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 서우 씨.”백윤아는 울먹이며 말했다. 임서우가 없었다면 백윤아는 진작에 연예계에서 은퇴했을 것이다. 임서우는 그녀의 은인이었다.“아닙니다. 고맙다고 말해야 할 사람은 저죠. 윤아 씨를 남한 그룹 모델로 삼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윤아 씨는 수아의 절친이니 제가 반드시 해결해 줄게요.”임서우는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듣자 백윤아는 약간 감동되었다. 그리고 이런 남자와 함께 평생을 살 수 있는 신수아가 너무 부러웠다. 여자라면 모두 심쿵할 멋진 남자였다.심지어 백윤아도 가끔 임서우한테 반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임서우의 눈에는 신수아 밖에 없었다. 아무리 예쁜 여자라도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서우 씨 제가 알기로는 윤아에게 손을 댄 사람은 권력이 있는 자라서 일을 처리하는데 좀 귀찮을 것 같네요.”권용하는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이렇게 많은 언론 매체들을 동원하는 걸 보면 평범한 인물이 아닌 것 같았다.“아니야. 나한테는 식은 죽 먹기야.”임서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함재석만 해결하면 모든 일이 쉽게 풀릴 것이다.함석 그룹.함재석은 갓 연예계에 발을 들인 어린 여자애를 데리고 드라이브를 하려고 회사를 떠났다. 그 여자는 섹시한 몸매에 청순한 비주얼을 가지고 있었다. 함재석은 오늘 그녀와 제대로 놀아볼 계획이었다.함씨 가문 도련님으로서 그는 매년 많은 예쁜 여자들과 놀러 다니곤 하였다.바로 함재석이 차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탕 하고 소리가 들리더니 함재석은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그러자 갑자기 몇 명이 나타나 함재석을 들어 올렸다.짝!반 시간 뒤.청주 교외의 폐허가 된 공장 한 채.함재석은 의식을 회복했다. 그는 뒤통수가 너무 아픈 것을 느꼈다.그리고 눈을 떴을 때 그는 자기 앞에 한 젊은 남자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 남자는 당당한 표정으로 함재석을 째려보았다.“뭐 하려고? 이거 놔! 나는 함씨 가문 도련님이야. 죽고 싶어?”정신을 차린 함재석은 욕설을
하지만 그는 백윤아를 놓아줄 리가 없었다.“이렇게 날뛰는 거야? 하하하. 하지만 네가 틀렸어. 난 너에게 백윤아 씨를 놓아주라고 하지 않았어.”임서우는 함재석을 바라보면서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러면 뭐 하자는 거야?”함재석은 살짝 어리둥절했다.“넌 백윤아 씨의 체면을 구겨지게 만들고 싶잖아? 그러면 잘 됐어. 너에게 그 기분을 맛보게 해 줄게.”임서우가 그렇게 말하자 함재석은 가슴이 뜨끔해졌고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서윤아, 준비됐어?”“네. 준비됐어요. 정말 멋질걸요.”김서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러자 건장한 남자 몇 명이 걸어 들어왔다.몇 사람들은 덩치는 커 보이지만 모두 특이한 취향이 있었다.함재석은 어릴 적부터 귀하게 자랐고 외모도 꽤 잘생긴 편이었다.몇몇 건장한 남자들은 함재석을 보는 순간 하나같이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변했다.“뭐 하는 거야? 다가오지 마.”함재석은 잔뜩 겁에 질려 소리쳤다.마음속의 불안감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시작해!”