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불이 가물거리는 이 시각,떠들썩하던 중연시도 조용해졌다.도시를 넘나드는 통로는 이미 봉쇄해제가 된 상태였다.필경 새롭게 자리를 잡은 번화한 도시였다. 드나드는 인구유동량이 금용 안양시보다는 적었지만 그래도 굉장했다.장기간 통로를 봉쇄하는건 현실적이지 않았다.많은 사람들이 9억이란 금액을 차지하고 싶어했다.하지만 아쉽게도 도시에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예원을 찾지 못했다. 이런 개개인의 자발적인 수색으로 인한 조사로 무언가를 알아내기에는 어려웠다.서현우는 차를 운전하여 천남 의관으로 향했다. 가로등 불빛과 그림자로 인해 서현우의 무표정인 얼굴이 더욱 섬뜩해보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서현우는 천남 의관 밖에 도착했다.차를 주차하고는 의관으로 들어갔다.의관에는 불이 켜져있었지만 환자가 별로 없었다.“서현우님, 오셨습니까?”서현우를 본 좌권이 인사를 올렸다.서현우는 머리를 끄덕이며 병원 뒷마당으로 향했다.좌권이 말했다.“서현우님, 안에 현우님을 기다리시는 분이 계십니다. 제가 현우님께 연략해드린다고 했는데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하셨어요.”서현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물었다.“누가?”“현우님 사숙이요.”좌권이 대답했다.서현우는 눈빛이 반짝이더니 성큼성큼 걸어들어갔다.뒷마당에는 불빛들로 아주 환했다.홀 원 테이블옆에 오재훈이 앉아있었다.이번에는 아무런 가면도 쓰지 않은채 오직 자신의 모습으로 나타났다.근심이 가득한듯 했다.“왔어?”서현우의 등장에 오재훈이 입을 열었다.서현우는 오재훈 앞에 다가가 인사를 올리고는 차갑게 말했다.“사숙님, 소예원 어디 있어요?”오재훈은 쓴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나도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면 믿어줄래?”“아니요.”서현우는 차갑게 세글자를 내뱉었다.“넌 아마 내가 온 세상 사람들의 눈을 속여 예원이의 종적을 감추어주었다고 생각하는거지?”서현우는 냉정하게 대답하며 자리에 앉았다.“아닌가요?”“아니야.”오재훈은 머리를 저었다. 그리고는 목 잠긴 소리로 말했다.“난 귀
“잘못한건 이 세상이라고요?”서현우가 조소하며 말했다.“제가 살면서 이렇게 웃긴 얘기는 처음 들어봐요.”“내 말 틀렸어?”오재훈이 눈을 붉히며 말했다.“설이가 이렇게 되길 원한건 아니잖아?”“지난 일은 다시 조사할수 있어요. 금용 진씨 가문이 정말 누명을 썼다면 제가 지난 안건을 다시 뒤집을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 모든것이 소예원이 자신의 원한을 다른 죄 없는 사람한테 쏟을수 있는 이유는 될수가 없어요.”오재훈이 분노에 차 물었다.“사건을 다시 뒤집는다고? 사람이 다 죽었는데 사건을 뒤집어 무슨 소용이 있는데? 용소희는 죄가 없다고? 용소희의 죄는 임금님의 딸로 태여난거야! 눈사태에 죄 없는 눈꽃이 있기나 한거니?”서현우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진씨 가문이 나라를 배신하것이 맞다면요? 이런 큰 죄를 지어도 가족이 몰살당할수는 없는겁니까?”“설이의 어머니는 죄가 없어!”오재훈이 이를 드러내며 말했다.서현우가 냉정하게 되물었다.