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때 요란한 스포츠카 엔진 소리가 들려왔다.빨간색 BMW z4 쿠페가 허민서 옆에 도착했고 차 문이 열리자 외눈박이에 얼굴에 온통 주근깨가 박힌 극심한 대머리의 남자가 안에서 내려왔다.임서우는 이 외눈박이를 알고 있다.그는 임서우와 허민서와 한 회사에 다니는 박부장의 아들 박건우이고 올해 나이 33살이다.박건우는 태어날 때부터 한쪽 눈이 멀었다.얼굴은 못생겼지만 집안 조건이 좋아 업무 능력이 별로임에도 아빠 덕분에 회사에서 지금까지 버텨왔다.하지만 줄곧 결혼하지 못했다.박건우는 차에서 내려와 곧게 임서우 앞으로 다가가더니 들뜬 얼굴로 그의 손을 잡으며 거만을 떨었다.“민서 전남편 되시죠? 고마워요, 이 반년 동안 우리 아내 극진히 보살펴줘서 얼마나 고마운지 몰라요! 물론 딱히 보살펴준 것도 없지만 아무튼 민서는 인제 내 사람이니 마음 놓고 지내세요. 내가 우리 민서 어여쁜 꽃으로 보듬어줄 테니까. 나랑 함께 지내거든 교통 버스 탈 일도 없고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힐 거예요. 최선을 다해 민서에게 가장 좋은 생활을 안겨주려고요. 우리가 함께하면 민서는 분명 전보다 행복하고 즐거울 테니 전남편 씨는 걱정할 거 아무것도 없어요.”박건우는 히죽히죽 웃으며 임서우에게 말했다. 고마움을 표한다기보다 야유와 비난에 더 가깝고 제 자랑도 잔뜩 늘려놓았다.임서우는 그를 신경 쓰지 않은 채 의아한 얼굴로 허민서를 쳐다봤다.그는 줄곧 허민서가 예쁘장하게 생겨 적어도 그보다는 젊고 돈 많은 사업가를 만날 줄 알았는데 고작 돈만 밝히는 여자였다니.외눈박이 박건우는 임서우보다 돈만 좀 더 많아 보일 뿐 외모는 눈 뜨고 지켜볼 수 없을 지경으로 역겨웠다.“이 사람 때문에 나랑 이혼한 거야?”임서우가 허민서에게 물었다.허민서는 조금 난처한 듯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 숙였다.다만 그녀는 곧장 머리를 쳐들고 용기 내어 큰 소리로 말했다.“맞아, 바로 건우 씨 때문이야. 건우 씨는 나한테 엄청 잘해주고 항상 제일 좋은 것만 선사해줘. 건우 씨는 나한테 진
“매일 버스 타고 다니지, 맞지? 건우 씨는 월급이 400만 원이고 아빠가 회사 임원이셔. 그러는 넌? 낮에는 출근하고 점심에는 택배 배달해서 매일 땀 냄새를 가득 풍기며 돌아오는데 한 달에 고작 몇십만 원밖에 못 벌잖아. 너희 부모님은 뭐 하는 분들이야? 아마 촌구석에서 지내고 있겠지. 우리가 결혼한 반년 동안 넌 감히 부모님 얼굴도 보여주지 않았어. 서울에 오면 길을 잃을까 봐? 아니면 내가 그분들을 얕잡아볼까 봐 두려웠던 거야? 어디다 대고 내 남친을 폐인이라고 욕해? 거울 좀 봐, 이 쓰레기 같은 놈아! 너 같은 건 이번 생에 BMW가 아니라 그냥 차 자체를 못 사. 임서우 넌 그냥 거지 운명을 타고났어, 인정해.”허민서는 임서우에게 갖은 욕설을 퍼부은 후 박건우의 팔짱을 끼고 일부러 부드러운 말투로 말했다.“여보, 가요 우리.”박건우도 헤벌쭉 웃으며 말했다.“민서야, 아무리 그래도 거지 운명이 뭐야? 물론 네 말도 틀린 것 없지만 앞으로 이런 거지새끼를 마주치면 그냥 피해서 가.”비겁하고 치졸한 두 남녀가 임서우 앞에서 꼴값을 떨었다.두 남녀가 빨간색 BMW z4쪽으로 걸어갈 때 멀리서 우렁찬 엔진 소리가 울려 퍼졌다.곧이어 대형 SUV 벤츠 지바겐이 쌩하고 날라오더니 브레이크도 밟지 않은 채 허민서가 자랑스러워하던 BMW 스포츠카를 가뿐히 짓밟아버렸다.빨간색 BMW 스포츠카는 그 자리에서 고철로 깔렸다.한껏 멋스럽던 스포츠카가 어느덧 김빠진 공이 돼버렸다.옆에 서 있던 박건우와 허민서는 어안이 벙벙했다.대량 개조한 대형 SUV 벤츠 지바겐 G63은 길이 6미터, 중량 3톤에 6.2리터의 가솔린 트윈 터보 엔진을 지니고 있다. 판매가가 무려 12억에 달하는 이 녀석은 강철같이 탄탄한 맹수와 다름없다.벤츠 지바겐은 빨간색 BMW 스포츠카가 납작해질 때까지 여러 번 깔아뭉갠 후에야 공격을 멈췄다.차 시동이 꺼지고 문이 열리자 살색 스타킹을 신은 늘씬한 다리의 여인이 밖으로 나왔다.그녀는 군복 원피스를 입고 차에서 내려왔는데 환상적
좀 전까지 김서윤의 눈부신 외모와 화끈한 몸매에 푹 빠져있던 박건우는 그녀의 맹비난에 펄쩍 뛰어올랐다.그는 애지중지 아끼던 BMW가 납작하게 깔린 걸 다시 보자 분노가 머리끝까지 차올랐다.이제 막 화내려 할 때 김서윤이 하얗고 늘씬한 다리를 내뻗으며 그에게 걸어왔다.박건우는 과언이 아니라 지금까지 이런 미인을 본 적이 없다.그는 김서윤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김서윤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왔고 박건우는 입을 쩍 벌린 채 침까지 흘러나올 것 같았다.김서윤은 그의 앞에 다가가 가볍게 웃더니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붙였다.