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남 의관으로 가주세요."서현우가 도시 중심부로 들어오자 택시를 탔다.택시 기사는 네비게이션을 켜고 운전하면서 가끔씩 후방 미러로 서현우을 쳐다보며 쓸데없이 물었다."이 사람은 어떤가요?""이건 내 형님입니다. 몸이 불편해, 천남 의관으로 가 볼까 합니다.""근처에 병원이 있는데, 그렇게 멀리가는 건 뭐지?"서현우는 무표정하게 말했다."친척이 천남 의관 강한송 의사의 의술이 특별히 좋다고 해서요."기사는 웃으며 말했다."저는 그건 다 허풍이라고 생각해요, 중의학은 미신같아 보이고, 그래도 과학을 믿어야 해요, 병이 나면 자세히 검사해야 하는데, 중의사들은 진맥하고, 대충 눈으로 보며, 그냥 잡다한 말을 하니까, 그게 별로 신뢰할 만하지 않아요.""현대 의학 기술은 중의학과 서양 의학을 가리지 않아요, 서양 의학이 분명히 좋은 점이 있지만, 중의학이 이렇게 많은 년 동안 전승된 것은 당연히 그에게 있어야 하는 이치가 있죠."서현우는 이렇게 말했다.“중의학은 원래 오래되었고, 단순한 4진은 선조로부터 전승되어온 지혜를 담고 있지만, 중의학 전승은 어렵고, 지금 실력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 그리고 많은 중의사들이 돈만 밝혀, 중의학의 명성을 망쳐놓았죠."기사가 의아해하며 물었다."그러면, 당신은 육안이 의학 기기보다 더 유용하다고 생각하나요?""내 생각에는, 때로는 육안이 의학 기기보다 더 유용하다고 생각해요."서현우가 잠시 멈추고, 이렇게 이어서 말했다. "예를 들어 지금, 당신이 좌석 아래에서 뭔가를 꺼내려고 할 때, 최대한 몸의 균형을 유지하려고 하지만, 당신의 왼쪽 어깨는 약간 기울었고, 이두근이 긴장되고, 눈 속에 숨겨진 살의가 점점 더 분명해지고, 내 추측에, 당신의 좌석 아래에 숨겨진 것은 총이 아닐까요?"이 말을 듣자 기사는 즉시 팔을 들었다.그러나 서현우는 그보다 더 빨랐다. 손가락을 굽혔다가 튕겼고, 은바늘이 기사의 목에 꽂혔다. 기사는 즉시 의식을 잃었다.동시에, 서현우의 몸이 앞으로 기울어져서 핸들을 잡았고
서현우는 심지어 머리를 쓰지 않고도 진아람의 고민이 틀림없이 진씨네 집에서 온것임을 추측할수 있었다.그러나 이번에는 서현우도 끼어들 생각이 없었다.진씨네 집이 심하게 소란을 피울수록 진아람은 진씨네 가족에 대해 정을 잃을 거니까.어떤 일이든 한계가 있는 법이다.진아람의 가족이 매번 진아람을 고통스럽고 절망스럽게 할 때마다 진아람의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혈육의 정이 점차 냉각될 게 분명했다.그러다 진씨네 가족이 어느 정도 과하게 나오게 되면 진아람은 더 이상 어떤 환상도 품지 않고 벗어나기로 마음 먹을 것이다.이 과정은 진아람에게 있어서 필연적으로 어렵고 슬프겠지.그러나 긴 시간 고통을 받기 보다는 짧게 고통을 받고 끊어내는 것이 낫다고.만약 그 특이한 가족들을 벗어나지 못한다면 진아람은 평생 그 피해를 크게 입을 것이다.더군다나 서현우는 지금 확실히 진씨네 가족과 다툴 정력이 없다.어둠 속에 숨어 있던 그 배후의 주모자에 관해 이미 실마리가 잡혔으니.염민이라는 선을 따라 조사하여 그 배후의 주모자를 잡아내는 것이야말로 현재의 가장 중요한 일이다."난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당분간 돌아올 수 없어." 서현우가 말했다.전화 건너편에서 진아람의 숨소리가 들려왔다.2초후 진아람은 가볍게 응했다."그럼 일찍 돌아와.”"그래.일을 다 처리하면 돌아갈게.아람아.기억해 둬, 온 세상이 너를 배신하더라도 나는 반드시 너의 곁에 서서 너를 위해 바람과 비를 막아줄거야.""음,그럼 나 먼저 끊을게.""안녕."진아람이 전화를 끊었다.십여 대의 경찰차가 다섯 갈림길에서 갑자기 분산되어 평균 두 대의 차가 한 갈림길로 들어가 각각 다른 곳으로 향했다.그러다 또 다른 갈림길에서 각자 헤어졌다.이렇게 큰 중연시에서 십여 대의 경찰차가 분산된 모습은 마치 휘몰아치는 강물에 물 열 잔을 뿌린 것처럼 아무런 물보라를 일으키지 못했다.구룡동, 대흥 순찰 분국.경찰차 한대가 천천히 멈추었다.서현우는 차에서 내려 순찰 제복을 입은 남자를 등에 업고 순조롭게 순찰
