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여자의 가방을 뺏어봐! 안에 뭐가 들었는지 보게.” 성격이 급한 이현욱이 호통을 쳤다. 이현욱의 부하들이 한꺼번에 몰려들었다. 허진혜는 겁에 벌벌 떨면서도 가방을 품 안에 꼭 안고 뺏기지 않으려 애썼다.“거기 누구 없어요? 살려주세요! 여기 강도 있어요!” 허진혜는 젖 먹던 힘까지 다해 소리쳤다.이현욱의 부하들은 허진혜를 여자라고 봐주지 않고 발로 차도 보고 주먹으로 때려도 봤지만 그녀는 여전히 가방을 꼭 품에 안았다.허진혜의 반응을 본 부하들은 가방에 중요한 물건이 들어있다고 확신했다.“살려주세요! 여기 강도 있어요!” 허진혜는 바닥에 쓰러져 죽을힘을 다해 소리쳤다.하지만 워낙 구석진 골목이라 평소에도 지나가는 사람이 적은 곳이었다.설사 누군가 지나가다 이들을 마주친다 해도 이현욱 패거리들을 본다면 무서워서라도 얼른 자리를 뜨려 할 것이 분명했다. “패, 이 년이 가방을 놓을 때까지 죽도록 패!” 이현욱이 부하들한테 소리쳤다.고분고분 가방을 내놓지도 않고 목청까지 큰 허진혜한테 이현욱의 인내심은 거의 한계에 다다랐다.이현욱의 명령을 들은 부하들은 허진혜를 더 심하게 때리기 시작했다.허진혜는 끝내는 이들의 매를 이겨내지 못하고 기절해 버렸다.기절한 틈을 타 부하 한 명이 잽싸게 허진혜가 품고 있던 가방을 뺏어서는 이현욱한테 바쳤다.이현욱이 가방을 열어보니 3천만 원 상당의 현금이 있었다. 놀라움도 잠시 이현욱의 얼굴에는 금세 미소가 번졌다.“이년 이거 돈이 이렇게 많으면서 우릴 속였네?” 이현욱이 조금은 당황스러운 듯이 말했다.허진혜가 겉보기에도 부자 같아 보이지는 않는데 말이야?“형님, 의사라도 부를까요? 이대로 죽는 건 아니겠죠?” 한 부하가 걱정스레 물었다.부하의 말 그대로 허진혜의 상태가 좋지 않아 보였다.“이 년이 죽든 말든 나랑 무슨 상관이야. 뭐해! 얼른 가자!” 이미 얻으려는 물건을 손에 넣었으니 허진혜의 생사 따윈 이현욱한테 더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한테 중요한 건 오직 돈뿐이다.말을 끝내기 무섭게 이현
”선생님, 괜찮으세요? 허 선생님!” 임서우는 허진혜를 품에 안고는 차로 걸어갔다.차 옆에 도착하던 순간 허진혜는 갑자기 정신이 들었다.“서우야, 네가 어떻게 여기에...?” 허진혜는 눈앞의 임서우를 보고 한순간 지금 상황이 꿈인지 생신지 구분할 수가 없었다.“선생님 집으로 가던 길이었는데 마침 선생님께서 골목에 쓰러져 계시는 걸 봤어요. 병원에 모시고 가려던 참이었는데... 도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에요?”“어제 네가 준 돈 말이야... 그거 다 뺏겼어... 흑흑...” 허진혜가 흐느끼며 입을 열었다.허진혜는 마침 그 돈을 가지고 병원에 아버지 병원비를 내러 가던 길이었다. 그러다 공교롭게도 늑대파를 마주친 거였다.“늑대파 그들이 갑자기 몰려오더니 내 가방을 뺏으려 하는 거야. 그래서 내가 가방을 계속 안고 주지 않으려고 하니까 날 때리더라...”“선생님, 그 정도 돈은 제가 얼마든지 더 드릴 수 있어요.” 임서우가 허진혜를 달래려고 입을 열었다.“그래도 그건 네 것이니까. 내가 계속 너한테서 빌려 쓸 순 없잖아. 병원비 내러 가려고 했는데 늑대파 저 양심도 없는 놈들 때문에... 나보고 어떡하라고...”그녀는 자신이 현재 세상에서 제일 불행한 사람이라고 느껴졌다. 허진혜가 슬퍼하는 모습을 본 임서우는 늑대파를 없애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이런 악질 무리를 계속 사회에 내버려둔다면 해만 끼치게 될 뿐! 