“계속 그렇게 쳐다보면 눈알을 뽑아서 개나 줘버리는 수가 있어!”비록 웃으며 한 말이지만 박건우는 저도 모르게 등골이 오싹해났다.그녀의 말은 신성불가침의 위엄을 지닌 것 같았다.박건우는 결국 눈길을 피했다.김서윤은 더는 그를 거들떠보지 않고 이번엔 허민서 앞으로 다가갔다.그녀는 가늘고 긴 손가락을 내밀어 허민서의 턱을 살짝 치키며 농락하듯이 한참 훑어보다가 쓴웃음을 짓고는 비난과 야유 조로 쏘아붙였다.“오빠가 애초에 나한테 그러더라고. 당신은 심성이 착하고 얼굴도 예뻐서 이렇게 좋은 여자가 극히 드물다며 알고 지낸 지 반년 만에 혼인 신고했대. 오빠가 당신 때문에 얼마나 많은 중요한 일들을 지체했는지 알아? 결혼한 지 반년밖에 안 됐는데 왜 이렇게 이혼하지 못해 안달이야? 당신 참 못됐어!”허민서는 김서윤이 뭐라 말하는지 잘 모르지만 그녀가 이렇게 자신의 턱을 들고 있는 것이 너무 싫었다.허민서는 본능적으로 뒤로 몇 걸음 물러나려 했다.하지만 이제 막 걸음을 내디디려 할 때 김서윤이 가차 없이 그녀에게 싸대기를 날렸다.“빌어먹을 년!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여자들이 우리 오빠한테 시집오고 싶어서 밀고 난리인지 알아? 오빠가 너랑 결혼해준 걸 조상에 감사해도 모자랄 판에 이 결혼을 소중히 다루지도 못할뿐더러 감히 오빠가 가난하다고 싫증 내? 우리 오빠랑 결혼생활을 하는 동안 몰래 딴 남자들이랑 집적거리고 있었어? 이거 완전히
말을 마친 김서윤은 대량 개조한 벤츠 G63쪽으로 걸어갔다.그녀는 차 트렁크에서 정교한 포장 박스를 꺼내 허민서 앞에 내던졌다.박스 안에는 에르메스, 루이뷔통, 구찌, 샤넬 로고가 박힌 20여 개의 한정판 명품 백이 가득 들어있었다.평소 명품 매장에 자주 들러 가방을 구경하는 허민서에게 이것들의 진위를 구별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오늘 새벽까지 내가 직접 너 주려고 이 가방들을 준비했어.이건 전부 VVIP 고객들을 위해 만든 한정판이라 전 세계에 하나뿐이야. 둘도 없는 리얼 한정판이라고. 하지만 지금은 너에게 묻고 싶네. 허민서, 네가 이걸 받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해?”김서윤은 또다시 트렁크에 가서 고급 향수를 한 박스 꺼냈다.이 향수들은 포장이나 디자인으로 볼 때 전부 개인 맞춤 제작형 최고급 프리미엄 향수였다.김서윤이 대충 몇 병 꺼내도 박건우의 BMW와 맞바꿀 수 있는 정도였다. 그녀는 가차 없이 향수 포장을 뜯고 뚜껑을 열어서 두 박스에 모조리 쏟아부었다.이어서 옷에서 지포 라이터를 꺼내더니 불을 붙이고 박스에 휙 내던졌다.향수에 불길이 닿자 순간 몇 마리 용이 하늘을 치솟는 것처럼 활활 타올랐고 식겁한 허민서와 박건우는 연신 뒷걸음질 쳤다.김서윤은 그런 허민서를 보면서 쓴웃음을 지었다.“그래도 제 주제는 아네. 너도 네가 이렇게 귀한 물건들과 안 어울린다고 생각하나 봐.”김서윤은 또다시 그녀가 타고 온 초대형 벤츠 SUV 앞에 서서 범퍼를 두드리며 허민서에게 말했다.“이건 최신형 벤츠 G63이야. 가격은 10억대이고 벤츠 오리지널 개인 맞춤형 개조 키트까지 더하면 최소 20억 원 이상이야. 게다가 이건 돈 있다고 아무나 살 수 있는 게 아니야. 벤츠 오리지널 개인 맞춤 제작은 전 세계에 구매 자격이 있는 사람이 아마 열 명도 안 될걸.”김서윤은 벤츠를 지나 또다시 허민서에게 다가가며 야유 조로 말했다.“후회해? 듣자 하니 너 어젯밤에 우리 오빠가 준 선물을 그냥 버렸다던데 그 상자 안에 뭐 들어있는지 알아? 바로
김서윤은 허민서를 한바탕 비웃은 후 다시 임서우 곁으로 돌아갔다.그녀는 손 내밀어 임서우의 팔짱을 끼면서 나지막이 물었다.“더 킹, 나 표현 괜찮죠?”임서우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그녀와 함께 벤츠 G63쪽으로 걸어갔다.허민서는 줄곧 임서우가 운전할 줄 모른다고 여겼는데 이제야 깨달았다. 그는 운전할 줄 알뿐만 아니라 운전실력이 아주 뛰어났다.그녀는 임서우가 초호화 벤츠 SUV를 몰고 멀어져가는 엔진 소리를 들으며 제자리에 서서 한참 동안 멍하니 넋 놓고 있었다.이때 불쑥 그녀는 옆에서 똑같이 넋 놓고 있는 박건우에게 물었다.“건우 씨, 서우 쟤 지금 연기하는 거 맞죠? 분명 전 재산을 날리고 미녀 단역배우를 찾아서 차까지 빌리며 내 앞에서 연기한 걸 거예요. 이렇게 해서라도 내 마음을 되돌리고 다시 제 옆으로 돌아가게 하고 싶었나 보죠. 안 그래요?”박건우도 임서우의 한바탕 쇼에 어안이 벙벙해졌다.허민서의 분석을 들은 그는 순식간이 머리가 맑아졌다.“그래, 민서야, 바로 그거야. 내 기억에 어느 한 국산 차 브랜드에서 만든 SUV가 벤츠 지바겐이랑 너무 비슷해서 로고만 바꾸면 아예 구분을 못 한다고 했어. 그리고 방금 그 명품 백이라고 하는 것들도 우리가 단지 포장만 봤을 뿐인데 그 여자가 바로 불태워버렸어. 어쩌면 안에 고철이나 쓰레기가 담겨있을지도 몰라!”