝인다.그리고 더 높은 곳에 별 하나가 더 있다.공작산 주전에서 공가연은 서현우의 팔에 시시각각 천천히 올라가고 있는 혈선을 바라보며 표정이 굳고 매서웠다.“누가 그랬어?”서현우의 얼굴은 다소 창백 했지만 정서는 평온해 보였다.“천열문 입니다.”“천열문? 어디 감히!”공가연의 눈에는 살의가 피어났다.서현우 귀의문 전인의 신분은 공가연으로 하여금 서현우를 유강훈보다 더 중요시 여기게 하고 있다.지금 서현운우는 천열문의 독에 걸려들었으니 이는 공가연의 심기를 건드린 것과 다름이 없다.“이 단약부터 먼저 먹어.”공가연은 단약 하나를 꺼내 서현우에게 건네주고, 동시에 전음부 한 장을 꺼내 입에서 소리 없이 몇 마디 말했다.그리고 순간에 전음부는 먼지로 변했다.비록 공가연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서현우는 입 모양으로 공가연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았다. 천열문에 또 한바탕 재앙이 밀려들 모양이다.어쩌면 다시는 움직이지 움츠려 어두운 곳에서 숨어 지내야 할지도 모른다.공가연의 손에 든 단약을 받은 서현우는 조금도 주저하지 않고 삼켰다.공가연은 상황을 보고 마음속으로 약간 기뻐하며 서현우에게 말했다.“안심 하거라. 스승은 절대 너를 아프게 두지 않을 것이다. 지금 당장 가서 해독제를 만들어 오마.”“감사합니다.”서현우는 공가연에게 무릎을 꿇었다.이 무릎은 솔이를 대신해서 꿇은 것이다.“얼른 일어나, 돌아가서 기다리고 있거라.”공가연은 마음속으로 더욱 기뻐했다.서현우를 보는 눈빛은 마치 자신의 아이를 보는 것 같았다.서현우를 부축한 후, 공가연은 황급히 자신의 연단 밀실로 갔다.서현우가 정원으로 돌아오자 능이특은 즉시 마중 나와 걱정했다.“류삼중, 너 죽지 마. 우리 아직 돈도 못 벌었고 죽더라도 무석이나 많이 벌어주고 그때 다시 죽어.”“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서현우는 공수하며 마음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피곤해서 휴식이 필요하다는 핑계로 서현우는 방으로 돌아와 무릎
공가연은 서현우를 정말 신경 쓴다.날이 밝기도 전에 연단 방에서 나와 직접 서현우가 있는 정원으로 달려왔다.서현우는 공가연의 목소리를 듣고 즉시 놀라 깨여 나 몸을 뒤척이며 빠른 걸음으로 나섰다.“사존님.”서현우는 즉시 인사를 했다.공가연은 서현우에게 목질의 약병을 건네주었다.“이거 먹으면 괜찮아 질 거야.”“감사합니다.”서현우는 다시 무릎을 꿇었다.여전히 솔이를 대신해서 무릎을 꿇은 것이다.생명을 구해준 은혜이니 반드시 무릎을 꿇어야 한다.“난 네 스승이다. 널 구해주는 건 당연한 일이다.”공가연은 서현우를 부축하며 꾸짖었다.“앞으로 더는 무모하게 행동하지 말아야 한다. 4금 의사라는 자가 독에 걸려들다니, 참 부끄럽구나.”서현우는 얼굴이 붉어지며 후회하는 모습을 보였다.“명심하겠습니다. 어젯밤에는 정말 지혜롭지 못했습니다.”“그 여인이 너 보고 뭐라고 했어?”공가연이 물었다.서현우는 진작에 어떻게 대답할지 생각하고 즉시 말했다.“천열문이 허씨 가문의 아가씨를 잡았다고 저더러 천열문 밑에서 일을 하라고 그랬습니다. 아니면 다시는 아가씨를 만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협박했습니다.”공가연은 한숨을 쉬었다.“제자 잘못을 알았습니다.”서현우는 고개를 숙였다.“멍청아, 왜 허씨 가문의 아가씨만 연루되면 사고사 정지되는 거야, 허씨 가문은 13족 중의 하나이고 세력도 엄청 난데 천열문이 어떻게 그 댁의 아가씨를 납치 했겠어?”서현우는 정색하며 말했다.“저도 믿지는 않았습니다. 근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감히 어쩌지 못했습니다. 납치됐다는 소리에 정신이 나갔고 술을 마시다 보니 독에 걸려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 후회하지 않습니다.”끝없는 정을 담아 가슴이 떨릴 정도로 굳건했다.사실 후회하지 않는 다는 말은 자신에게 하는 것이다.이른바 허씨 가문의 아가씨를 위해서가 아니라 진아름, 솔이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였다.공가연은 서현우를 보는 눈빛에는 복잡함과 함께 담담한 슬픔과 추억으로 가득 차 있었다.“굳이 그럴 필요가 있어?