아예 이번 기회에 다 없애버리는 게 나을 듯싶었다.조사단의 책임자로서 서울시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원래 임서우의 임무였다. 늑대파 같은 악질세력은 당연히 천천히 없애버리는 것이 맞았다.“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도울게요.” 임서우가 입을 열었다. 그는 지금 허진혜한테 제일 중요한 건 잃어버린 돈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만약 지금 같은 상황에서 또다시 돈을 빌려준다면 허진혜가 불편해할 것이 분명하니 차라리 잃어버린 돈을 다시 찾아주는 것이 허진혜의 마음을 더 편안하게 하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침착해, 늑대파
허찬수는 자신의 딸이 학교에서 갑자기 해고될 줄은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누구 하나 도와주는 사람 없고 늑대파한테 맞아 다리까지 부러지다니 더 원통하고 분했다.너무 분했지만 처자식들 생각에 금세 정신을 차렸다. “아저씨,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실력 있는 의사 한 분을 모셨어요. 좀만 지나면 그분이 병원으로 오셔서 치료해 드릴 거예요.” “그럼, 정말 고맙네!” 허찬수가 기뻐하며 입을 열었다.임서우가 자주 집에 놀러 왔을 때부터 허찬수는 임서우가 무척 맘에 들어 했었다. 임서우가 소개해 준 의사가 병을 고칠 수 있든 없든 지를 막론하고 이렇게 도와준다는 것만으로 허찬수는 너무나도 고맙게 생각했다.“별말씀을요. 전에도 저한테 잘해주셨잖아요. 그러니까 지금 제가 도와드리는 건 당연한 일이죠. 아, 맞다.. 혹시 하정은은 어디 있는지 아세요? 그 선생님이 정은이도 치료해 줄 거라서요.” “정은이도 지금이 병원에 있어. 그럼, 지금 보러 가자.” 허진혜는 임서우의 말에 대답하며 임서우를 데리고 병실을 나서려 했다.“네.” 임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허찬수도 하정은이 너무 안쓰러웠는데 임서우가 의사를 모셔서 치료해 준다고 하니 마음이 놓였다.한편 임서우는 허진혜를 따라 또 다른 병실에 들어섰다.침대에는 예쁘장하게 생긴 여자가 누워 있었다. 바로 하정은이었다.한 중년 부인이 어두운 표정으로 침대 옆을 지키고 있었다. 하정은의 어머니였다.하정은의 아버지는 일 때문에 바빴기에 병원에 없었다.“허 선생님.” 하정은은 너무 기쁜 나머지 허진혜를 보자마자 반갑게 불렀다.병실 정리를 하려고 막 일어서던 하정은의 어머니도 허진혜를 보고는 반갑게 물었다.“어머, 허 선생님! 선생님이 어쩐 일로...?”“아버지 뵈러 왔다 가요. 정은이는 좀 어떤지 보러 왔어요.” 허진혜가 웃으며 대답했다.그리고는 두 사람한테 임서우를 소개했다.“어머님, 서우가 엄청 대단한 의사 선생님을 소개해 준대요. 정은이 치료를 도와주기로 했으니까 어쩌면 정은이 나을지도 몰라요