허민서와 박건우는 서로 맞장구를 쳤고 그녀가 머리를 끄덕이며 말했다.“건우 씨 말이 맞아요. 그 가방들 전부 가짜일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왜 그렇게 빨리 태웠겠어요. 내가 명품 매장을 자주 다녀서 그 가방들이 정품인지 짝퉁인지 바로 보아낼 수 있어요. 그 여자는 내가 이 가방들이 가짜인 걸 알아챌까 봐 내 앞에서 일부러 불태운 거예요.”두 사람은 좀 전에 김서윤의 압도적인 카리스마에 주눅 들었는데 지금은 정작 그녀가 임서우의 초대를 받고 온 단역배우라고 여겼다.허민서는 임서우의 작은 꼼수를 바로 알아채고 속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아까 임서우와 재결합하려던 걸
김도현이 살짝 뜸 들이다가 일부러 큰소리로 외쳤다.“설마 점심밥 먹을 돈을 아끼려고 일부러 회사 나와서 점심을 해결하려는 건 아니죠? 대단하네요. 매일 그렇게 바삐 돌아치고 배달일까지 병행하는데 점심 먹을 돈이 없다고요?”김도현의 말에 주위 동료들이 배를 끌어안고 폭소를 터트렸다.이 회사에서 임서우를 깔보지 않는 사람이 얼마 없다. 왜냐하면 다들 배달원과 같은 라인인 것을 수치스러워하니까.이 건물의 다른 회사 직원들도 휴식 타임에 자주 모여 하는 말이 귀사가 택배회사냐고, 왜 배달원까지 모집하냐고 묻는 말뿐이다.하여 다들 임서우와 같은 회사라는 게 너무 창피했다.그들은 고고한 사무직 직원이라 임서우와 같은 가난뱅이와 함께 있는 걸 꺼렸다.뭇사람들은 임서우가 배달을 하는 것이 회사 이미지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했다.다들 회사에서 임서우를 볼 때마다 일부러 그에게 맹비난을 해대는데 목적은 바로 그를 회사에서 내쫓기 위함이다.오늘 이 동료들은 드디어 꿈을 이루었다.임서우가 자신의 책상 위의 물건을 정리하기 시작했으니까.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도현은 계속 그를 난처하게 굴었다.“서우 씨, 회사 관두는 거예요? 설마 택배 배달로 부자 되셨나요?”김도현은 옆에 있던 동료들에게도 말했다.“다들 여기 좀 보세요. 내가 말했잖아요, 배달 일이 아무리 힘들고 종일 땀 냄새가 진동해도 이거 분명 돈 버는 일이라니까요! 서우 씨가 전형적인 예잖아요! 택배 배달로 돈 벌어서 이제 곧 회사를 관두고 우리 드래곤 네이션의 부자 차트에 진격하나 봐요!”뭇사람들은 김도현의 야유에 배를 끌어안고 웃어댔다.일개 배달원이 드래곤 네이션 부자 차트에 진격하다니, 이는 올해 사무실에서 가장 웃긴 에피소드로 남을 것이다.이때 남 비웃는 게 취미인 한 동료가 한술 더 뜨면서 임서우 앞으로 다가와 심심한 경례를 올리며 키득거렸다.“임 대표님,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나중에 성공하시거든 저희 이 옛 동료들을 잊지 말아 주세요. 여유 되시면 저에게 새 자전거를 선물해주시죠. 제
##제5화 여대표의 격려##오피스 구역에 서서 뭇사람들을 질책하는 이 여인은 바로 신수아이고 올해 고작 25살이다.그녀는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아주 섹시하다.지금 심플한 검은색 정장 차림을 하고 있지만 프로모델다운 분위기를 한껏 내뿜었다.회사의 적잖은 남자들이 사석에서 모두 그녀를 의논하곤 한다.다들 그녀 같은 완벽한 몸매의 여자친구를 바라고 있다.다만 이 남자들도 그저 사석에서만 의논할 뿐이다.왜냐하면 신수아는 예쁜 얼굴에 섹시한 몸매를 지닌 동시에 이 회사의 여대표이니까.그녀의 호통에 오피스 구역의 모든 직원이 잇따라 고개를 푹 숙이고 속으로 임서우를 욕했다.임서우가 하필 이때 회사에 돌아와서 그들의 오전 급여를 깎아버렸으니까.신수아는 사무실을 쭉 둘러보다가 결국 여전히 짐 정리 중인 임서우에게 시선을 멈췄다.“임서우 씨, 사무실 따라와.”신수아가 진지한 얼굴로 임서우에게 말했다.마침 임서우도 그녀에게 사직서를 내려던 참이었다.그는 수중의 일을 내려놓고 신수아를 따라 대표 사무실에 들어갔다.임서우는 은은한 장미 향으로 가득 찬 대표 사무실에 들어왔다.신수아는 그를 자리에 앉힌 후 서류장에 가서 서류를 뒤졌다.그녀는 서류장 밑의 서랍을 열었는데 서랍 위치가 조금 낮아 어쩔 수 없이 허리를 숙이고 뒤졌다.허리를 숙인 탓에 그녀의 치맛자락이 타이트하게 달라붙었지만 신수아는 전혀 알아채지 못했다.임서우는 무심코 둘러보다가 타이트해진 그녀의 치마를 발견했다.더 아래로 내려다보니 스타킹에 감싼 그녀의 늘씬한 다리가 훤히 드러났다.임서우는 순간 목이 살짝 타들어 갔다.바로 이때 신수아가 자리에서 일어나 아주 자연스럽게 그에게 물병을 건넸다.“사직하려고?”신수아가 물었다.임서우는 물 한 모금 마시고 그녀를 쳐다보며 고개를 끄덕였다.신수아는 방금 들어올 때 임서우가 개인 물건을 정리하는 걸 보면서 그가 곧 떠날 거라고 추측했다.임서우는 신수아도 그의 사직 이유를 그동안 회사 동료들의 끊임없는 비난과 야유 때문이라고 생각할 줄
