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찾았어요?!”최윤정의 말을 듣고 서현우는 아무리 태연한 척하고 싶어도 표정관리가 잘 안됐다.설렘과 두근거림, 그리고 긴장감.이 사람은 자신의 여동생을 깨어날 수 있게 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긴장하지 않을 수 있겠어?“네, 찾았어요! 의성시에 있어요, 내가 인차 사람을 보내서 모셔오라고 할게요.”“아니요!”현우는 단호하게 입을 열었다.“표 좀 예약해 줘요. 내가 직접 가서 모셔와야겠어요!”“알겠어요.” 윤정은 대답하고는 몸을 돌려 떠났다.현우는 기뻐하며 다시 자리에 앉아 여동생의 손을 잡고 말했다.“나영아, 너 곧 깨어날 수 있을 거야. 오빠는 네가 주지현과 주민식이 응당한 처벌을 받는 것을 직접 보게 할 거야. 그래야 넌 앞으로 아쉬워하지 않을 테니까.”......중연시 공항.의성시로 가는 비행기 한 대가 하늘로 높이 치솟았다.한 시간 30분을 거쳐 비행기는 의성시 공항에 평온하게 착륙했다.일행은 최윤정뿐이지만 충분했다.두 사람이 함께 공항을 나서자 검은색 상용차 차 문이 바로 열리더니 검은색 양복을 입은 두 사람이 성큼성큼 다가와 윤정을 향해 공손하게 인사했다.“최 비서님 안녕하십니까.”“수고 많네요.”윤정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현우에게 공손하게 대했다.“도련님, 그 사람은 산간지대에서 살고 있는데, 거리가 좀 있어요. 얼른 타시죠.”“음.”현우가 차에 오르자 윤정은 그의 곁에 앉았고 검은 양복을 입은 두 남자는 가운데 한 줄에 앉았다. 차 문이 닫히자 기사는 가속페달을 밟았다. 상용차는 공항을 떠나 재빨리 고속도로로 들어가며 목적지를 향해 달렸다.고속도로에서 나오자, 구불구불한 산간지대에 진입했다. 상용차는 흔들리는 흙길을 달리면서 먼지를 일으켰다.윤정은 차를 따라 흔들리면서 자신도 모르게 현우에게 기댔다. 그윽한 향기가 간간이 풍겨왔다. 현우는 마치 늙은 스님처럼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이 상황을 본 윤정은 실망을 감추지 못했지만 그래도 감히 그 어떤 지나친 행동도 하지 못했다.차는 그렇게 두 시간
"덕훈아! 네 동문의 제자라고 자칭하는 사람이 찾으러 왔는데, 네놈은 무슨 문파냐? 호미문?"방에 들어와 큰소리 외치는 농민 할아버지..서현우가 방에 들어서면서 냄새를 맡더니, 졸였던 마음을 내려놓았다.그는 특수한 약 냄새를 맡았고, 아주 옅어 일반인은 맡을 수 없는 냄새였다.이것은 서현우가 귀의문에 전해온 정혼향이였다.맞아, 이 나덕훈은 바로 오재훈이야!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바로 옆의 작은 집에는 머리숱이 얼마 남지 않은 노인이 삼베 바지를 들고 걸어 나왔고, 그의 입은 살짝 비뚤어져 있었는데 입꼬리가 부자연스럽게 올라가 있어 조롱과 불만을 드러내는 것 같아 남에게 오해받기 쉬웠다.그의 눈길이 먼저 최윤정에게 떨어지더니 어슴푸레한 눈빛은 순간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노인의 눈길에 놀란 최윤정은 은무의식적으로 서현우의 뒤에 몸을 숨겼다.”노인은 그제야 서현우에게 눈을 돌리며 말했다."너희들은 누구냐? 무슨 용건이 있지?”서현우는 허리를 굽혀 절하여, ."귀의문 후계자 서현우, 오재훈 사부님을 뵙니다."라고 말했다."풉..."노인은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뭔 놈의 귀의문이냐? 나이도 어린놈이 농담도 잘하네, 혼자 드라마를 찍고 있는 게냐? 지금이 무슨 세대인데."농민 할아버지와 문밖의 구경꾼들은 모두 참지 못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귀의문? 그건 뭔데?설령 그것이 실제로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나덕훈 영감은 그냥 평범한 독거노인일 뿐이지 귀의문의 사람일 리가 없었다.서현우는 침묵에 빠졌다.오재훈은 이미 귀의문을 벗어났고 이는 오래전의 은혜와 원한과 관련되어 있었는데 한두마디로 이루 다 말할 수가 없었다.이때 최윤정은 참다못해 말을 건넸다."할아버지, 우리가 이렇게나 멀리 찾아왔는데 따로 얘기를 나눌 수 있을까요?""좋아!"노인의 대답은 예상외로 시원시원했고, 그는 최운정을 뚫어지게 쳐다보며 말했다. "아가씨의 말이라면 다 들어줘야지."그의 예리한 눈빛에 최윤정은 또 한 번 놀랐다.사실 이건 이상한 일이었다.