담소를 나누는 틈을 타 임서우는 하정은과 허찬수의 일부 병원비를 내러 자리를 비웠다. 적어도 돈 때문에 근심 걱정 않고 맘 편히 입원할 수 있도록 담보할 수 있는 금액이었다.임서우는 하정은의 가정형편이 좋지 않아 더는 그녀의 치료비를 댈 돈이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천만 원을 더 계좌에서 이출했다.병실에 돌아와 임서우는 오백만 원을 하정은의 어머니한테 넘겼다. 한참 동안의 실랑이를 거쳐서야 하정은의 어머니는 돈을 받아쥐었다.임서우의 돈은 이들에게 그야말로 가물의 담비 같은 존재였다.임서우는 나머지 오백만 원도 다 주려고 했으나 액수가 너무 크면 부담스러워 할까 봐 반만 먼저 준거였다.임서우는 병실을 나서자마자 나머지 돈을 허진혜한테 건넸다.그녀의 아버지 또한 입원하여 돈이 필요한 시기였기에 허진혜는 별말 없이 돈을 받았다.그 후 이들은 허찬수의 병실로 돌아와 김서윤의 소식을 기다렸다.오후 4시, 임서우는 김서윤에서 걸려 온 연락을 받게 되었다.임서우는 병실을 나서서야 전화를 받았다.“군의관과 서른 명의 정예 특전사가 이미 서울시에 도착했습니다.” 김서윤이 입을 열었다.“군의관, 누구?”“나지훈씨입니다.” 김서윤이 대답했다.임서우는 “나지훈” 세글자를 듣자마자 만족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지훈의 의술은 남강에서 소문이 자자했다. 생사의 고비에 놓인 사람을 다시 살려낸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니 하정은 같은 병은 나지훈한테 식은 죽 먹기라고 할 수 있었다.“그럼 앞으로의 계획은 뭐죠” 김서윤이 물었다.서울시에는 아직도 많은 악질 세력이 활개를 치고 있기에 조사단 역시 경계를 늦추지 않고 계속 수사를 하고 있었다.“먼저 지훈이를 데리고 서울병원으로 와. 정예부대는 일단 호텔에서 쉬고 있으라고 하고.”“아, 그리고... 보고드릴 사항이 하나 있습니다.” “뭔데?”“서른 명의 정예 부대원 중에 여성 부대원이 한 명 있습니다. 유원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지...”보통 이런 상황에서는 여러 면의 편리를
임서우는 여인을 보자마자 그 자리에 굳어버렸다.왜냐하면 이 여인이 바로 그를 골치 아프게 했던 윤설이였기 때문이다.“윤설, 자네가 여기는 어떻게?” 임서우가 엄숙하게 물었다.“아, 오빠. 호텔은 너무 심심해서요. 그냥 이리저리 돌아보고 있었어요.” 윤설이 아무렇지 않다는 듯 대답했다.김서윤이 귀띔을 듣고 윤설은 임서우를 오빠라고 불렀다.허진혜는, 이 정도의 아우라를 가진 여자 군인이 임서우를 찾아온 것에 조금은 의아했다.“따라와.” 임서우는 말하면서 자리를 떴다. 얘기를 나누기에는 보는 눈이 너무 많았다.윤설은 임서우를 따라 병실을 나섰다. 하지만 윤설은 얼굴도 예쁜 데다 군복을 입은 모습이 어디를 가도 사람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임서우는 무표정으로 윤설을 데리고 병원 밖의 한 인적이 드문 곳으로 나왔다. 그러고는 갑자기 멈춰서서는 윤설을 향해 돌아섰다.“차렷!”윤설은 걸음을 멈추고 자세를 고쳐 섰다.“윤설!” 임서우는 화가 난 듯 소리쳤다.“단결!” 윤설이 대답했다.“서울시는 왜 왔나?” 임서우가 물었다.“드래곤 킹의 신변 보호를 위해 왔습니다.”“나는 보호해 주는 사람이 있으니 지금 당장 남강으로 돌아가도록 한다.”“싫습니다.”“명령 불복이야? 지금 당장 남강으로 돌아가. 여기는 너 필요 없어.”매번 작전 수행을 할 때마다 단독행동을 해대고 명령에 복종하지 않는 군인은 딱 질색이었다. “아닙니다. 하지만 지금 남강은 재미가 없어서 이쪽으로 온 겁니다.”“재미가 없다?”“네! 서울은 재밌잖아요. 매일 우리 잘생긴 드래곤 킹도 볼 수 있고.” 윤설이 웃으며 대답했다.“나 지금 너랑 장난할 기분 아니야.” 임서우가 정색하며 대답했다.“오빠, 왜 그래~ 무섭잖아. 전쟁터에서는 꼭 명령에 따를게.” 임서우는 윤설의 대답에 어이를 잃었다. 지금 윤설을 남강으로 보내려면 안 가려 할 것이 분명했고 소란을 피울 수도 있으니 차라리 서울에 남게 하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그래그래. 적어도 나오려면 옷이라