하지만 임서우의 짤막한 한마디에 그녀의 자신감이 와르르 무너졌다.“대표님이 좋게 봐주는 건 감사하지만 난 이미 회사를 관두기로 했어.”신수아는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임서우가 그녀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가 없을 텐데.다만 임서우는 그녀를 단호하게 거절했다.막 이유를 물으려 할 때 그녀의 휴대폰이 울렸다.신수아는 휴대폰을 들고 문밖에 가서 전화를 받았다.임서우는 전화기 너머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신수아의 목소리는 너무 잘 들렸다.“장 사장님, 그게 무슨 말이에요? 전에 제가 몇 번이나 확인했잖아요. 분명 이 프로젝트에 투자하기로 해서 저도 모든 자금을 투입시킨 건데 프로젝트가 절반 진행된 상황에서 투자를 멈추겠다니요? 이런 장난이 어디 있어요?”“나도 알아요. 이 프로젝트는 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았죠. 하지만 그건 사장님을 믿기 때문이잖아요! 우리 쪽에 자금이 곧 끊길 텐데 인제 와서 투자를 안 하겠다면 나더러 어떡하라는 거예요?”“장 사장님, 한번... 여보세요? 장 사장님? 여보세요? 개자식이!!!”신수아는 눈앞이 캄캄해 두어 걸음 휘청거리다가 콰당하고 휴대폰을 떨어트렸다.그녀는 재빨리 정신을 가다듬고 휴대폰을 주웠다.“다행히 보호막만 깨졌어...”그녀는 휴대폰 액정을 살펴보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휴대폰을 아껴서 그런다기보다 일단 고장 나면 장 사장과 연락이 안 닿으니까.신수아는 긴 한숨을 내쉬며 다시 사무실 문을 열고 임서우에게 말했다.“어디 가지 말고 나 올 때까지 기다려.”임서우는 성급히 떠나는 그녀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문득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다.그는 어제 사무실에서 동료들의 수다를 엿들었는데 회사에서 전에 맡은 프로젝트가 자금 운용이 원활하지 않아 신수아가 장 사장에게 투자를 부탁했다고 한다.장 사장은 그녀의 말을 듣고 흔쾌히 동의했지만 두 회사는 이번 프로젝트로 계약서를 체결하지 않았다.장 사장은 그녀의 믿음을 이용하여 일단 프로젝트를 활성화하도록 자금을 대라고 했다. 그러고는 이틀 안에 무조건
하지만 그는 백윤아를 놓아줄 리가 없었다.“이렇게 날뛰는 거야? 하하하. 하지만 네가 틀렸어. 난 너에게 백윤아 씨를 놓아주라고 하지 않았어.”임서우는 함재석을 바라보면서 장난기 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그러면 뭐 하자는 거야?”함재석은 살짝 어리둥절했다.“넌 백윤아 씨의 체면을 구겨지게 만들고 싶잖아? 그러면 잘 됐어. 너에게 그 기분을 맛보게 해 줄게.”임서우가 그렇게 말하자 함재석은 가슴이 뜨끔해졌고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서윤아, 준비됐어?”“네. 준비됐어요. 정말 멋질걸요.”김서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러자 건장한 남자 몇 명이 걸어 들어왔다.몇 사람들은 덩치는 커 보이지만 모두 특이한 취향이 있었다.함재석은 어릴 적부터 귀하게 자랐고 외모도 꽤 잘생긴 편이었다.몇몇 건장한 남자들은 함재석을 보는 순간 하나같이 탐욕스러운 눈빛으로 변했다.“뭐 하는 거야? 다가오지 마.”함재석은 잔뜩 겁에 질려 소리쳤다.마음속의 불안감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시작해!”임서우가 손짓하고 바로 자기 자리로 돌아왔다.몇몇 건장한 남자들은 게걸스러운 표정으로 함재석을 향해 걸어갔다.“뭐 하는 거야. 난 함씨 가문의 도련님이야. 누가 감히 날 다쳐?”함재석은 곧 죽을 어린 양처럼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하지만 그들은 순순히 함재석을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으악! 하지 마. 살려주세요!”함재석은 늑대처럼 비명을 질렀다.몇몇 건장한 남자들은 함재석을 바닥에 눕히고 피스톤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권용하는 7, 8명의 카메라맨을 불렀다. 몇 대의 카메라가 함재석을 향하고 있었고 한 편의 연령 제한이 있는 영화가 시작되었다.한 시간 후.몇몇 건장한 남자들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공장을 떠났다.함재석은 구석에 웅크린 채 온몸을 떨고 있었고 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느낌이 어때? 좋아?”임서우는 장난스러운 말투로 물었다.“악마야. 넌 악마 새끼라고!”함재석이 몸을 바르르 떨며 말했다.“뭐 하자는 거야?”“어때? 넌 남의