“사숙님께서 방금 눈사태에 죄 없는 눈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내가…….”“소예원 그만 감싸주세요.”서현우의 눈에서 살기를 옅볼수 있었다.“임금님한테도 잘못이 있을수 있어요. 소옝원이 오늘 이 지경에 이르기까지 이 세상의 무책임함이 한몫 했을수도 있고요. 하지만 법은 법이에요. 정말 복수가 하고 싶다면 임금님을 찾아야지요. 용소희를 죽이는건 말이 안되잖아요. 용소희의 죽음으로 재앙이 일어날수도 있어요! 용국 전체를 뒤흔들수고 있다고요! 이 일로 수천만명이 목숨을 잃을수 있어요!”“사숙님, 이 세상에는 억울한 사건들이 너무 많아요. 어떤 사건들은 반전을 일으킬수 있지만 대부분 사람들에 의해 묻혀있어요. 하지만 소예원처럼 도시 전체 나아가서 모든 백성들에게 해를 끼치는건 아니잖아요?”말을 마친 서현우가 자리를 뜨려 했다.오재훈이 아니라는 사실에 마음에 놓이긴 했다.하지만 중연시에 가늠할수 없는 세력이 숨어있다는건 아주 골치 아픈 일이였다.“서현우!”오재훈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남산 별장에서.사람들이 휴식을 취할 시간에 진아람은 마음이 초조했다.진개산과 진개군네 식구들이 손에 선물을 가득 들고 진아람이네 집을 방문했다.밖에 정예 군사팀이 지키고 있었지만 밖에서 계속 소란을 피우게 할수는 없는 일이였다.진아람은 결국 두 집안 사람들을 내쫓지 못하고 별장으로 들여보앴다.두 집 사람들은 입이 귀에 걸려서는 선물을 들고 들어왔다. 말을 채 꺼내기도 전에 진 노마님은 그들을 향해 욕설을 퍼부었다.그렇게 아끼던 두 아들과 손녀들이 지금은 마치 원수 같았다.진 노마님도 독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인연을 끝는다고 하더니 그후로 연락을 하지 않았다.진아람도 마음을 독하게 먹었다면 이런 손해는 입지 않았을 것이다.진 노마님은 냅다 욕을 퍼부었다. 그런 상태가 반나절이나 지속되였지만 중복되는 단어 같은건 존재하지 않았다.두 집 사람은 안색이 차츰 어두워졌다.당장에라도 자리를 뜨고 싶었지만 별장을 찾아온 이유가 있었기에 가만히 있을수밖에 없었다.인젝션 공장에서 일을 하고 있는 진개해와 음식점에서 설거지를 하는 진개국과 비했을때 진개해와 진개군은 아주 행복한 삶을 보내고 있었다.전에 금용시 유씨네 큰 도련님 유신주가 진씨 가문 사람들을 내쫓기는 했지만 진연아가 유신주한테 꽤 많은 돈을 받았기에 집. 차 그리고 작은 회사까지 꾸리는건 큰 문제가 아니였다.진개군은 진백소의 덕을 많이 보았다.진백소가 부자집 남자한테서 많은 돈을 뜯어낸 덕분에 보다 부유한 삶을 살고 있었다.진씨 가문 사람들이 무탈하게 각자의 삶을 살고 있을때 진 노마님과 진아람이 중심 광장에서 왕해연한테 괴롭힘을 당했다는 소식이 그들 귀에 전해졌다.동영상을 반복재생하여 돌려보더니 두 집 사람은 약속이나 한듯이 진아람이네로 달려왔다.두 집 사람은 그래도 자신의 주제를 아는듯 했다. 이번에 여기로 온 목적은 아람이네 국혼을 참가하기 위해서였다.국혼 스케일에 대해서는 긴 말이 필요 없었다.그때가 되면 중연시 지위 있는 사람들 모두가 이 결혼식에 참가하게 될것이다.만약