서현우가 여동생을 구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간절했다.하지만 서현우는 자신만의 원칙이 있었다.따지고 보면 최윤정은 서현우의 부하가 아니었고, 구양의 명령에 따라 서현우를 도와 일을 하는 것에 불과했다.설사 자기 부하라 해도 여동생을 구한다고 최윤정을 팔아먹을 수는 없었다.서현우의 과단성에 오재훈은 멍해졌고 최윤정은 무척 감동했다.최윤정은 자신과 서나영이 누가 서현우에게 더 중요한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하지만 서현우는 여전히 그를 거절했고, 심지어 동요하지도 않았다.여동생을 깨울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일지라도, 그는 최윤정을 위해 포기했으니까.이 순간부터 최윤정은 진심으로 자신이 서현우를 위해 한 모든 행동과 노력이 보람 있다고 생각했다.이런 사람은 어떻게 따를 가치가 있으니까!"현우 도련님..."그녀는 발목의 극한 통증을 참으며 서현우를 잡으려 했고, 감동에 빠져 역겨운 입 비뚤어진 늙은이에게 자신을 바치려고까지 했다. 하지만 서영훈은 "더 이상 말할 필요도 없어. 남강에 들어온 순간부터 평생 다른 사람의 위협을 받지 않겠다고 맹세했거든. 여동생을 위해 당신 더러 뭔가를 바치라는 말은 더구나 하지 않을 것이야. 그것은 나를 모욕하는 것과 마찬가지니까. 그럼, 당신 발목부터 치료하고 다시 방법을 생각하지.“ 라고 말했다."잠시만!"급하게 그들을 말리는 오재훈.서현우가 가든 안 가든 상관없지만, 그가 떠나면 이 예쁜 아가씨도 따라가기 마련이기에 오재훈은 아쉬워했다."사백님, 당신의 사람 됨됨이가 어떻든 후배로서 말할 자격이 없지만, 저는 남자이자 군인입니다. 하는 일이 있고 하지 않은 일이 있고, 할 수 있는 일도 있고 하지 못할 일이 있습니다."말하고 나서 서영훈은 최윤정을 부축하며 떠나려 했다. "그럼 네 여동생은?"언성을 높이며 말하는 오재훈.서현우는 발길을 멈추고 돌아서며 정색하며 말했다."만약 여동생이 깨어나 제가 그녀를 깨우기 위해 한 짓을 알게 된다면 그녀는 반드시 저를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녀가 깨
무릎을 꿇어?아득히 떠오르는 옛 기억들.6년 전, 서현우는 늘 서태훈에게 무릎을 꿇고 잘못을 인정하도록 강요당했다.하지만 고집이 센 서현우는 잘못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고, 한번 무릎을 꿇으면 하룻밤을 넘기기 일쑤였다.하지만 진아람과의 사건 이후 서현우는 탈주범으로 남강에 도망쳤고, 그 뒤로 다시는 무릎을 꿇은 적이 없었다.쿵!이 장면을 본 최윤정은 경악에 빠졌고, 석상처럼 몸이 굳어 제자리에 서 있었다.서현우가 오재훈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기 때문이다!"저 서현우는 평생 남에게 업신여김을 당해도 무릎을 꿇지 않았습니다!""적국에 출정하여 구사일생으로 돌아와도 무릎을 꿇지 않았습니다!""하지만 여동생을 구하기 위해 사백님께 기꺼이 무릎을 꿇을 수 있습니다!"사람의 가슴을 찢는 그의 한 글자, 한 마디!최윤정은 이미 충격과 감동으로 눈물범벅이 되었고, 발목이 아픈 것을 참으며 함께 오재훈 앞에 무릎을 꿇었다."현우 도련님의 여동생을 살려주세요! 저 최윤정은 어떤 대가라도 치를 수 있습니다!"쿵!군데군데 틈이 있는 문이 열렸다.