임서우가 손짓하고 바로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몇몇 건장한 남자들은 게걸스러운 표정으로 함재석을 향해 걸어갔다.“뭐 하는 거야. 난 함씨 가문의 도련님이야. 누가 감히 날 다쳐?”함재석은 곧 죽을 어린 양처럼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그들은 순순히 함재석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으악! 하지 마. 살려주세요!”함재석은 늑대처럼 비명을 질렀다.몇몇 건장한 남자들은 함재석을 바닥에 눕히고 피스톤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권용하는 7, 8명의 카메라맨을 불렀다. 몇 대의 카메라가 함재석을 향하고 있었고 한 편의 연령 제한이 있는 영화가 시작되었다.한 시간 후.몇몇 건장한 남자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공장을 떠났다.함재석은 구석에 웅크린 채 온몸을 떨고 있었고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느낌이 어때? 좋아?”임서우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악마야. 넌 악마 새끼라고!”함재석이 몸을 바르르 떨며 말했다.“뭐 하자는 거야?”“어때? 넌 남의
드래곤 네이션의 경외, 만리 전장에서 거위 털 같은 함박눈이 흩날렸다.백만 장병은 혹한의 추위도 두려워하지 않고 일제히 수천 개의 대진을 만들었는데 국경의 새하얀 설산에 새까맣게 뒤덮여 장관을 이루었다!광풍이 휘몰아치고 거센 눈보라가 일어도 백만 영웅이 함께 모인 거대한 행렬 앞에서는 빛바랠 따름이었다!살벌한 기운이 하늘을 찌를 것만 같았다!백만 명의 최정예 병사는 바로 드래곤 킹덤의 엘리트이다.5년 동안 그들은 염라 판관처럼 드래곤 네이션 변방에서 과감한 살육을 펼치고 누차 혁혁한 공을 세워 이웃 나라 적들의 악몽으로 거듭났다!전장에서 그들은 막강한 공격으로 백전백승을 이루어 적의 위엄을 짓누르고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오늘날 드래곤 킹덤은 국경을 평정 짓고, 백전백승의 용사들은 만천하를 제패하여 널리 이름을 떨쳤다!1년 전, 여러 이웃 나라들이 다른 가문의 세력과 연합하여 구룡산맥에 천라지망을 설치했는데 그 목적은 바로 드래곤 네이션의 드래곤 킹덤 오너 임서우를 매복 공격하기 위해서였다.임서우는 여러 나라 세력과 피 튀기는 사투를 벌여 적들을 대거 학살했다. 그는 각 나라 수장과 여러 세력의 지배자들을 전부 교살하여 구룡산 최고봉에 시신을 내걸었다.전 세계가 충격의 도가니에 빠졌다!드래곤 킹덤은 이 기회를 틈타 변방을 침략한 잔당을 일거에 소탕하여 드래곤 네이션 변경을 평온하게 회복시키고 국경의 통일을 이루었다.다만 임서우는 이 전투가 끝난 뒤 종적을 감췄다!반년 전, 임서우가 신변의 장교들에게 문자 한 통 보냈는데 내용은 이러했다. 국경에 전란이 없고 그도 곧 결혼하여 평범한 삶을 살 터이니 변방이 무사한 한 절대 서울에 찾아와 그의 안일한 생활을 방해하지 말라고 했다.현재 적국은 1년간의 원기회복을 마치고 또다시 국경선에 병력을 추가 파병하며 꿈틀거리고 있다.드래곤 킹덤에서 임서우는 그들의 유일한 킹이다.드래곤 네이션에 국군이 없으면 안 되듯이 드래곤 킹덤에 더 킹이 없으면 안 된다.호크아이 전투기가 하늘을 가르며 무서운 속
