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

제849화

다들 침묵을 유지한 채 말을 꺼내는 이가 없다.

움직이지도 않고 물끄러미 서로를 바라보기만 하고 있다.

시간은 이렇게 지루한 과정 속에서 천천히 흘러갔다.

악당 능이특이 재채기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낼 때까지 말이다.

재채기 소리에 모두의 시선은 능이특에게 떨어졌다.

능이특은 침을 꿀꺽꿀꺽 삼키며 서현우 몸 뒤로 발걸음을 조금 옮겼다.

능무성의 악당 도련님은 이곳에서 손민처럼 주눅이 들어 있는 입장이다.

“그동안 심사를 수없이 봐왔지만 늘 3, 5월에 겨우 한 사람이 심사를 통과할 수 있었어. 근데 오늘은 둘이나 되네? 의외의 기쁨이라고 할 수 있겠어.”

공가연은 입을 열고 미소를 지었는데 말투가 아주 온화하여 이웃집 아주머니와 대화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안녕하십니까, 의존 다섯 분을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서현우는 그제야 비로소 입을 열었는데, 자신의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소유연은 흠칫 거리더니 고개를 슬며시 돌려 서현우를 보고 입을 크게 벌렸다.

약동은 당연히 어르신들의 관심을 받을 가치가 없다.

염정인은 뒤통수에 눈이 달리지 않아 소유연의 행동에 주의하지 않았다.

서현우도 곁눈질을 하지 않았다.

유독 능이특만이 소유연의 표정을 눈에 담고 생각에 잠긴 듯 했다.

“우리가 누군지 너희들도 이미 알고 있을 거라고 믿는다. 그럼, 더 이상 지체하지 말고 누구 문하로 들어가고 싶은지 말해 보거라.”

왼쪽에 아무런 표정도 없이 얼굴이 긴 중년 남자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긴 얼굴에는 수염도 자라 있었는데, 선풍도골의 냄새가 풍기는 듯했다.

서현우는 염정인을 바라보았다.

마침 염정인도 서현우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저는 공가연 의존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염정인은 고개를 돌려 공손한 표정으로 말했다.

공가연은 시종 웃는 모습으로 놀라지도 기뻐하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이며 승낙한 셈이다.

긴 얼굴의 중년이 서현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넌?”

“제자도 공가연 의존님을 스승으로 모시고 싶습니다.”

서현우도 즉시 말했다.

그러
잠긴 챕터
앱에서 이 책을 계속 읽으세요.

관련 챕터

최신 챕터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