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은 꿈을 꾸었다.꿈에서 자신이 멀리 굽이쳐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 것을 보았다.이 길은 걸쭉한 선혈이 깔려 있어 한 걸음 한 걸음 걸을때마다 충격적인 피 발자국이 찍혔다.도로 양쪽은 어두컴컴했고 수많은 시체가 깔려 있었다.온 하늘이 어두웠다.어디선가 들려오는 처량한 울음소리가 오랫동안 울려 퍼졌다.그녀는 무감각하게 발걸음을 내디뎠고 마음속에는 고독과 짙은 두려움이 일어났다.얼마나 걸어야 할지 이 피가 깔린 길 끝은 대체 어디인지 알수가 없었다.걸을수록 두려웠고 고독했고 떨려왔다.어두컴컴한 하늘에서 갑자기 눈부신 빛이 반짝일 때까지 그리하였다.갑자기 빛 속에서 한 손이 그녀를 잡아당겼다.홍성은 마치 자신이 날고 있는 것처럼 가볍게 느껴졌다.어둠 속에서 홍성은 최선을 다해 눈을 떴다.희미한 불빛 아래에서 그녀는 하얀 천장을 보았다.코를 찌르는 약 냄새가 공기 중에 가득했다."깼어?"담담한 말투는 그녀를 한없이 안심시키는 느낌을 주었다.살짝 머리를 돌렸고 홍성의 희미하던 두 눈이 점점 맑아졌다.그녀는 큰 칼을 지니고 의자에 앉아 있는 남자를 보았다.등줄기가 우뚝 솟아 영원불굴의 강철 총과 같아 보였다.“현우 도련님!"홍성은 곧장 몸을 일으키려고 발버둥쳤다."움직이지 마."위엄 있는 말에는 독한 느낌이 서려 있었다.홍성은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얌전히 누워있어, 내 명령 없이는 일어나지 마." 현우가 말했다"예."홍성의 눈에서 눈물이 절로 났다."옷은 김윤희가 갈아입혔고 약도 그녀가 발라주었다."현우가 일어나서 홍성을 바라보았는데 눈에는 부드러움을 띠었다."상처를 잘 치료해라."눈물이 눈가에서 흘러내려 베개를 적셨다."현우 도련님, 저……저는 당신의 믿음에 미치지 못합니다.…..홍성은 직무상 과실입니다."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엄하게 말했다."너는 확실히 과실을 하였다! 남강을 나서고 너는 이미 일찍이 경각심을 잃었기에 상처가 낳은 후 군 규칙에 따라 처리한다.""감사합니다, 현우 도련님!"홍
"아윽..."어느 한 밀폐된 공간.비명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공기 속에는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다.한 60대 좌우의 노인이 수술대에 묶여 있다.만약 임진이 여기에 있었다면 단번에 이 노인이 바로 최근 연속으로 발생한 실종사건 중 여러 실종자 가운데 한 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눈 부신 불빛 아래 서 있는 영지호의 표정은 담담했다. 이곳과 어울리지 않은 흰색의 양복은 그를 온화하고 우아해 보이게 만들었다.그는 손에 은침을 쥐고 노인의 마른 몸을 향해 힘껏 찔렀다.은침이 피부를 뚫고 살 속으로 파고들자, 노인의 비명이 더욱 처량해졌다.수술대에 묶여 발버둥을 칠 수도 없었던 노인은 결국 두어 번 경련을 일으키다 더는 움직이지 않았다.영지호의 담담한 눈동자에 악한 기운이 스며들고 있었다.그는 아무런 감정이 없는 사람인 것처럼 딱딱한 말투로 말했다.“다음.”곧이어 무표정인 두 남자가 들어와 노인의 시체를 들고 나갔다.그러고는 스무 살 남짓한 여자를 데려와 차가운 수술대 위에 묶었다.영지호는 옆에 적힌 자료를 보며 중얼거렸다.“위암? 아직 이렇게 젊은데 자기 몸 하나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다니. 내가 도와줄게. 