“감사합니다. 서우 씨.”백윤아는 울먹이며 말했다. 임서우가 없었다면 백윤아는 진작에 연예계에서 은퇴했을 것이다. 임서우는 그녀의 은인이었다.“아닙니다. 고맙다고 말해야 할 사람은 저죠. 윤아 씨를 남한 그룹 모델로 삼지 않았다면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 텐데. 하지만 걱정하지 마세요. 윤아 씨는 수아의 절친이니 제가 반드시 해결해 줄게요.”임서우는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듣자 백윤아는 약간 감동되었다. 그리고 이런 남자와 함께 평생을 살 수 있는 신수아가 너무 부러웠다. 여자라면 모두 심쿵할 멋진 남자였다.심지어 백윤아도 가끔 임서우한테 반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임서우의 눈에는 신수아 밖에 없었다. 아무리 예쁜 여자라도 그의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서우 씨 제가 알기로는 윤아에게 손을 댄 사람은 권력이 있는 자라서 일을 처리하는데 좀 귀찮을 것 같네요.”권용하는 걱정스러운 듯 말했다. 이렇게 많은 언론 매체들을 동원하는 걸 보면 평범한 인물이 아닌 것 같았다.“아니야. 나한테는 식은 죽 먹기야.”임서우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함재석만 해결하면 모든 일이 쉽게 풀릴 것이다.함석 그룹.함재석은 갓 연예계에 발을 들인 어린 여자애를 데리고 드라이브를 하려고 회사를 떠났다. 그 여자는 섹시한 몸매에 청순한 비주얼을 가지고 있었다. 함재석은 오늘 그녀와 제대로 놀아볼 계획이었다.함씨 가문 도련님으로서 그는 매년 많은 예쁜 여자들과 놀러 다니곤 하였다.바로 함재석이 차 문을 열려고 하는 순간 탕 하고 소리가 들리더니 함재석은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그러자 갑자기 몇 명이 나타나 함재석을 들어 올렸다.짝!반 시간 뒤.청주 교외의 폐허가 된 공장 한 채.함재석은 의식을 회복했다. 그는 뒤통수가 너무 아픈 것을 느꼈다.그리고 눈을 떴을 때 그는 자기 앞에 한 젊은 남자가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그 남자는 당당한 표정으로 함재석을 째려보았다.“뭐 하려고? 이거 놔! 나는 함씨 가문 도련님이야. 죽고 싶어?”정신을 차린 함재석은 욕설을
“왜 무고한 사람을 망쳐놔요?”조현아는 화가 치밀어 올랐고 안색이 어두워졌다.그녀는 오늘 기사를 보자마자 누가 백윤아를 모함했는지 눈치챘다. 그녀는 전에 이런 일을 수없이 많이 겪었기에 여자에게 결백함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잘 알고 있다.아무리 경쟁자라 하더라고 함재석의 행동을 참을 수 없었다.“조현아, 네가 지금 떴다고 감히 이런 태도로 나한테 말하는데. 잊지 마. 넌 우리 함씨 가문에서 키워낸 사람이야. 널 뜨게 할 수 있다면 망하게 할 수도 있다는 걸 잊지 말라고!”함재석은 독살스럽게 말했다. 그는 조현아를 존중한 적이 없었다. 조현아도 남자의 힘을 빌려 지금의 위치까지 왔기 때문이다.만약 조현아에게 인기마저 없었다면 함재석은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을 것이다.조현아는 이를 악물며 함재석을 째려봤다. 그녀는 자신이 함재석 앞에서 보잘것없는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가 푸대접을 받았을 때 임서우가 아니었다면 그녀는 이미 죽었을지도 모른다.조현아가 지금의 성과를 이룬 것도 함석 미디어와는 별로 관련이 없었다.“함재석! 당신은 무조건 후회할 거예요.”조현아는 그렇게 말하고 사무실을 떠났다.“참!”조현아의 뒷모습을 보면서 함재석은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보기에 여자 연예인은 부자들의 노리개에 불과했다.이때 임서우는 윤설의 전화를 받았다.“서우 씨, 단서를 찾았어요. 백윤아 씨를 모함한 사람은 함씨 가문 도련님 함재석입니다. 함씨 가문도 청주의 명문가고 가문에 미디어 산업이 많아 언론 매체들은 함씨 가문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있습니다.”윤설의 소유하고 있는 정보망은 제일 빠른 시간 내에 원하는 정보를 찾을 수 있다.“함씨 가문? 알았어.”임서우는 전화를 끊었다. 그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다. 만약 함씨 가문이 정정당당하게 상업적으로 남한 그룹과 경쟁을 한다면 그는 신경 쓰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더러운 방법으로 백윤아를 망치려고 했기에 임서우는 절대 용납할 수 없었다.함재석은 반드시 자신이 한 일에