대석 순찰 분국을 나서자 서현우는 또 차를 몰고 쉬지 않고 천남의관으로 향했다.의관밖 바람에 펄럭이는 깃발에는 아주 자연스러워 보이는 선들을 새겨졌다.이것은 귀의문이 예로부터 전승해 온 특수한 표기로, 같은 귀의문에 속하는 문인만이 그 속에 표현된 뜻을 이해할 수 있다.그 후 서현우는 천남의관에서 쉬었다.서두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만약 가능하다면, 그도 사람들을 보내 오재훈의 종적을 찾게 하고 싶었다.그러나 그는 그것이 헛수고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환신 일맥의 사람들은 모두 숨는 것에 능했다.오재훈이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으면 누구도 그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지난번에 최윤정이 오재훈을 찾을 수 있었던 건 오재훈이 전혀 숨지 않았기 때문이다.하지만 지금의 오재훈은 후계자를 찾기 위해 이미 세상에 숨어들었다.세상에 뛰어든 귀의문의 자들은 더욱 자신을 처신하는 것을 잘 안다.시간이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벽에 걸린 시계의 시침이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게 걷고 있었다.곧 오후 4시가 다가오고 있었다.서현우는 어찌할 수가 없었다.그는 세상을 놀라게 하는 많은 일을 했지만 신이 아니라 어떤 일에 있어서 여전히 속수무책이다.하지만 다행이도 하느님은 그를 많이 아꼈다.4시 52분,서현우가 일어나 떠나려던 참에 오재훈이 그의 눈앞에 나타났다.오재훈은 더 이상 거친 천옷이 아니라 양복을 입고 있었다.그의 모습은 이미 변했다.얼굴의 주름은 많이 옅어졌고 머리에는 은백색의 가발을 쓰고 가짜 수염도 붙였다.더 이상 70세의 노인이 아니라 12살은 젊어진 것처럼 보였다.두 손으로 뒤를 짊어진채 차분하고 힘있어 보이는 발걸음에 예리한 눈빛이 성공인사의 느낌을 주고 있었다."사숙님."서현우가 일어나서 인사했다.비록 사숙의 성격이 믿음직하지 못하더라도 어른은 어른이니 예의를 갖춰야 한다.오재훈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아 찻잔을 들어 한 번 냄새를 맡고는 마셨다."차가 식었다.""사숙님께 새 차를 타 드릴게요." 서현우가 말했다."괜찮다.그래서 무슨 일이
"현우 도련님."천우성이 얼른 인사를 했다.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저 사람이야?"오재훈은 여전히 혼수상태에 빠진 염민을 향해 걸어갔다.천우성은 무의식 중에 온몸이 긴장되었다.이에 서현우가 고개를 가로 저었다."현우 도련님,이분은?" 천우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우리 사숙님이십니다." 서현우가 담담하게 대답했다.천우성은 순간 놀라더니 각별히 꼼꼼하게 오재훈을 훑어보기 시작했다.상대방의 몸매와 용모를 모두 마음에 새기고 절대 미움을 살 수 없는 리스트에 넣어야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하지만 그냥 쓸데없는 짓이었다.다음에 오재훈이 설령 그의 앞에 서더라도 그가 반드시 알아볼 수 있는 것이 아니니까."네 녀석은 정말 네 스승의 진정한 실력을 이어 받았구나."오재훈은 서현우를 뒤돌아보았다.눈빛에는 깊고 은은한 창연함을 숨기고 있었다.정신 5침.젊었을 때 오재훈이 서현우 스승과 말다툼을 한 적이 있었는데 그때 서현우의 스승이 정신 5침으로 그를 꼬박 3박3일을 움직이지기 못하게 했었다.당시 오재훈은 보름 동안 시들었다가 겨우 회복되었다.그 당시 그는 풀 수 없었지만, 지금은...오재훈은 손을 뻗어 염민의 몸에 있는 몇 개의 혈에 두 번씩 찍은 후 힘을 가다듬은 손을 들어 무겁게 정면으로 내리쳤다.펑 하는 소리에 천우성 등들은 가슴이 떨렸다.저렇게 쎈 힘이라니.사람을 때려 죽이는 건 아니겠지?저 사람은 도대체 현우 도련님의 사숙님인 거야 아니면 사람을 죽이러 온거야?하지만 그런 생각도 순간뿐.다섯 개의 은침이 염민 몸속으로부터 날아나오더니 번개처럼 취조실의 견고한 벽에 꽂혀 불빛을 튀긴 후 자취를 감췄다.염민은 몸을 떨면서 얼굴에 고통스러운 빛을 띠었다.눈알이 돌아가고 눈꺼풀이 떨리는 게 눈을 뜨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오재훈은 바닥에 떨어진 다섯 개의 은침을 보면서 묵묵히 한숨을 쉬었다.그는 이제 정신 5침을 풀 수 있게 되었지만 고인은 이미 안 계시니까.머리를 흔들고 나서 그는 손목을 뒤집었다.작은 도자기병이 나타났다.