위암은 네 번째 은침으로 하면 되겠군.”“읍읍...”붕대가 입을 막고 있어 소리를 내지 못하지만, 그녀의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겁먹지 마, 내가 최선을 다할게.”영지호는 부드럽게 웃어 보였다. 하지만 그 웃음은 오히려 그녀를 더욱 깊은 공포 속으로 밀어 넣었다.그는 은침을 들고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더니 번개처럼 은침을 여자의 왼쪽 다리에 찔러 넣었다.그러고는 연이어 은침을 꺼내 들고 배에서 갈비뼈까지 세 치 정도의 위치에 찔렀다.마지막 은침이 여자의 피부를 뚫고 들어갔을 때, 그녀의 두 눈은 이미 암담해졌다. 언제 숨을 거두었는지 공포로 가득했던 두 눈은 원망과 분노로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제길!”영지호가 분노를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온화하고 우아했던 모습은 갈기갈기 찢어졌다.지금의 그
하늘의 저 끝이 보이는 이곳, 이곳은 서원의 평원이다.하늘의 반짝이는 별들은 손을 뻗으면 닿을거만 같았다. 그러기에 이 곳은 또한 하늘과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도 불렸다.그런 서원의 가장 높은 곳에 산을 따라 웅위하게 지어진 건물이 있었는데 바로 서원 총사령관의 저택이였다.즉 손량이 거주하는 곳이다."장군님, 요기간 비밀조사를 한 결과 확실히 몇몇 장령들이 문제가 존재하네요."원 부관은 산더미같이 쌓인 조사 문건들을 책상위에 올려 놓으면서 말했다.손량은 손에 잡히는 대로 한나 집어들고 찬찬히 보기 시작했다.제일 위에 놓여 있는건 서원 36장령중의 한명인 태화에 관한 자료였다. 한때 서현우가 말하기를 중연에 갔을때 태화가 보내온 협박편지를 온종일 받았었다고 했었다. 그뒤 않좋은 낌새를 느낀 손량은 암암리에 사람을 파견하여 태화를 조사하고 있었던 거다.비록 여태까지 별 사단도 일으키지 않고 얌전히 병사들이나 훈련하고 있었던 지라 크게 의심을 하지 않았다. 외부랑은 연계도 없었고 말이다.또한 태화랑 사이가 돈독한 일부 중층의 장령들도 크게 태화한테 의견을 가지는 이가 없었기도 했다.그래서도 서현우의 말을 들었을때 손량은 그 말을 잘 믿지 않았다.비록 손량은 다소 미련하기는 해도 옆에 훌륭한 참모들을 두고 있었는지라 여차 간언을 올렸었었다. 태화한테 문제가 없더라도 조사해볼 필요는 있다고.더우기 초급의 교위로부터 시작하여 36장령까지, 또한 서원 두 군단의 통솔을 다 포함하여 싹쓸히 한번 조사하여야 한다고 입을 모았던 것이다.이런 대규모적인 조사는 사실 리스크가 상당했다. 군에대한 의심은 병사와 장교들의 신임을 흔들수 있기 때문이다.그러나 손량은 끝끝내 참모의 의견을 받아들이고 면밀한 조사를 진행하기로 마음 먹었다.그가 원하는건 오로지 하나, 바로 서원의 전장에 대한 철저한 통제권이였다. 그 누구도 감히 끼여들수 없는 최상의 권력을 가지려고 했던 거다. 설사 경성도 용납할수 없었다.그뒤 군에서 모르게 면밀한 조사가 들어갔고 그 누구도 눈치
“태화에 대한 처리가 타당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서원 총사령관부 대전에는 몸매가 수척하고 광대뼈가 두드러졌으며 긴 셔츠를 입고 긴 수염을 기른 중년 남자가 손량 앞에 공손히 서 있었다.그가 바로 서원의 우두머리인 설민기 군사였다. 손량이 원 부관에게 사람을 데리고 태화를 잡으라고 했다는 걸 들은 그는 급히 달려와 손량에게 이 생각을 접으라고 충고하려 했다.“뭐가 타당하지 않다는 거지?”손량은 눈을 부릅뜨고 불만스럽게 말했다.“진국 군신은 사람을 너무 깔보는 것 같아. 