“아람아, 국혼 같은건 우리 상상도 안해. 그저 가족으로써 네가 시집가는 모습을 보고싶을 뿐이야.”“사촌언니, 언니 결혼식에 친척이 별로 없으면 결혼식에 참가한 손님들에게 실례가 아닐까? 언니 걱정하지 마. 우리가 언니랑 서현우를 하늘로 받들거니까.”“쓸데없는 소리, 받들 필요가 있어? 아람이 사촌 동생은 원래도 선녀같이 예쁘고 성격도 좋고 다정다감할뿐만아니라 착하기도 하잖아. 서현우는 기개가 남다르고 마음도 뜨겁고 듬직하니 둘도 없는 신랑감이야.”“난 아람이가 너무 부러워. 저렇게 우수한 남편감을 찾게 되다니. 나랑은 다르게…….”뭇 사람들이 아첨에 아람이는 기분이 더 언짢기만 했다.“너희들 안 꺼져?”진 노마님은 고래고래 소리쳤다.“너희들 계속 여기에 들러붙어 있으면 내가 사람을 불러서 너희들을 끌어낼거야.”“어머니! 아무리 그래도 제가 어머니 아들이잖아요! 정말 이렇게 인연을 끊을 생각이세요?”“어머니, 어머니는 항상 큰 형님과 막내를 제일 예뻐하셨죠. 둘째 형은 아람이 같이 이런 우수한 딸이 있으니 전 별말 하지 않겠어요. 하지만 이번엔 우리 편 좀 들어주셔야 하는거 아니에요?”진개군이 불만을 털어놓았다.“너희들……. 너희…….”진 노마님은 눈이 돌아갈 지경이였다.“할머니!”진아람은 할머니가 걱정되여 할머니의 등을 두드리기 시작했다.진아람은 가족이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내가 우리의 결혼식에 당신들을 초대하면 순순히 이 집에서 나가 줄거에요?”“당연하지! 우린 이 요구밖에 없어.”“그래요. 그렇게 할게요.”진아람은 한숨을 길게 내쉬였다.“아람아…….”진 노마님은 이미 힘 빠진 상태였다.“진짜?”“아람이 언니 정말 고마워요.”“그래도 아람이가 효녀야…….”뭇 사람들은 이 즐거움에 도취되여 있었다.아름다운 미래가 자신을 향해 손짓하는듯 했다.“하지만 조건이 있어요.”진아람은 차가운 표정으로 말했다.“앞으로 저희들 생활에 참견하지 말아주세요. 제 잎에 나타나지도 말고요. 안 그럼 그땐 제가 어떤
“이……. 이건…….”진아람은 머리가 정지된듯 했다.임진은 진아람을 쏘파에 앉히고는 물을 따라주면서 말했다.“여기에 앉아서 잘 지켜봐. 좀 이따 알게 될거야.”말을 마친 임진이 방에서 걸어나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진아람은 임진이 진 할머니와 다른 사람이 있는 그 심문실로 들어가는것을 보았다.심문실에서의 임진은 위엄있어 보였다.“모두 일렬로 서.”뭇 사람들은 떨리는 마음으로 일렬로 섰다.임진은 의자에 앉아 녹화 버튼을 누르고는 제일 왼켠에 서있는 서나영을 가리키며 말했다.“이리 와봐.”서나영은 입을 삐쭉거리며 임진 앞에 다가가섰다.“이름이 뭐야?”“서나영.”“서현우와는 무슨 사이야?”“서현우가 저의 오빠에요.”탁! 임진이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에 뭇 사람들이 놀라 몸을 움츠렸다.임진은 서나영을 주시하며 물었다.“생각 잘 하고 대답해! 서현우가 무슨 일을 저질렀는지 알고 있어?”“저는…….”“서현우가 우리 임금님의 하나뿐인 딸 용소희 공주님께 독을 투척했어. 이건 목을 쳐야 하는 살인죄야. 임금님은 삼일후 서현우의 목을 베라고 명을 내렸어. 서현우와 연관있는 사람은 하나도 빠짐없이 목을 벨거야.”서태훈은 다리에 힘이 들어가지 않아 그대로 주저앉고 말았다.서나영은 눈에 초점을 잃고는 더듬거렸다.“어떻게……. 그럴수가…….”“다시 물을게.”임진이 외쳤다.“서현우랑 무슨 사이야?”“우리……. 우리 오빠 어디 있어? 우리 오빠는? 어디 있어?”서나영은 많이 당황한듯 했지만 이를 악물고 눈물을 참으며 물었다.“너도 서현우와 같이 죽고 싶은거지?”임진은 냉소하며 말했다.“그럼 더 말할것도 없네. 넌 서현우의 친동생으로 서현우와 같은 죄를 범한거야!”“아니!”서태훈은 실성하여 울부짖으며 임진한테로 기여가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나영이는 현우의 친동생이 아니야! 내가 서나영과 부녀관계를 끊었어. 서나영은 서현우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 날 잡아가! 내가 서현우의 아버지야! 내가 현우의 아버지야!”임진은 무표정으로 서