무표정해야 할 검은 양복의 두 사람도 직접 무릎을 꿇었다. "제발 현우 도련님의 여동생을 구해주세요!"흩어지지 않고 멀찌감치 서 있던 마을 사람들도 감동했다.서현우 등에게 길을 안내하던 농부가 큰 소리로 외치며, "덕훈아! 능력이 있으면 좀 도와주거라. 나는 또 얘가 부잣집 도련님인 줄 알았는데 남강에서 군대를 이끌고 나라를 지키는 군인이네. 부탁이야!""그래그래, 덕훈 아저씨, 도와줘요.""덕훈 아저씨, 좀 도와주세요!"마을 사람들이 저마다 입을 열며 부탁했다.심지어 코흘리개 어린아이들조차도 벌 떼처럼 몰려와 오재훈을 에워싼 채 소리쳤다: "덕훈 할아버지, 좀 도와주세요, 그는 영웅이에요!"그 장면을 보며 흐느끼기 시작한 최윤정.서현우도 뒤를 돌아보며 눈시울을 붉혔다.이 마을은 너무 외져서 아무리 전쟁이 일어나도 그들에게 영향이 끼치지 않을 것이다.비록 교육 수준이 낮지만, 그들도 잘 알고 있
서현우는 아무 말없이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서현우보다 한걸음 뒤처진 최윤정은 자신도 모르게 부들부들 떨었다. 그녀는 서현우 몸에서 풍기는 포악한 기운의 자극을 받아 온몸이 얼어붙은 듯 숨을 제대로 쉬지 못했다.홍성과 뇌창 두 사람은 목조처럼 꼼짝도 하지 않고 이 자세를 유지했다.한참 후, 서현우는 성큼성큼 걸어와 매처럼 날카로운 눈빛으로 엄하게 말했다."나는 설명이 필요하다!”그가 여동생을 구할 물건을 손에 넣은 그 흥분된 마음은, 이 두 사람을 보았을 때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마음에서 우러나온 분노만이 남았다.남강 무생군, 그야말로 죽음의 군대!용국의 위엄을 수호하고 백성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전쟁터에서 목숨을 바쳐 싸우겠다.무생군 십이장은 서현우가 군대에서 일일이 발탁한, 최고 중의 최고, 에이스 중의 에이스이다.모든 사람은 남강의 중요한 중추이며, 남강 국경에 없어서 안되는 버팀목이다!그런데 지금 홍성과 뇌창이 뜻밖에도 중연시, 그것도 자기 앞에 나타났다!이는 그들이 서현우가 낭연을 피운 후 다시 한번 직무를 무단 이탈했다는 것을 의미한다!과연 가족과 나라를 마음속 어디에 두었을까?과연 적국이 항복하면 국경은 근심걱정 안 해도 될까?홍성은 안색이 창백해졌다."현우 도련님!"뇌창은 넋이 나간 최윤정을 보고 조용히 입을 열었다. "제가 따로 자세히 아뢰겠습니다.""그냥 말해."서현우는 뇌창이 최윤정 때문에 주저하는 걸 알지만, 최윤정은 이미 서현우가 남강 총사령관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만 그녀는 서현우가 더 이상 총사령관이 아니라는 걸 모를 뿐이다."예! 현우 도련님, 남강 신임 총사령관이 부임한 지 2주정도 지났고, 부하와 홍성은 이미 제명되었습니다.""뭐야?"서현우의 동공이 약간 흔들리더니, 곧이어 하늘을 찌를 듯한 포악한 기운이 발산되어 전체 복도 기온이 갑자기 내려가, 마치 추운 겨울이 온 것 같았다!잠시 후 뇌창의 하소연을 통해 서현우는 모든 경과를 알게 되었다.서현우는 낭연을 피움으로 남강 총사령관을 자