우리 서원 전투 구역에 사람을 심었는데 모두 이미 전장과 같은 높은 지위에 올랐는데 무엇을 하려는 걸까? 이미 증거가 확실한 이상 직접 반격해야 한다고 생각해. 그렇지 않으면 그는 이 손량이 만만하다고 생각할 거야!”설민기가 나지막하게 말했다.“장군님께서 분노하는 것은 정상이지만, 저는 여전히 장기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적의 눈에 띄어 도망가는 일이 없게 계속 엄밀하게 감시하면서 진국 군신의 의도를 알아내고 난 후에 잡아서 왕에게 이른다면,진국 군신이 진정한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어요. 지금은 모든 것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니 태화를 잡더라도 진국 군신이 인정하지 않으면 그의 신분과 지위에 따라 국주는 쉽게 그를 단죄하지 않고 일을 잠재우려 할 거예요.”손량은 눈살을 찌푸리고 곰곰이 생각했다. 설민기가 상황을 보고 계속 말했다.“진국 군신은 금용에 있는데 백만 진국군을 장악하고 5대 군신의 으뜸을 차지하며 나라의 중기로서 하늘을 떠받치는 공로를 갖고 있어 큰 나무처럼 쉽게 흔들잖아요. 우리에게 필요한 건 증거예요.”“군사의 말이 일리가 있다.”손량은 귀찮은듯 손을 흔들었다.“그러나 이미 원 부관에게 태화를 잡아 오라고 명렸했는데, 설사 내가 지금 그를 돌아오라고 명령한다고 하더라도 시간상 늦을 것 같아.”“무방합니다.”설민기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이미 행적이 들어났지만 저에게 다른 계책이 있습니다. 차라리 이 일을 계기로...”“보고! 보고
우릉우릉...12대의 스카이 윙스 전투기가 푸른 불꽃을 내뿜으며 공기를 휘저었다. 손량이 얼굴에 살의를 띠고 손을 휘두르자 전투기들이 하늘로 날아올랐다.얼마 지나지 않아 금색 용을 새긴 전투기 4대가 전투기군 양쪽에서 접근하더니 목소리가 들려왔다.“서원 총사령관 손량, 조령을 받지 못했으니, 당신은 무단으로 직무 이탈하여 서원 전투 구역을 떠날 수 없다! 당장 돌아가라!”손량의 옆에 있던 설민기의 눈에는 씁쓸함이 가득했다.“장군님...”“상관하지 마!”손량은 목이 쉬어 낮은 소리로 외쳤다.“전속으로 상경한다!”“하지만....”“안 될 거 없어!”손량은 시뻘건 누 눈으로 설민기에게 고함을 질렀다.“네가가 감히 가지 못하겠으면 굴러가 집이나 잘 지켜! 원유성의 죽음은 상경이 반드시 나에게 설명해야 한다! 이를 위해 모든 대가를 아끼지 않을 것이다!모든 대가 말이다, 알겠느냐!”설민기는 깊은숨을 들이마시고 한쪽 무릎을 꿇었다.“알겠습니다! 목숨을 걸고 장군님을 따르겠습니다!”손량은 어리고 아직 경력이 부족해 충동적이고, 화를 잘 내고, 생각이 없는 등 단점이 많다!그러나, 그는 설민기에게 은혜를 가지고 있다!설민기는 여전히 그날을 기억하고 있다. 처음 마음속으로부터 하찮게 생각했던 신임 서원 총사령관이 오만불손한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지금부터 너는 서원 군사이다. 네가 옳다고 생각하기만 하면 얼마든지 해라! 다른 사람이 너를 지지하지 않으면 내가 너를 지지하겠다! 다른 사람이 너를 믿지 않으면 내가 너를 믿어 주겠다! 네가 반역하지 않는 한 나 손령은 너의 가장 강력한 후원자가 될 것이다!”한 지역의 총사령으로서 어떻게 그 만의 빛나는 점이 없을 수 있겠는가?손령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자기 사람을 감싸는 것이다. 일단 그가 자기 사람이라고 인정하면, 모든 대가를 아끼지 않고 보호할 것이다.설민기에게도 그랬고, 원부관에게도 그랬으며, 근위군과, 특수부대인 혈혼군에게도 그랬다! 이것은 서원 대군 전체가 한사코 손령을 따르는 진정