진 노마님은 지금까지도 멍해있었다.서현우가 분명히 용소희 공주님의 목숨을 구한것으로 알고있었다. 노마님은 임금님께서 내리실 상을 기대하고 있었다.불과 몇시간만에 어떻게 공신이 죄인으로 변했는지 알고싶었다.심지어 목숨을 잃은 위기에 처해있었다.“여혜미!”임진이 웨침소리에 진 노마님은 정신을 번쩍 차렸다.“당신 진아람의 할머니 맞지?”임진이 또박또박 물었다.눈빛이 칼날처럼 예리했다.진 노마님이 떨떠름해하며 말했다.“그럴리가 없어! 내가 서현우가 공주님을 구하는걸 직접 목격했어! 서현우가 독을 투척할리가 없어! 당신들이 착각한거야!”“하.”임진은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아직 꿈에서 깨지 못한것 같은데 지금 임금님의 판단을 의심하는거야? 서현우가 독을 투척해 공주님을 살해하려 했다는 증거가 명백히 있어. 서현우는 죽을 몸이야.”“그럴리가……. 그럴리가…….”진 노마님은 머리를 저으며 중얼거렸다.믿지 않는다기보다는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의심하고 있었다.‘도대체 내가 무슨 죄를 지었기에 의지할 산이 생기면 무너지고 우물을 찾으면 물이 마르는걸까? 진씨 가문에 정말 희망이라고는 없는걸까?’탁! 임진이 책상을 두드렸다.“말해! 당신 진아람의 할머니 맞아?”“나……. 나는…….”진 노마님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맞아?”임진이 물었다,진아람은 입술을 깨물고 치마자락을 손에 쥐였다.기대에 찬 눈으로 할머니를 바라보고 있었다.비록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모르지만 이 이중 거울이 지금 조요경 역할을 해주고 있었다.진아람은 이 이중 거울에서 가족이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이 자신의 생사와 맞닥뜨렸을때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보고 있었다.진개산과 진개군 두 집 식구들에 대해 진아람은 애초에 희망을 품어본적이 없었다.이 사람들이 자신과의 친분을 부정하고 막말을 퍼붓는건 진아람이 감당할수 있었다.하지만 진 노마님은…….“혈연으로 따지면……. 난 진아람의 할머니가 맞아.”진 노마님의 말이 진아람의 귀에 전해졌을때 아람이는 마음이
“생각 잘 하고 말해!”임진은 위협적인 말투로 물었다.“일잔 진아람과의 관계를 인정하면 서현우 일과도 엮이게 될거야. 어떤 결과를 초래하게 되는지는 당신도 잘 알거야.”“생각할거 없어요.”조순자도 진개해의 손을 잡았다.조순자의 얼굴은 더할나위없이 창백했다.조순자가 두려워한다는걸 보아낼수 있었다.“저는……. 아람이……. 아람이의 어머니에요. 아람이는……. 저의 딸이에요.”조순자는 말을 더듬으며 진개해의 옷자락을 쥐고 있었다.“죽는것이 두렵지 않아?”임진이 물었다.“두려워요.”조순자의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당장이라도 울것만 같았다.진개해는 한 손으로 조순자를 끌어안고는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죽는걸 두려워 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가요?”