얼마 지나지 않아, 서현우의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기대에 차 있던 동안, 평온하게 잠든 서나영은 눈썹을 찡그리며 이마를 찌푸렸고, 예쁜 미간에 고통스러운 표정이 드러났다. "오... 오빠..." 무의식으로 속삭이는 서나영. 여동생의 신음소리에 서현우는 흠칫 놀라며 급히 답했다. "나영아, 오빠야! 오빠 여기 있어! 빨리 눈을 떠봐!" "오빠... 오빠..." 여전히 속삭이던 서나영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오빠!" 다음 순간, 서나영은 눈을 떴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곧이어 그녀는 황급히 일어나 서현우을 꽉 껴안고 흐느꼈다. "오빠! 나는 죽어야만 오빠를 볼 수 있어? 정말 보고 싶었어! 오빠는 대체 어디 간 거야? 흑흑..." 여동생의 울음소리에 마음이 찢어지는 것만 같은 서현우, 그는 서나영의 등을 가볍게 두드리고, 그녀를 달래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나영아, 울지 마. 오빠가 돌아왔어. 앞으로 다시는 너를 떠나지 않을 거야. 꼭 지켜줄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나영은 스스로의 슬픔과 고통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또 다시기절했다. 서현우는 긴장해하며 그녀의 맥박을 검사한 후에야 한숨을 돌렸다. 여동생은 그냥 기절했을 뿐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깨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눈물을 닦고, 마음을 진정시킨 서현우는 오랜 시간이 지난 후, 몸을 일으켜 병실에서 나왔다. "다행이네요, 현우 도련님. 천지신명님들 덕분에 둘째 아가씨께서 드디어 깨어나셨네요." 문 밖에서, 서현우와 마찬가지로 감격에 빠진 홍성과 뇌창.그들은 서현우가 직접 배양한 장교들로, 서현우의 전우와 형제였다. 남강으로 출정할 때, 서현우는 그들한테 여러 번 동생을 언급했고, 두 사람은 서현우가 동생에 대한 그리움과 사랑을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이는 여동생의 생명이 위태로울 때, 서현우가 모든 것을 버리고 중연시로 돌아온 이유이자, 남쪽에서 거사를 일으켜 남감 사령관 직무에서 물러난 근본적인 요인이었다.하지만 고생 끝에 낙이 온다고, 서나영은 생
"오빠, 엄마의 죽음이 사고가 아닌 것 같아! 의심스러운 부분이 많은데, 아마도 그 잔인한 주지현이 벌인 짓일거야. 조사를 계속하려고 했는데, 유혜린에게 잡혀버렸어. 이건 분명히 우연이 아니야!" 서릿발 치는 눈빛으로 말을 꺼내는 서나영. 유혜린이 자신을 괴롭히던 생각만 하면 여전히 마음이 떨리고, 공포감 때문에 숨을 쉬기가 어려웠다. 사실 그녀는 서현우에게 이런 얘기를 하고 싶지 않았다. 오빠가 겨우 돌아왔는데, 위험을 무릅쓰게 하면 안되니까. 주씨 가문과 중연시에서 권세가 하늘을 찌르는 유상혁은 둘이 감당할 수 없는 상대였다. 하지만 그들은 어머니를 죽인 불구대천의 원수. 설사 목숨을 걸더라도, 대가를 아끼지 않고 교통사고의 진실을 찾아내 어머니를 위해 복수해야 한다! "네 추측이 맞아. 엄마의 죽음은 주지현이 사람을 고용해 한 일이야." 서현우는 음산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유상혁은 죽었어. 내가 직접 죽인 거야. 유혜린도 내 눈 앞에서 고통스럽게 죽어갔어. 네가 겪은 모든 고통을 그녀에게 배로 돌려줬지." 그 말을 듣고 서나영은 멍해졌다. 