임서우는 변방에서 현실 사회로 돌아와 진짜 사랑을 찾았다고 생각했다.그는 23살 생일에 허민서에게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 그녀를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로 만들어주겠다고 다짐했다.그런데 정작 그녀는 임서우가 힘들게 돈 버느라 흘러내린 땀을 싫어했다.고생해서 흘린 땀인데 그녀는 땀 냄새가 역겹다고 한다!그럼에도 임서우는 1년 동안 그녀와 함께한 정을 그리며 진지하게 대답했다.“네가 원하는 거 내일 다 주려고 했어. 날 믿어, 민서야. 네가 원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줄게!”허민서는 한숨을 내쉬며 살짝 지친 듯이 말했다.“서우야, 나 그만할래. 넌 그저 가난한 남자였어. 돈도 권력도 집도 차도 없는데 대체 네가 나한테 뭘 해줄 수 있겠니? 우린 여기까지인가 봐. 내일 바로 가서 이혼하자.”말을 마친 허민서는 무표정한 얼굴로 침실에 들어갔다.이어서 임서우는 침실문을 안으로 잠그는 소리가 들려왔다.그는 거실에 걸린 두 사람의 결혼사진을 멍하니 쳐다보다가 안으로 잠긴 침실문을 보면서 저도 몰래 한숨이 새어 나왔다.그가 늘 자랑스럽게 여겼던 ‘진짜 사랑’이 결국 돈 앞에서 무너지다니.하늘이 선택한 행운의 여신 허민서는 불과 한두 시간을 앞두고 곧 다가올 행운을 제 손으로 무너뜨렸다.임서우는 30분 동안 멍하니 소파에 앉아있었다.오늘 밤엔 침실에 못 들어갈 듯싶으니 소파에서 하룻밤을 때우는 수밖에.이때 침실문이 열리고 허민서가 예쁜 얼굴을 내밀었는데 표정은 한없이 차가울 따름이었다.임서우는 내심 기뻤다. 그녀가 두 사람의 결혼생활에 미련을 못 버리는 줄로 여겼다.하지만 곧이어 핑크 하트 모양의 박스가 임서우의 발 옆에 내동댕이쳐졌다.이 박스는 그가 허민서에게 주려고 침대 머리맡에 놔뒀던 선물이다.그녀는 지금 쓰레기를 버리듯 그의 선물을 매정하게 내팽개쳤다.임서우는 허리를 숙이고 박스를 주우며 고개를 내저었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며 마지막으로 그녀에게 물었다.“이 안에 뭐 들어있을지 열어보지도 않네?”“필요 없어. 난 더이상 이런
다음날 이른 아침, 임서우와 허민서는 나란히 집에서 내려와 그들이 사는 낡고 허름한 대문 앞에 도착했다.두 사람이 길가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임서우가 허민서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더 생각해보지 않을 거야?”허민서는 그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이미 다 결정했어.”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그녀가 새로 산 구찌 가방에서 휴대폰 벨 소리가 울렸다.그녀는 최신형 아이폰을 꺼내 들었다.허민서는 발신자 표시를 보더니 옆에 있는 오동나무 아래로 걸어가 부드러운 말투로 전화를 받았다.몇 달 전만 해도 그녀의 이런 부드러운 목소리는 오직 임서우 전용이었는데 지금 이 순간, 어느덧 전화기 너머의 딴 남자에게 돌아갔다.임서우는 두 사람의 감정이 끝났다는 걸 확인한 후 더는 집착하지 않았다.곧이어 버스가 도착하고 차 문이 열리자 임서우가 이제 막 통화를 마친 허민서에게 얼른 차 타라고 곁눈질했다.버스 앞에 도착한 허민서는 그를 힐긋 쳐다봤는데 눈빛 속에 가여움과 야유, 경멸이 살짝 담겨있었다.“서우야, 몇 달 전에 우리 결혼할 때 버스 타고 혼인 신고하러 갔는데 오늘 이혼하는 것도 버스 타고 가네. 잘 들어, 이게 바로 우리가 이혼한 이유야.”버스를 타고 세 정거장 가면 구청이다.둘은 앞뒤 좌석으로 앉아 아무런 교류도 없었다.구청에 곧장 도착했고 직원이 두 사람을 자리에 안내한 후 각종 서류를 요구했다.직원은 서류를 검토하며 그들에게 물었다.“두 분 모두 충분히 생각하셨죠? 재산분할은 마치셨나요?”허민서가 지체 없이 말했다.“네, 이미 결정했으니 얼른 절차 진행하세요. 우리는 딱히 나눌 재산이 없어요. 집은 셋집이고 차 살 돈도 없어요. 집 안에 있는 물건들이 전 재산이에요. 얘가 산 것도 있고 내가 산 것도 있는데 전부 다 얘한테 남겨줄 거예요. 적금도 몇만 원 정도 있겠는데 그것도 얘한테 다 주겠어요. 난 아무것도 필요 없어요.”허민서는 아주 관대한 척하며 말했지만 정작 경멸에 찬 그 표정은 전남편에게 동전이라도 쥐여주는 느낌이었다.