금용 진국 저택. 진국 군신은 아침 해를 맞으며 낡은 전갑을 걸치고 손에 경천총을 들고 있다.그는 천천히 손을 들어 한 방에 찔렀는데, 마치 노인이 검을 연습하고 있는 것처럼 느렸고 약간 떨리기까지 해 경천총을 잡지 못하는 것 같았다.그러나 약간의 실력이 있는 사람들은 총 끝 앞에서 공기가 비틀어져 마치 뜨거운 불에 타는 것 같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옆에 있던 경호원의 눈에는 존경의 빛이 가득했다.그러나 진국 군신은 총을 받은 뒤 마음에 들지 않은 듯 눈살을 찌푸렸다. 눈앞에는 그날 밤, 서현우와의 교전이 끊임없이 떠올랐다.그 전투에서 그는 완패했고, 이 백전백승의 인생 중 유일한 오점으로 남았다. 지금까지도 서현우가 그의 저격술을 어떻게 풀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서현우를 이기려면 가문에서 내려오는 총술의 마지막 3식인 리치 피크 경지에 도달해야 해. 하지만...”진국 군신은 주먹을 꽉 쥐고 무기력감을 느꼈다. 4살 때부터 총을 잡고 밤낮으로 멈추지 않고 오늘까지 연습했는데 마지막 3식은 이미 장악하였지만 시종 핵심을 잡지 못하고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몰랐다. 아무리 노력해도 투명한 막에 가로막혀 돌파할 수 없는 것 같았다.“천랑은 나보다 더 천부적인 재능이 있어. 이 마지막 3식은 아마 그를 더욱 빛낼 수 있었을 텐데 아쉽게도...”아들이 분명 무예를 익히는 천부적인 재능이 탁월한데도 여자를 꼬시는 일에 정력을 쏟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는 안타까움에 분노를 느낀다.“더 이상 그를 이렇게 방탕하게 살도록 손 놓고 있으면 안 된다. 서현우가 국혼한 후에 그를 잡아 와서 총을 연습하도록 해. 마지막 3식을 배우지 못하면 절대 집을 한 발짝도 떠나지 못하게 해야 한다!”“장군님!”진국 군신이 생각에 잠겼을 때 안경을 쓴, 우아한 기운을 띤 남자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면서 공손하게 말했다.“장군님, 국주께서 황성으로 들라 하십니다.”“국주께서 무슨 일인지 말씀하셨습니까?”진국 군신은 눈살을 찌푸렸다. 정상적인 상황에서 그는 황성
황성.“국주님께 아뢰옵니다!”김용위는 급히 와서 보고했다.“서량 군신이 이미 진국부에 도착했습니다!”“뭐야?”국주와 내각의 장로들은 놀라 안색이 변했다.“큰일이네, 손량의 분노를 과소평가했어, 빨리! 차를 준비해!”“급령을 전해라! 진국 군신 상경,서량 군신 손량은 교전할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국법으로 다스릴 것이며 엄벌에 처할 것이다!”“알겠습니다!”...진국부.진국 군신의 날카로운 살의에 손량은 사납게 웃기 시작했다.“본 장군은 너와 죽을 때까지 싸울 예정이다. 혈혼군!”“네!”혈혼군 수백 장병, 일제히 응답했다. 군혼이 쟁쟁하여 천지를 놀라게 할 정도였다!그때 손량이 손을 들었다.“전왕! 우리 서원 전투 구역은 변방을 고수하고 휘하의 장병들은 종래로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아무리 너라지만 모욕해서는 안 된다!”바로 이때, 설민기가 황급히 달려와 분노한 모습으로 소리쳤다.“서원 부관인 원유성을 죽였으니 이건 설령 국주 앞에 고한다고 하더라도 반드시 네가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그 말을 들은 진국 군신의 눈에서 뿜어나오던 살의가 자기도 모르게 흐려졌다.