그녀는 서현우가 자신의 여동생을 속일 거라고 의심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믿을 수 없었다. 권세가 막강한 유씨 가문의 부녀가 쉽게 오빠손에 죽을리가. 6년 동안, 오빠는 밖에서 무슨 일을 겪었을까? “게다가, 주민식이 주지현의 목을 졸려 죽였어. 그리고 나는 그 장면을 직접 목격했지." 서현우는 또 다른 폭탄을 던졌다. "뭐... 뭐라고요?" 서나영은 혼란스러워 보였고, 환상에 빠진 느낌이 들었다. 잠시 후에 그녀는 정신을 차리고 얼굴을 꼬집으며, 기대에 찬 눈빛으로 서현우를 바라보았다. 서현우가 말한 것이 사실이라고 바라면서, 어머니를 죽인 그 잔인한 여자가 이미 죽었다는 것을 확인하려 했다. 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 더했다. "하지만 주민식은 아직 죽지 않았어. 내가 일부러 살려둔거야. 네가 직접 처벌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주민식!"서나영은 이빨을 갈며
"문 열어." 상위자의 말투로 냉담하게 말하는 서현우. "네." 순찰대원이 문을 열었다. 불시에 역겨운 곰팡이 냄새가 확 풍겨왔다. 서현우의 인솔하에 문어귀에 서서 안을 바라보고, 얼굴이 창백해진 서나영. 주지현은 이미 죽은 지 이틀이 되어있었고, 시체는 여전히 그 상태로 놓여있었다. 다행히 전날 밤의 폭우 때문에 온도가 그렇게 높지 않아 약간의 냄새가 있을 뿐이지만, 시체는 이미 완전히 경직되었고 창백해졌다. 목이 졸려 죽은 주지현의 얼굴은 살아 있을 때의 아름다움과는 달리 매우 섬뜩해 보였다. 그리고 주민식은 정신이 혼미해져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살고 싶어... 살고 싶어..."라며 중얼거렸다. "주민식! 너도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어?" 서나영은 속이 후련하기 그지 없었지만, 자기도 모르게 조용히 눈물만 흘렸다. 원수를 갚았으니 기분이 안 좋을리가 없지!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고통스러워 했다. 행복한 생활을 누려야 할 일가족 4명이 주지현과 주민식 같은 악랄한 인간들 때문에 가정이 뿔뿔이 흩어지고 풍비박산이 났기 때문이다! 비록 주지현은 죽었고, 곧 주민식도 죽을 것이지만, 돌아가신 어머님은 영영 볼 수 없으니까! "서나영!" 주민식은 멍하니 서있는 서나영을 보자, 끝내 정신을 차리고 기어서 문 앞까지 와 머리를 조아렸다. "제발 날 살려 줘!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제발... 내가 잘못했어... 잘못했어... 제발..." 처음에는 주민식이 기어오는 것을 보고 서나영은 무서워했지만, 서현우가 가볍게 어깨를 두드리자 그녀의 나머지 두려움도 깊은 증오에 의해 지워졌다. 그녀는 이를 악물며 갑자기 다리를 들어 주민식의 머리를 걷어찼다. 주민식은 바닥에 넘어졌지만, 재빨리 일어나 다시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제발... 제발 날 용서해줘... 난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다고? 그럼 내 엄마는? 너와 주지현은 악마야! 너희들 같은 사람들은 인간이 아니야! 죽어도 싸!" 서나영은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