디디디...오대륙.전쟁의 불길이 흩날리는 한 곳의 비밀 기지에는 피바다로 물들었다.구양은 비수날의 선혈을 닦아 다리에 찬 칼집에 넣고서야 휴대폰을 꺼냈다.그러고는 소리를 질렀다."빨리 전장을 청소하고 10분 후에 철수해.""네!"구양은 몸을 돌려 멀쩡한 마차에 앉아 차창을 올렸다.그러고나서야 수신 버튼을 눌러 먼저 입을 열었다."현우 도련님,저 지금 오대륙에 있습니다.방금 생화학 기지 한 곳을 토벌했습니다.""지금 통화하기 편한가?" 서현우가 담담하게 물었다."편해요, 말씀하세요."서현우는 잠시 침묵을 지키더니 입을 열었다."천책연맹 특급정보시스템으로 북방 산래성 수비군 통솔자 나택의 모든 인간관계와 경제상황을 조사해줘."구양이 크게 놀랐다."산래성 수비군 통솔자라고요?""문제 있어?""그게..."방금 전까지 결단적이게 적을 죽이던 구양이 입가에 난감함을 띠고 있었다."현우 도련님,아시다시피 천책연맹 정보시스템은 용국의 엄밀한 감시를 받고 있습니다.위에서 우리와 같은 비체제적인 정보기관에 대한 타격은 매우 엄격합니다.특급정보시스템을 동원하여 한 성의 수비군 통솔자와 같은 상류층 인물을 조사하는 것은 더욱 큰 한계를 받을 겁니다...""만약 혼자서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면 책천에게 전해.이 일을 알아낼 수만 있다면 내가 천책연맹에 신세를 진 것과 같다고." 서현우가 말했다.이에 구양이 눈을 크게 떴다.기뻐하는 기색이 역력히 나타났다.서현우가 신세를 지다니!신분이 부족한 사람은 이 신세가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을 것이다.서현우가 남강의 총사령관이 아니더라도 그의 신세는 여전히 최고의 권세가,각 세력의 수뇌들이 싸우면서까지 빼앗으려 할 것이다!"현우 도련님 잠시만요, 제가 바로 책천에게 전하겠습니다.비록 책천이 도련님을 도와 이 일을 조사할 것이라고 백퍼 확신하지만,그래도 절차를 지켜야 하는 상황이니.제가 아무래도......"구양의 말이 아직 끝나지 않았는데 서현우가 먼저 끊어버렸다."새로운 천책이 되고 싶지 않은가?""저..
남산 별장.소파에 앉아있는 진아람의 얼굴이 창백했다.서현우가 황급히 돌아오자 진아람은 재빨리 일어나 떨리는 소리로 "현우 씨"라고 외쳤다."괜찮아,내가 왔잖아.협박편지는 어딨어?"진아람이 탁자를 가리켰다.위에는 받는이의 이름과 주소만 적혀 있는 아주 평범한 편지봉투가 놓여 있었다.서현우는 집어서 검사해보았지만 아무런 단서도 찾아내지 못했다.그리고나서 진아람이 말한 협박편지를 꺼냈다.편지지도 평범했다.위의 글은 손으로 쓴 것이 아니었고 약간의 핏자국도 묻어 있었다.편지지 외에도 작은 상자가 하나 더 있었는데 안에 들어 있는 것은 손가락 한 토막이었다.투명 유리 뚜껑을 통해 서현우는 그것이 소품이 아닌 진짜 손가락임을 알 수 있었다.만약 협박편지만 보내왔으면 진아람이 이렇게까지 크게 반응하지 않았을 것이다.그 손가락이야말로 진아람의 마음을 떨게 한 원인이였다.협박편지에는 글자가 많지 않았다.간단히 말해서 한 마디밖에 적혀 있지 않았다.‘조사를 멈춰.그렇지 않으면 너의 가족은 모두 의외의 사고를 당할 것이다.’그리고 이름을 열거했다.예를 들어 아람이라던가,솔이라던가,서태훈이라던가,서나영이라던가.서현우의 깊은 눈동자에는 극한의 차가움이 용솟음치고 있었다.이 협박편지는 진아람에게 보내졌지만 분명히 서현우를 겨냥한 것이였다.서현우는 협박편지를 들고 문밖으로 나가 손을 흔들었다.그러자 한 줄기의 그림자가 반짝였다."현우 도련님.""홍성에게 맡겨서 위의 모든 지문을 감정하게 하고 협박편지의 출처를 추적해.""네!"서현우의 손에 든 협박편지를 두 손으로 받은 후 그림자는 날아올라 몇 번 점프를 하더니 종적을 감추었다.서현우는 거실로 돌아와 진아람을 가볍게 껴안았다."두려워하지 마.그 손가락은 도구야.어느 심심한 녀석이 만들었는지 모르겠네.내가 반드시 알아낼게.”"손가락이 진짜잖아.나를 속일 수 없어."진아람은 고개를 들어 서현우을 보며 눈썹을 찌푸렸다."당신 요즘 도대체 뭐 하는 거야?왜 협박편지까지 받는 거야?""내가 지금 한 배
진씨네 가족의 분노는 서현우가 맨손으로 재떨이를 쪼개는 강대한 실력을 목격한 후 적지 않게 가라앉았다.최소한 발톱을 휘두르며 포효하지는 않았다.모두 소파에 앉은 후 진개산이 진지하게 말했다."아람아,네가 정 그렇게 분가하고 싶다면 우린 막지 않겠지만 보상은 어느 정도 해줘야 해."서현우라면 이 사람들 모두 던져버렸을 것이다.그러나 진아람의 입장에서 그녀는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었다.6년 전 진씨 가문이 입은 손실때문에.그녀가 손량을 거절한 바람에 진씨 가문이 겨냥되어 파산하게 되었다.이일은 어찌 되었건 그녀 때문인 건 사실이다.그녀의 선택이고 그녀의 죄다.진아람이 물었다."큰아버지, 얼마를 원하십니까?""400억."