신수아는 당연히 백윤아가 이번 일에 연루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백윤아는 전에 신수아와 연예인이 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비록 백윤아는 지금 모두가 부러워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그 뒤에는 그녀의 눈물 나는 노력이 있었다.한참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이런 스캔들이 터지면 그녀에게는 전례 없는 타격이 될 것이다.“여보, 지금 그러면 어떡하지? 윤아 씨에게 누명을 씌워서는 안 돼.”신수아는 매우 초조했다.“걱정하지 마. 먼저 윤아 씨부터 찾아.”임서우는 신수아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화양 엔터 지사.갑자기 터진 스캔들에 백윤아는 어안이 벙벙했다.“윤아야, 걱정하지 마. 내가 해결할게.”권용하는 백윤아를 위로하며 말했다.“네. 저는 괜찮아요.”백윤아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 그녀는 방금 구석에서 펑펑 울었다. 비록 이런 일을 처음 겪는 것은 아니지만 누명을 쓴다는 건 억울하고 답답한 일이다. 게다가 그녀의 이미지에 큰 타격을 줬으니 말이다.“서우 씨!”“대표님!”이때 임서우와 신수아가 걸어들어왔다.“윤아 씨, 괜찮아요?”신수아는 백윤아를 와락 안으면서 말했다.“저... 정말 그러지 않았어요...”백윤아는 신수아를 꼭 껴안고 다시 울기 시작했다. 신수아는 백윤아가 우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찢어질 것 같았다.“걱정하지 마세요. 나랑 서우가 있는데 아무도 윤아 씨를 건드리지 못할 거예요. 우리가 다 해결해 줄게요.”“지금 무슨 상황이야?”임서우는 권용하를 보며 물었다.“우리한테 매우 불리합니다. 사생활이 엉망이라고 대거 보도가 나기 시작하면서 이게 거짓이라는 게 증명되어도 사람들은 믿지 않을 거예요.”권용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감히 누군가가 백윤아를 망치려고 하다니. 권용하는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지금 해명한다고 해도 사람들은 변명을 늘어놓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아무런 해명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권용하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섣불리 움직이지 않았다.“서우 씨, 어떡
신수아는 흔들의자에 앉아 겨우 좀 쉬면서 핸드폰을 들고 릴스를 볼 준비를 했다. 하지만 앱을 열자 한 기사를 보더니 안색이 순간 어두워졌다.“그럴 리가. 여보, 이거 봐. 큰일 났어.”신수아는 외치면서 임서우의 곁으로 달려갔다.“왜 그래?”“이 기사 좀 봐봐.”신수아는 핸드폰을 임서우에게 건네면서 말했다. 임서우도 기사를 보자 미간을 찌푸렸다.[핫 루키의 은밀하고 더러운 사생활]임서우는 기사 제목을 보자 누군가가 고의로 백윤아를 모함하려고 한다는 것을 알았다.연예인을 갑자기 뜨게 만드는 것도 쉽지만 망치는 것은 더욱 쉽다. 흑역사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대중의 질타를 받으며 은퇴할 것이다.특히 개인 생활 문제는 모두의 관심을 불러일으킬 것이다. 연예계는 워낙 복잡해서 백윤아가 모함당했을 가능성이 너무 컸다.만약 제대로 해결되지 않으면 백윤아한테는 큰 타격이 될 것이다. 심지어 연예계에서 은퇴할 수도 있다.지금 백윤아와 남한 그룹은 한 몸과 마찬가지기에 그녀의 이미지는 남한 그룹의 신제품 판매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소비자들은 백윤아 때문에 남한 그룹의 신제품을 구매했다. 만약 백윤아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신제품의 판매에 전례 없는 타격을 받을 것이다.이것이야말로 상대방의 진짜 목적이었다.“왜 이런 일이 일어났을까?”신수아는 백윤아를 무척 믿었고 이런 여자가 아니라고 굳게 여겨왔다.하지만 익명의 폭로가 터지면서 모든 게 달라졌다.신수아는 이내 백윤아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그러자 신수아는 더 당황했다.그녀와 백윤아는 좋은 친구이기에 백윤아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 봐 신수아는 너무 걱정되었다. 만약 이번 일로 타격을 받고 바보 같은 짓을 한다면 신수아는 평생 죄책감에 시달리며 살 것이다.“여보, 어떡하지? 윤아 씨 혹시... 그러지는 않겠지?”신수아는 울먹거리며 말했다.“아니야. 걱정하지 마. 연예계에 이렇게 오랫동안 있었는데 처음 겪는 일이 아닐 거야. 게다가 용하도 있잖아.”임서우는 신수아를 위로하며 말