임진은 경악해하는 진 노마님을 비롯한 뭇 사람들을 보며 말했다.“당신들도 저 사람들처럼 진아람과의 관계만 부인하면 목숨은 살려줄수 있어.”진개해의 시선이 진 노마님과 다른 사람들의 얼굴을 스쳐지났다.“내가 저지른 잘못이 꽤 많아요.”진개해는 침울한 목소리로 말했다.“우리 부부는 아람이를 이 세상에 데려다 주기만 했지 지켜주지 못했어요.”“흑흑…….”조순자가 더는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뜨렸다.“내가 우리 딸한테 미안한것이 많아요……. 저는……. 저는 좋은 어머니가 아니에요.”“울지 마.”진개해도 눈시울을 붉히며 말했다.“이번에는 우리 선택이 틀리지 않았을거야.”“임 국장님, 우린 진개해와 조순자와 아무런 관계도 없습니다!”진개산이 다급하게 손사래를 저었다.“너희 둘은 진아람의 부모님이니 너희둘도 죄가 있는 셈이야! 우린 진작에 인연을 끊은 사이야. 모든건 우리랑 관계가 없어!”“진개해와 조순자 너희 둘 빌어먹을 자식.”진개군이 소리쳤다.“둘도 이 사건에 가담했지. 난 종래로 당신을 내 둘째 형이라고 생각해본적 없어.”“닥쳐!”임진이 세번째로 책상을 두드렸다.“내가 묻지 않은 물음에 대답하지 마!”“하지만…….”“계속 짓걸이면 서현우와 같은 편으로 알고 잡아 처넣
“어머니, 아버지.”모든 사람들이 멍하니 서있을때 서현우가 진개해와 조순자를 보며 밝게 웃었다.“저와 아람이가 어머니 아버지를 모시고 돌아갈게요.”서현우가 처음으로 그들을 어머니 아버지로 인정했다.“어머니!”진아람이 달려가 조순자를 끌어안았다.“딸…….”진개해도 눈물을 글썽이며 서현우를 바라보았다. 진개해는 고개를 들어 머리를 끄덕였다.“하하……. 하하하……. 우리 진씨 가문이 아주 영광스러워……. 하하…….”진 노마님은 실소했다.진 노마님의 눈에는 초점이 없었다.“어머니!”진개산이 다급히 웨쳤다.진 노마님은 바보가 된듯 했다.“다들 내 앞에 무릎 꿇어……. 꿇어……. 이런 불효자식들……. 하하, 여보 내가 당신 꿈을 드디어 실현했어…….”임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여헤미. 연기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어.”진 할머니는 그래도 여전했다.“이놈들.”서현우의 시선이 진개산을 넘어 모든 사람한테 칼날처럼 꽂혔다.“꺼져. 앞으로 나랑 아람이, 그리고 우리 가족들 앞에도 나타날 생각 같은건 하지마. 안 그러면…….”“죽여 버릴거야!”마지막 한 마디가 그들의 머릿속에 울러퍼졌다.뭇 사람들이 얼굴이 창백해서는 두려움으로 벌벌 떨었다.당연히 후회도 조금 하고 있었다.서현우의 날카로운 시선아래 두 집 식구는 머리를 숙이고는 분분이 떠났다.그들은 발걸음 소리조차 내지 못했다.여전히 진 노마님을 버려두고 떠났다. 심지어 진 할머니를 쳐다보지도 않았다.서현우가 진 할머니 쪽으로 걸어갔다.진 노마님은 싱글벙글 웃으며 서현우에게 말했다.“무릎 꿇어! 안 그럼 집에서 내쫓을테니.”서현우가 손을 내밀어 할머니의 맥을 짚어보았다.“할머니는…….”진아람은 입을 삐쭉거렸다. 그 어느때보다도 침착했다.“이미 제정신이 아니셔.”서현우가 말했다.“양로원에 보내드려야겠어.”“응.”진아람이 머리를 끄덕였다,진아람은 진 노마님에 대한 애정마저 사라졌다.임진이 말했다.“내가 양로원 알아볼게.”“고마워.”말을 마친 서현우가 진아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