진개산이 덤덤하게 말했다."난 아람솔그룹의 현재 시가에 따라 추산한 거 아니야.6년 전에 너 때문에 내가 직접적으로 입은 손실은 200억에 달해.게다가 이미 합의된 일부 계약도 너로 인해 취소되어 600억이 넘는 손실을 입었어.""그리고 가문이 파산되면서 내 명의의 모든 산업이 빚을 갚는 데 쓰였어.전체적으로 계산하면 몇 십억이 돼.800억에는 가까울 거야.하지만 난 너의 큰아버지고 결국 한 가족이니 모든 것을 달갑게 받아들일 거야.그러니 그냥 나에게 400억만 줘.그러면 난 다시는 너의 앞에 나타나지 않을 게.너도 나 같은 큰아버지가 없었다고 여겨도 돼."진아람은 가슴이 떨렸다.400억의 방대한 금액 때문이 아니라 진개산의 결단 때문에.어릴 때 큰아버지의 자상하게 웃는 얼굴이 어렴풋이 기억났다.심지어 그녀를 목에 태우고 진연아와 함께 놀이터에 놀러 갔었는데....그들은 피보다 진한 가족이라고!근데 결국 돈 때문에 원수가 된다고?"나도 400억을 줘."진개군이 진지하게 말했다."나의 손실은 형님과 별로 차이가 나지 않아.백소가 잘못해서 너에게 400억의 손실을 입힌 건 사실이야.그러니 남은 400억은 나에게 줘.그러면 오늘부로 나는 더이상 너의 셋째 아버지 아니야.이렇게 하자.""첫째, 셋째가 모두 400억을 요
광포한 기세가 밀려왔다.진씨 가족들은 순간 두 다리가 나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눈앞의 서현우가 더이상 사람이 아니라 피를 좋아하는 맹수로 변해서 수시로 달려들어 그들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것만 같았다."너... 감히 나한테 그런 말투를 써?"조순자는 치를 떨고 있었지만 여전히 용기를 내어 태연한 척 서현우를 향해 외쳤다."나 너의 장모님이야!"서현우는 대답하지 않고 차갑게 그녀를 주시했다.조순자는 순간 온몸이 차가워지더니 얼음 창고에 빠진 느낌이 들었다.숨도 멎을 것 같았다."흥!그래 간다 가!못할 게 뭐가 있어? 앞으로 오라고 해도 안 올 거야!"조순자는 창백한 얼굴로 말하고는 후다닥 달아났다."엄마!"진아람이 얼른 소리를 쳤다."네가 오늘에 한 말을 기억해.나 진개해의 딸은 절대 너와 결혼할 수 없을 거야."진개해는 침을 삼키며 강경하게 한마디 하고는 조순자를 쫓아갔다."아빠!"진아람이 초조한 표정을 지었다."가자.가자.가자..."진개산 등들은 더욱 두려워서 감히 계속 있을 수 없었다.그래서 우르르 낭패하게 떠났다.바닥에 발자국만 남긴 채."서현우!"진아람이 이를 악물고 노여워했다."당신이 이렇게 그들을 내쫓으면 나더러 어떻게 하라고?""아직도 모르겠어?당신이 뗄래야 뗄 수 없다고 생각하는 혈연지친들이 모두 당신의 돈을 보고 달려든 거라고.그들은 당신의 생각을 전혀 개의치도 않는다고."서현우가 담담하게 말했다."그래도 내가 그들에게 빚진 거야!"진아람은 눈시울을 붉혔다."나만 아니였어도 그들은 이 지경에 이르지 않았을 거야.""어떤 지경인데?"서현우가 큰 소리로 외쳤다."그들은 여전히 큰 장원에 살고 있어.의식주 아무런 걱정도 없이.손에는 비둘기 알만한 반지에 목에 건 금목걸이에는 보석까지 박혀 있다고!그리고 시계 하나에 600여만원,몸에 있는 옷은 명품이고, 발에 신은 구두는 악어 가죽 수공 제작이고!진씨 가문이 파산 되었지만 그들은 여전히 호의호식하고 있는데!"깊은 숨을 들이쉬고는 서현우가 계속 말했다."당신은 그
서현우와 진아람은 빛줄기가 되어 먼 곳을 향해 날아갔다.번산은 미간을 찌푸린 채 종적을 감췄다.다음 순간, 번산이 서현우의 머리로 돌아왔다.“무슨 일이 일어났어?”“내 여동생이 잡혔어.”“누구한테?”“몰라, 하지만 상대방이 단서를 남겼어...”반나절이 지난 후 번산이 갑자기 말했다.“이 방향은... 큰일이야, 수라곡이야!”“수라곡?”“그곳은 진정한 수라가 존재하는 곳이야, 수라 선조가 뼈를 묻은 땅이지!”“나는 수라 혈맥이고, 극락도 수라 혈맥인데, 설마 우리가 진정한 수라가 아닌 거야?”“우리 모두가 수라 선조의 혈맥을 전승하고 있잖아!”“설마 수라 선조가 죽지 않았단 말이야?”“죽었어, 하지만...”번산의 표정이 변화무쌍하게 바뀌면서 말했다.“알겠다. 너는 제물이야.”“제물?”서현우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으면서, 자신이 노복의 힘에 침식된 후에 느꼈던 그 모든 것을 생각했다.“네 여동생은 너를 대신해서 제물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아. 너는 지금 정말 가려는 거야? 아마도 우리 모두는 그곳에서 죽어야 할 거야!”“당연히 네가 수라계에서 가장 강력한 존재여야 하지 않아?”“하지만 그건 수라 선조야... 수라 선조가 도대체 얼마나 많은 수단을 남겼는지는 아무도 몰라. 