“병신들! 쓸모없는 것들! 어떻게든 남한 그룹을 막아야 해. 그걸 못해내면 다 꺼져! 꼴도 보기 싫어.”민예슬은 회의실에서 버럭 화를 냈다. 그녀는 남한 그룹이 이렇게 신속하게 행동할 줄은 몰랐다. 불과 며칠 사이에 남한 그룹의 신제품은 이미 청주 근처의 여러 도시 시장을 점유했다.그리고 고객들의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았다. 이것은 신아 그룹에게 전례 없는 타격이었다. 민예슬이 화를 내는 것을 보자 그룹 고위층들은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병신들! 다 꺼져!”민예슬은 사람들을 한번 째려보고 화를 냈다. 그러자 다들 재빨리 회의장을 떠났다.“강소진!”회사 고위층들이 떠난 후 민예슬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강소진을 쳐다봤다.“네.”강소진은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짝!그러자 민예슬은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후려갈겼다.“왜 내가 시킨 일은 아무 진도가 없어? 백윤아의 흑역사를 찾아내라고. 악플을 만들라고 했잖아.”민예슬은 화를 내며 말했다.“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할게요.”강소진은 아픈 볼을 감싸 쥐며 말했다.“이틀을 줄 테니 백윤아가 악플에 시달리지 않으면 너도 짐 싸고 꺼져.”민예슬은 차갑게 말했다.“네!”강소진은 얼른 회의실을 떠났다....고급스러운 카페.“재석 도련님, 도와주세요. 도련님만이 저를 살릴 수 있어요.”강소진은 앞에 앉은 파란 양복을 입은 젊은이를 보며 애원했다.함재석은 함씨 가문 큰아들이다. 함씨 가문도 청주의 명문가이다.강소진이 함재석을 찾은 이유는 함씨 가문은 청주에서 제일 큰 엔터 회사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드래곤 네이션에서 가장 유명한 여자 연예인 조현아도 이 회사 소속 연예인이었다.만약 함씨 가문이 도와준다면 백윤아를 무너뜨리는 것은 식은 죽 먹기이다.“강 비서, 도와줄 수는 있지. 하지만 난 뭘 얻을 수 있어?”함재석은 웃으며 말했다. 연예인의 흑역사를 만드는 것은 그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다. 하지만 강소진을 도와줄 명분이 없었다.“만약 도련님께서 도와주신다면 신아 그룹은 도련님
고서강은 방금 고씨 가문이 진도에서 키운 세력이 모두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다.고씨 가문에서는 그들을 키우느라 수년이 걸렸다.하지만 그 성과는 하루아침에 모두 무너졌다.그리고 그 모든 건 그의 아들 고정혁 때문이었다.“아버지.”고정혁은 걸어들어오면서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꿇어!”고서강은 차갑게 말했다.“아버지...”“꿇어! 이제는 내 말도 듣지 않을 거야?”고서강이 호통쳤다.그러자 고정혁도 감히 대꾸를 못 하고 바로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네 잘못을 알아?”고서강이 물었다.“전...”고정혁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그는 당연히 무얼 잘못했는지 알고 있었다.탁!고서강은 힘껏 책상을 내리치면서 말했다.“너의 무모함 때문에 우리 고씨 가문의 손해가 막심해. 10년 넘게 진도에서 키워온 세력이 이번에 뿌리째로 뽑혔어. 이게 뭘 의미하는지 알아?”“난 네가 남한 그룹을 상대해 싸워서 민예슬에게 잘 보이고 싶은 거 알고 있어. 네가 민예슬을 좋아하는 것도 난 의견이 없어. 하지만 넌 우리 고씨 가문을 망칠 수은 없잖아!”남한 그룹과 신아 그룹의 일은 이미 드래곤 네이션에서 떠들썩하게 퍼졌다.고서강도 줄곧 이 일에 관심을 주고 있었다.그는 자기 아들이 왜 이러는지 잘 알고 있었다.하지만 민예슬 때문에 고씨 가문의 이익을 해치는 건 절대 안 되었다.“꺼져. 다시는 그러지 마.”고서강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그는 자기 아들이 한 여자에게 홀딱 반할 줄은 몰랐다.서재를 나서자 고정혁은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이 모든 게 모두 임서우 때문이야.’“임서우, 운 좋은 줄 알아. 하지만 난 절대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고정혁은 사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고정혁은 모두 임서우 때문에 자신이 이렇게 낭패를 보았다고 생각했다.지금 이 시각의 진도 공항.“여보!”신수아와 백윤아가 공항 밖으로 걸어 나갔다.이번에 신수아는 백윤아 뿐만 아니라 운영 부서를 통째로 데리고 왔다.이 모든 건 남한 그룹을 도와서 빨리 청주 부