바로 이때 요란한 스포츠카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빨간색 BMW z4 쿠페가 허민서 옆에 도착했고 차 문이 열리자 외눈박이에 얼굴에 온통 주근깨가 박힌 극심한 대머리의 남자가 안에서 내려왔다.임서우는 이 외눈박이를 알고 있다.그는 임서우와 허민서와 한 회사에 다니는 박부장의 아들 박건우이고 올해 나이 33살이다.박건우는 태어날 때부터 한쪽 눈이 멀었다.얼굴은 못생겼지만 집안 조건이 좋아 업무 능력이 별로임에도 아빠 덕분에 회사에서 지금까지 버텨왔다.하지만 줄곧 결혼하지 못했다.박건우는 차에서 내려와 곧게 임서우 앞으로 다가가더니 들뜬 얼굴로 그의 손을 잡으며 거만을 떨었다.“민서 전남편 되시죠? 고마워요, 이 반년 동안 우리 아내 극진히 보살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물론 딱히 보살펴준 것도 없지만 아무튼 민서는 인제 내 사람이니 마음 놓고 지내세요. 내가 우리 민서 어여쁜 꽃으로 보듬어줄 테니까. 나랑 함께 지내거든 교통 버스 탈 일도 없고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힐 거예요. 최선을 다해 민서에게 가장 좋은 생활을 안겨주려고요. 우리가 함께하면 민서는 분명 전보다 행복하고 즐거울 테니 전남편 씨는 걱정할 거 아무것도 없어요.”박건우는 히죽히죽 웃으며 임서우에게 말했다. 고마움을 표한다기보다 야유와 비난에 더 가깝고 제 자랑도 잔뜩 늘려놓았다.임서우는 그를 신경 쓰지 않은 채 의아한 얼굴로 허민서를 쳐다봤다.그는 줄곧 허민서가 예쁘장하게 생겨 적어도 그보다는 젊고 돈 많은 사업가를 만날 줄 알았는데 고작 돈만 밝히는 여자였다니.외눈박이 박건우는 임서우보다 돈만 좀 더 많아 보일 뿐 외모는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을 지경으로 역겨웠다.“이 사람 때문에 나랑 이혼한 거야?”임서우가 허민서에게 물었다.허민서는 조금 난처한 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다만 그녀는 곧장 머리를 쳐들고 용기 내어 큰 소리로 말했다.“맞아, 바로 건우 씨 때문이야. 건우 씨는 나한테 엄청 잘해주고 항상 제일 좋은 것만 선사해줘. 건우 씨는 나한테 진
“매일 버스 타고 다니지, 맞지? 건우 씨는 월급이 400만 원이고 아빠가 회사 임원이셔. 그러는 넌? 낮에는 출근하고 점심에는 택배 배달해서 매일 땀 냄새를 가득 풍기며 돌아오는데 한 달에 고작 몇십만 원밖에 못 벌잖아. 너희 부모님은 뭐 하는 분들이야? 아마 촌구석에서 지내고 있겠지. 우리가 결혼한 반년 동안 넌 감히 부모님 얼굴도 보여주지 않았어. 서울에 오면 길을 잃을까 봐? 아니면 내가 그분들을 얕잡아볼까 봐 두려웠던 거야? 어디다 대고 내 남친을 폐인이라고 욕해? 거울 좀 봐, 이 쓰레기 같은 놈아! 너 같은 건 이번 생에 BMW가 아니라 그냥 차 자체를 못 사. 임서우 넌 그냥 거지 운명을 타고났어, 인정해.”허민서는 임서우에게 갖은 욕설을 퍼부은 후 박건우의 팔짱을 끼고 일부러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여보, 가요 우리.”박건우도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민서야, 아무리 그래도 거지 운명이 뭐야? 물론 네 말도 틀린 것 없지만 앞으로 이런 거지새끼를 마주치면 그냥 피해서 가.”비겁하고 치졸한 두 남녀가 임서우 앞에서 꼴값을 떨었다.두 남녀가 빨간색 BMW z4쪽으로 걸어갈 때 멀리서 우렁찬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곧이어 대형 SUV 벤츠 지바겐이 쌩하고 날라오더니 브레이크도 밟지 않은 채 허민서가 자랑스러워하던 BMW 스포츠카를 가뿐히 짓밟아버렸다.