나는 고사하고 역사상의 모든 수라를 포함해서 진짜 극락조차도, 수라곡에 접근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현우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절망감이 생겨났다.‘설마 해결할 방법이 없단 말이야?’‘나영이나 내가 반드시 제물이 되야 하는 건가?’쾅!바로 그때, 멀리서 귀청이 터질 듯한 폭발 소리가 울렸다.하늘에는 핏빛 빛줄기가 미친 듯이 퍼져나갔다.끝없는 핏빛은 하늘을 찌를 듯한 거인의 모습을 구축했다.몹시 화가 난 듯이 손을 뻗어서 전방의 허공을 움켜쥐었다.그리고 그 방향에서 핏빛의 형상이 허공을 갈랐다.눈 깜짝할 사이에 서현우 등과는 이미 백 리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나영아!”핏빛의 형상이 혼수상태에 빠진 나영이를 바로 품에 안는 모습을 보았다.
“누구야!”혈하신존의 부릅뜬 눈이 터질 듯했다.‘이렇게 많은 중견 역량들이 뜻밖에도 동시에 죽다니!’‘누가 이렇게 할 수 있어?’그리고 그 허황된 모습을 정확하게 보았을 때, 혈하신존은 가슴이 터질 것 같았다.“극락 선조? 그럴 리가! 그럴 리가 없어!”“극락 선조?”수많은 눈빛이 번산의 몸에 집중되었다.싸움도 멈추었다.몇 초가 지난 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수많은 사람들이 노도 같은 기세로 무릎을 꿇고 엎드렸다.이 장면은 너무나 충격적이다!극락이라는 이름은 수만 년 동안 더없이 놀라운 이름으로, 전대미문의 인물이다!그와 같은 경지에 도달한 사람은 더 이상 없었다.극도 등 세 사람은 흥분해서 미친 듯이 날뛰었다.“위풍당당하신 선조님이시여!”이미 혈하신존 앞에 나타난 번산이 입을 열었다.“혈하성궁은 제명됐어.”“아니야!”혈하신존은 미친 듯이 소리쳤다.“네가 극락 선조일 리가 없어! 어떻게 천지의 규칙을 피할 수 있어? 그럴 리 없어!”“중요하지 않아.”번산이 큰 손으로 잡았다.혈하신존은 피하려고 했지만, 온 천지가 억지로 벗겨져서 피할 공간이 전혀 없다는 걸 발견했다.“안 돼!”혈하신존은 다시 미친 듯이 고함을 지르며 털썩 무릎을 꿇었다.“극락 선조님, 살려주십시오, 제가 잘못했습니다! 사람을 내놓겠습니다!”“너무 늦었어.”번산이 뻗었던 손을 꽉 쥐었다.피식...신의 경지 중기로 최강 전력으로 일컬어지던 혈하신존은 이렇게 허무하게 핏빛 안개로 사라졌다.모든 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멍하니 이 장면을 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듯이 느꼈다.혈도는 그 자리에 선 채 벌벌 떨면서, 도망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천수 랭킹 1위?’‘이런 강자 앞에서는 여전히 한낱 벌레와 다르지 않아!’“노부는 살육을 많이 하고 싶지 않다. 항복한 사람은 죽이지 않겠다.”번산이 입을 열었다.응답하는 사람이 없었다.그러나 아무도 감히 반대하지 않았다.곧이어 혈하성궁 소속 무자들이 무릎을 꿇고 투항했다.남은 네 명의
“싸우면 싸우는 거야. 극락산은 분수도 모르고 날뛰는데, 마침 이 기회를 틈타 일거에 극락산을 멸망시켜야겠어. 극락이 수만 년의 신화를 이어왔는데, 오늘 끝내는 거야!”“그래, 싸우자! 극락산을 멸망시키면 마침 자원을 좀 더 차지할 수 있어!”혈하성궁 소속 사람들은 분분히 전쟁 준비를 했다.경사스러운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멀찌감치 달아난 손님들은 긴장한 채 주목했다.‘이 싸움은 정말 시작될까?’‘극락산은 도대체 무슨 미친 짓이야?’“왔다, 왔어! 극락산이 진짜 왔어!”“맙소사... 정말 전쟁 보루야! 극락산 저 자들이 혈하성궁과 전쟁을 시작하겠다는 게 분명해!”결혼식에 참석했는데 전쟁을 목격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긴장과 격동 속에 모든 사람의 머릿속에는 물음표가 존재한다.‘도대체 왜?’사람들이 아무리 머리를 짜내도 도무지 원인을 알 수가 없었다.그리고 이 스산한 긴장 속에서, 극락산의 전쟁 보루가 혈하성궁 밖에 도착했다.혈하성궁은 이미 방어진법으로 뒤덮여 있었다.혈하신존을 비롯한 혈하성궁의 고수들은 모두 대진 밖에 선 채 음산하고 흉악한 표정을 지었다.“극도! 오늘 네가 극락산에서 우리 혈하성궁에게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끝장을 보겠어. 나 혈하가 너희 극락산을 멸망시킬 것을 맹세하겠어!” 혈하신존이 크게 외쳤다.소리가 천지를 진동했다.“설명? 무슨 설명을 해? 우리 극락산 직계 후손의 아내를 빼앗은 너희 혈하성궁에서 해명을 해야지!” 극도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와...”떠들썩한 소리가 천지를 뒤흔들었다.모두가 경악했다.‘혈도의 신부가 뜻밖에도 극락산 직계 후계자의 아내야? 이건 너무 엄청난데?’“X자식! 극도 네가 감히 이렇게 우리 혈하성궁을 욕보이다니, 정말 끝장을 보겠다는 거야?”혈하신존은 크게 노했다.혈도의 안색도 아주 좋지 않았다.자신은 영문도 모른 채 남의 아내를 뺏은 간악한 도적이 된 것이다.“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사람을 내놓든지 전쟁을 시작하든지 결정해!”“그럼 싸우자! 혈