허성현은 멍해졌다.그는 임서우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걸 발견했다.‘틀림없이 이 새끼가 꾸민 짓이야.’그는 임서우가 도대체 무슨 신분인지 몰랐지만 분명히 눈앞의 이 사람은 감사국과 관련이 있을 것이다.“사인할게요!”허성현은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하지만 임서우는 바로 서류를 빼앗아 갔다.“이제야 사인하려고 하는 거야? 아쉽게도 너무 늦었어!”임서우는 장난기 어린 표정으로 허성현을 바라보았다.“그게...”허성현은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임서우를 바라보았다.“난 너에게 이미 기회를 줬어. 넌 이제 사인할 필요가 없어. 앞으로 감옥에서 남은 인생 잘 보내면 돼.”“네?”허성현은 멍해졌다.‘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야? 내가 정말로 잡혀가는 거야? 이제 와서 사인해도 소용 없고 게다가 감옥살이하게 된다고?’풀썩!허성현은 무릎을 꿇고 울부짖기 시작했다.“제발 저를 살려줘요. 지금 당장 사인해 드릴게요.”“기회는 두 번 다시 오지 않지.”임서우는 웃으며 말했다.쾅쾅쾅!허성현은 무릎을 꿇고 머리를 몇 번 조아리며 계속 애원했다.“제가 눈이 멀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허성현은 이제야 자신이 계속 살아갈 수 있는지 없는지는 사인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하지만 임서우는 허성현의 이런 모습을 보자 짜증이 났다.‘바로 이런 나쁜 놈들 때문에 드래곤 네이션을 난장판이 되는 거야.’허성현은 평소에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믿고 안중에 누구도 두지 않았다. 지금 잡혀간다고 하니 남에게 굽실거리며 부탁하기 시작했다.‘이런 쓰레기 같은 사람은 세상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어. 살려두면 국민들에게 해를 끼칠 뿐이지.’“당장 데려가고 알아서 처리해.”임서우는 감사국 사람들에게 말했다.“네!”감사국의 사람은 고개를 끄덕이었다.그들은 수갑을 꺼내 허성현을 데려갈 준비를 했다.그 장면을 보자 허성현은 매우 무서웠다.“제가 잘못했어요! 정말 죄송합니다. 부디 저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허성현은 깜짝 놀라서 계속
허성현은 임서우가 이렇게 대담한 줄은 몰랐다.‘감히 결재 부서의 부장을 때리다니, 이 새끼는 죽고 싶어서 안달이 난 거야?’“꿈 깨. 난 절대 사인하지 않을 거야.”팍! 팍! 팍! 팍!임서우는 연속으로 허성현의 뺨을 때렸다.허성현은 얼굴이 다 부었다.그는 임서우처럼 이렇게 날뛰는 사람을 본 적이 없었다.예전에 다른 사람들은 자신에게 일을 부탁할 때 모두 공손하게 대했지만 임서우는 뜻밖에도 자신을 한바탕 때리고 있었다.“X발 놈아, 딱 기다려. 고씨 가문 도련님은 널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야.”허성현은 독살스럽게 말했다.“고정혁 그 양아치를 말하는 거야? 그 새끼가 감히 나타나면 호되게 혼내줄 거야.”임서우는 전혀 아무렇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허성현은 임서우가 단지 큰소리를 친다고 생각했다.‘정혁 도련님을 혼내준다고? 그게 무슨 헛소리야. 고씨 가문의 도련님이니 절대 불가능할 거야.’“사인 해.”임서우가 입을 열었다.“꿈 깨라고!”허성현은 여전히 끄떡없었다.그러자 임서우는 고개를 가로저었다.‘정말 두려운 게 없는 놈이군.’“서윤아, 네가 좀 이 자식을 혼내 줘.”임서우는 옆에 서 있는 김서윤에게 명령을 내렸다.그러자 김서윤은 늘씬한 다리로 뚜벅뚜벅 걸어갔다.“뭐 하는 거야? 더 이상 다가오면 경비원을 부를 거야.”허성현이 김서윤을 바라보니 긴장해서 가슴이 두근거렸다.비록 김서윤은 예쁜 미녀였지만 허성현은 그녀를 보자 마음이 복잡해졌다.팍! 팍! 팍!김서윤은 허성현에게 한바탕 주먹을 날렸다.으악!허성현은 너무 고통스러운 나머지 비명을 질렀다.안타깝게도 사무실은 방음 효과가 좋았기에 밖의 사람들은 사무실 안의 소리를 전혀 들을 수 없었다.사실 허성현은 사무실에서 자기 여비서와 몸을 섞기 위해서 사람을 찾아서 미리 사무실의 방음 처리를 완벽하게 했다.하지만 허성현도 자신이 사무실에서 남에게 폭행을 당할 줄은 전혀 몰랐다.“됐어.”10여 분이 지나자 임서우가 말했다.계속 때린다면 허성현은 아마 죽을 수도 있