서현우의 신분을 위조해 준 보이지 않는 손이 자신의 계획을 드러내고 있다.서현우는 이 사람이 눈 앞에 있는 허나운이 아닌가 하는 생가도 들었다.가짜라면 이해할 만하다.만약 사실이라면, 그것은 너무 무서운 일이다.13족 중 한 명인 허씨 가문의 이 아가씨는 절대적인 권력을 지니고 있으니 함께 연기에 부응해야 한다.보이지 않는 그 손이 도모하고 있는 것은 정말 상상조차 할 수 없다!애인이 마침내 가족이 되는 것을 보고 공가연은 기쁨에 겨워 고개를 끄덕이다가 조용히 몸을 돌려 떠났다.엷은 안개가 자욱한 천지 사이에 서서 공가연은 서현우의 작은 정원을 돌아보았다.그리고 얼굴에는 슬픔과 그리움이 가득 담겨 있었다.“삼중도 행복을 되찾았는데, 난 얼마나 더 기다려야 하는 걸까?”그윽한 원한이 바람에 흩어지자 공가연은 적막하게 떠났다.방금 전까지 심금을 울리는 연기를 선보인 두 사람은 태도가 180도 변해버렸다.차가운 표정의 허씨 가문 아가씨와 마음이 무겁고 눈빛도 무거워 보이는 서현우다.“내 신분을 의심하는 거야?”허나운이 물었다.서현우는 대답하지 않았다.“난 허나운 이라고 하고 허씨 가문의 첫째 딸 이야.”허나운은 표정부터 말투까지 곳곳에서 고귀함을 드러내고 있다.서현우는 바로 그녀의 발 밑에 하찮은 개미다.“네 목숨은 내가 쥐고 있는 듯한데, 내 말에 따르지 않으면 공가연이 아마 먼저 나서서 널 죽이겠지?”서현우는 한참 동안 침묵하더니 말했다.“아가씨, 단도직입적으로 말씀 하시죠. 뭘 원하시는 겁니까?“내가 왜 너를 알고 있는지 왜 너와 이 연기를 했는지 궁금하지 않아?”“궁금하지 않습니다.”서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허나운의 눈에는 한 줄기 엄한 빛이 번쩍였지만 또 수렴하여 말했다.“넌 어떤 질문도 할 자격이 없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하면 돼.”“아무것도 묻지 않았습니다.”서현우가 다시 말했다.그러자 허나운은 실눈을 뜨고 목소리에 살기를 띠었다.“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신약문 총 시험에서 1등을 하는 거야”.서현
서현우는 처음으로 자신이 흉악하다고 느꼈다.그러나 서현우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만약 공가연에게 고백한다면 자신의 생명은 장담하기 어렵다.아마도 공가연에게 누를 끼칠 수도 있을 것이다.그 보이지 않는 그 손은 하늘을 가리는 재주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제자 동영 협곡에 갔다 오려고 합니다.”동영 협곡에는 밖에서 극히 보기 드문 천재 지보가 많이 배양 되어있는데 이는 신약문의 중요한 곳이다.외부인이 들어오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신약문의 제자조차도 쉽게 들어갈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도 있다.서현우는 영지호가 동영 협곡에 있는지 확실하지 않지만 가족과 관계되어 있는 일이니 한번 가야만 한다.“동영 협곡에?”공가연은 서현우를 한번 보고 물어보려 했지만 묻지 않고 옥패 하나를 꺼내 서현우에게 건네주었다.“자, 마침 나도 최근에 단약을 좀 제련하려고 하는데 약재가 필요하는 참이 었다. 