임무라는 두 글자만 들어도 정신이 번쩍 들었다.“이현욱이 부하들을 데리고 내 선생님의 돈을 뺏어 갔거든? 네가 가서 돈 좀 찾아줘야겠다.” 임서우가 말했다.“그게 누군데요?” 윤설이 물었다.서울의 상황에 대해 잘 모르는 윤설은 당연히 이현욱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그래도 할 일이 생겨서 꽤 만족스러웠다.“이현욱은 이 부근의 악질인데 뭐 어떻게 생겼는지는 혼자 알아보고. 애먼 사람 잡지 말고.”“네!”“아, 그리고 일단 죽이지는 말고 심문해 봐. 누가 시켰는지.” 임서우가 당부했다.“네!” 윤설과 김서윤이 동시에 대답했다.“그래. 그럼 얼른 움직여.” 더는 윤설이랑 엮이기 싫었기에 그는 일단 아무 일이나 찾아줬다.그 후 임서우는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아까 그 아가씨는 누구야?” 허진혜는 임서우가 돌아온 걸 보고는 물었다.“군에 있을 때 친구예요. 나지훈 선생님이랑 같이 왔어요. 오랫동안 못 봐서 그냥 보러 온 거에요.”“그렇구나...” 허진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임서우의 말을 믿은 게 분명했다.그래서 더는 캐묻지 않았다. 그럴 명분도 없고....얼마 지나지 않아 윤설과 김서윤은 이현욱 등 사람들의 행방을 찾아냈다. 그들은 한창 한 호텔에서 거하게 식사를 하고 있었다.윤설과 김서윤은 편한 옷으로 갈아입고 수십 명의 특전사 들을 이끌고 호텔로 향했다.-호텔 안-“형님! 제가 한잔 올리겠습니다.”“오늘 한탕 거하게 했네요.”그러게. 허진혜가 돈이 그렇게 많을 줄이야.”“자, 자. 같이 한잔하지.”이현욱의 부하들은 제 몸을 잘 가누지 못할 정도로 술에 취해 있었다.“그깟 돈 가지고... 앞으로 나만 믿고 따라와. 잘 먹고 잘살게 해줄게.”이현욱도 무척이나 기뻤지만 내색하지 않았다.부하들은 허풍을 떨어댔고 이현욱도 점점 정신을 놓고 있었다.이때 호텔 밖에 SUV 몇 대가 도착했다.수십 명이 기세등등하게 호텔로 쳐들어가 이현욱 무리가 있는 방을 찾아냈다.윤설과 김서윤, 그리고 특전사 들이었다.갑자기 쳐들어온
부대원들은 이현욱 일당을 모두 차로 끌어갔다.갑자기 벌어진 사태에 호텔 직원들은 물론 고객들까지 모두 당황했다. 모두 이현욱이 호락호락한 인물이 아니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그런 사람들이 맥없이 잡혀가다니 너무나도 이상한 일이었다.“저기...밥값은 우리가 내는 거 어때요? 사장님도 쉽지 않으신데 공짜로 먹고 갈 순 없으니까.” 윤설이 김서윤한테 말했다.“...”김서윤은 그래도 중급 장관인데 이런 대접을 받으니 시원치는 않았지만 굳이 따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 그냥 넘어갔다.윤설은 김서윤이 호텔에서 나오기를 기다려서 같이 떠났다.그들은 이미 이현욱 무리를 처리할 장소를 정해 놨다.서울시 교외에 도착한 이들은 이현욱 등 사람들을 모조리 차에서 끌어냈다.“뭐 하는 사람들이야?” 이현욱이 두려움에 떨며 입을 열었다.“우리는 임서우의 명령을 따른다.” 윤설이 대답했다.“임서우? 그 쓸모없는 놈 말이야?”“쓸모없는 놈 아니고 대단한 인물.” 윤설이 반박했다. 임서우의 결혼 소식을 접하고 오랜 시간 동안 슬퍼했던 그녀였다.