빨간색 BMW 스포츠카는 그 자리에서 고철로 깔렸다.한껏 멋스럽던 스포츠카가 어느덧 김빠진 공이 돼버렸다.옆에 서 있던 박건우와 허민서는 어안이 벙벙했다.대량 개조한 대형 SUV 벤츠 지바겐 G63은 길이 6미터, 중량 3톤에 6.2리터의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을 지니고 있다. 판매가가 무려 12억에 달하는 이 녀석은 강철같이 탄탄한 맹수와 다름없다.벤츠 지바겐은 빨간색 BMW 스포츠카가 납작해질 때까지 여러 번 깔아뭉갠 후에야 공격을 멈췄다.차 시동이 꺼지고 문이 열리자 살색 스타킹을 신은 늘씬한 다리의 여인이 밖으로 나왔다.그녀는 군복 원피스를 입고 차에서 내려왔는데 환상적
좀 전까지 김서윤의 눈부신 외모와 화끈한 몸매에 푹 빠져있던 박건우는 그녀의 맹비난에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애지중지 아끼던 BMW가 납작하게 깔린 걸 다시 보자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이제 막 화내려 할 때 김서윤이 하얗고 늘씬한 다리를 내뻗으며 그에게 걸어왔다.박건우는 과언이 아니라 지금까지 이런 미인을 본 적이 없다.그는 김서윤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김서윤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고 박건우는 입을 쩍 벌린 채 침까지 흘러나올 것 같았다.김서윤은 그의 앞에 다가가 가볍게 웃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붙였다.“계속 그렇게 쳐다보면 눈알을 뽑아서 개나 줘버리는 수가 있어!”비록 웃으며 한 말이지만 박건우는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났다.그녀의 말은 신성불가침의 위엄을 지닌 것 같았다.박건우는 결국 눈길을 피했다.김서윤은 더는 그를 거들떠보지 않고 이번엔 허민서 앞으로 다가갔다.그녀는 가늘고 긴 손가락을 내밀어 허민서의 턱을 살짝 치키며 농락하듯이 한참 훑어보다가 쓴웃음을 짓고는 비난과 야유 조로 쏘아붙였다.“오빠가 애초에 나한테 그러더라고. 당신은 심성이 착하고 얼굴도 예뻐서 이렇게 좋은 여자가 극히 드물다며 알고 지낸 지 반년 만에 혼인 신고했대. 오빠가 당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중요한 일들을 지체했는지 알아? 결혼한 지 반년밖에 안 됐는데 왜 이렇게 이혼하지 못해 안달이야? 당신 참 못됐어!”허민서는 김서윤이 뭐라 말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녀가 이렇게 자신의 턱을 들고 있는 것이 너무 싫었다.허민서는 본능적으로 뒤로 몇 걸음 물러나려 했다.하지만 이제 막 걸음을 내디디려 할 때 김서윤이 가차 없이 그녀에게 싸대기를 날렸다.“빌어먹을 년!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우리 오빠한테 시집오고 싶어서 밀고 난리인지 알아? 오빠가 너랑 결혼해준 걸 조상에 감사해도 모자랄 판에 이 결혼을 소중히 다루지도 못할뿐더러 감히 오빠가 가난하다고 싫증 내? 우리 오빠랑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몰래 딴 남자들이랑 집적거리고 있었어? 이거 완전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