필요한 재료는 이미 안에 새겨져 있으니 대신 구해 오거라.”“네.”서현우이는 성심 성의껏 절을 했다.이런 믿음은 약육강식의 성국에서 너무 소중하다.서현우의 마음속에서 공가연은 이미 반 스승이라고 할 수 있다.날이 저물어갈 무렵, 거대한 번개 독수리 한 마리가 공작산에서 하늘을 찌르며 석양을 맞으며 갔다.번개 독수리는 신약문에 길들여진 교통 수단으로 다섯 개의 산에 각각 두 마리씩 분배되어 있다.문하 제자가 급한 일이 있어 외출할 때 스승님께 가서 청하여 사용해도 된다.비용은 결코 만만치 않다.그러나 서현우는 공가연의 친전 제자로서 무석을 지불 하지도 않고 공짜로 탔다.번개독수리는 속도가 매우 빠르지만 밤새도록 날아 서야 동영 협곡에 도착했다.고공에서 내려다보면 우뚝 솟은 웅장한 산봉우리 사이에 구불구불한 협곡이 만연하여 마치 찢어진 것처럼 가장 원시적인 야성감각으로 가득 차 있다.번개독수리는 거대한 날개를 퍼덕이며 땅에 떨어졌고 서현우는 번개독수리의 날카로운 발톱을 두드렸다.번개독수리는 머리를 쳐들고 날카로운 울음
“공의존이 필요로 하는 약재는 이미 잘 배합했습니다.”서현우가 생각을 마치기도 전에 한 여제자가 다가와 서현우에게 말했다.“감사합니다.”서현우는 인사를 하고 이 여 제자를 따라 마을로 돌아와 소포를 받았는데 그 속에는 공가연이 필요한 약재가 들어있었고 전부 분류되어 놓여 있었다.“신세 많이 졌습니다. 그럼, 제자 이만 가 보겠습니다.”서현우는 작별을 고했다.협곡을 나가는 길에 서현우의 얼굴은 보기 흉했다.공가연은 서현우를 믿어서 동영 협곡으로 오게 했다.하지만 서현우는 아무런 답도 얻지 못했다.‘영지호는 도대체 무슨 뜻일까?’생각할수록 초조해 지자 서현우는 고개를 들어 탁한 기운을 길게 토했다.그 후 갑자기 발걸음을 멈추었다.서현우는 문득 무언가를 발견했다.멀지 않은 구석에 볼품없는 작은 풀 위에 약간 붉은색이 있다.서현우는 쪼그리고 앉아 풀을 뽑아 자세히 관찰한 뒤 코에 다가가 냄새를 맡았다.피비린내, 아주 옅어 거의 맡을 수 없을 정도다.서현우가 아닌 다른 사람들은 절대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동영 협곡은 싸운 흔적도 없고 외부인도 없는데 왜 마른 혈흔이 있을까?심사숙고하던 서현우는 시선을 발 밑에 두었다.서현우는 손을 뻗어 바닥을 헤집고 눈빛을 약간 굳혔다.이 지면은 이상이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얼마 전에 한 번 뒤집힌 적이 있다.왜?서현우는 가장 큰 가능성은 이곳에서 전투가 벌어졌을 것이라고 추측했다.한쪽은 패전하고 죽고 다른 한쪽은 전투의 흔적을 감추었다.이 작은 풀의 마른 피는 전투의 흔적을 청소하는 쪽이 눈치채지 못하고 남긴 것이다.동영 협곡에는 신약문 사람 외에는 아무도 들어올 수 없다.싸움을 한 이들은 누굴까?왜 싸움이 일어 난 걸까?또 왜 싸움의 흔적을 감추고 이런 싸움이 일어났다는 것을 알리고 싶지 않은 걸까?두서가 없다.왠지 모르게 서현우가 가슴이 뛰었다.서현우는 누군가가 몰래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눈빛이 번쩍이자 서현우는 신발의 진흙을 두드리는 척하다가 일어