그래도 지금은 임서우 얼굴이라도 볼 수 있으니 그녀한텐 큰 위로였다.“우린 임서우랑 아무 일도 없었는데? 왜 우리를 잡는 건데?” 이현욱이 물었다.임서우에 관한 일을 그도 조금은 알고 있었다.“임서우의 선생님, 허진혜를 건드렸잖아.” 윤설이 냉랭하게 대답했다.윤설의 말을 들은 그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다만 허진혜가 임서우의 선생님일 줄은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그래서 뭐 어떡하려고?” 이현욱이 겁에 질려 물었다.“일단은 돈부터 내놓으셔야지.”이현욱은 고분고분 허진혜 손에서 뺏은 가방을 내놓았다.“이거밖에 안 남았어요. 저희 좀 살려주세요.” 돈을 손에 얻자마자 몇백만 원을 이미 써버렸던 터였다.임서우의 부하들이 이렇게 빨리 찾아올 줄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그리고...허진혜의 아버지는 왜 때린 거야? 누가 시켰어?” 윤설이 계속 냉랭한 어투로 물었다.“그건 말 못 해요.” 이현욱은 절대 배후를 밝혀서
허진혜는 가방을 건네받고는 그 즉시로 금액을 확인했다. 일전 한 푼 적어지지 않은 걸 보고는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정말 고마워요.” 허진혜가 흥분되어 말했다.목숨줄 같은 돈이었지만 찾을 수 있다는 기대조차 하지 않았던 터라 이렇게 다시 찾으니 너무 기뻤다.“별말씀을요. 제가 당연히 해야 할 일인데요.” 김서윤이 웃으며 대답했다.“이현욱은 유명한 악질인데... 앞으로 조심해요.” 허진혜가 걱정스러운 어투로 말했다.이현욱이 이미 죽었다는 사실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임서우가 누군지는 더더욱 몰랐다. 아니면 지금 임서우 걱정도 하지 않았을 거다.“괜찮아요. 그냥 평범한 깡패예요.” 김서윤이 태연하게 대답했다.“선생님, 이제는 돈도 찾았겠다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임서우가 병실로 들어서며 입을 열었다.허진혜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임서우와 김서윤 모두 일정한 실력자라는 건 알고 있었다.......-서울의 한 레스토랑-신아름, 허준호, 송민호가 한창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송민호가 전에 신수아를 하도 따라다녔던 터라 당연히 신아름과 허준호를 알게 되었다.그뿐만 아니라 허준호와 송민호 같은 재벌 2세들은 자주 모여 모임을 가지곤 했다.“송 도련님이 왜 이렇게 울상이실까?” 신아름이 물었다.“말도 마, 지난달 사람들 앞에서 너희 언니한테 프러포즈를 한 후부터 남한그룹에서 우리 가문이랑 더는 손을 잡지 않고 있어서 사업이 말이 아니야. 집에서의 위치도 말이 아니고... 진짜 모르겠어. 도대체 왜?” 송민호가 대답했다.“제 상황도 비슷해요. 저희 삼촌도 갑자기 해고당하셨어요. 그 이후로는 허가와 남한그룹 역시 왕래가 끊겼어요. 집안사람들이 다 제 탓이라고 하는 데 저도 잘 모르겠어요.” 허준호도 답답해하며 입을 열었다.허준호와 송민호가 한숨을 쉬는 모습을 본 신아름은 갑자기 못된 생각이 떠올랐다.신수아는 모든 일에서 다 그녀보다 한 수 위였다. 결혼식마저도. 지난번 결혼식 이후, 신아름은 계속 신수아한테 복수를 할 기회를 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