모든 사람이 어떻게 생각하든, 명령은 이미 하달되었으니 절대로 바뀌지 않을 것이다.사람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명령에 따라 행동하는 것이다.모두 돌아가서 전쟁 준비를 했다.극락산의 분위기는 금세 무거워졌다.그리고 극락산에서 영혼의 수정석을 고가로 사들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혈도의 혼례는 큰 행사다.56개 구역의 무수한 사람들이 이 성대한 혼사에 참석하기 위해서 전송진을 타고 왔다. 그 중에는 영혼의 수정석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비싼 값에 팔기 위해서든 극락산에 아부하기 위해서든 영혼의 수정석을 잇달아 보냈다.하나씩 잇달아 들어왔다.날이 밝기 전까지 모두 800여 개의 영혼의 수정석을 수집했다.성과는 만족스러웠다.물론 극락산에서 지불한 대가도 만만치 않았다.앞으로 5년간의 자원을 모두 썼다고 할 수 있다.하나라도 잘못된다면, 극락산은 무너질 것이다.그러나 극도 등 세 신존은 아무도 개의치 않았다.‘신의 경지 후기인 극락 선조님이 계셔.’‘모든 노력은 가치가 있어.’이 영혼의 수정석이라면 번산이 4, 5 번 손을 쓰기에 충분했다.신의 경지에 이르면, 전기 경지의 10명이 반드시 중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중기 경지 10명이 후기 경지의 한 명을 이길수 있는 것도 아니다.‘혈하성궁이 아무리 강해도, 신의 경지 후기 한 명과 중기 3사람을 동시에 대처할 수는 없어!’‘이 실력이면 모든 걸 깔아뭉갤 수 있어!’해가 떴다.극락산에 모든 사람이 모이자 스산한 기운이 가득했다.호기심이 가득한 사람들을 향해서 극도가 손을 휘저었다.“오늘 이후, 더 이상 혈하성궁은 없다! 우리 극락산이 수라계 1위가 되는 거야! 극락 선조님의 눈부신 무적의 영광을 이어가자!”“무적! 무적!”많은 사람들이 분분히 맞장구를 쳤다.비록 이 늙은이가 술을 마시고 정신이 나갔는지 뭘 잘못 먹고 갑자기 이렇게 자신감이 생겼는지는 알 수가 없었다. 그러나 자신들은 이미 극락산과 생사를 같이 하는 처지이기에 전혀 관여
세 사람은 그 자리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그리고 급히 대전 뒤쪽의 벽에 걸려 있는 한 폭의 그림을 보았다.그림 속에는 천하를 오만하게 내려다보는 독보적인 패자의 모습이 담겨 있었다.“그... 극... 극락 선조님?”세 사람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자신에게 환각이 생긴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그게 어떻게 가능해?’‘극락 선조는 수만 년의 인물이야. 그가 아무리 대단하다고 해도 규칙의 제한을 벗어날 수는 없어. 절대 지금까지 살 수 없어!’“노부는 바로 극락이다. 육신을 버리고 영혼체로 존재하지. 시간의 규칙이 없는 곳에서 수만 년 동안 잠들어 있다가 이 아이에 의해 깨어나게 되었다.”위엄 있게 입을 연 번산의 모습은 완전히 극락과 똑같았다.그 자체가 극락의 악념의 화신이니, 이 세상에 번산보다 극락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다.“극락 선조님을 뵙습니다!”삼대 신존이 잇달아 무릎을 꿇었다.“너희들이 아직도 나를 조상으로 여기는 거야?”“선조님, 화를 가라앉히시지요. 저희 못난 후손들 어떤 점 때문에 선조님께서 이렇게 화가 나셨는지 모르겠습니다.”세 사람은 안절부절 못하면서 물으면서, 마음속으로는 또 미친 듯이 기뻐했다.‘극락 선조님이 여전히 계신다면, 육신이 없더라도 신의 경지 후기인 영혼체는 현재 수라계의 모든 신의 경지 강자들을 쉽게 이길 수 있어.’‘혈하성궁은 개뿔!’‘극락산이 당연히 1위야!’“예전에 노부는 천하를 종횡무진 누비면서 천하무적이었어. 너희 못난 후손들은 오히려 극락산을 이렇게 쇠락한 모습으로 만들었고, 혈하성궁을 두려워하고 있지. 노부가 어떻게 화를 내지 않을 수 있겠어?”“선조님, 노여움을 푸세요!” 세 사람은 얼른 머리를 조아렸다.자신들은 억울했지만 감히 반박하지 못했다.필경 예전의 극락 선조는 정말 무적의 존재였다.한 시대를 짓눌러 버린 것이다그러나 후손들은 극락 선조의 휘황찬란했던 업적을 지금까지 이어올 수 있었다.“이 아이는 우리 극락산 사람이야. 이 아이의 아내 역시 우리 극락