서현우는 자신이 좀 놀란 모습을 보여야 이 상황에 부합한다고 느꼈다.하지만 서현우는 그러지 않았다.이미 많이 화가 났는데 더 이상 화를 내면 격조가 없어 보인다.그래서 서현우는 격조 있는 말을 물었다.“허나운은 어디에 있습니까?”사장은 망연히 서현우를 보고 조심스럽게 물었다.“도련님, 허나운이 누구입니까?”서현우는 눈을 깜박거리며 이 옷 가게 사장을 자세히 훑어본 후 말했다.“계속 모르는 척 할 꺼야? 한 번 본때를 보여줄까?”“그러지 마세요!”사장은 즉시 겁을 먹었다.“소인은 단지 단약을 구하고 싶을 뿐, 도련님이 원하지 않으면 주시지 않으셔도 됩니다. 옷은 선물로 드릴게요.”“그럼, 감사히 받을게.”서현우는 몸을 돌려 가버렸다.사장은 괴로운 표정으로 서현우가 가게 입구에서 사라지자 뒤돌아 서서 카운터로 돌아가 중얼거렸다.“오늘 손해를 크게 봤어! 역시 그 누구도 믿어서는 안 돼! 단약도 얻지 못하고 옷도 잃고 말이야!”말이 끝나자마자 사장은 발자국 소리를 들었다.즉시 마음속의 억울함을 억누르고 습관적으로 웃는 얼굴을 하고 나갔다.“어서 오세요.”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현우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것을 보고 즉시 멈추었다.이미 옷 한 벌을 공짜로 주었는데, 더 이상 공짜로 줘서는 안 된다.“누군가 너에게 이 소식을 알려주면 내가 너에게 단약을 준다고 그랬어?”서현우가 사장에게 물었다.사장은 멍해 졌지만 곧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네, 방금 내가 뒤에 가서 도련님의 옷을 고르고 있을 때 한 사람이 창 밖에서 나를 불었어요. 그리고 모처럼 신약문의 제자를 만났는데 단약을 원한다면 소식과 옷을 가지고 바꾸겠다고 말하라고 그랬어요.”서현우가 손가락을 튕기자 단약 한 알이 사장을 향해 날아갔다.사장은 손을 뻗어 받았지만 제대로 받지 못해 땅에서 한 참이나 허둥대고 서야 땅에서 단약을 주웠다.보배처럼 위의 먼지를 불며 자세히 냄새를 맡고 바라보았다.“4급 생골단이야. 네가 쓰기에 충분할 거고 더 귀중한 단약은 오
“대감님, 혹시 저에게 무석을 주지 않으려는 겁니까?”서현우가 오랫동안 움직이지 않자 아이는 고개를 들어 서현우를 바라보며 물었다.서현우는 억지로 웃으며 소무석 두 개를 꺼내 아이에게 건네주었다.그러나 아이는 무석을 받지 않고 오히려 무릎을 꿇었다.“받고 싶지 않습니다. 받는 다고 해도 써 보지도 못하게 죽게 될지도 모릅니다. 소가 되든 말이 되든 뭘 해도 좋으니 제발 저 좀 살려주세요.”아이의 말을 듣고 서현우는 손을 떨었다.손가락을 구부리고 주먹을 꼭 쥐었더니 소무석 두 개가 약간 배겼다.“넌 이름이 뭐니?”서현우는 나지막한 목소리로 물었다.“소인 등장이라고 합니다.” “어디로 등장하라고?”아이는 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서현우를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제 이름이 등장입니다. 듣기 싫으시다면 장나라고 부르 셔도 됩니다.”서현우는 전혀 웃기지 않았다.“길 안내해, 잠시 머물 곳을 찾아야 해.”서현우가 말했다.“네! 주인님, 제가 모시겠습니다.”아이는 흥분하여 서현우에게 따라오라고 표시했다.“소인 어릴 때부터 명송성에서 자라서 모르는 곳이 없습니다.”“너무 좋은 곳도 너무 나쁜 곳도 아닌 적당한 곳으로 안내 해.”“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아주 마음에 쏙 들게 안내하겠습니다.”