“무슨 말이냐? 본왕이 언제 서원 부관 원유성을 죽였다는 거냐?”설민기가 정색해서 말했다.“오늘 새벽 5시, 우리 서원 부관 원유성은 명령을 받고 태화를 잡으려다가 태화가 던진 독에 태화와 함께 죽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쳤다! 태화는 너의 진국 전신이 우리 서원에 심은 암자인데, 네가 대가를 치르지 않을 수 있겠느냐?”손량은 노발대발하며 말했다.“무슨 쓸데없는 말이 그렇게 많으냐? 혈혼군은 명령을 들어라!”“장군님!”설민기가 소리쳤다.“우리는 죄를 묻기 위해 왔습니다. 이치에 맞고 근거가 있으니 국주께서도 진국 군신을 두둔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만약 우리가 지금 진국 군신과 사사로이 싸운다면 우리의 잘못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틀림없이 진국 군신의 음모일 것이고 우리는 절대 속아서는 안 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서원 백만 장병의 복수를 어떻게 할
중연시.뙤약볕이 따갑게 내리쬐었지만 임진은 옆에 있던 서현우가 뿜어내는 살의에 온몸을 부들부들 떨며 추운 겨울 눈 속에 있는 것 같았다.두 사람 앞에는 폐기된 공장이 있었는데 벽면이 짙은 연기에 그을려 칠흑같이 어둡다. 짙은 연기가 끊임없이 피어올라 타는 냄새에 구토할 것 같았다.많은 순경은 위액이 쏟아져 나올 듯 얼굴이 파랗게 질릴 정도로 토했다. 경계선 안에는 뜨거운 불에 탄 폐허 속에, 뜨거운 불에 탄 시체의 잔해가 산처럼 쌓여 있다.DNA 대조를 통해 이 시체의 주인들은 모두 최근 몇 년 동안의 실종자들이었다. 그들은 불치병에 걸렸고, 어떤 사람은 아직 치료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떤 사람은 이미 골병이 들어 죽음을 기다리고 있다.그러나 이것은 그들이 이렇게 처참한 말로를 당한 원인이 아니다! 정신 나간 망나니가 도대체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밖에서는, 울음소리가 하늘을 뒤흔들었는데 모두 이 실종자들의 가족이다. 그들은 아들이고 딸이고 남편과 아내이며 아버지와 어머니였다. 어떤 사람은 목숨을 걸고 돈을 모아서 중병에 걸린 가족을 치료하려고 했다. 그러나 유일한 희망도 이 큰불에 타서 재가 되었다.서현우의 귓가에는 울음소리와 처량하고 슬프게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는 이 실종된 사람들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 상상할 수 없었다. 눈앞이 흐려졌다.서현우는 마치 수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적국에 돌아와 몰래 남강에 잠입한 후 몇 개의 마을을 도륙했다. 위로는 곧 죽을 노인이 있었고 아래로는 포대기에 싸인 아이가 있었는데 아무도 살아남지 못했다. 선혈과 불길을 배경으로, 도처에 있는 시체가 보였다.서현우의 몸에서 뿜어나오는 한기는 공기를 얼어붙게 했다. 그는 이미 오랫동안 이렇게 분노한 적이 없다.홍성이 습격당하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것이 살인하고 싶게 만들었다면 지금 이순간 그는 이 세상을 파괴하려는 충동이 들었다.죄악은 씻겨져야 한다.순경 측이든 남맹이든 홍성이 급히 구축한 정보망이든 진범을 찾아내기에는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