계속해서 전송진을 통과하면서 반나절도 안 돼 수라계의 핵심 구역인 수라역에 도착했다.다른 곳과 다를 바 없이 핏빛이 천지를 뒤덮고 있었다.하지만 다른 곳에 비하면 번화한 지역이 한두 곳이 아니다.어떤 도시에도 큰 짐승이 대지 위에 포복하는 것과 같다. 왕래하는 무자는 가장 약한 자도 모두 생사경의 경지였다.생사경 이하의 사람들은 거의 볼 수가 없었다.서현우는 깊은 시름에 빠진 채 극무 등을 따라 극락산으로 돌아왔다.극락산은 하나의 산맥으로, 주위의 네 개의 약간 낮은 산봉우리가 중간에 있는 아주 높은 산봉우리를 둘러싸고 있다.네 개의 낮은 산은 극락산에서 허드렛일을 하는 제자, 내외문 제자들, 고위 지도층과 장로들, 그리고 극락산과 관계가 있거나 종속된 크고 작은 가문의 거주지이다.중간의 아주 높은 산봉우리는 직계 후계자만 거주할 수 있다.극락노조의 혈맥을 품고 있는 적통만 극락산에 장기 거주할 수 있는 것이다.다른 사람들도 극락산에 올라갈 수는 있지만 오래 머무를 수는 없다.서현우의 출현은 극락산을 들끓게 했다.거의 모든 직계 자제들이 서현우를 보러 달려왔고, 궁금해하거나 불만을 내비치면서 서현우와 겨루면서 실력을 한 번 보고 싶어했다.특히 극상 등이 서현우에게 한 수만에 졌다는 소식을 듣자, 손이 근질거리면서 서현우에 대한 호기심은 더욱 넘치게 되었다.그러나 극무는 서현우를 데리고 다른 두 신급 강자들을 만나러 갔다.하얀 수염을 기른 노인은 극도라고 하고, 또 체구가 크고 우람한 남자는, 극전이라고 한다.서현우를 훑어보는 두 사람의 시선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극락노조의 혈맥은 밖에서는 거의 전해지지 않았는데, 네가 혈맥을 이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구나. 앞으로 극락산에서 편히 살면서 잘 수련하도록 해라.” 두 사람은 서현우에게 매우 친절했다.아무래도 직계 혈맥이 너무 적기 때문이다서현우는 예를 갖추면서 물었다.“감히 두 신존에게 여쭙겠습니다. 혈도가 곧 결혼할 상대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극무는 갑자기 흥미를 느꼈
“일이 좀 늦어졌어요. 수확은 그런대로 괜찮았어요.”서현우가 얼버무리며 말했다.“그럼 됐어요.”홍세령은 고개를 끄덕였다.“곧 나갈 거예요. 준비하세요.”서현우도 알았다고 말했다.홍세령이 말한 준비가 무슨 뜻인지 알고 있다.지금은 갱도 세계의 통로가 닫히기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모든 사람들이 이 시점에서 또 다른 문제가 생기는 걸 바라지 않았다. 만약 나가는 시간이 지체되어 이 안에서 말살된다면 너무 가치가 없는 일이다.하지만, 나간 뒤에는 확실하지가 않았다.아주 혼란스러운 싸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예로부터 이처럼 재물 때문에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였다.윙...곧 문이 열렸다.거의 백만 명에 가까운 무자들이 몰려나왔다.서현우가 뒤를 돌아보니 빛줄기들이 잇달아 스쳐 지나갔다.그것은 신급의 강자들이다.그들의 눈빛에서 분노와 어쩔 수 없다는 기색이 드러났다.11층과 12층을 왔다갔다하면서 찾았다.거의 물샐틈없는 수색이었다.그러나 결국 만령광모의 흔적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어떻게 그들이 실망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서현우는 무의식적으로 입술을 핥았다.‘만령광모가 내게 있다는 이 비밀을 끝까지 지켜야 해.’이번 갱도 세계로의 여정에서 최대 승자가 된 서현우가 환고광맥의 중심부로 돌아왔다.짧은 침묵 끝에 싸움이 시작되었다.신급의 강자들은 이에 대해 조금도 동요하지 않았다.최고 세력의 대열에서도 감히 움직이는 사람이 없었다.주화입마된 자들이 예외적으로 이들을 건드렸지만, 모두 빨리 죽게 되었다.모두들 공중으로 솟아올라서 전쟁처럼 미친 듯이 싸우는 지면을 바라보며 무표정한 표정을 지었다.“가자, 이제 떠나야지.”극무가 담담하게 말했다.홍세령은 서현우를 깊은 시선으로 바라보았다.“시간이 있으면 다시 함께 탐험하도록 해요.”“그래요.” 서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잘 지내세요.”“잘 지내세요, 아마도 곧 극락산에 갈 거예요. 그때 다시 이야기하죠.”“안녕히 계세요.”서현우를 보고 또 홍세령을 보