“이 세상에 누군가의 주인이 될 수 있는 사람은 없단다. 그러니 앞으로 나를 선생님이라고 부르면 된다.”서현우의 말을 듣고 등장은 발걸음을 잠시 멈추었다.뒤를 돌아 서현우를 바라보았는데, 눈빛은 전 보다 더욱 밝아지고 눈시울이 살짝 붉어지기도 했다.하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힘껏 끄덕이고 돌아서서 계속 길을 안내했다.서현우는 눈물 한 방울이 땅으로 떨어진 것을 보았다.명송성 중심 구역에 “들어 오거라”하는 여인숙이 있다.이곳은 이름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다.서현우는 모든 수속을 밟은 후 중무석 하나를 여인숙 직원에게 주었다.등장에게 어울리는 옷 한 벌을 사고 풍성한 저녁상을 준비하고 나머지는 팁으로 가지라고 했다.직원은
서현우는 자기만큼 오지랖이 넓은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다.자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한 명의 안전을 더 책임지게 되니 말이다.이는 매우 현명하지 못한 것이다.죽음을 자초하는 것과 다름이 없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서현우는 등장의 두 번째 스승이 되어주기로 결심했다.감히 제멋대로 결정할 수 있는 이유는 그 보이지 않은 손이 자신을 죽이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 때문이다.그래서 서현우는 등장 곁에 두고 지킬 수 없더라도 같이 있는 동안만 이라도 잘 지내고 배불리 먹었으면 해서이다.“선생님, 경매는 22성 때 개최됩니다.”등장은 서현우를 감히 스승이라고 부르지 못했다.서현우의 제자가 될 자격이 없다고 느껴져 서다.첫 번째 스승은 빈털터리 도둑이었기 때문에 등장도 도둑이었다.들개와 먹이를 빼앗아야 할 비천한 도둑 말이다.어둡고 습하고 악취가 진동하는 구석에서 죽어야 하는 운명이다.배불리 먹고 죽는 것만으로 이미 여한이 없다.“그래, 가자.”서현우는 대답을 하고 눈을 감고 앉았다.상대방은 이미 진을 쳤다.도망칠 수 없다면 먼저 지켜 볼 수밖에 없다.남강에 있을 때, 체어스가 군대를 거느리고 쳐들어 왔을 때처럼 말이다.서현우는 싸우는 동안에 어떻게 하면 이길 수 있는지 생각했었다.등장은 잠을 자고 서현우는 걸상에 앉아 있었다.밤 하늘에 21개 별이 반짝일 때, 등장은 잠에서 깨어나 흐뭇하게 웃었다.다시 눈을 뜰 수 있다는 것만으로 기뻤다.등장은 창문으로 머리를 내밀고 살펴보았지만 서현우를 부르지 않았다.지금은 겨우 20개 별이 반짝이고 있기 때문이다.제일 밝은 별은 의외로 생긴 것이기에 시간에 넣어서는 안된다.등장은 그 별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는데, 아무래도 별이 떨어질 것만 같았다.그리고 나서 고개를 저으며 쓸데없는 생각을 했다고 느꼈다.‘정말 떨어진다고 한들 나랑 상관이 없잖아.’‘그때가 되면 난 이미 짐승의 먹이가 되어 아무것도 남지 않았을 거야.’이러한 생각을 하면서 등장은 멍하니 바라보기만 했다.21개의 별이 떠오자 등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