“무슨 뜻이야?” 서현우의 안색이 변했다.“흥분하지 말고 내 말을 들어.”번산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나는 육신이 없어. 일단 손을 써서 공간의 장벽을 열면 령혼체는 순식간에 공간의 역량에 의해 없어지게 돼.”“나한테 빙의하면 안 돼? 그때 극무를 속인 것처럼?” 서현우가 다급하게 말했다.번산이 말했다.“그때는 내 영혼의 힘이 약해서 너에게 해를 끼치지 않았지만, 지금은 안 돼. 너의 육신의 강도가 이미 내 영혼의 부착을 지탱하기에 부족해.”서현우의 얼굴은 더없이 일그러졌다.“설마 다른 방법이 없단 말이야?”“내가 한 신급의 강자에게 공간의 장벽을 열도록 강요할 수는 있어. 그러나 지구의 좌표를 확정하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야. 게다가 그 신급 강자가 너에게 열어준 것이 바로 지구의 공간 장벽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없어. 만약 어떤 험악한 곳으로 전송되면, 다시 지구의 좌표점을 찾는 것이 더없이 어려워질 거야.”‘사실 번산은 아주 보수적으로 말한 거야.’‘완전히 낯선 세상에서 길을 잃는다면, 지구의 좌표를 알아내는 건 거의 불가능한 일이야.’‘게다가 그곳에 신급의 강자가 있는지, 수라계의 공간 장벽을 다시 뚫을 수 있는지도 확실치 않아.’‘불확실한 요소가 너무 많아.’‘억지로 강행한다면 목숨을 가지고 농담을 하는 거야.’“방법이 또 있어?” 침묵하던 서현우가 물었다.“그리고.”번산이 한숨을 내쉬었다.“내가 강제로 내가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은 깨달음을 너에게 주입할 수 있지만, 반드시 네가 나의 깨달음을 복제해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을 수 있다는 것은 아니야. 너는 사람마다 길이 다르고 깨달음이 다르며 신의 경지에 발을 들여놓는 방향도 다르다는 것을 알아야 해.”“게다가, 너의 바탕과 축적된 실력은 신급 경지와 비교해서, 아직 일정한 차이가 있어. 일단 실패하면, 결과는 네가 잘 알 거야.”서현우는 이를 악물었다.비록 가슴이 설렜지만, 그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나도 내 영혼의 힘을 없애
만령에게 감격한 번산이 웃었다.“고마워, 만령. 만약 네가 아니었다면 얼마나 오래 걸려야 이 정도로 회복될 수 있었는지 모르겠어.”“아빠 말을 들은 거예요.” 서현우의 곁으로 달려간 만령은 한 손을 안고서 의지하는 표정을 지었다.서현우는 만령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으면서, 이 새로 얻은 딸에 대해서도 보호의 정이 더 많아졌다.번산은 활짝 웃으면서 이 장면을 보고 있었다.“얼마나 남았어?” 서현우가 번산에게 물었다.번산과 공생 계약이 있기에 서현우도 번산의 영혼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이 사실에 서현우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영혼의 수정석은 아주 드물고 얻기 어려워. 정말 밖에서 찾는다면 수라계 전체를 다 찾아도 천 개를 찾을 수 없을 거야.’‘이렇게 많은 양으로도 번산의 영혼체를 완전히 회복시키지 못했으니 정말 엄청난 거야.’‘그리고 신경 후기인 강자의 영혼체가 얼마나 무서운지 알 수 있어.’“지금 내 실력은 신의 경지에 막 들어갔다고 할 수 있어. 2천 개만 더 있으면 완전히 회복될 수 있을 것 같아.”번산이 기대하는 말투로 말했다.서현우는 혀를 내둘렀다.‘말은 편하게 하네.’‘만약 만령이라는 만령광모의 존재가 없었다면, 번산은 평생 영혼체를 복구할 수 없었을 거야.’“완전히 복구되면 신의 경지 후기에 도달할 수 있어?”서현우가 물었다.“그래.”번산은 아주 자신있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그러나 내가 손을 대면 영혼의 힘을 소모하게 돼. 영혼의 수정석만 이를 보충할 수 있어.”서현우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해했음을 표시했다.‘육신을 가지고 있는 무자는, 흡수하는 것이 정기든 혈악의 힘이든 모두 천지 사이에서 보충할 수 있어.’‘육신이 그릇과 같은 역할을 하는 거지.‘그러나 번산은 영혼체야. 그에게 가장 적합한 악의 몸은 이미 부패하고 소멸되었어. 이 세상에는 아마도 누구의 몸도 지금의 번산을 수용할 수 없을 거야.’‘번산은 영혼체의 상태로만 존재할 수 있다는 얘기야.’‘육신이 없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